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의 조직 쉽게 이해하기

이글에서 말하려는 회사 조직 이해하기는 순전히 내 개인적인 관점이다. 체계적인 지식은 경영학의 ‘조직관리’나 ‘인사관리’ 같은 과목에서 배울수 있겠지만, 배워도 금방 까먹게 되고 현실과 차이가 있는 경우도 많다. 나도 MBA할때 이런 과목을 이수하긴 하였으나 지금 기억에 남는건 수업이 무척 지루했다는 것 밖에 없다.

나는 한국에서의 직장생활은 잠깐의 인턴사원 시절빼고는 전혀 없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20명짜리 스타트업에도 있어봤고 8만여명 직원의 인텔에도 있어봤다. 물론 그 중간크기의 회사들에도 있어봤다. 내가 직접 경험한 회사들뿐 아니라 투자를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지켜보게된 회사는 훨씬 많다. 나는 이런 직/간접 경험을 통해 나름대로 회사 조직을 아래와 같이 아주 간단하게 3가지로 나누어 생각하게 되었다.

1) 만드는 조직 – 주로 R&D, 개발팀, 프로덕트팀 등으로 불리는 조직이다. 회사가 제조업이든 소프트웨어업이든 당연히 뭔가를 만들어야 한다. 좀 특수한 경우 (예를 들어 투자회사)를 제외하고는 웬만한 회사에는 뭔가 ‘만드는’ 조직이 있다. 인텔에는 수만명에 달하는 직원들이 칩설계를 하고 있고 많은 수의 공장 근로자들이 있다. 구글이나 페이스북같은 인터넷 서비스회사에도 당연히 코딩하고 테스팅하는 조직들이 있다. 치킨집을 한다고 해도 주방에서 누군가가 치킨을 구워야 한다. 대부분의 스타트업에서는 이 조직의 역량이 제일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보통 외주를 주기 어렵다.

2) 파는 조직 – 영업, 세일즈, 마케팅, 필드 엔지니어등이 대부분 여기에 속한다. 자동차 영업사원과 구글의 마케터는 역할이 많이 다르겠지만, 결국은 우리 제품을 사람들이 더 많이 사고, 많이 쓰게하는 게 목적이기 때문에 큰 관점에서는 한 범주에 넣을 수 있다고 내맘대로 생각한다. 이 조직에 있는 사람들은 물건을 만드는 사람에게 이런 저런 input을 줄 순 있지만 직접적으로 물건 만드는데 관여하지는 않는다. (관여할라고 하면 개발자들한데 ‘꺼지라’는 핀잔듣기 십상이다) 스타트업 초기에는 아직 팔 물건이 없는 경우가 많아서 이 조직이 간과되기 쉽지만, 제대로된 물건을 만들려면 잠재적 소비자를 만나서 그들의 의견을 제대로 종합/분석/전달해 줄 수 있는 사람이 꼭 필요하다. 즉 매출이 없거나 적을때도 이런 핵심적인 역할을 해 줄 사람 한두명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3) 서포트 조직 – 법무팀, 인사팀, IT, 재무팀등이 이에 속한다. Back office function이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주로 회사내에서 특정 서비스를 제공하는 임무를 띠게 된다. 대부분의 경우 회사의 핵심 역량과는 거리가 있으므로 외주를 줄려면 줄 수 있다. 예를들어 법률관계일은 대부분의 스타트업들이 초기에는 외부 변호사를 쓰게되고, 상장이 되거나 어느정도 규모가 되면 자체 법무팀을 꾸리게 된다 (일예로 삼성전자의 법무팀은 국내 웬만한 로펌보다도 크다고 함). IT 분야도 클라우드 컴퓨팅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outsourcing할 수 있는 길이 아주 많아졌다. 예를 들어 아마존의 AWS 같은 것을 쓰면 자체 서버관리등의 부담이 덜어지게되어, 인력이나 시설에 들어가는 초기 투자 비용을 아낄 수 있다. 암튼 서포트 조직은 비용과 여러 조건들을 고려하여 그때 그때 상황에 맞게 외주를 줄지 아니면 내부적으로 해결할지 결정하면 되는 경우가 많다.

위 세가지 조직에서 한가지 빠진 것이 있다면 제품을 ‘기획하는 조직’일 것이다. 즉 어떤 제품을 만들어서 어떤 시장을 공략할지를 정하는 일을 하는 부서일텐데, 회사에 따라서 ‘만드는 조직’에 편입되어 있는 경우도 있고, CSO 나 CTO 조직을 따로 두어서 별도로 운영하기도 한다. 회사의 운명을 결정지을 중요한 역할이여서 스타트업에서는 보통 CEO가 좋던 싫던 이 일을 할 수 밖에 없다. 회사가 커져서 전략 구상하는 조직이 따로 있더라도 결국은 CEO 책임이다.

써 놓고 보니 어찌보면 누구나 다 아는 걸 쓴것 같기도 하지만, 커리어 관점에서 한번쯤은 자기가 어떤 조직에 속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장기적으로 그 조직에 계속 남고 싶은지도 되씹어 보아야 한다. 나는 예전에 한번 같은 회사내에서 ‘만드는 조직’에서 ‘파는 조직’으로 이전한 경험이 있다. 누가 시킨건 아니였지만 그냥 그게 하고 싶었다. 처음엔 좀 낯설었지만 이내 적응이 되었다. 그리고 한가지 현실적인 팁을 공유한다면 회사내에서 높은 곳으로 올라가고 싶은 야망이 있는 사람은 되도록 만드는 조직 아니면 파는 조직에 있는게 유리하다. 써포트 조직에서는 한계가 많다. 적어도 미국에선 그렇다.

여담으로 스티브 잡스는 물건 파는데도 달인이였지만 주관심은 늘 ‘만드는 것’에 있었다. 그의 전기에 보면 그가 나름대로 생각해낸 ‘회사가 망해가는 길’에 관한 이론이 소개된다. 회사들이 보통 처음에는 좋은 물건 만들기에 치중하지만, 일단 시장을 장악하게 되면 회사내에서 디자이너나 엔지니어 같은 사람보다 매출을 크게 올릴수 있는 세일즈맨이 더 대우를 받게 되고, 제품에 대해서는 문외한인 세일즈맨들이 최고의 위치에서 회사를 경영하게 되어 결국 나락의 길로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럴듯한 이론이다. IBM, Xerox, 80년대의 애플이 그런 전철을 밟았고, 마이크로소프트도 같은 선상에 있다고 그는 지적하였다. 회사의 CEO라면 자신의 역량, 조직의 역량을 늘 염두해 두어야 한다. 만드는 조직이 강한회사로 키울 것인가 아니면 파는 조직이나 서포트가 강한 조직으로 키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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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Phil Yoon

Founding Partner at Big Basin Capit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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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Responses to 회사의 조직 쉽게 이해하기

  1. Jonggun Kim says:

    회사의 1차 목표가 ‘돈을 버는 것’이라고 본다면 1)번 2)번 조직이 그 목표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조직이네요. 그래서 그 조직들에서 커리어를 쌓아야 승진도 가능한 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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