“창업자가 되고 사업체의 대표가 되는 데 충분한 준비 같은 건 없어요. 아무리 준비를 해도 예상치 못한 일이 닥치고, 어려운 일 투성이일 텐데요. 결국 그 모든 걸 무릅쓸 만큼 충분히 큰 ‘하고 싶은 마음’이 있느냐가 문제인 것 같아요. 그러니까 넘어서야 할 어려움의 크기보다 ‘하고 싶은 마음’의 크기가 더 커야만 그 괴로움을 뚫고 나갈 동력이 생기는 거니까요.”
오늘 단숨에 읽은 제현주 대표님의 [일하는 마음] 이라는 책에서 (허락도 없이) 발췌한 내용이다. 창업을 앞두고 본인이 과연 준비된 사람인지 아닌지 조언을 구하러 온 후배에게 저자인 제현주 대표님이 해 준 말이다. 깊이 공감했다. 나에게도 비슷한 질문 해오는 사람들이 가끔 있는데 이제 이 말을 해주면 되니까 뭔가 정답 하나 득템한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아졌다. 게다가 ‘하고 싶은 마음의 크기’ 라니 인용하기에도 얼마나 멋진 말인가.
창업하고 싶은 마음의 크기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 내적 동기(motivation)일 것이다. 왜 창업이 하고 싶은가의 문제다. 모든 사람들이 다 다른 생각을 가지고 창업을 하니 저마다의 동기가 있겠지만 주변에 많이 보이는 이유들을 생각나는 대로 나열해 보면 이런것들이 있다.
- 돈을 벌고 싶다
- 시장의 문제를 풀고 싶다
- 시장에 딱히 문제가 있는건 아니지만 큰 시장 기회라서 해보고 싶다
- 멋진 제품을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싶다 (잡스 옹)
- 마음 맞는 사람과 뭔가 재미있는 일을 하고 싶다
- 내가 이런거 해낼 수 있다는걸 세상에 보여주고 싶다
- 남이 시키는 일 보다 내 일을 하고 싶다
- 내가 가진 기술이나 재능을 이대로 썩히기에는 아까워 사업화 해야 한다
- 사업을 통해 타인을 도와주고 사회에 공헌하고 싶다
- 인류를 화성에 안착시키고 싶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ㅎㅎ)
난 꼭 모든 사람이 사회 공헌이나 시장 문제 해결 같은 거창한 목표를 가지고 창업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단순히 돈을 벌고 싶어서 창업하는 것도 괜찮다 (특히 자영업 성격의 창업이라면). 이런 저런 동기로 창업을 머릿속에서 꿈꾸는 사람은 참 많지만 막상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은 소수일텐데, 아마 예상할수 있는 ‘어려움의 크기’가 커서 엄두를 못내는 경우가 많아서 그럴거다. 현재 직장이 있는 사람이면 당장 수입원이 끊기는 경제적인 문제는 물론이고, 창업에 수반되는 온갖 어려움과 고통을 다 열거하자면 끝이 없다. 일반화는 어렵지만 아마 창업을 하면서 받는 고통, 책임감, 압박감, 스트레스는 일반적인 직장생활의 몇배는 되지 않을까?
개인적인 이야기를 잠깐 하자면 나도 빅베이슨을 시작할때 첫 펀드 자금을 모으느라 받은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한게 아니었다. 이미 다니던 회사를 뛰쳐 나왔기 때문에 만약 펀드가 조성되지 않으면 난 직업이 없는 사람이 된다는 부담이 가장 컸던 것 같다. 겉으론 태연한척 했지만 마음속으론 절박했다. 여러 지인분들이 그냥 믿어주고 밀어주신 덕에 결국 35명의 국내외 투자자들에게서 승낙을 받아 약 150억 정도를 모았는데, 거절당한 사람 수가 훨씬 많기 때문에 아마 100명 정도의 잠재적 투자자들을 만나고 설득하러 다닌 셈이다. 기간은 꼬박 1년 반 정도가 걸렸고 이 과정에서 개인적인 전투력은 향상되었지만, 그런걸 바라고 창업한건 아니였다. 우여곡절 끝에 막상 클로징 한 날은 에너지가 다 고갈된 상태여서 기쁜 마음 조차 들지 않았다. 그렇게 고통스런 과정을 거쳐야 자금을 모집할 수 있다는 걸 미리 알았더라면 아예 시작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나의 경우에도 그러했듯, 창업에 수반되는 ‘어려움의 크기’는 미리 가늠하기가 참 쉽지 않다. 막연히 험난한 길이려니 예상은 해도 무슨 종류의 일이 언제 어떻게 터질지는 미지수다. ‘산넘어 산’이라는 말처럼 하나 해결하면 바로 다음 과제가 있다. 어려운 일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지지나 않으면 다행이다. ‘어려움의 크기’를 알기 어려운 이상 우리는 다시 ‘하고 싶은 마음의 크기’에 더 주목해야 하지 않을까?
위의 책에서 말한 것 처럼 뭔가 이루고 싶은 마음의 크기가 여러 난관을 뚫게 해주는 동력일테니, 창업을 앞둔 사람은 시간을 두고 차분히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내가 이걸 얼마나 하고 싶은지, 단단히 각오는 되어있는지 정말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하고 싶은 마음의 크기도 중요하고, 여기서 그 밑바탕이 되는 동기나 이유도 중요해 진다. 예를 들어, 돈을 벌기 위해 시작하는게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그것만을 위한 창업이라면 멀리 못가서 동력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
본인이 창업을 시작한 동기가 무엇이든간에 잘 기억하고 있다가 힘들고 괴로울 때 얼른 떠올릴 수 있으면 도움이 된다. 그리고 그 하고 싶은 마음의 크기를 아주 크게 오랜 기간 유지해야 한다. 그래야 회사 성장에 따라 점점 커지는 ‘어려움의 크기’를 극복해 갈 수 있다. 옛 어른들은 이런걸 두고 ‘초심을 잃지 마라’ 라고 가르쳤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