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조언을 가려듣는 법

창업가는 하루에도 크고 작은 여러 결정을 내려야 한다. 사무실 집기 구매같은 소소한 것에서부터 제품 전략이나 핵심 임원 채용 같은 중대한 문제까지 말이다. 이런 사안들에 대해 혼자 고민하기 버거우면 주위의 자문을 구하게 되고,  또 창업가들은 가만히 있어도 주위에서 이런 저런 훈수 두는 사람이 많기 마련이다. 친구나 지인들은 물론, 어쩌다 명절때 만난 삼촌까지  “그 사업은 이렇게 이렇게 해야 잘 될것 같은데~” 라며 한마디씩 거두기 일쑤다. 나에게도 “요새는 바이오가 핫 하다는데 윤대표도 그쪽에 투자해야 하는것 아냐?” 라는 말하는 분이 몇몇 있었다. 다 좋은 뜻이지만 그걸 다 따를 수는 없다.

남의 말을 귀기울여 듣는 것은 귀를 막고 사는 것보다 훨씬 잘하는 거다. 문제는 넘쳐나는 조언과 훈수 속에 뭘 택하고 뭘 버려야 하는지 애매하다는 것 (누구 장단에 춤을 추란 말인가 참조). 남의 조언을 잘 듣고 취할 것은 취하고 버릴 것은 버린후, 그 내용을 내재화해서 내 행동과 결정에 적용하는 것은 결국 창업가의 몫으로 고스란히 남는다. 나도 많은 분야의 사람을 만나고 그들의 지혜를 구하려 애쓰는 편인데, 타인의 말을 가려 듣는 내 나름의 기준은 다음과 같다.

1. 말하는 분이 해당분야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인가? 

너무나 당연한 기준이다. 동네에서 자영업에 종사하시는 삼촌에게 우리 회사 해외진출 전략에 대해 조언을 들을 수는 없는 일이다. 나도 창업가에게 이사회 멤버로서 조언해줄 때 늘 조심하려 한다. 예를 들어, 회사가 새로 출시한 모바일 앱에 대해 내가 일반 사용자로서 사용해보고 느낌이나 피드백을 줄 수는 있지만, 나는 UI/UX 전문가가 아니라는 점을 경영진에게 미리 상기시켜 준다. 반대로 투자에 관해서는 거의 10년째 이 업을 하고 있어 경험도 많고 내 전문 분야라고 할 수 있으니 후속 투자 유치등에 관해 말할때는 좀 더 힘 주어서 목소리를 내곤한다. 암튼 해당분야에서 경험이 많은 사람에게서 듣는 말이 제대로 된 조언일 가능성이 높다. (어떤 사람이 정말 해당 분야에서 믿을만한 전문가이냐를 판단하는 것은 또 창업가의 몫으로 남는다)

2. 말하는 분이 어떤 bias (편견, 편향)를 가지고 있지는 않은가?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옛말이 있다. 아무리 전문가라 하더라도 본인이 속한 단체나 이익관계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은 어느 정도 bias 가 되어 있게 마련이다. 예를 들어, 맥도날드 사장은 햄버거에 관해 세계적인 전문가 이겠지만, 그 사람에게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햄버거가 뭐냐고 물어보면 당연히 맥도날드라고 할 것이다 (내 주관적인 견해론 Shake Shack 이나 Five Guys가 훨씬 맛있다).  어떤 조언을 들을 때 그 사안에 대해 중립적인 위치에 있는 사람에게 ‘사심없는’ 견해를 들을 수 있다면 참 좋다. 물론 전문가일수록 해당 분야에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완전히 중립적인 스탠스를 가진 사람을 찾기는 쉽지 않다.

쓰고보니 상식적인 이야기처럼 보이긴 하지만, 리마인더 차원이라고 봐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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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스타트업이 돈을 아껴야 하는 이유

초기 스타트업은 왜 돈을 아껴야 할까?

뭐 쉽게 생각하면 스타트업은 보통 돈이 늘 부족하기 마련이니 돈 아끼는게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좋은 이유는 초기 스타트업이 지불하는 비용은 뭐든지 비싸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이 지불하는 비용이 비싸다니 그게 무슨 소린가? 스타트업은 물건 살 때 바가지라도 쓴단 말인가?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이런 저런 경로로 투자를 받게 마련이다. 투자를 받기 위해서 회사의 주식(equity)를 팔게 된다.  그런데 초기 스타트업은 주식을 낮은 가격에 팔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모든 비용이 비싼거나 마찬가지다.

쉬운 예를 들어보자. XYZ라는 스타트업이 10만주 (10%의 지분에 해당)를 팔아서 1억원을 투자 받았다고 가정하자. 주당 가격은 1천원인 셈이다. 이 투자 받은 돈으로 사무실에 놓을 100만원 짜리 고급진 책상과 의자를 샀다고 하자.  XYZ는 이 책상과 의자를 사기 위해 회사 주식 1000주를 쓴 것이다. 나중에 이 회사가 잘되서 주당 가치가 100배 상승했다고 가정해 보자 (실제로 주당가치 100배 상승이 되는 경우도 스타트업에선 꽤 있다). 그럼 결국 이 XYZ 회사는 책상과 의자를 구입하는데 미래가치 1억원 (100만원의 100배)을 쓴 셈이다.

자, 당신은 정말 1억원 짜리 책상과 의자 세트를 구입하고 싶은가? 아니면 IKEA가서 1천만원짜리로 퉁치고 나머지 9천만원은 세이브할텐가?

물론 이렇게만 생각하면 100만원짜리 컴퓨터 한대를 사려도 1억원일테니 돈을 쓰기가 힘들 것이다.  훌륭한 인재를 영입하거나, 꼭 필요한 물품을 사는데 에 돈을 쓰지 말라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초기 창업자라면 모든 가격표에 곱하기 100을 해서 볼 필요가 있다. 특히 자신의 회사가 향후 100배 성장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모든 가격에 0을 두개 더 붙이고 나면, 사무실에서 굴러다니는 5천원짜리 소모품도 아껴 쓸 수 밖에 없다.

Series A 투자를 규모있게 받은 회사라면 모든 가격표에 곱하기 10 정도 하면 될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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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하기에 적합한 나이는 존재하는가?

(이 포스팅은 일반화의 오류로 점철된 글 임을 미리 밝혀둡니다)

투자자로서 창업자의 나이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다소 민감한 문제다. 대략 경력을 듣고 얼굴을 보면 짐작할 수 있지만, 처음 피칭하는 창업자에게 대놓고 나이를 물어 보는 경우는 거의 없다. 특히 미국 회사들은 채용 인터뷰에서 나이를 물어보는 것도 불법이고, 채용후에도 나이로 차별하는 경우가 드러나면 소송감이라는 것을 알기에 더 조심하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투자일을 하면서 갖은 연령대의 창업자를 만났다. 실제 투자한 기업들 중에도 20대 청년 창업자 부터 40대 중반까지 나름 꽤 스펙트럼이 있다.  어찌 생각하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니 중요하지 않다고 볼 수도 있다. 소비자들이 어떤 제품을 쓸때 그 회사의 창업자가 누군지, 몇살인지 웬만해선 알지도 못하고 신경 쓸 이유도 없다. 예를 들어, 실리콘밸리의 유니콘으로 촉망받는 Slack이라는 회사가 만든 협업 소프트웨어를 한국에서도 많이들 쓰는데, 그 창업자가 73년 캐나다 출생으로 43세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드물것이다. 하지만 비지니스를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그 과정이 복잡하고 고되기 마련인데, 그 도전의 과정에 나이라는 것이 좋든 싫든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는건 어쩔 수 없는 현상같다.

그럼 본론에 들어가면서 누구나 직관적으로 이해할만한 그래프를 한번 생각해보자.

age graph

먼저 이 그래프에는 일반화의 오류가 많다는 점을 일러둔다. 환갑의 나이에도 마라톤 완주하는 분도 있는가 하면, 20대중에도 만성피로에 시달리며 에너지=0에 가까운 청년도 있으니까 말이다. 그렇긴 해도 대부분의 사람이 어느정도 이 트렌드를 따라가기 마련이므로, 한가지씩 살펴보자.

<경험, 지식>

본인이 창업하려는 분야에서 경력을 쌓은 경우 대부분 많은 도움이 된다.  해당 업계의 배경지식은 물론 실무 처리해 본 경험은 좋은 자산이 된다. 그리고 꼭 같은 분야가 아니더라도, 일반 직장생활은 여러모로 소중한 경험이 된다. 다른 사람과 잘 협력하는 법, 깔끔하게 소통하는 법, 팀을 리드하는 법, 프로젝트 관리하는 법, 고객 상대하는 법 등등 이런 모든 것들 (soft skill이라고도 한다)이 학교에서 배우지는 않지만 아주 중요한 것들이고, 창업자로서 회사를 키워나가는데 중요한 밑거름이 된다. 나이가 들수록 보통 이런 저런 경력들이 쌓이게 되고, 여기서 체득한 경험, 지식, 스킬등은 더 ‘준비된 창업가’로서의 자질을 만들게 마련이다.

<네트워크>

세상에 내 혼자 힘으로 다 하는 사업은 없다. 반드시 누군가의 도움을 받게된다. 보통 많은 이의 도움을 받게되고, 훌륭한 사람들의 도움을 많이 받을수록 사업 성공확률이 높아진다고 볼 수도 있다.  유능한 개발자를 회사로 영입하는 일이라든지 영업에 필요한 고객 정보를 얻는 것이라든지 남의 도움이 필요한 일은 무궁무진하다. 나이가 들고 경력이 쌓이면 보통 아는 사람이 많아진다. 분명히 유리한 점이다. 예를 들어 구글과 파트너쉽을 끌어내고자 할때, 구글에 다니는 친한 친구가 담당자를 소개해주는 것과 콜드 이메일을 보내서 혼자서 어떻게 뚫어보려는 것은 천지차이다.

<체력>

사업이 올림픽도 아닌데 웬 체력이야기를 하냐고 물을수도 있지만, 실제로 매우 중요하다. 창업을 한다는 것은 정신적 육체적으로 매우 피곤한 일이다. 언제 고생이 끝난다는 보장도 없어서 더 힘들다.  초기 창업팀들을 보면 주당 80-100시간 일하는 이들도 흔하다. 장기간 이렇게 많은 시간을 일하려면 우선 열정이 있어야 하겠지만,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열정은 잠깐 타다 꺼지는 성냥불이나 마찬가지다. 개인차는 있겠지만 운동과 식사등을 신경써서 관리하지 않으면 보통 30대중반 넘어가면서 체력이 슬슬 떨어지기 시작한다. 한번 밤샘이 엄청난 부담으로 다가온다. 창업 초기에는 회사의 온갖 문제를 해결해야하므로 잡일이 엄청 많기 마련인데 나이가 들 수록 엉덩이가 무거워지고 귀찮은게 많아진다. 20대때보다 부지런해지기 쉽지 않다.  물론 운동을 열심히 해서 체력유지를 할 수 있겠지만, 아이러니인게 나이가 들수록 바쁜일은 더 많아지고 운동할 시간 내기는 더 어렵다 (물론 핑계다). 암튼 밤낮 가리지 않고 뛰어다닐 수 있는 리더의 체력은 중요한 자산이다.

<가용시간>

나이가 들면 대부분 삶이 복잡해진다. 결혼과 육아, 부모님 봉양, 주위의 경조사, 친구, 챙겨야 하는 사람, 만나야 하는 사람, 새로생긴 취미 등등 인간적인 삶을 영위하는데 드는 물리적 시간이 보통 나이가 들면서 늘어나게 마련이다. 그만큼 사업에 몰두할 시간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싱글 시절에는 맘놓고 주말에도 일할 수 있었어도, 결혼하고 아이가 생기고 나서 주말에 회사나가려면 뭔가 남편/아내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 물론 무턱대고 오랜시간을 일하는 것보다 스마트하게 효율적으로 일하는게 중요하지만, 리소스가 턱없이 부족한 스타트업은 보통 많은 물리적 시간을 투자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나이가 들어 삶이 복잡해지면 시간만 모자르는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신경이 분산되기 마련이다. 사업말고도 신경써야 할일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가족 돌보는 일등을 제껴두고 모두 사업에 몰두해야 한다는 의미는 절대 아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동시에 저글링(juggling) 해야하는 일들이 보통 많아진다는 현실은 인식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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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도대체 몇살때 창업을 하는 것이 좋단 말인가? 정답은 없다. 이상적으로야 본인이 열정을 느끼는 분야에서 일정기간 동안 다른 회사에서 많은 학습을 거치며 경험치와 네트워크를 충분히 쌓은후 아직 체력과 가용시간이 철철 넘쳐날때 창업하는게 좋겠지만, 사람일이 어디 그렇게 수학 방정식처럼 딱 떨어지던가. 각자 처한 개인사정도 다르고, 또 ‘시장의 기회’라는 놈은 내가 경력 쌓을때까지 기다려주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도 한가지 생각해 볼 것은 ‘경험’이란 것의 상대적 중요성이 아닐까 한다. 이미 존재하는 기존 시장, 기존 산업군에서 경쟁하는 사업이라면 상대적으로 창업자의 경험이 매우 중요할 수 밖에 없다. 예를 들어 이제 대학교를 갓 졸업한 청년이 실무경험 없이 반도체 회사를 창업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반대로, 완전히 새로 생기기 시작하는 산업에 도전하는 경우는 경험이라는 것이 별로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어차피 그걸 해 본 사람이 세상에 몇 없으니 말이다. 빌 게이츠나 스티브 잡스가 창업하던 시절의 PC 산업이 그러했을거고, 90년대 한국에서 태동한 인터넷 회사나 온라인게임 회사들도 이에 해당할거다. 어차피 다들 처음해보는 거라 출발선이 비슷하다면, 체력좋고 다른일에 신경쓸 일이 없는 똑똑한 청년들이 모인 팀이 경쟁력이 있을 수 밖에 없다.

글 서두에 ‘소비자는 창업자의 나이에 관심도 없고 신경쓰지 않는다’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 근데 이게 어찌보면 매우 비정한 현실이기도 하다. 어쩌면 시장은 당신이 최고의 지식+경험+네트워크를 동원해 마라톤선수의 체력을 가지고 무한대 가용시간을 투자해 최고의 제품과 서비스를 내놓길 바라고 있기 때문이다. 비정하게 들릴지 몰라도, 창업팀의 약점이나 사정을 ‘이해’해주면서 만족하기 힘든 제품에 돈을 지불하는 커스터머는 없다. 이 글의 의도는 나이 적은 창업자 혹은 나이 많은 창업자의 의지를 꺾으려는 게 아니다. 다만, 창업이란 것도 한 개인의 커리어중 일부라는 관점에서 스스로 ‘지금이 적기인가’라는 질문을 던져볼 필요는 있다. 시장은 나의 개인 사정을 전혀 봐주지 않는 냉혹한 곳이기에 지금 내가 가진 능력치(경험, 네트워크, 체력, 가용시간등)가 얼만큼 경쟁력있는 것인지 냉철히 바라봐야 한다.

그리고 결론은 각자 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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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페이스북에서 배우는 ‘아하 모먼트’

(이 글은 A dozen things I’ve learned from Chamath Palihapitiya about Investing and business 에서 주요 내용을 발췌하고 요약했으며, 내 개인적인 의견을 가미하였음)

Chamath Palihapitiya

Chamath Palihapitiya

페이스북의 초기~성장기라고 볼 수 있는 2007년쯤 페이스북의 성장을 담당한 부사장이 있었다. 이름은 Chamath Palihapitiya 이고 당시 공식 직함은 VP of Growth, Mobile & International 이였다.  본래 스리랑카 태생인 Palihapitiya는  어려서 캐나다로 이민왔으며 젊은 나이에 AOL에서 승승장구 하다가 저커버그의 부름을 받고 페이스북으로 이직하였다.  2007년부터 약 2011년까지 페이스북의 성장과 해외진출을 책임진 임원으로 큰 성공을 거두며 부와 명예를 획득한 후, 지금은 벤처투자자로 변신해 맹활약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에서 꽤 유명한 인물인데,  개인적인 생각으론 이름이 너무 어려워 그의 명성이 입소문 타는데 좀 불리함을 겪는것 같다.

그가 몇몇 강연이나 인터뷰에서 밝힌바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당시 오로지 한가지 핵심 목표에 집중하고 또 집중했다고 한다.  그것은 바로

“모든 신규 사용자에게 10일내로 친구 7명을 찾아준다”

라는 그들만의 지상과제였다.  그의 팀은 온갖 실험과 측정끝에 사용자가 10일내에(원래 알던) 친구 7명과 페이스북에서 연결되는 순간 떠나지 않고 남는다는 걸 알아냈고,  이것이 그들의 진정한 ‘아하 모먼트(A-ha moment, 깨달음의 순간)’가 되었다. 그 후로 페이스북은 모든 회의나 사내 Q&A에서 딴거는 다 제쳐두고 이것만 팠다. 수익화 이야기는 나오지도 않았고, 플랫폼사업 구상 같은 것도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CEO를 비롯한 전 임직원이 하나의 잣대를 기준삼아 전력질주 한 셈이다.

“10일내 친구 7명” 지표가 더욱 빛을 발하는 이유는 이게 페이스북의 핵심가치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지금이야 페이스북을 한가지로 설명하긴 어렵지만, 초기 페이스북의 핵심가치는 뭐였을까? 아마 오프라인에서 아는 친구들과 연결해서 사진 공유하고 서로 소식도 주고 받는게 아니였을까? 사용자 입장에서 단기간내에 친구를 7명이나 찾아서 그들의 사진과 소식을 접할 수 있다는 것은 무척 반가운 일일테니 페이스북에 다시 방문하게 되는 건 당연한 일이였을거다.  페이스북의 핵심목표가 “월 몇 %성장” 혹은 “매출 몇억 달성” 같은 공급자 입장의 언어가 아니라, 사용자 입장에서 느끼는 가치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건 정말 훌륭한 교훈이다.

Palihapitiya의 부연설명을 들어보면, 대부분의 회사들이 일일 사용자수 (DAU), 초대장 발송 수 같은 것을 측정하고는 있지만 이게 제품의 핵심가치와 직결되는 지표가 아니면 의미없고, 오히려 (엉뚱한 지표는) 독이 된다고 경고한다. 잠깐 단순하게 생각해 봐도 어떤 유틸리티 앱이 있을때 다운로드수가 많다고 그 자체가 사용자인 나에게 별다른 가치가 있는 건 아니니 그의 주장에 수긍이 간다. 그에 따르면 많은 회사들이 어떤 지표가 제품의 핵심 가치를 직접적으로 반영하는지 모르고 있고, 따라서 아하모먼트를 한번도 경험하지 못하게 되며, 제품은 정체되고 만다.

이쯤에서 창업자라면 생각해 볼 문제:

  • 우리 회사는 현재 어떤 지표를 측정하고 있나?
  • 그 지표는 우리 제품의 핵심 가치를 직접적으로 반영하고 있나?
  • 그 지표를 찾았다면, 그걸 끌어 올리기 위해 얼만큼 집중하고 있나?
  • 그 지표를 못찾았다면, 그걸 찾을때까지 끊임없는 실험과 노력을 기울일 용의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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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st Seven Jobs

요새 미국 소셜미디어에서 자신의 첫 7개 직업이 무엇이였는지 밝히는게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해쉬태그 #firstsevenjobs).  내 첫 직업들은 뭐였었나 생각해 봤는데, 별로 재미있는 아르바이트를 많이 못해 본 것 같다. 10대 후반이나 20대 초반에 돈 아니라 경험을 위해서라도 좀 더 다양한 일을 해봤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아무튼 내 첫 7개 직업은 아래와 같다.

  • 과외교사 – 대학 1학년때부터 용돈 벌 요량으로 주로 고등학생들 영어, 수학등 방문지도. 한 학생당 일주일에 두번가고 매번 2시간 정도는 했던것 같음. 어떤 학생은 잠실 올림픽 선수촌 아파트에 살아서 학교에서 가려면 1시간도 넘게 걸렸는데, 그래도 부모님에게 손벌리기 싫어서 마다 않고 열심히 벌었음.  한 학생당 40만원 정도 받았던 것 같은데 당시로선 짭잘한 수입.
  • 도서관 수위 – 대학시절 미국 University of Maryland에 교환학생 비스무리한 것으로 1년 다닌 적이 있는데, 파키스탄 룸메이트가 추천해준 꿀 알바. 공식 명칭은 ‘Student Police Aide’로 학생 신분이지만, 동네 경찰과 교신할 수 있는 무전기를 공급받고 교내를 순찰하는 직업. 영어 못해도 문제 없었음. 내가 주로 근무한 곳은 학교 도서관 출입구에서 책 훔쳐나가는 사람 없나 감시하는 일. 실제 그런일이 거의 없기 때문에 자리에 앉아서 책 읽거나 숙제하면서 자리만 채워도 시간당 약 6불 받았던 기억. 가끔 저녁에 캠퍼스 순시하고 있으면 학생들이 내가 경찰인줄 알고 이런저런 신고나 부탁을 해서 웃겼음 ^^ (이 학교 주변 물정은 미국온지 3달된 나보다 니가 더 잘 안다구 ㅋㅋ)
  • 통역 – 한국에 돌아와서 복학후, 출장나온 미국인들 통역 알바를 함. 주로 해당 미국인의 호텔에서 한국 회사들에 대신 전화 걸어주는게 임무였고, 종종 비지니스 미팅에 따라가서 서툰 영어로 통역. Broken English였지만 뜻만 통하면 별로 개의치 않는 눈치였고, 오히려 내가 한국에서도 영어를 계속 연습할 수 있어서 좋았음. 친구들에게도 소개시켜 줘서 재미있게들 알바 뜀. 어린나이였지만 이런 중개사업을 해볼까 하는 생각도 잠깐 했었는데.
  • 대기업 인턴 – 대학 4학년 학사 일정을 겨울에 마치고 유학을 떠나기전 공백기간이 약 7개월은 족히 되므로 뭔가 해야할 것 같아서 대기업 인턴을 신청. 모기업 전자회사 였는데, 나름 전자공학도 출신이라 의미있는 일을 할 줄 알았지만, 막상 5개월동안 한 일은 오전내내 타이핑 (책을 워드로 옮기는 일) 내지 복사같은 잡일. 물론 오후엔 시뮬레이션같은 것도 돌렸지만 일이 너무 단조롭다고 느낌. 기업문화도 숨막힐 것 같았음. 얻은 것이라곤 ‘나는 대기업과 잘 안맞는구나’ 하는 사실을 일찍 깨달은 것.
  • 연구 조교 (Research Assistant) – CMU로 유학온게 98년 이였는데 당시 IMF 여파로 살인적인 환율에도 유학을 나올 수 있었던 것은 학교에서 Research Assistant 자리를 주며 학비와 생활비를 보조해 줬기 때문. 직업이라고 하기는 좀 힘든게, 그냥 교수님의 지도를 받으며 석사 대학원생으로서 당연히 해야할 연구를 하는 것. 행정 잡일은 전혀 없었음.  매달 세금 제하고 $1100(약 120만원)정도의 월급을 받았는데, 당시에 와이프와 같이 살던 원베드 아파트 렌트비가 $605불 이였고, 나머지 $500불로 둘이서 어떻게든 한달을 살아보려 발버둥 쳤다 ㅎㅎ
  •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 CMU에서 석사를 졸업하고 얻은 첫 직업. Neolinear라는 피츠버그 소재 스타트업으로, 반도체 디자인 CAD 툴을 만들었다. 당시 개발자로서 나의 코딩 실력은 내가 봐도 참 형편없었는데, 단지 컴싸 전공자들 보다는 반도체를 좀 안다는 구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다행히 골치아픈 C++는 많이 안써도 되었고, TCL이나 LISP류의 스크립트 언어로 근근히 먹고 살 수 있었음
  • 애플리케이션 엔지니어 –  위 회사에서 CMU 출신의 동료 개발자 들의 솜씨를 보자니 거의 넘사벽 수준이였음. 일예로 바로 내 옆자리 친구는 Caltech학부와 CMU대학원을 나왔는데, 코딩 짜는 속도가 내 타이핑 속도보다 빨랐음 (절대 과장 아님). 당장 짤리지는 않겠지만 장기적으로 내 실력으론 경쟁력이 없다는 걸 깨닫고, 코딩 많이 안해도 되는 애플리케이션 엔지니어가 되기로 자원. 주로 커스터머 만나서 지원해주고 문제도 해결해 주고 교육도 하는 일. 기술적인 일이지만 회사 밖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개발 이외의 세상에 눈을 뜨게한 좋은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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