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코파운더인가?

폴 그램 (Paul Graham, 와이 콤비네이터 창시자)은 코파운더 (co-founder, 공동창업자)의 관계에 대해 함축적으로 이렇게 표현한 적이 있다. (출처1, 출처2)

“It’s like marriage, but without the fucking” (결혼 같은겁니다. 단, 섹스는 없는 결혼이요)

즉, 결혼생활처럼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게 되고 공동운명체가 되지만, 섹스나 로맨스 같이 즐거운 요소는 별로 없고, 주로 고난의 길만 같이 걷게 된다는 뜻이리라. 그만큼 공동창업 한다는 것은 깊은 관계를 맺는 것이고 어렵고 힘든 일이다. 단순히 월급받고 스타트업에 조인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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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잘 된다 싶은 스타트업이 나오면 스스로 그 회사의 코파운더라 칭하는 사람들이 생긴다. 내가 보기에  여러 정황상 초기 직원 (early employee) 혹은 핵심 인재 (key talent)는 될지언정 공동창업자는 아닌데, 본인 PR 욕심이 과해서인지 본인의 이력에 그렇게 주장하는 사람들이 종종있다. 우리나라보다 셀프 PR이 더 일반화된 미국에서 그런 일을 더 자주 보는것 같다.

코파운더라는게 무슨 CEO나 CTO 처럼 회사의 공식 직함이 아니다보니 약간 명예스런 타이틀 느낌도 있다. 그렇다고 아무에게나 그 명예가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설령 회사의 CEO가 한참뒤에 조인한 인재에게 “당신도 코파운더로 쳐줄께” 라고 말한다고 그 사람이 코파운더가 되는 것도 아니다.

그럼 누가 코파운더인가? 모든 초기 멤버가 동시에 시작하는게 아닐 수 있으니 경우에 따라 애매할 수도 있고, 코파운더를 어떻게 정의할지 여러가지 관점이 있을 수 있다. 아래 정리한 내용은 내가 VC를 10년째 해오면서 본 경험을 토대로 형성한 순수 개인적인 관점이다. 어느 한가지 조건이 절대적일 수는 없고, 다 상대적일 수 밖에 없다. 즉, 아래 질문이나 조건에 대해 거의 다 Yes 라고 말할 수 있으면 그 사람은 코파운더로 불릴 자격과 요건이 된다고 봐도 좋다고 본다.

[외적인 조건들]

  • 초기에 월급을 받지 않고 상당기간 (수개월이상) 일했나? — 보통의 경우 처음에 창업하면 돈이 별로 없기 때문에 제대로된 외부 펀딩을 받기까지 창업자들은 월급을 받지 않고 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초기 자본금에서 월급을 가져가더라도 이전 직장에서 받던 연봉과는 비교할 수 없는 최저임금 수준으로만 가져가는게 일반적이다.  시세에 준하는 월급을 보장받고 회사에 조인했다면 그 사람은 공동창업자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
  • 지분 (common stock)을 가지고 있는가 아니면 스톡옵션 (stock option)을 가지고 있는가? — 공동 창업자들은 보통 초기에 상호간의 합의(주주간 계약서등)에 의해 지분을 나누게 된다. 어떻게 지분을 나누는게 좋은건지는 또 굉장히 복잡한 문제라서 여기서는 다루지 않겠다. 아무튼, 공동창업자이고 핵심인물로 인정 받는다면 10%이상 의미있는 지분을 가질 가능성이 많다 (외부 투자등으로 희석되기 전). 반대로 스톡옵션을 보장받고 조인한 사람은 코파운더라고 보기 어려울 것이다.
  • 1주일에 보내는 시간 — 회사에 매일 출근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사업 초기에 아이디어나 기술을 제공했다는 이유로 코파운더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는데, 개인적인 생각으론 파트타임 코파운더는 좀 말이 안되는 것 같다. 아이디어나 기술보다 훨씬 중요한게 그걸 제품으로 구현해내고 사업적으로 실행해 내는거다. 일주일에 40시간 이상 풀타임으로 일하는게 아닌 사람에게는 코파운더가 아닌 더 적합한 타이틀이 있을 것이라 본다.

 

[내적인 조건들] — ‘조건’이라기 보다 스스로에게 던져볼만한 질문들

  • 스스로 동기부여가 되어있나? — 이건 예전에 장병규 대표님이 하신 이야기이다. 공동창업자는 스스로 동기부여가 되어있는 사람이다. 만약 CEO가 당신에게 ‘우리가 열심히 일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면 당신은 코파운더가 아니라 그냥 직원일 것이다.
  • 회사 사정이 어려워질 때 드는 생각? — 회사가 어려울때 이를 악물고 한건이라도 더 매출을 내려하고, 한푼이라도 더 펀딩을 받아 오려고 애쓰고 있다면 그 사람은 코파운더일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더 늦기 전에 이직 기회를 알아봐야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면 아마 직원일 것이다.
  • 야근이나 주말 근무 후 드는 생각? — 금요일 저녁, 친구들은 모두 어딘가에서 화려한 불금을 보내고 있지만, 본인은 사무실에서 배달음식 시켜 먹으며 야근을 하고 있다. 자정무렵 집으로 돌아가며 오늘 성취한 일에 뿌듯하고 심지어 주말인 내일 할 일까지 기대가 되면 코파운더일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오늘도 뭔가 희생했다는 느낌이라면 아마 코파운더는 아닐 것이다. (야근은 한국에서 많은 이에게 굉장히 민감한 문제로, 스타트업이라고 임직원의 야근이 당연시 되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니 오해 없기 바람)

코파운더가 아니라고 해서 회사에 대한 공헌도가 떨어지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에릭 슈미트는 구글의 코파운더가 아니고 나중에 CEO로 영입된 사람이지만, 그가 구글의 성공에 끼친 영향력이나 공헌도를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그래도 코파운더인 사람은 코파운더인 거고, 아닌사람은 아닌거다.

사족: 이 글은 관점에 따라서 논란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는걸 안다. 그리고 누군가를 염두하고 쓴 글은 절대 아니니 오해나 상상이 없었으면 좋겠다. 어차피 코파운더라는 것을 완벽히 정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서 다양한 관점과 의견이 가능할 것이다. 예외적인 경우도 많을 것이다. 이 글은 초기 투자자 관점에서 바라본 내 개인적인 생각의 정리이고, 다른이의 의견도 들어볼 기회로 봐주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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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비앤비 초창기 일화들

우버(Uber)와 에어비앤비(AirBnB)의 일대기를 그린 업스타트(The Upstarts)라는 책을 읽고 있다. 에어비앤비 초창기 일화들은 실리콘밸리에서 워낙 유명해서 여러 기사나 풍문으로 토막토막 접했는데, 책으로 보니 쭉 스토리로 연결되는게 마치 무협지를 보는 듯한 매력에 빠져든다.

upstarts

이 책은 우버 이야기를 하는 챕터와 에어비앤비를 다룬 챕터로 양분되어 있고, 우선 에어비앤비 부분을 골라서 쭉 읽었다. 에어비앤비의 일대기중 사실 나에게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아주 초창기에 창업자들이 어떻게 시작했고 어떤 결정들을 내렸으며 어떻게 성장했는지에 관한 부분이다. 후반부로 갈수록 각종 규제와 맞서 싸우는 이야기들도 있는데, 난 직업탓인지 초창기에 있었던 삽질이나 어려움 극복해 간 이야기가 제일 재밌다. 아래는 이 책 내용중 인상 깊었던 장면들을 중심으로 발췌및 요약하고 내 설명을 더한 것이다.

<오바마 씨리얼>

obama_oj

에어비앤비 창업자들이 초창기 춥고 배고프던 시절 궁여지책으로 2008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오바마 씨리얼’을 만들어 팔았다는 유명한 전설이 있다. 그만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살아남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 일화로, 이 창업자들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살아남는 ‘바퀴벌레’라는 별명도 얻게 된다. 이 책에 의하면 처음엔 창업자들이 씨리얼 만드는 식품회사 (켈로그, General Mills)들과 협업을 통해 공식적인 제품을 만들려고 했었다. 그쪽에 전화해서 열심히 설명했지만, 담당자들은 조금 듣다가 그냥 말도 없이 전화를 끊었다고 한다. (난 이 장면이 상상되서 얼마나 웃기던지 ㅎㅎ 아마 그 담당자들은 에어비앤비 창업자들이 완전 똘아이들이라고 생각했을거다.) 결국 이들은 수퍼마켓에가서 씨리얼을 왕창 사다가 오바마 그림을 프린트한 박스에 재포장을 하는 노가다를 택한다. 심지어 아주 흥겨운 가락의 씨리얼 로고송 같은것도 작사 작곡해서 유튜브에 올렸다고 한다 (유튜브 뒤져보니 이게 정말 있다! 링크). 당시는 Y Combinator (액셀러레이터) 들어가기도 전인 극초기로써, 이들을 믿고 지지해 주는 사람이 거의 없었는데, 한명 있었다면 엔젤 투자자이자 멘토역할을 했던 마이클 싸이벌(Michael Seibel)이라는 사람이었다. 근데 싸이벌 아저씨마저도 이 씨리얼 이야기와 로고송 이야기를 듣고 황당해서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고 한다 ㅋㅋㅋ.  역시 일반 사람들이 세상을 바꾸는 일 (= 미친짓)이나 그 초석을 닦는 일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건 아니다.

<Y Combinator>

줄여서 YC라고도 불리는 이 액셀러레이터는 폴 그램이라는 사람이 시작했고 에어비앤비, 드랍박스 같은 걸출한 스타트업을 양성해내서 유명해지게 되었다. YC가 잘되면서 폴 그램도 ‘실리콘밸리의 요다 (스타워즈 캐릭터)‘ 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명성을 얻었는데, 사실 그도 상식적인 사람이라 모르는 사람에게 내 집한켠을 내주는 사업아이디어에 상당히 회의적이였다. 그럼에도 그들을 배치팀으로 뽑아준건 순전히 그 씨리얼 이야기를 듣고 감명 받아서였는데, YC에 들이고 나서도 계속 그 비지니스 모델에 대해 의구심이 많았다 한다. 당시에 에어비앤비 싸이트가 론칭되고 뉴욕에서 40명 정도 호스트가 반신반의 하면서 방을 올린 시점이였는데, 체스키를 비롯한 창업자들은 폴 그램에게 하나라도 더 배우려고 기회가 될때마다 끊임없는 질문을 던졌다고 한다. 폴 그램은 질문을 듣다가 “여기 왜 이러고 앉아있냐. 뉴욕에 호스트들이 있다면 당장가서 만나보라”라고 주문했다. 그 이후로 체스키와 게비아는 주말마다 뉴욕으로 가서 호스트들 챙기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서비스를 발전시켜 나갔다. 실리콘밸리에서 비행기로 편도 5-6시간 걸리는 거리라서 주말마다 동부로 간다는게 말처럼 쉬운일이 아니였을거다. 현장에서 그들은 여행객들의 관심을 끌려면 멋진 방 사진이 절대적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호스트들에게 전문 사진사를 보내게 된다. 언제나 그렇듯이 컴퓨터 화면 앞에서 짜는 전략은 개뿔. 정답은 현장에, 고객에 있다.

<써코야 캐피탈의 투자>

써코야 캐피탈은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 명성의 벤처캐피탈 회사인데, 그 회사의 McAdoo라는 파트너가 에어비앤비에 기관투자자로서 첫 투자를 하게된다. $585,000 (약 6억원 상당)을 투자하고 지분 20%를 획득했다. 이 지분가치가 2016년 기준으로 $4.5billion (약 5조원)이 되면서 써코야 역사상 최고 수익률을 냈다고 한다 (구글에 투자한 실적보다도 높다니 말 다했다).  지금은 2016년보다도 기업가치가 더 올랐으니 지금까지 들고 있다면 아마 1천배 이상 벌었을것 같다. 부럽다 ㅎㅎ. 써코야가 간단히 손쉽게 돈을 꽂아 대박낸 것은 아니고, 투자 전부터 McAdoo가 어떻게 창업자들과 관계를 쌓았고 투자후에도 이런저런 활동을 통해 지원했는지 나오는데, 읽어보면 괜히 써코야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투자쪽에 있는 사람이면 찾아서 읽어볼만 하다.

<절약정신>

씨리얼 일화에서도 알수 있듯이 에어비앤비 창업자들의 절약정신은 남달랐다. 창업자 3명중 한명인 Nathan Blecharczyk(당시 24세)라는  해커 기질의 개발자가 전체 싸이트를 혼자서 모두 코딩해내서 초기에 한동안 개발 인력을 따로 뽑지 않았다. 심지어 고객지원 담당인력도 안뽑아서, 고객문의 전화는 언제나 창업자 게비아의 핸드폰으로 연결되었다. 투자후 6개월이 지나고 나서야 첫 풀타임 엔지니어를 1명 고용했다고 하니 얼마나 고르고 골라서 택한 사람이였을지 상상이 간다.  추후에 직원이 늘어 10명이 되었지만, 사무실 없이 창업자들의 아파트가 사무공간이였고 한켠에는 매트리스가 있었다. 채용인터뷰는 보안을 위해 아파트 층계에서 해야했고, 중요 전화는 화장실에서 받았다.  팔고남은 씨리얼로 연명했던 시절도 있던 창업자들이니 이정도는 어찌보면 놀랍지도 않다. 암튼 돈을 벌기 전까지는 다소 극한체험에 가까운 절약정신으로 회사의 생존 가능성을 높였다.

이외에도 에어비앤비 숙소에서 일어난 사고들에 어떻게 대응했는지, 로켓인터넷 같은 카피캣 회사들에 어떻게 대응했는지, 전세계 도시의 각종 규제에 어떻게 맞섰는지등 흥미로운 내용이 많다. 정말 배울게 많은 회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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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비앤비 창업자들: Joe Gebbia, Nathan Blecharczyk, and Brian Ches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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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를 잘 이용하는 법

아마존의 일대기를 그린 책 Everything Store 라는 책 86페이지에 보면 이런 대목이 있다.

“Bezos deployed Doerr to talk to Howard Stringer at Sony America, but he got nowhere” (베조스는 도어를 하워드 스트링거 소니 미국 지사장에게 보내 이야기를 나누게 했지만, 성공적이지는 못했다)

이 대목의 배경은 1999년에 아마존이 온라인에서 전자기기 상품 판매를 준비중이였던 때다. 아마존은 제품을 공급해줄 소니 같은 회사를 모집하고 있었고, 소니는 과연 온라인에서 제품을 판매하는게 현명한가를 재고 있었다. 여기 등장하는  베조스는 누구나 다 아는 아마존 창업자/CEO 이고, 존 도어 (John Doerr)는 클라이너 퍼킨스의 전설적인 VC로 아마존의 초기 투자자였다. 베조스는 다소 민감할 수 있는 소니 사장과의 미팅에 도어를 보낸것이다. 베조스가 당시에 바빠서 그랬던 것일수도 있고, 도어가 스트링거 사장과 친분이 있어서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일수도 있다. 책의 작가는 ‘deployed’ 라는 표현을 썼다. 전투기를 출격시킬때도 이 말을 쓰는데, 한마디로 믿을만한 인물이였던 도어를 소니로 ‘출격시켰다’라고 이해해도 좋을듯 하다. 이 대목을 읽으면서 베조스는 역시 투자자를 ‘특사’처럼 잘 이용할줄 알았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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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창업자는 투자자를 너무 어려워해서 연락 자체를 부담스러워 하기도 한다. 반대로 어떤 창업자는 투자자가 연락해오는 것을 ‘간섭’이라고 여기고 싫어하기도 한다. 둘 다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 긴밀한 협력관계를 만들어서 회사를 잘 되게 하는게 가장 좋다.

그럼 창업자 입장에서 어떻게 투자자를 잘 ‘활용’해서 도움을 이끌어 낼 수 있을까? 투자자들마다 성향도 다르고 하니 내가 모든 투자자를 대변한다고는 절대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스타트업에 10년째 투자해오고 있는 사람으로서 몇가지 팁을 공유하려 한다.

일단 투자자가 회사를 잘 도와줄 수 있으려면, 투자자가 이 회사의 상황을 잘 알아야 한다. 뭘 만들고 있는지, 어떤 시장인지,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어떤 stage 인지 등등. 이 부분은 창업자가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투자자에게 정보공유를 잘 해줘야 가능해진다 (물론 투자자도 회사를 잘 알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많은 경우 월간 업데이트나 전화/대면 미팅을 정기적으로 하면 많이 해소된다.

또 좋은 도움을 이끌어내려면 창업자는 투자자라는 직업의 특징을 잘 이해해야 한다. VC와 같은 전문 투자자라면 보통 여러개의 회사와 관계를 맺고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한 회사에 대해 일주일 내내 고민하기 힘들다. 많은 경우 짧은 단위(몇시간~반나절)로 도와주고 다음 회사일로 넘어가기 마련이다. 그래서 도와줄 수 있는 일의 깊이가 얕아 보일수도 있지만, 반대로 장점도 있다. 투자자는 도처에 아는 사람이 많다. 회사가 필요한 중요한 커넥션을 많은 시간을 들이지 않고 연결해 줄 수도 있다. 그리고 각종 회사의 이런 저런 케이스를 많이 봐왔기 때문에 어떤 현안에 대해서 짧지만 직관적이고 임팩트 있는 의견을 줄 수도 있다.

아래는 몇가지 바람직한 도움 요청의 예와 그렇지 못한 예를 적어 본 것이다.

<전략 고민>

  • No Good: 우리회사 글로벌 진출 전략좀 짜주세요
  • Good: 이번에 동남아 진출 가능성을 가늠해 보기위해 이런저런 시장 조사를 해보았는데, 조만간 한번 같이 논의했으면 합니다

<사람 소개>

  • No Good: 사업을 같이 해나갈 코파운더급 인재를 찾습니다. 똑똑하고 열정많고 성격도 좋은 사람좀 찾아주세요
  • Good: 이번에 우리가 E-commerce 업체들과 이런 제휴를 해보려 하는데 이분야 사업개발쪽에 아는 분이 있으면 소개좀 해주세요

<후속 펀딩>

  • No Good: 3개월후면 돈이 바닥날것 같은데 어떡하죠?
  • Good: [고구려창투] 회사가 우리회사 같은 분야 투자에 적극적이라고 하니 fit이 맞을것 같은데 소개해 주실수 있으신지요?

<피드백 요청>

  • No Good: 회사 소개자료에는 무슨 내용을 넣어야 하나요?
  • Good: 회사 소개자료 초안을 첨부와 같이 작성했습니다. 한번 리뷰해 주시고 의견 주시면 좋겠습니다.

<HR 이슈>

  • No Good: 새로 팀장 한명을 영입했는데 스톡옵션 몇주를 주면 될까요?
  • Good: 직급에 따른 2018년도 스톡옵션 발행 계획 초안을 마련중인데 조만간 같이 리뷰를 원합니다

위의 예시에서 No Good 에 적은 것들은 대부분 창업자나 경영진이 1차적으로 직접 풀어내야 하는 ‘숙제’와 같은 것이다. 글로벌 진출에 대해 투자자가 경영진의 1차적인 시장조사나 향후 계획을 들어보고 의견을 주거나 다른회사의 예를 공유하며 지혜를 나눠줄 수는 있지만, 몇날 몇일 동안 경영자 대신 전략을 대신 짜 줄 수도 없고 또 그래서도 안된다.

투자자에게 도움을 요청할때 한가지 주의할 점은 배경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다. 투자자가 월간 미팅등을 통해서 회사 상황은 큰그림에서 이해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창업자가 갑자기 네이버 광고팀을 소개해달라고 하면 왜 이런 요구가 나오게 되었는지 그 구체적인  context는 잘 모를 수 있다. 그래서 앞뒤 배경을 잘 설명해야 한다. 당연한 이야기인데 생각보다 이부분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창업자는 하루종일 그 문제에 묻혀서 살다보니 그런 것일수도)

전문 투자자는 회사의 이런 저런 현안에 대해 조언을 해줄 수도 있고, 필요한 사람을 소개해 줄 수도 있으며, 때에따라 후속펀딩이나 M&A 같이 중요하거나 민감한 건에 대해서는 ‘특사’처럼 발벗고 직접 뛰어줄 수도 있다. 이렇게 긴밀한 협력관계를 이루기 위해선 창업자와 투자자가 서로를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하고, 그 출발점은 꾸준한 커뮤니케이션이다.

그래서 말인데 투자자가 이메일 보내면 짧게라도 답해주시라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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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모르는 영어 단어들

어제 저녁에도 그랬다. 간만에 네식구가 모여서 DVD로 영화를 보는데, 식구들은 다 알고 나만 모르는 영어 단어가 나와서 또 좌절했다.

어제 본 영화는 2016년 개봉작 <매그니피센트 7> 이라는 일종의 리메이크 서부 영화였는데, 초 호화급 캐스팅으로 화제가 된 영화이기도 했다. (덴젤 와싱턴, 크리스 프랫, 이썬 호크, 이병헌 등)

주인공인 덴젤 와싱턴이 나쁜놈에게 ‘여기서 빨리 썩 꺼져!’ 라는 의미로 “Git!” 이라는 말을 내뱉었다. 전후 사정상 대충 그런뜻인것 같았지만, 아무래도 단어는 처음보는 것 같았다. 내가 git라는 단어를 볼때 머리속에 떠오르는 건 영화분위기와 전혀 상관없는 Github 웹사이트 밖에 없다.  같이 영화 보던  아이들(미 고등학생)은 물론이고 미국서 초등생 시절만 보낸 와이프도 단어뜻을 알고 있었다.  아이들은 ‘아빠는 이런 것도 모르냐~’는 핀잔도 함께 날려준다. 날 쳐다보며 피식 웃는 아들놈의 썩소 속에는 우월감과 쾌감이 그득하다.  (그 나이때는 왜 아빠를 이기는데서 즐거움을 느낄까?). 그래 이것들아… 무식한 아빠를 용서해 다오 우쒸 ㅠㅠ

GIT. 흠…스펠링도 딸랑 알파벳 3글자 밖에 안되고 누구나 다 아는 말 같은데, 영어 공부를 그렇게 오래 했음에도 난 왜 이 단어를 몰랐을까? 들어봤는데 스치고 지나간걸까? 아이들의 핀잔까지 들으면 나는 또 으례 나 나름대로의 항변을 한다.

“아빠 고등학교때 영어공부 진짜 욜씸히 했거든? 근데 이런 단어는 한국에서 절대 안가르쳐 줬다고!”

미국으로 건너온지가 만 19년이 되어가기 때문에 ‘고등학교때 어쩌구’ 운운하는 것은 아주 빈약한 변명밖에 안된다는 것은 내가 더 잘 안다.

실은 쉬워보이는 영어 단어 몰라서 당황스러웠던 것은 예전부터 자주 겪은 일이다.  아이들이 훨씬 어렸을때 봤던 그림동화책에도 제대로 모르거나 처음보는 단어는 즐비했다. 다시말하지만 이 책들은 아마 만 2-3세용 ‘그림책’이였다. 나비도 날아서 놀러오고, 기어다니는 벌레가 말도하고, 상상속의 캐릭터들이 움직이는 그런 책들말이다. 한페이지에 문장은 한두개 씩 밖에 없었지만, 갑자기 flutter (나비같은 것들이 날개를 펄럭일때 쓰는 동사), mutter (낮은 목소리로 궁시렁댈때 쓰는 동사) 같이 평소에 못보던 단어들이 튀어나오면 책 읽어주다말고 잔뜩 긴장했다. 그림책이나 동화책으로 영어공부를 다시 시작하면 원어민에 좀 더 가까운 영어를 구사하게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현지에선 유치원생도 아는 말이지만 나만 몰랐던 단어들은 꽤 많았는데, 그 중 몇가지 생각나는 것만 적어보면,

  • puddle (퍼들) – 비오고 나면 길거리 곳곳에 물이 고여있을수 있는데 그런걸 말하는 명사
  • scrumptious (스크럼셔스) – 엄청 맛있다는 뜻의 형용사로 delicious보다 좀 뜻이 강함
  • skip (스킵) – 어른들은 뭔가 빼먹고 지나가다는 뜻으로 많이들 쓰지만, 아이들 입장에선 한발로 뛰는 ‘깽깽이’나 깡총깡총 뛰는 걸 뜻할 경우가 많음
  • rickety (리케티) – 뭔가 허접하고 곧 무너질것 같은 조형물 같은걸 표현할때 쓰는 형용사
  • purr (펄) – 고양이가 만족감을 표할때 낮게 내는 소리를 본뜬 의성어 (동사)

원래 이것 말고도 상당히 많았는데, 막상 기억해내려고 하니 쉽지 않다. 예전엔 공대 책들은 원서로 많이 봤고, 지금도 종종 영어로 쓰인 경영관련 책들을 읽지만, 해리포터 같은 책은 원서로 재미있게 볼 자신이 없다. 모르는 단어가 너무 많이 나올걸 알기 때문이다.

참 언어라는 것만큼 쉽고도 어려운게 없는것 같다. 언어를 생활로 접하고 배운 사람에게는 말처럼 쉬운게 없지만, 이걸 ‘외국어’입장에서 공부로 접근하는 사람에게는 참 어렵다. 영어를 배우기 시작한지 30년이 되어가고 나름 시간과 노력을 많이 들였지만, 아직 아이들 동화책만 봐도 모르는 단어가 나올 정도로 허점이 많다.

그래도 어쩌랴. 결론은 꾸준히 하는 수 밖에 없다. 한가지 방법은 원어민과의 접촉을 늘리는 일인데 한국과 같은 나라에서는 기회가 제한적일수 밖에 없다. 원어민과의 소통 기회를 틈틈히 가지고자 하는 분께는 튜터링 이라는 모바일 앱을 추천한다. 이걸 쓰면 아무때나 원하는 주제로 원어민 선생님과 실시간 대화를 나눌수 있으니 말이다 (깨알광고 ^^).

사족 – git는 나중에 찾아보니 영국쪽에서는 ‘얼간이’ 를 뜻하는 명사로 쓰이는 것 같고, 미국에서는 주로 남부등지에서 ‘빨리 떠나라’는 명령등을 할때 쓰는 속어 (동사)로 쓰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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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을 뽑는 나의 소박한 기준

한국에선 대선이 불과 몇 주 앞으로 다가왔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내가 옳네 네가 옳네 갑론을박이 치열하다. 토론을 떠나 지나치다 싶을 정도의 상호비방 공세를 보다보면, 나름 국가대표급 지도자란 사람들이 나와서 벌이는 한탕 진흙탕 싸움 같아서 ‘정치환멸’을 또 느끼게 된다 (그나마 다행인게 이번엔 선거기간이 짧아서, 더러운 싸움을 비교적 적게 보게 된다는게 위안거리).

그러나 어쩌랴. 민주주의에서 선거는 어쩔수 없이 존재해야 하는 것이고 이과정을 통해서 대통령을 선출해야 하는 것이니, 국민 각자가 나름 최선을 다해서 좋은 사람을 뽑아야 한다.  내가 대통령을 뽑는 기준은 딱 두가지다.

(1) 자질

특정 후보가 대통령이라는 직업을 잘 수행할 만한 사람인가라는 질문이다. 여기에는 사실 많은 것이 들어가 있다.  국가 지도자로서 국민들을 따뜻하게 품어줄 수 있는 성품은 물론, 국민들의 힘을 모으는 리더십, 정치성향이 다른 이들까지 안고 나갈수 있는 포용력도 필요하다.  또 현재 심각한 안보위기에 처해있는 만큼, 현명한 외교적 판단으로 나라를 위기에서 벗어나게 해줄수 있는 사람이여야겠고, 실업률이나 저출산, 환경오염 같은 산적한 많은 경제/민생 문제도 지혜롭게 풀 수 있는 사람이여야 한다. 그리고 이런 모든 문제를 혼자 다 도맡아 할수는 없을테니, 주변에 훌륭한 인재를 두고 팀을 꾸릴 수 있는 사람이여야 할테고, 국민과 잘 소통할수 있는 인물이면 좋겠다. 현실적으로 위에서 열거한걸 다 완벽히 해내는 수퍼맨 대통령은 불가능할테니, 내 개인적인 생각으론 이중 서너개에서 A가 예상되고 나머지는 B정도만 해도 대통령의 ‘자질’면에서 합격선은 된다고 본다.

(2) 자격

말 그대로 그 후보가 대통령이 될 만한 자격이 있는 사람인가를 물어봐야 한다. 이 ‘자격’이라는 것이 물론 주관적인 잣대이기는 하다. 대통령 후보가 비리나 큰 도덕적 결함이 없는 청렴한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동의하는 바 일것이다. 내생각엔 그것에서 더 나아가 그 사람의 과거 인생이 과연 남을 위해서, 또 국가를 위해서 헌신한 사람인가를 봐야 한다. 나같은 보통사람들은 대부분 먹고 살기 바쁘므로 자기 자신과 가족, 그리고 자신의 직업이나 사업을 위해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기 마련이다. 이런 사람들을 낮게 평가하는게 절대 아니다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은 늘 아름답다). 하지만, 국가의 지도자가 되려는 사람은 적어도 자신의 삶을 통해 본인보다 더 큰 공동체의 대의를 위해서 봉사하고 헌신한 사람이어야 그 자격이 있다고 믿는다. 어떤이는 지역사회에서 평생 공복으로 일하며 주민을 섬긴분도 있을테고, 약자와 소수의 인권을 위해 법정에서 싸운이도 있을 것이며, 과거 우리나라의 민주화를 위해 앞장서 나간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 방식이야 어찌되었든, 사익추구가 아닌 대의를 위해 헌신하신 분들, 다같이 행복하게 사는 세상을 위해 노력하신 분들이 대통령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각 후보들마다 현란한 공약들을 내세우며 주의를 끌지만, 실제 그 사람이 지난 3-40년간 어떤 길을 걸어왔는가를 잘 살펴보면 대통령의 자격에 대한 질문이 어느정도 해소될 것이다.

한국에도 똑똑하고 훌륭한 인재가 많기 때문에 ‘자질’만 살펴보면 대통령직을 원만하게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이 꽤 여럿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모두 대통령 자격이 있는 것은 아니다.  현행 민주주의 제도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대통령의 자격과 자질을 동시에 갖춘사람을 깊이 고민해 보고 뽑는 것이다. 좋은 대통령을 뽑는다고 우리나라가 갑자기 선진국이 된다거나 국민 모두가 잘먹고 잘살게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최근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지도자를 잘 못 뽑았을때 국민들이 입는 피해는 그야말로 참담하다. 정말 잘 뽑아야 한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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