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

영화 <기생충>에서 송강호가 아들에게 감탄하듯 뱉어낸 말이다. 블랙 코미디 성격이 강하지만, 짧고 강렬한 메시지라서 그런지 명대사 중 하나로 많이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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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는 참 힘든 시기다. 지금도 힘들지만 앞으로 코로나 사태가 어떻게 펼쳐질지 모르는 불확실 때문에도 힘들다. 10여년 동안 많은 수의 스타트업 대표님들과 일을 해 보면서 느낀게 있는데, 사업을 잘 하시는 대표님들을 보면 여러가지 불확실한 변수에 대해 계획을 미리 짜 놓는다는 것이다. 제품을 출시했을때 시장 반응이 좋았을 경우는 어떻게 하고, 그렇지 않을 때는 어떻게 대처한다는 것과 같은 기본적인 계획을 말한다. 이게 아주 상식적이고 당연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사실 구체적인 시나리오를 설정하고 그에 대한 계획과 준비를 실천하는 CEO는 생각보다 드물다.

많은 경우 Plan A만 바라보고 열심히 달린다. 열심히 달리다 보면 좋은 결과가 있겠지 라는 간절한 마음과 함께. 열심히 달리는 것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본인과 팀의 ‘열심’과는 상관 없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기 때문에 경영자는 항상 리스크를 생각해야 한다.

한가지 예를 들어 보겠다. 어떤 스타트업 대표가 펀딩을 나선다고 가정했을때 다음과 같은 시나리오가 가능할 것이다.

  • Plan A: 원하는 목표금액 30억을 펀딩 받아, 개발자도 충원하고 마케팅도 늘려서 내년까지 매출 3배 성장하겠다.
  • Plan B: 30억 펀딩이 여의치 않으면 좀 더 낮은 밸류에 10억을 펀딩 받아 최소한의 인력만 뽑고, 매출 20% 성장을 꾀하며 다음번 도약의 때를 기다리겠다.
  • Plan Z: 펀딩이 아예 안될경우, 당장 수익이 나지 않는 사업은 철수하고 인력 감원해서 현금이 바닥 나기전에 BEP를 맞춰 일단 생존한다.

사람의 본성이란게 잘 안풀리는 경우를 계속 상상하고 싶어하지 않기 마련이다. 특히 스타트업을 하는 창업자들은 낙관적인 성격을 가진 분이 많으니 Plan A가 잘 풀릴거라고 믿고 거기에 몰빵해서 정진하는 습성이 강할 수 있다. Plan Z는 상상만 해도 괴롭다. 나와 같이 일하는 동료를 내보내야 할 상황을 머릿속에 그리는 일이니 얼마나 괴롭겠는가. 허나 그 괴로운 경우에 대한 생각을 해야하는게 CEO의 임무다. 그것도 미리미리.

한가지 결과 — 그것이 제품이든, 펀딩이든 –로 인해 회사가 죽느냐 사느냐와 같은 구조가 되는 것은 바람직 하지 않다. ‘배수의 진’을 치고 사력을 다했더니 대박이 났다 같은 이야기는 드라마에서나 재미있는 소재가 될 수 있을지 몰라도, 현실에서는 그런 길을 피할 수 있으면 피해야 한다.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도 이런 말을 했다.

I don’t believe in the bet-the-company bets. (회사의 사활을 거는 베팅 같은건 믿지 않는다)

아마존도 실험정신이 뛰어난 회사이기 때문에 이런 저런 시도 (혹은 삽질) 많이 했고 망한 것도 많다. 대표적인게 Fire Phone 이라 불리던 스마트폰이다. Fire Phone 이 망했다고 아마존이 망했나? 전혀 그렇지 않다. 그게 망해도 안전하게끔 다 구조를 만들어 놓고 한거다. 물론 대기업이니까 그게 가능했을거다. 하지만 베조스는 왠지 초창기 스타트업 때부터 저런 리스크 관리를 해왔을 것으로 짐작한다.

어떤 사업이라도 리스크가 없을 수는 없다. 스타트업의 경우는 특히 이런 저런 리스크가 클 수 밖에 없다. 간혹 언론에는 창업자가 리스크테이킹을 좋아하는 사람처럼 비춰지기도 하는데, 영민한 CEO는 사업성공을 위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리스크를 하나씩 하나씩 줄여가는 사람이다. 현금흐름 이슈가 있을거 같으면 펀딩이나 대출을 미리미리 확보한다든지, 6개월후 개발속도에 문제가 있을지도 모르면 개발자 인력 후보를 미리미리 섭외해 둔다든지 와 같은 일들 말이다.

벼랑끝 상황이 오기 전에 미리미리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에 대해서 계획을 세워두는 것. 그게 CEO의 임무다.

4 thoughts on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

  1. 스타트업을 준비하려는 대학생입니다 너는 다 계획이 있구나 라는 대사를 떠올리며 올해의 계획을 적다가 이 글을 발견하게 되었네요 어떤 변수든 맞설 수 있는 계획을 준비하는 자가 성공한다! 분명 당연한 말인데 창업하면 한 우물 파는 사람들이 많다보니..인지를 못하는 창업자들이 충분히 많을 것 같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2. 스타트업을 준비하려는 대학생입니다 너는 다 계획이 있구나 라는 대사를 떠올리며 올해의 계획을 적다가 이 글을 발견하게 되었네요 어떤 변수든 맞설 수 있는 계획을 준비하는 자가 성공한다! 분명 당연한 말인데 창업하면 한 우물 파는 사람들이 많다보니..인지를 못하는 창업자들이 충분히 많을 것 같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혹시 괜찮으시다면
    /*사업을 잘 하시는 대표님들을 보면 여러가지 불확실한 변수에 대해 계획을 미리 짜 놓는다는 것이다. 제품을 출시했을때 시장 반응이 좋았을 경우는 어떻게 하고, 그렇지 않을 때는 어떻게 대처한다는 것과 같은 기본적인 계획을 말한다. 이게 아주 상식적이고 당연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사실 구체적인 시나리오를 설정하고 그에 대한 계획과 준비를 실천하는 CEO는 생각보다 드물다.*/
    부분을 제 올해의 계획이 담긴 글에 참고하여 작성해도 될까요? 허락해주시면 블로그 주소도 남기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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