튜터링 투자에서 엑시트까지

<첫만남>

때는 2016년 여름. 튜터링 팀을 소개해 주신분은 이택경 대표님이였다. 튜터링이 막 매쉬업엔젤스의 투자를 받았던 때였고, 내가 한국 방문시 만나보면 좋을 것 같다고 추천해 주셨다.

그렇게 김미희, 최경희 두 공동창업자 분들과의 첫 만남은 2016년 8월 27일 토요일 오전 9시에 있었다. 당시 우리 사무실이였던 디캠프로 오셨는데, 그날도 꽤 더웠던지라 도착하셔서 한동안은 선풍기 앞에서 열을 식히면서 자연스레 아이스 브레이킹을 했던것 같다.

토요일 아침이여서 그랬는지 심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좀 여유가 있었고, 딱딱한 피칭이라기 보다는 자연스레 사업에 관해 많은 질문과 대답이 오고가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미팅후 남긴 메모를 보니 실행력, 기획력도 좋고 내가 던진 많은 질문에도 차분히 잘 대답하셔서 좋은 인상을 받았다고 적혀있다. 소개해주신 이택경 대표님께는 ‘창업자들이 원하면 소액투자 (1억이하)는 바로 가능하고, 지금 당장 펀딩을 원하지 않는다면 몇달쯤 진행상황을 보며 더 큰 라운드로 고려하고 싶다’고 미팅한 다음날 바로 알려드렸다.

<투자 검토>

2016년 11월, 12월에 업데이트 차원에서 몇번 더 만남을 가지며 튜터링의 사업모델과 팀의 역량에 대해 좀 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사용자 수나 유료결제액은 매월 상승하고 있었고, 나도 틈날때 몇번 써보며 해외튜터와 대화도 나눠보는 등, 서비스에 대한 감을 느껴 보았다. 재방문율, 결제율 같은 지표들도 좋았지만, 튜터링의 온디맨드 모델이 바쁜 현대인들에게는 딱 좋다고 봤다. 영어학원을 다니든, 전화영어를 하든 뭘하든 간에 미리 시간을 정해놔야 하는데, 이게 바쁜 사람들에게는 여간 부담이 아니다. 튜터링은 온디맨드 방식 과외수업이라, 자투리 시간에 10초만에 선생님을 호출해서 회화연습이 가능하니 미리 시간 약속 없이도 누구든 의지만 있으면 잘 쓸 수 있겠다 싶었다. 그리고 마음맞는 선생님과 튜터링 밖에서 따로 만나는 일도 잘 없을것 같았다. 이런 ‘플랫폼 이탈’ 현상은 O2O서비스에서 나타나는 공통된 이슈인데, 튜터링은 그런면에선 안전했다. 언제 시간이 날지 모르는 바쁜 직장인들이 선생님과 미리 개인약속을 하고, Skype 연결하고, 해외로 과외비를 보내주는 등의 일은 매우 귀찮고 번거로운 일이기 때문이다.

튜터링이 좋은 서비스가 되려면 선생님 퀄리티가 결정적인데, 양질의 해외 튜터를 선발하고, 교육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모습도 상당히 인상적이였다. 이부분에서 많은 노하우를 축적한것 같았다.

<투자 진행>

주주명부등의 자료를 요청하며 본격적인 투자집행 모드에 들어간 것은 2017년 1월쯤이다. 튜터링 팀은 주단위로 수업수를 측정하고 있었는데, 주당 14%씩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었다. 월매출은 5천만원에 다다르며 꾸준한 상승세였다. 투자 적기라고 봤다.

나는 튜터링 팀에 5억 투자를 제의하였다. 빅베이슨에서 보통 첫번째 투자할때 하는 액수다. RCPS (상환전환 우선주)가 아닌 CPS(전환 우선주) 조건이였다. 1월초쯤 내부적으로 투자결정은 되었기에 1월내로 클로징이 될것으로 생각했지만, 많은 딜에서 그렇듯 늘 복병은 숨어있게 마련이다 — 갑자기 더 높은 밸류에 보통주로 투자한다는 투자자가 나와서 우리는 투자를 못하게 되는가 싶었다. 두어달간 난항이 있었지만, 결국 그 투자자의 제안은 일반적인 보통주와는 달리 여러 제약조건이 붙는 것이여서, 튜터링 팀은 최종적으로 깨끗한 텀의 빅베이슨측 투자를 받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3월말 계약서에 싸인하고 5억 단독투자를 집행하였다. 그리고 1달쯤 후에 한 영어교육 회사로부터 3억을 추가로 투자 받았다. 튜터링의 영업이나 제휴쪽에 도움을 받기위한 포석이였다. 그리고 이걸 합쳐서 8억 투자 유치 PR 기사를 내었다.

<투자후 활동>

투자 집행이 되자마자 나는 튜터링의 사외이사에 취임하였다. 빅베이슨은 단독투자를 하거나 리드투자를 하는 경우에 보통 투자자를 대표해서 사외이사를 맡곤 한다. 이사회의 역할과 의무에 대해 익숙치 않은 VC도 많은데, 회사 초기부터 좋은 이사회를 구성하고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게 하는 것은 꽤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초기에야 창업자 중심의 경영일수 밖에 없지만, 장기적으로는 이사회 중심 경영이 훨씬 장점이 많다고 보는데 이건 내가 30대때 워낙 미국VC에서 훈련 받으며 세뇌당한게 있어서 어느정도 bias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암튼 사외이사라고 시어머니 노릇하려는 것도 아니고, 뭔가 뒤에서 컨트롤을 하려는 것도 아니다. 내가 바라보는 이상적인 투자자-경영진의 관계는 상호 존중하는 파트너십이다. 주요 사안들에 대해서 같이 의논하고 머리를 맞대고 결정하는 파트너. 그러기 위해선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

튜터링 팀과는 정기적으로 1달에 1번, 혹은 늦어도 2달에 1번은 직접 만나서 회사 진행 상황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어떤 사람들은 이걸 ‘멘토링’이라고 부르는데 나는 그 단어를 잘 쓰지 않는다. 내가 누굴 가르치려고 만나는게 아니다. 파트너십인데 누가 누굴 가르치겠나? 보통 만나면 회사의 기본적인 숫자들을 리뷰한 후, 각종 현안들에 대해 토의를 한다. 매출 계획, 자금 집행 계획, 제품 전략 등에 대해 경영진의 의견을 듣고 내 생각도 피력하곤 한다. 일종의 약식 이사회 미팅이라고 봐도 좋다.

2017년 3월. 튜터링의 사무실이였던 위워크 을지로 점에서 두 대표님과 함께

튜터링 팀은 올해초 이런 미팅에서 2018년 100억 매출 목표를 제시했다. 100억이면 꽤 높은 숫자였지만, 난 그런 공격적인 목표 설정이 좋았다. 스타트업이라면 당연히 그래야 한다. 성장세가 좋았기 때문에, 팀이 집중해서 실행하고 마케팅에 좀 더 투자를 하면 못할 것도 없어 보였다. 나는 투자자로서 100억 목표 열렬히 지지했고 꼭 달성하시라고 당부드렸다 ^^

2017년 9월에는 튜터링이 빅베이슨을 통해 TIPS프로그램에 지원했는데 무사히 한번에 통과가 되었다.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심사위원들 앞에서 튜터링의 기술적인 측면에 대해 발표해야 했는데, 나름 새로운 경험이였고 결과가 좋아서 뿌듯했다. TIPS를 통해 튜터링은 2년간 정부로부터 기술개발 지원금으로 5억원을 받게되어 R&D에 탄력을 받을 수 있었다.

몇달전에는 튜터링의 사업개발을 직접 도와준 일도 있었다. EnglishinKorean 을 만드시는 마이클 선생님을 콜드 이메일을 통해 직접 만나서 설득하였고, 튜터링과 콘텐츠 제휴및 마케팅 협업을 성사시켰다. 내가 보기에 마이클 선생님은 영어회화에 관한한 최고 양질의 콘텐츠를 가진 분으로서, 튜터링 팀과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봤다.

<그리고 M&A 까지>

튜터링이 이름이 점차 알려지면서 많은 분들의 관심을 받았다. 특히 튜터링으로 중국어 공부를 하시는 임정욱 센터장님이 페이스북에 몇 번 공유를 해주셔서 입소문이 나는데 큰 도움이 된 것 같다.

2018년 상반기에는 튜터링에 인수제안을 하는 회사들도 꽤 여러곳 있었는데, 반가운 징조이긴 하지만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었으므로 개인적인 생각으론 아직 때가 아니라고 봤다. 한편으론 이렇게 인수제의가 여러곳에서 들어오다보면 생각보다 빨리 엑시트가 될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도 들었다.

올해 봄쯤부터는 튜터링이 본격적인 확장을 위해 후속투자 유치를 하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에 마켓디자이너스에서 강한 의지를 보이며 인수 제안을 줬다. 협상은 빠르게 진행되었고, 결국 두 회사가 한배를 타기로 양측이 합의했다. 빅베이슨은 다소 설명이 복잡한 이해상충문제로 인해 캐쉬아웃을 해야했고, 투자금의 몇배를 회수하는 선에서 마감이 되었다. 투자기간이 1년 반이 채 안되기 때문에 수익률 관점에서는 아주 좋은 편이지만, 아쉬움은 늘 남기 마련이다. VC는 업의 특성상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10배, 20배 수익을 내는 홈런을 노려야 하기 때문이다.

<맺는말>

튜터링이 이만큼 성장한 것은 오롯이 창업자들을 비롯한 임직원들의 밤낮없는 노고 덕택이다. 나는 운좋게 훌륭한 창업자를 만나 옆에서 응원해 드릴 기회를 얻은 것이다. 가끔 잘되는 스타트업을 두고 ‘내가 키웠다’는 표현을 서슴없이 쓰는 투자자도 있는데 솔직히 듣기에 거북하다. 투자자가 창업자를 키우는게 아니다. 창업자는 스스로 성장한다.

튜터링은 앞으로도 훨씬 큰 성장을 할 것이라 믿는다. 합병으로 인해 빅베이슨과의 공식적인 관계는 일단락 되었지만, 두 창업자분들과 나와의 개인적인 인연은 아마 오래 갈 것이다. 그랬으면 좋겠다.

About Phil Yoon

Founding Partner at Big Basin Capit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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