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코파운더인가?

폴 그램 (Paul Graham, 와이 콤비네이터 창시자)은 코파운더 (co-founder, 공동창업자)의 관계에 대해 함축적으로 이렇게 표현한 적이 있다. (출처1, 출처2)

“It’s like marriage, but without the fucking” (결혼 같은겁니다. 단, 섹스는 없는 결혼이요)

즉, 결혼생활처럼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게 되고 공동운명체가 되지만, 섹스나 로맨스 같이 즐거운 요소는 별로 없고, 주로 고난의 길만 같이 걷게 된다는 뜻이리라. 그만큼 공동창업 한다는 것은 깊은 관계를 맺는 것이고 어렵고 힘든 일이다. 단순히 월급받고 스타트업에 조인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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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잘 된다 싶은 스타트업이 나오면 스스로 그 회사의 코파운더라 칭하는 사람들이 생긴다. 내가 보기에  여러 정황상 초기 직원 (early employee) 혹은 핵심 인재 (key talent)는 될지언정 공동창업자는 아닌데, 본인 PR 욕심이 과해서인지 본인의 이력에 그렇게 주장하는 사람들이 종종있다. 우리나라보다 셀프 PR이 더 일반화된 미국에서 그런 일을 더 자주 보는것 같다.

코파운더라는게 무슨 CEO나 CTO 처럼 회사의 공식 직함이 아니다보니 약간 명예스런 타이틀 느낌도 있다. 그렇다고 아무에게나 그 명예가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설령 회사의 CEO가 한참뒤에 조인한 인재에게 “당신도 코파운더로 쳐줄께” 라고 말한다고 그 사람이 코파운더가 되는 것도 아니다.

그럼 누가 코파운더인가? 모든 초기 멤버가 동시에 시작하는게 아닐 수 있으니 경우에 따라 애매할 수도 있고, 코파운더를 어떻게 정의할지 여러가지 관점이 있을 수 있다. 아래 정리한 내용은 내가 VC를 10년째 해오면서 본 경험을 토대로 형성한 순수 개인적인 관점이다. 어느 한가지 조건이 절대적일 수는 없고, 다 상대적일 수 밖에 없다. 즉, 아래 질문이나 조건에 대해 거의 다 Yes 라고 말할 수 있으면 그 사람은 코파운더로 불릴 자격과 요건이 된다고 봐도 좋다고 본다.

[외적인 조건들]

  • 초기에 월급을 받지 않고 상당기간 (수개월이상) 일했나? — 보통의 경우 처음에 창업하면 돈이 별로 없기 때문에 제대로된 외부 펀딩을 받기까지 창업자들은 월급을 받지 않고 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초기 자본금에서 월급을 가져가더라도 이전 직장에서 받던 연봉과는 비교할 수 없는 최저임금 수준으로만 가져가는게 일반적이다.  시세에 준하는 월급을 보장받고 회사에 조인했다면 그 사람은 공동창업자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
  • 지분 (common stock)을 가지고 있는가 아니면 스톡옵션 (stock option)을 가지고 있는가? — 공동 창업자들은 보통 초기에 상호간의 합의(주주간 계약서등)에 의해 지분을 나누게 된다. 어떻게 지분을 나누는게 좋은건지는 또 굉장히 복잡한 문제라서 여기서는 다루지 않겠다. 아무튼, 공동창업자이고 핵심인물로 인정 받는다면 10%이상 의미있는 지분을 가질 가능성이 많다 (외부 투자등으로 희석되기 전). 반대로 스톡옵션을 보장받고 조인한 사람은 코파운더라고 보기 어려울 것이다.
  • 1주일에 보내는 시간 — 회사에 매일 출근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사업 초기에 아이디어나 기술을 제공했다는 이유로 코파운더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는데, 개인적인 생각으론 파트타임 코파운더는 좀 말이 안되는 것 같다. 아이디어나 기술보다 훨씬 중요한게 그걸 제품으로 구현해내고 사업적으로 실행해 내는거다. 일주일에 40시간 이상 풀타임으로 일하는게 아닌 사람에게는 코파운더가 아닌 더 적합한 타이틀이 있을 것이라 본다.

 

[내적인 조건들] — ‘조건’이라기 보다 스스로에게 던져볼만한 질문들

  • 스스로 동기부여가 되어있나? — 이건 예전에 장병규 대표님이 하신 이야기이다. 공동창업자는 스스로 동기부여가 되어있는 사람이다. 만약 CEO가 당신에게 ‘우리가 열심히 일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면 당신은 코파운더가 아니라 그냥 직원일 것이다.
  • 회사 사정이 어려워질 때 드는 생각? — 회사가 어려울때 이를 악물고 한건이라도 더 매출을 내려하고, 한푼이라도 더 펀딩을 받아 오려고 애쓰고 있다면 그 사람은 코파운더일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더 늦기 전에 이직 기회를 알아봐야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면 아마 직원일 것이다.
  • 야근이나 주말 근무 후 드는 생각? — 금요일 저녁, 친구들은 모두 어딘가에서 화려한 불금을 보내고 있지만, 본인은 사무실에서 배달음식 시켜 먹으며 야근을 하고 있다. 자정무렵 집으로 돌아가며 오늘 성취한 일에 뿌듯하고 심지어 주말인 내일 할 일까지 기대가 되면 코파운더일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오늘도 뭔가 희생했다는 느낌이라면 아마 코파운더는 아닐 것이다. (야근은 한국에서 많은 이에게 굉장히 민감한 문제로, 스타트업이라고 임직원의 야근이 당연시 되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니 오해 없기 바람)

코파운더가 아니라고 해서 회사에 대한 공헌도가 떨어지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에릭 슈미트는 구글의 코파운더가 아니고 나중에 CEO로 영입된 사람이지만, 그가 구글의 성공에 끼친 영향력이나 공헌도를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그래도 코파운더인 사람은 코파운더인 거고, 아닌사람은 아닌거다.

사족: 이 글은 관점에 따라서 논란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는걸 안다. 그리고 누군가를 염두하고 쓴 글은 절대 아니니 오해나 상상이 없었으면 좋겠다. 어차피 코파운더라는 것을 완벽히 정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서 다양한 관점과 의견이 가능할 것이다. 예외적인 경우도 많을 것이다. 이 글은 초기 투자자 관점에서 바라본 내 개인적인 생각의 정리이고, 다른이의 의견도 들어볼 기회로 봐주면 감사하다.

About Phil Yoon

Founding Partner at Big Basin Capit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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