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초기 단계에서 투자를 받고 나면, 지속적으로 투자자들과 긴밀한 협력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그 협력체제를 구축하는 첫 단추는 ‘소통’이다. 투자자들은 기본적으로 회사에서 한발짝 떨어져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회사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경영진이 알려주지 않으면 사실 쉽게 알기 어렵다. 그래서 규칙적인 월간 리포트 같은 것이 더 중요한 셈이다. 개인적인 엔젤 투자자건, VC같은 기관 투자자건 짤막한 회사 업데이트 이메일을 마다할 사람은 거의 없다고 봐도 좋다. 그렇게 계속 정보를 제공하면서 지속적인 관심을유도하면 그 투자자가 회사를 위해 한가지라도 더 도와줄 확률이 높아진다.
아직 공식적인 보드미팅을 하기 전인 씨드단계 회사로서 어떻게 월간 보고서를 작성하면 좋을까? 아래는 내가 포트폴리오 회사들에게 보내달라고 하는 양식이다 (회사의 성격에 따라 한두가지씩 가감되긴 한다).
- 기본 metrics — 흔히 KPI라고 불리는 것들이다. 사용자수, 방문자수, 다운로드 수, 잔존율, 거래건수 등등 회사들마다 기본적으로 측정하는 metrics가 있기 마련이므로 이것을 공유
- 개발 진행상황 — 현재 개발 진행중인 프로젝트 진척상황을 공유. 어떤 프로젝트가 언제까지 마무리 될지 향후 계획도 포함하면 더 좋다
- 마케팅 & 영업 활동 — 우리의 제품을 알리고 팔기 위해 어떤 일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업데이트. 다른 업체와의 파트너쉽 같은 BD활동도 포함
- 신규 프로젝트 — 회사에 따라 새로운 시장이나 지역으로 진출하는 경우도 있고, 새로운 앱이나 게임을 준비하는 경우 등, 뭔가 새로운 일을 기획하고 있다면 어떤 내용인지 공유해 주면 좋다
- 리크루팅 활동 — 지난달 새로 영입한 사람이 있는지? 나간 사람은 있는지? 현재 뽑고자 하는 포지션은 어떤 것인지? (투자자들이 혹시 좋은 후보를 소개해 줄지도 모름)
- 재무 상황 — 재무제표를 전달해 주면 가장 좋지만, 그게 미처 준비가 안되더라도 아주 기본적인 내용은 추정치(estimate)라도 공유해 주어야 함
- 월간 매출 (0이 아니라면 ^^)
- 월간 비용 (인건비 이외에 큰 비용이 있으면 따로 설명)
- 현금 밸런스 (이걸 알아야 runway 추정이 가능)
- 펀딩 활동 — 만약 펀드레이징을 하고 있다면 이에 대한 진척상황을 설명
- 종합 — 회사 전체 분위기는 어떤지, 특별한 고충은 없는지 등 위에서 캡처되기 힘든 이야기들을 곁들여도 좋다
대충 이 정도의 정보를 얻으면 경험있는 투자자의 경우 회사 상태를 금세 간파할 수 있게 되고, 필요하다면 도움을 주기가 쉬워진다. 내가 보통 요구하는 리포트 형식은 멋있는 파워포인트 슬라이드도 아니고 현란한 그래프가 있는 엑셀파일도 아니다. 위의 내용을 중심으로 한 간단한 이메일 한 통이면 된다. 그리고 그 이메일 작성하는데 아마 1시간 정도면 충분할 것이다.
창업자 입장에서는 리포트 쓰는게 다소 귀찮을 수 있지만 회사와 본인에게도 도움이 된다고 본다. 앞만 보고 달려가다가 매달 한번씩 반강제로라도 회사를 잠시 돌아보며 생각을 정리하는 계기가 되니 말이다. 또 CEO로서 이런 작은 훈련이라도 거쳐야 나중에 회사가 성장해서 공식적인 보드 미팅을 할 때 좀 덜 당황하게 된다.
(빅베이슨의 경우 씨드단계 투자에서는 공식적인 보드미팅 대신 월간 리포트및 경영진과의 대면 미팅을 원칙으로하고, Series B 같은 후속 투자를 받게되면 공식 보드미팅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유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