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C에게 감흥을 주는 말, 그렇지 못한 말

직업상 회사소개서, IR자료, 사업계획서 등과 같은 문서를 아주 많이 접하게 되는데, 거의 매번 느끼는 것이 투자자 관점에서 필요없는 정보들이 참 많이 들어가 있다는 점이다. 창업자의 입장에서는 조금이라도 더 많은 정보를 전달해서 회사를 돋보이게 하고 싶겠지만, 투자자의 관심을 끄는데 별로 도움이 안되는 내용이 90%이다 보면 자료를 읽는것 자체가 고역이 되고 중요한 포인트마저 건성으로 지나치게 될 확률이 높아진다. 아래는 회사소개서나 투자자와의 미팅때 별로 도움이 안되는 말이나 데이터들의 예이다. 물론 VC들마다 견해가 다를 것이므로 아래는 개인적인 견해임을 미리 밝혀둔다.

  • “저희 회사는 무슨무슨 창업경진대회 우승등, 다양한 수상 경력이 있습니다”

각종대회에서 많은 수상을 한 팀에게는 좀 섭섭한 이야기 일 수 있으나, VC들은 경진대회 결과를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길어야 10분 남짓의 피칭을 듣고 두어개의 질문과 대답으로 그 회사나 창업자의 능력을 제대로 평가하기는 너무 어렵기 때문이다. 오히려 경진대회를 너무 많이 나가는 팀은 VC가 좀 이상하게 볼 수도 있다 (그 시간에 제품을 만들거나 파는게 더 나을수 있으므로). VC에게 감흥을 주는 데이터는 경진대회 수상경력이 아니라 고객이나 사용자에 관한 것이다. 어떤 고객이 어떤 이유로 얼마만큼의 돈을 내고 우리 제품을 쓰고 있는지가 VC입장에서는 어떤 트로피 보다도 중요하다.

  • “아래 리스트는 저희 회사의 화려한 어드바이저 분들입니다. 업계에서 내로라하는 분들이죠”

주위에 좋은 어드바이저가 있으면 좋은 조언을 듣고 배울수 있으니 좋지만, 역시 어드바이저는 어드바이저일뿐 그 사람이 사업을 하는게 아니다. 즉, 좋은 어드바이저는 창업자 자신에게 benefit이 있는 것이지, 유명한 어드바이저의 존재가 VC를 설득하는데 결정적인 도움을 준다고 보기는 어렵다. 어드바이저가 얼마나 유명한 사람인가보다는 창업자와 그 팀의 능력이 100만배 중요하기 때문에, 한정된 지면과 시간이면 창업팀의 백그라운드와 능력을 부각하는게 낫다.

  • “저희 회사에 투자하시면 몇년내로 몇배 이상의 수익은 내실 수 있을겁니다”

투자자의 돈을 책임지고(!) 벌어주겠다는 마음은 고맙지만, 이런말을 곧이 곧대로 들을 VC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벤처투자는 기본적으로 high risk 이기 때문에 이런 말은 의미도 없을 뿐더러, 괜히 말하는 사람의 신용만 갉아먹는다. 이 투자가 얼만큼의 리스크가 있고 얼만큼의 수익을 낼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것은 투자자의 몫이다. 사업가가 고민해야 할 것은 회사가 어떤 가치를 창출해서 어떻게 돈을 벌 것인가에 관한 것이다. 그것에 집중하면 사업가가 걱정 안해줘도 투자자들은 당연히 수익을 낸다.

  • 회사 연혁

회사가 언제 어디로 이사했고, 몇년도 몇월에 벤처기업 인증을 받았고, 언제 국책과제 업체로 선정되었고 등등, 이런 자잘한 회사 발자취는 나쁠건 없지만 투자자입장에선 그냥 필요 없는 것들이다. 이런 회사 연혁은 특히 국내 회사들의 IR자료나 웹사이트에 꼭 등장하는 것 같다. VC에게 중요한 것은 회사 연혁이 아니라 마일스톤이다. 즉, 언제부터 만들기 시작해서 언제 론칭했고, 언제까지 몇명의 고객/사용자를 모았으며, 향후 로드맵은 어떻게 되는가 하는 것이다.

  • 향후 5년 P&L

IT업종에서 5년은 거의 영원과 같은 시간이다. 한달 앞도 내다보기 힘든 스타트업이 향후 5년간 매출과 비용, 이익규모를 만원단위 까지 projection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보면 된다. 3년~5년 후의 상황에 대해 어떤 숫자를 제시해도 그건 ‘소설’임을 알기에 이런것에 큰 의미를 두는 투자자는 별로 없다. 단, 현재 매출이 있는 회사라면 내년 예상 매출 정도는 정확하진 않겠지만 ‘목표’ 차원에서 좀 의미가 있을까? 그 외에는 나는 거의 보지 않는다. 2년후도 예상하기 너무 어렵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사실 더 많이 있는데, 글도 길어지고 밤도 깊어지니 오늘은 이만.

 

창업자의 고민: 누구 장단에 춤을 추란 말인가

스타트업 창업자는 아마 하루에도 여러번 이런 저런 사람에게 조언을 듣게 된다. 같이 일하는 회사의 직원들은 말할 것도 없고, 투자자들, 멘토들, 심지어 가족이나 친구들도 다 도와주려는 마음에서 한마디씩 거들게 마련이다. 경영서적이나 강연 비디오, 각종 블로그, 칼럼 등만 봐도 창업자들을 위한 조언은 세상에 넘쳐난다. 문제는 이런 조언들이 서로 상충되는 것들이 참 많다는 것이다. 가상의 예를 들어 보자. 한 창업자가 전국민이 쓸 법한 범용 앱을 만들었다. 그랬더니 한 멘토가 이런 말을 한다.

“타겟 사용자층이 누구죠? 적은 수라도 코어 유저가 열광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말이 맞는 듯 하여, 대학생들을 대상으로한 특화된 앱을 만들었다. 그랬더니 한 투자자가 이런 말을 한다.

“전국에 대학생이 몇명이나 되죠? 타겟 마켓이 너무 작네요”

이런 과정을 몇번 겪으면 본래 인성 좋던 창업자도 성격 버리기 일쑤다. 흔히 보이는 상충되는 조언들 예를 몇개 더 들어보자.

(제품 방향성)

  • 처음 아이디어를 초지일관 밀어부치세요. 언젠간 세상이 알아주는 날이 올겁니다.
  • 요새는 린스타트업, MVP시대죠. 시장의 반응보고 빨리 피봇하세요

(로컬/글로벌)

  • 일단 한국 시장을 초토화 하고 글로벌로
  • 한국 시장은 너무 작으니 무조건 처음부터 해외로

(중국진출)

  • 중국시장은 한국 회사에겐 엄청난 기회입니다
  • 중국에 진출했던 모 회사는 IP만 도난당하고 결국 철수했습니다

(유료/무료)

  • 당신 회사의 서비스는 정말 훌륭해서 유료라도 다들 돈내고 쓸겁니다
  • 유료로 전환하는 순간 99% 유저가 떠날걸 각오하세요

(마케팅)

  •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마케팅에 돈을 써서라도 무조건 사용자층을 넓혀야죠
  • 밑빠진 독에 물붓기 식의 마케팅 하다 망한 회사가 하나 둘이 아니죠

(공동창업자 선택)

  • 본인이 가지고 있지 않은 능력과 스킬을 가진 사람을 공동창업자로
  • 능력이나 스킬보다는 눈빛만 봐도 마음이 통하는 친구같은 이를 공동창업자로

(투자 시점)

  • 제품을 만들고 투자를 받아야 제값을 받죠
  • 투자를 먼저 받아야 제품을 제대로 만들죠

대충 떠오르는 것만 적어봤는데, 아마 이외에도 수많은 예가 있을 것이다. 결국 정답은 없다. 양쪽의 말이 다 일리가 있고 진정어린 조언이기 때문이다. 창업자는 주위에서 끊임없이 들어오는 이런 input들을 내재화시켜 소화해내고, 여러 상황들을 종합하여 그 순간 최적이라고 믿는 길로 결정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창업자의 판단력(judgment)은 정말 중요하다. 멘토가 시키는 대로 그대로 하는 예스맨이 되어서도 안되고, 주위의 조언에 귀를 막아버린 독불장군이 되어서도 안된다. 즉, 각종 인풋 -> 내재화 -> 결정 -> 행동 이 과정을 현명하게 그리고 너무 스트레스 받지 않고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창업자가 되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변질되어가는 용어 (2): 플랫폼

“저희는 모바일 결제 플랫폼 회삽니다”

“오프라인 주문 및 배달 플랫폼을 론칭합니다”

“온라인 비디오 콘텐츠 관리 플랫폼을 만들고 있어요”

요새 스타트업들 만나면 ‘플랫폼’처럼 자주 듣는 단어도 드물다. 뭐를 만들고 있건간에 웬만한 회사는 모두 플랫폼이라고 주장한다. 뉴스 같은데서도 적당한 용어가 없으면 그냥 ‘머시기 플랫폼’ 회사라고 쉽게 불러버린다. 그냥 ‘앱 만드는 회사’나 ‘인터넷 서비스 회사’라는 말 보다는 ‘플랫폼 회사’라 하면 좀 있어보여서 그런가?

플랫폼이란 말자체가 나쁘다는건 절대 아니다. 사람마다 플랫폼이란 단어에 대한 정의가 좀 다를 수 있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플랫폼은 이렇다. 내가 만든 그 무엇 (하드웨어든 소프트웨어든)에 다른 회사들이나 외부 사용자가 잔뜩 몰려와서 유용한 무언가를 만들어서 올리고 거기서 새로운 가치가 창출되며 그안에서 크고 작은 생태계가 이루어지는거다. 너무 추상적인 말 같은데 아주 쉽게 몇가지 예를 들어보자.

아이폰은 거대한 플랫폼이다. 아이폰이라는 하드웨어+소프트웨어 결합체에 수많은 앱과 주변기기들이 새로운 유용성과 가치를 창출해내고 그 안에 생태계가 조성되었다. 카카오톡은 메신저로 가장 유명하지만 이제는 게임 플랫폼이기도 하다. 카카오톡이라는 플랫폼에 수많은 게임들이 얹혀져서 친구와 함께 즐기는 게임이라는 가치를 창출한다. 지금은 저물고 있지만 PC도 플랫폼이다. 몇십년간 수많은 사람들이 PC에서 구동하는 소프트웨어나 주변기기를 만들어내며 새로운 시장과 산업을 창출했다.

그럼 플랫폼이 아닌건 뭘까? 지금 내옆에 내가 아주 애용하는 스캐너가 하나 있는데, 이놈은 플랫폼이 아니다. 스캐너는 자체로 유용한 것이지 그 위에 뭘 얹고 붙여서 하는게 없다. 그런데 요새 스타트업 유행을 따르면 스캐너를 꼭 ‘문서 카피 플랫폼’이라 불러야 할 것 같다.

사실 자신을 플랫폼이라고 부르는 스타트업들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대부분 솔루션을 개발하는 회사다. 아까 맨위에서 가상의 예를 든 ‘모바일 결제 플랫폼’이라고 하는 회사는 그냥 ‘모바일 결제 솔루션’을 만드는 회사일 가능성이 높다. ‘콘텐츠 관리 플랫폼’ 회사도 뚜껑을 열면 아마 ‘콘텐츠 관리 솔루션’ 회사일거다. 그리고 그게 전혀 나쁜게 아니다. 나는 사실 엉성하게 플랫폼이라고 주장하는 회사보다는, 시장의 니즈와 문제를 정확하게 해결해주는 솔루션을 개발하는 회사가 더 맘에 든다.  즉, 플랫폼보다는 ‘문제해결’ 혹은 ‘미션’이 앞서야 한다고 본다.

현재 강력한 플랫폼을 가진 회사들이 어떻게 성장했는가를 보면, 그들은 초기에 플랫폼보다는 문제해결이나 미션을 달성하는데 더 초점을 맞추었다. 사람들이 열광하며 그 제품에 몰려들었고, 추가적인 기능과 API들이 붙고 앱개발자들이 생겨나며 자연스럽게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페이스북의 예를 들어보자. 지금의 페이스북은 게임, 미디어 공유, 로그인등과 같은 플랫폼을 구축했지만, 처음엔 그저 실제 생활에서의 친구를 온라인에서 잘 연결시켜주고 사진공유를 쉽게 해주는 핵심적인 미션에 집중했고, 사용자 수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써드파티 앱 개발자들도 몰려들었고 여러가지 연동기능 확장을 거듭하며 여기까지 왔다.

플랫폼이 플랫폼으로서의 가치가 있으려면 일단 사용하는 사람이 무조건 많아야 한다. 사람이 없는 플랫폼에 API가 있다한들 어느 개발자나 회사가 와서 새로운걸 만들겠는가? 사람을 많이 모으려면 차별화된 ‘킬러 프로덕트’가 있어야 하고, 초기 스타트업은 거기에 집중해야 한다. 그런게 없이 우리는 플랫폼 회사라고 백날 외쳐봐야 아무도 없는 썰렁한 플랫폼으로 끝나기 십상이다.

그럼 스타트업들은 왜 자꾸 플랫폼 회사를 꿈꾸고 심지어 시작부터 플랫폼 회사라고 우길까? (먼저 말하지만 플랫폼 회사로 성장하는게 나쁘다는게 아니다) 아마 플랫폼이 구축되면 내가 힘들이지 않고도 지속적으로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일종의 요행심리(?)가 작용하고 있지는 않을까? 즉, 내가 판만 만들어주고 다른 사람들이 여기와서 뭔가 만들고, 놀고, 지지고 볶고 그러면 나에게 지속적인 수입이 떨어질것 같은 그런 상상말이다. 물론 이런게 전혀 불가능한건 아니다. 실제로 앱스토어 예만 봐도 전체 매출의 30%를 플랫폼회사가 가져가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런 예는 정말 드물다. 앱스토어 플랫폼 이전에 스마트폰이라는 킬러 프로덕트가 있었음을 잊어선 안된다 (물론 앱스토어덕에 스마트폰의 가치가 몇배 상승하기도 했다).  ‘내 판’을 자꾸 플랫폼화 하기 이전에, 사람들이 왜 내 판에 와야하는지에 대한 이유가 확실했으면 좋겠다.

역시 오늘도 짧게 쓰려다 글이 길어졌다. 요는 (일반화의 오류가 있겠지만) 회사초기에 플랫폼 구축보다는 ‘핵심가치(core value)’나 ‘문제해결(solution)’이 우선이라는거다. 플랫폼은 남이 와주고 남이 인정해 주는 것이지 내가 외쳐봐야 허망한 메아리일 뿐이다.

변질 되어가는 용어 (1): 멘토

스티브 잡스는 스탠포드 졸업식 연설에서 자신이 애플에서 쫓겨난 후 허망한 마음에 평소 자신의 멘토 역할을 해주던 David Packard (HP 창업자)와 Bob Noyce (인텔 창업자)를 찾아간 일을 언급했다. 그들을 만나서 (다른 이야기도 했겠지만) 애플이란 회사를 완전히 망쳐버리게 된 걸 사과했다고 한다. 그의 자서전을 보면 잡스는 젊은 시절에 특히 Bob Noyce의 집에 연락도 없이 수시로 들락 거리며 밥도 얻어먹고 조언을 구했던걸 알 수 있다. 잡스를 Noyce에게 연결시켜 준 인물은 Noyce의 아내인 Ann Bowers 였다. Ann은 인텔의 인사담당으로 있다가 Noyce와 결혼한 후 인텔을 나와 애플로 옮겨간 인물로, 당시 혈기 넘치던 잡스에게는 차분한 어머니상과 같은 존재였다. 그녀의 증언에 따르면 Noyce와 잡스는 정말 온갖 주제에 관해 밤 늦게까지 이야기 나누기를 즐겼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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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국에 창업붐이 일면서 각종 스타트업 관련 행사도 많고, 이런 저런 곳으로부터 ‘멘토’로 초청받는 일이 있다. 보통 임무는 참가하는 몇몇 팀을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보고 이런 저런 조언을 해주거나 업계의 다른 사람들을 만날 수 있도록 연결시켜 달라는 것등이다. 보통 단기간 행사이기 때문에 오피스 아워처럼 한번만 만나고 마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끽해봐야 두번정도 만나게 되는것 같다.

멘토는 원래 이런 ‘단발성 코칭’의 의미가 아니다. 멘토-멘티는 오랜 기간동안 두 사람간의 교류를 통해 서로가 서로를 인간적으로 잘 알 뿐더러, 깊은 신뢰가 전제 되며 그 관계가 자연스럽게 발전하는 경우가 많다. 직업적인 문맥에서의 멘토라면 꼭 같은 회사나 같은 업종일 필요는 없겠지만, 관련업에 경험많은 사람일 경우가 많다. 멘토는 멘티의 전후 사정은 물론 개인적인 성향까지 파악하고 있어서 상황에 맞는 현실적인 조언을 해 줄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래서 ‘멘토’라는 말의 본래 의미에 비추어 생각해보면, 잘 모르는 사람을 찾아가서 ‘나의 멘토가 되어주세요’라고 부탁하는 것도 좀 이상한 일이고, 한번으로 끝나고 마는 ‘멘토링 세션’이라는 말도 좀 이상하게 들린다. 그래서 난 보통 ‘멘토님’라는 직함(?)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행사 등에서는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흘러가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어느덧 모두들 나를 ‘멘토니~임’ 으로 부르고 있는걸 본다.

‘멘토’라는 말이 한국에서 급 남용되면서 그 본질적인 의미가 퇴색하는 것 같아 몇 줄 적다가 말이 길어졌다. 아무튼 결론은 단 한두명이라도 좋으니 자신을 정말 잘 이해하고 좋은 조언을 해 줄 수 있는 멘토를 찾고 그와 지속적인 교분을 쌓는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당신이 찾는 그 멘토는 아마 창업 경진 대회에서 처음 만난 심사위원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PS – 다음에는 <변질 되어가는 용어> 2탄으로 ‘플랫폼’을 다뤄볼까 한다.

처음 회사 설립할 때 흔히 범하는 실수들

요새 한국과 미국을 들락날락하며 초기단계 회사를 이전보다 더 많이 만나고 더 많이 투자하게 되다보니, 아직 법인 설립이 안되어 있거나 지금 막 법인 설립을 한 회사들도 많이 접하게 된다. 막상 투자를 하려고 회사 정관이나 주주구성표 등을 보다보면 창업자 분들이 회사 설립과정에서 어이없는 실수를 한걸 종종 발견하게 된다. 한국도 그렇고 미국도 그렇다. 회사마다 각기 사정도 있고 변명도 있을 수 있지만, 실수 방지 차원에서 흔히 문제가 되는 몇가지를 나열하려 한다.

  • 너무 적은 총 주식 숫자

대표적으로 아주 흔히 나타나는 실수다. 회사를 처음 설립할때 주식 수를 아주 적게 발행한 경우다. 예를 들어 회사 설립시 보통주 100주만 발행하고 창업자 2명이 60주, 40주로 나누어 갖는다고 하자. 처음엔 이게 아무 문제 없을 것 같지만, 외부 투자를 받으려면 문제가 많다. 돈은 원단위, 센트단위로 잘게 쪼갤수 있지만, 주식은 1주를 쪼갤수가 없어서 100주만 있다면 투자금액에 딱 맞게 신주 배정을 하기 어려워진다. 그리고 나중에 직원들에게 옵션을 나누어 줘야 할텐데 옵션 1장만 줘도 회사 1%를 내주게 되는 꼴이고, 반대로 옵션을 받는 사람 입장에선 1장만 받으면 (지분율을 모를경우) 장난하는 줄 알고 기분이 상할 수 있다. 암튼 주식수는 넉넉하게 있는 것이 좋다. 대략 몇백만주 정도 있으면 큰 문제 없다. 미국에서는 액면가 제한이 없으므로 몇백만주든 몇천만주든 맘대로 만들 수가 있는데, 한국에서는 아마 최소 액면가가 100원으로 정해져 있어서 자본금 여력에 따라 발행 주식 수 제한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암튼 담당 변호사와 상담하고 자본금이 허락하는 내에서 초기 발행 주식수를 최대로 하기를 권한다.

  • 말하기 거북한 회사이름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회사 이름을 거의 장난처럼 짓는 팀이 있다. 투자자인 내가 회사이름을 누군가에게 말하려면 손발이 오그라드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다 (여기서 그런 예를 올리지는 않겠다). 가끔 서비스/제품 이름이 따로 있으니 회사 이름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는데, 내 생각은 다르다. 아무리 친구끼리 장난처럼 설립한 회사라 하더라도 6개월 하다가 접을게 아닌 담에야 좋은 이름을 택해야 한다. 회사가 성장하다보면 회사이름은 좋든 싫든 결국 브랜드가 된다. 어떤 이름이 좋은 이름인지는 나에게 묻지 마시라. 회사이름을 부모님께 큰 소리로 말해도 본인의 손발이 오그라들지 않을 자신이 있다면 일단은 후보가 된다. 이미 이상한 이름으로 회사를 설립했으면? 등기절차를 거쳐 바꿀수는 있지만 법률비용이 들고, 각종 서류상 혼란의 우려도 있고, 웹/이메일 주소 바꿔야 하는등 쓸데없이 골치아픈 일들이 생긴다. 스타트업은 이런것 말고도 신경쓸일이 태산같이 많은데 말이다.

  • 외부자에게 주는 권리

회사 설립 초기 부터 공동 창업자가 아닌 외부자가 끼이게 되는 경우가 있다. 대기업에서 스핀오프 되어서 나오는 회사일 경우도 그렇고, 어딘가와 퍼블리싱 계약을 맺고 시작하는 게임회사도 그럴 수 있고, 엔젤 투자자가 초기부터 상당 지분을 가지고 있는 경우 등등 그 종류는 많다. 이럴 경우 그 외부자가 지분과 함께 이런 저런 권한을 가지는 경우도 흔한데, 스탠다드한 조건이면 별 문제 없지만 가끔  객관적으로 봤을때 ‘이건 아닌데’ 싶은 권한이나 조건을 가진 경우도 있다. 즉, 창업자가 초기에 너무 다급했거나 아니면 제반 사항을 잘 몰라서 내어주지 말아야 할 권리를 다 내어준 경우다. 문제가 되는 경우가 워낙 다양하니 다 나열하기는 어렵지만, 현실적인 조언을 하자면 창업 초기에 외부자와 거래시 주위의 도움을 많이 받으라는 것이다. 경험이 많은 엔젤 투자자나 VC, 스타트업과 많은 경험이 있는 변호사/법무사, 주위의 창업가 등등이 그 대상이 될 수 있다. 비슷한 거래 예를 가능한 많이 참조해서 일반적인 조건이 어떻게 되는지를 숙지해야 이런 실수를 막을 수 있다.

  • 대충 나누는 공동창업자들의 지분

이건 위에서 나열한 것 보다는 약간 고차원적인 문제이다. 공동 창업자들끼리 어떻게 지분을 나눠야 하는지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많이들 물어보시는데, 나도 정답이 없다. 팀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가끔 오랫동안 알고 지내온 친구들과 창업하는 경우 서로에 대한 믿음이 너무 강해서인지 지분을 나누는 것에 대해서 너무 안일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세명의 창업자가 대충 1/3씩 지분을 나눠 갖고 ‘나중에 필요하면 다시 조정하면 된다’라고 생각하는 경우다. 서로가 서로를 믿는 분위기는 좋지만, 현실적으로 볼 때 지분 양도는 케익 잘라주듯이 뚝 떼어서 줄 수 있는 게 아니다. 일단 양도 가격을 책정해야 하는데 너무 높아도 문제요 너무 낮아도 문제다. 양도세도 물리게 된다. 그리고 외부 투자자가 있을 경우, 투자자가 그 주식을 먼저 살 권리가 있는 경우도 있다. 회사가 성장할 수록 지분 양도는 서로에게 더욱 민감하면서도 부담되는 일이 된다. 또 약간 다른 문제이긴 하지만, 더이상 이 회사에서 일하지 않는 공동창업자가 초기 지분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되면 형평성등 골치아픈 일들이 많이 생기므로, 이런일을 방지하기 위해서 창업자끼리 서로 vesting schedule을 처음부터 만들어 놓는게 좋다.

여기 나열한 것 말고도 여러가지 이슈가 있을텐데 생각나는 대로 일단 적었다. 위에 나열한 문제들은 회사의 성장이나 성공과 직결되는 것들은 아니고, 원하면 대부분 (돈, 시간, 노력을 들여) 고칠 수 있는 것들이긴 하다. 그래도 이런 이슈가 없어야 보기도 좋고 나중에 있을지 모를 투자 진행도 원활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