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KEA 예찬론

98년 결혼과 동시에 유학와서 마련한 첫 신혼집은 피츠버그 시내 학교 근처의 작은 아파트였다. 방 1개 짜리에 월세는 $605불이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싸게 보이는데, 그때는 내가 대학원생으로서 학교에서 받는 월급이 세금 제하고 약 $1100불 정도여서, 월세가 꽤 부담가는 액수였다. 암튼 그렇게 쪼들리며 살아가던 시절, 우리집 가구는 죄다 IKEA제품이였다. 침대, 책장, 서랍장, 소파 등등 굵직한 가구는 물론, 집안의 소품이나 살림살이들도 IKEA 것들이 참 많았다. 물론 그 이유는 저렴한 가격 때문이였다. 우리가 직접 가서 사온것도 많았고, 다른 유학생에게서 물려 받거나 어디가서 중고품을 사와도 결국은 IKEA 제품이였다. 갓 한국에서 온터라 전동공구도 없이 드라이버 하나 들고 아내와 밤마다 참 열심히 조립했던 기억이 난다. 가구 조립작업을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이게 그렇게 녹록한게 아니다. 한시간 넘게 하다보면 온몸이 땀에 젖을 정도가 된다. 땀에 젖어 헐떡이며 우리 부부는 습관처럼 이런 말을 하며 훗날을 기약했다.

“우리 나중에 돈 벌면 IKEA 가구는 졸업하자”

미국에 살면서 IKEA 가구 조립을 하도 많이 해서, 나중에는 웬만한 제품은 설명서를 보지 않고 조립을 할 수 있을것 같은 느낌이 솟구칠 정도가 되었다. IKEA 가구들은 주로 톱밥을 압축한 나무를 쓰는데, 거기서 나는 독특한 냄새와도 참 친해지게 되었다.

아마 90년대만 해도 IKEA 가구가 (인기는 좋았지만) 내구성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었다. 대부분 학생때 잠시 몇년 쓰다가 버리거나 팔아버리는 ‘임시 가구’ 정도의 브랜드 이미지가 강했다 (지금도 어느정도 그렇다). 조립 가구이다 보니 몇년 쓰다보면 어딘가 헐거워지거나 하는 경우가 많아서였을거다. 그래도 사람들이 별 불만이 없는 것이, 가격이 워낙 싸서 2-3년만 써도 ‘본전 뽑았다’라고 생각 하는 것 같다.

졸업을 하고, 취직을 하고, 몇년 뒤 내집마련을 한 적이 있는데, 그때쯤 부턴 그간의 다짐 때문이였는지 한동안 IKEA 가구를 별로 사지 않았다. 왠지 IKEA를 사지 않아야 학생 때를 벗고 진정한 사회인으로 거듭날 것 같은 착각(?)을 했던 것 같다.

그리고 다소 늦은 나이에 또 공부를 한다고 이사를 간 적이 있는데, 집 크기를 대폭 줄여야 했다. 방 4개 짜리 2층집에서, 2베드 아파트로 가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작은집에 맞는 새로운 가구가 필요했는데, 역시 학생 버짓에선 IKEA만한게 없었다. 그때 아이들 침대를 사주며 아빠가 공부하는 기간인 2년동안만 쓰라고 했다. 헌데 결과적으로 아직도 쓰고 있으니 8년 넘게 쓰고 있는 셈이다. 아직도 너무 튼튼해서 바꿔줄 이유가 별로 없다.

내가 보기에 IKEA의 큰 특징은 해가 다르게 발전한다는 것이다. 마치 테크 회사처럼 말이다. 다른 가구 회사들 보면 10년 지나도 디자인이나 제품들이 그냥 비슷비슷하다. 달라진게 별로 없다. IKEA는 내가 지켜본 15년 정도동안 소소하지만 날 즐겁게 해 준 발전이 많았다. 포장 기술도 발전했고, 조립도 예전보다 확실히 쉬워졌다 (부품을 스텝별로 분류해 놓음). 내구성도 많이 좋아져서, 우리집에 10년넘은 IKEA가구가 꽤 된다. 또, 이제는 톱밥나무만 쓰는게 아니라 solid wood(원목)를 쓰는 제품도 늘었다. 디자인도 확실히 좋아졌는데, 예전에는 딱 보면 IKEA티가 나는 제품이 대부분이였지만, 이제는 그냥 일반 가구점에서 사왔다고 해도 믿을만한 제품이 많아졌다. 그러면서도 가격은 15년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업계 최저가를 자랑한다. 정말 정말 싸다.

얼마나 싼가? 최근에 실생활에서 시장조사를 할 기회가 생겼다. 10년 넘게 써온 침대 프레임(나무)에 쩍하니 금이 가서, 교체하기로 했다. 매트리스는 그대로 쓰면 되니 침대 프레임만 바꾸면 된다. 내가 원하는건 그냥 평범하고 무난한 디자인의 나무 프레임이다. 동네의 가구점 몇군데 (Thomasville, Ethan Allen) 를 방문해서 알아봤더니 대략 퀸싸이즈 프레임이 $2000불 내외였다. 물론 아웃렛같은 곳을 가면 더 싼곳도 있겠지만 멀리 가기는 귀찮았다. 아내의 권유에 IKEA도 가보게 되었다. 사실 처음엔 IKEA에서 살 생각이 별로 없었다. 오래 쓸거니 그냥 비싸더라도 일반 가구를 사는게 낫지 않을까하는 생각이였다. 그런데 가서 보니 안 살 수가 없었다. Solid wood 재료를 쓰고 내가 보기에 디자인도 괜찮은 제품이 단돈 $450불! 내가 운반하고 조립해야 하긴 하지만, 다른 가구점의 1/4 가격이다 . 더이상 망설임이 필요한가? 그자리에서 당장 사버렸다. 이건 2-3년만 써도 본전이야. 물론 가격만 싸다고 산건 아니다. 디자인도 이만하면 훌륭했다. 괜히 기분이 좋아져서 IKEA 간김에 신발장같은 다른 가구며, LED 전구, 램프, 침대 시트등 온갖 집기까지 덤으로 잔뜩 샀다. 그래도 쓴 돈은 $1000불. 아직 다른 가구점에서 침대 프레임을 샀으면 썼을 돈의 반밖에 못 썼다.

IKEA에서 파는 침대 프레임의 예. 이렇게 서랍까지 달린 침대가 $300불 미만이다.
IKEA에서 파는 침대 프레임의 예. 이렇게 서랍까지 달린 침대가 $300불 미만이다. (클릭하면 IKEA 침대 프레임 가격대 확인 가능)

주말에 아내와 한바탕 IKEA 가구들을 열심히 조립했다. 이젠 우리는 숙련공에 가깝고, 전동 공구도 있어서 참 편해졌다. 한쪽에는 아이패드로 영화를 틀어놓고 나름 즐기면서 나사를 조인다. 이젠 조립하면서 옛날처럼 ‘우리 나중에 돈벌면 IKEA 졸업하자’ 이런 말 안한다. 대신

“음, 가격대비 만족도는 역시 IKEA가 짱이지”

라고 중얼거리며, 조립이 끝난 우리의 작품을 흐뭇한 눈빛으로 바라본다.

한국/미국 회사의 주차장에서 느끼는 문화차이

십여년전쯤에 미국의 작은 소프트웨어 회사를 다니던 시절이였다. 한국의 모 대기업이 커스터머였기 때문에, 일년에 이곳을 몇번씩 방문하곤 했었다. 서울을 좀 벗어난 경기도에 위치해 있었고, 주로 한국의 협력사 (distributor) 직원의 차를 얻어타고 그곳을 다녔다. 문제는 주차였다. 워낙 큰 사업장에 직원수도 무척 많아서 끝없는 주차장이 펼쳐져 있었고, 우리 같은 vendor나 visitor를 위한 주차장은 따로 없었다. 우리가 도착하는 시간은 보통 출근 시간 훨씬 후 였기 때문에 일반 주차장에는 이미 직원들 차가 2중으로 주차되어 있었고 (주차된 차 뒤에 중립기어로 풀어놓고 주차하는 것), 보통은 한참을 내려가서 비포장 주차장 (흙바닥) 자리에 대고 거의 하이킹하는 기분으로 건물까지 걸어가야 했다. 과장이 아니라 족히 15분이상 걸어야 했고, 그것도 살짝 오르막이였으니 한여름에는 미팅하기 전부터 땀으로 흥건히 젖기 일쑤였다. 협력사 직원들 사이에는 여기로 외근이 잦은 때는 운동이 많이 되어서 살이 빠진다는 농담이 나올 정도였다. 미국에서 온 내가 땀을 뻘뻘 흘리며 하이킹 하는게 좀 안스러웠던지, 나중에는 협력사 직원이 나 먼저 사업장 입구쪽에 내려주고 차를 대고 오겠다고 했지만, 특별대우는 좀 아닌것 같아서 고사하고 계속 같이 걸어다녔다. 미국 회사들은 보통 건물입구에서 제일 가까운 자리에 장애인용 주차자리가 있고, 그 다음 가까운곳에 visitor parking이 있는 것과 너무 대조적이라 처음에 문화 충격이 좀 있었다. 20대였고 젊었으니 걷는게 육체적으로 그리 힘든건 아니였지만, 약간 섭섭한 마음이 들었다.

‘아, 이 회사는 아쉬울게 없는 곳이구나. 나같은 사람은 그냥 vendor일 뿐이고, 오기 싫으면 오지 말라는 거겠지…’

이 곳을 최근에는 방문한 적이 없어서 모르겠는데 지금은 좀 나아졌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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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전쯤 회사를 다닐때 있었던 일인데, 내 상사를 모시고 한국의 모 대기업 회장님을 만나러 가는 일이 있었다. 그냥 우리가 택시타고 건물로 가도 될텐데 그쪽에서 친절하게도 차를 보내주었다. 기사를 포함 2명의 직원이 와서 우리를 호텔에서 픽업해 주었는데, 차로 이동하는 동안 조수석에 앉은 직원은 건물안에서 대기하고 있는 직원과 언제 도착 예정인지 (마치 무슨 작전 수행하듯이) 수시로 전화를 주고 받았다. 또 건물에 도착해서는 현관에서 기다리고 있던 여러명의 직원들이 90도 인사와 함께 ‘안쪽으로 납시라’는 손동작을 연신 취하였다. 직원들이 차문을 열어주는 것은 물론, 로비에 도착하니 또 다른 직원들이 엘리베이터를 잡아놓고 대기하고 있었다. 갑자기 극진한 대접에 고맙기도 하고 어리둥절 했지만, 솔직히 인력낭비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미팅장소에 도착하기까지 아마 한 8명 정도의 직원이 투입된 것 같다. 그냥 누군가 한명 로비에서 우리를 맞아주는 정도면 충분할텐데. 다른 회사였지만, 문득 7-8년전 15분거리에 주차하고 하이킹해서 올라가던 기억이 스치며 머리를 복잡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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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달전 애플 본사에서 근무하시는 한 박사님을 뵈러 찾아 간적이 있다. 인사도 드리고 애플 구내 식당에서 점심을 하기로 했는데, 그 유명한 주소인 “1 Infinite Loop” 앞에 도착하니 차도 많고 상당히 복잡했다. 점심시간 직전이니 나처럼 방문하러 오는 사람, 나가서 식사하려는 사람이 많은 것 같았다. 세계 최대의 시가총액을 자랑하는 회사의 headquarter 정중앙 건물 앞이니 오죽하겠나 싶었다. ‘아… visitor parking 꽉 찼을거고 주차 자리 찾다보면 약속시간에 늦을 수 있겠는데’ 라는 생각이 스쳤다. 그러던 찰라, 앗 저기 보이는 것은 발레파킹! 한국에서야 발레파킹이 아주 흔해도 미국에서는 좀 고급 식당아니면 그리 흔하지는 않다. 더군다나 회사에서 방문객을 위해 발레파킹 해주는 건 첨봤다! 나는 애플의 협력사도 아니고 애플에 도움이 될 일도 없으며, 단지 애플의 직원분과 밥 한끼 먹으러 온건데. 생각지도 못했던 무료 발레파킹 서비스를 받으니 애플에 대한 호감도가 급상승했다. 애플도 어찌보면 ‘아쉬울게 없는’ 회사축에 속할텐데 그래도 찾아오는 사람들에 대해 기본적으로 ‘손님’ 대접은 해주는 구나… 발레파킹 없었으면 주차자리 찾다가 10분은 늦었을텐데, 바로 지체없이 12시까지 들어갈 수 있었다. 넓은 주차장에 직원 3-4명이 열심히 방문객들을 위해 파킹 해주고 있었는데, 효율적인 resource 투입이자 애플같이 큰회사로선 충분히 가치있는 투자라고 생각했다.

나의 몇 안되는 단편적인 예로 일반화 해서는 안될테고 그러고 싶은 마음도 없다. 단, 별것 아닌것 같지만 파킹같이 사소한 것 하나에도 기업 문화는 묻어나오기 마련인 것 같다. 대외 협력을 중시하는 기업은 손님에 대한 배려에 신경쓰지 않을 수 없을테니 말이다.

(부탁) 위에서 언급한 기업들이 어디인것 같다라는 추측성 댓글은 지양해 주시기 바랍니다 ^^

내가 소셜네트워크에서 관계를 맺는 법칙

1) 트위터 (@philkooyoon) – 퍼블릭하게 쓰고 있다. 즉 아무나 나를 팔로우 할 수 있고, 나도 내가 팔로 하고 싶은 사람만 팔로우 하고 있다. 거의 모든 트윗은 한국말로 하고 있기 때문에 내 팔로워는 (많지는 않지만) 대부분 한국분들이다. 예전에 은근 맞팔 압력을 넣는 분들이 있었는데 전혀 응하지 않았다. 요새는 맞팔 요구하는 분들이 많이 없어진것 같다. 아니, 요새는 트위터 하는 한국 분들이 참 많이 줄은 것 같다. 팔로워가 지금 한 7천명쯤 되는데, 이중에 실제 트위터를 보시는 분이 그 중 반이나 될까 궁금하다. 트위터의 인기가 시들해지니 트윗을 할 맛이 좀 떨어지기도 하는데, 팔로워가 너무 많아도 사실 부담이 될것 같다. 트위터가 요새 자꾸 페이스북을 따라하면서 좀 삽질이 많은것 같은데 그래도 영어권 뉴스나 관심분야 (예: 테크) 소식을 실시간으로 접하기에는 트위터 만한게 없다.

2)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philkooyoon) – 개인적인 용도로 쓰고 있다. 내가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사람과만 친구를 맺고 있다. 페이스북을 처음 시작한때는 2007년쯤 MBA 다닐때여서 초창기에는 MBA 친구들로만 수백명이 맺어졌고, 한국사람은 교포외에는 거의 없었는데, 요새는 한국 사람 친구가 많이 늘었고 특히 뉴스피드는 거의 한국 사람들이 올리는 콘텐츠로 가득차고 있다. 한국에서는 페북을 트위터처럼 쓰는 분도 많은 것 같다. 즉, 모든 포스트를 다 퍼블릭하게 공개하고, 모르는 사람과도 부담없이 친구맺고 등등. 그래서 그런지 나에게도 모르는 분의 친구 신청이 꽤 들어온다 (죄다 한국분). 그런데 아직 페이스북은 내가 어느정도 알고 지낸다고 생각하는 분들 하고만 친구를 맺고 있어서 친구신청을 못 받아드리고 있다 (이점 양해해주시길). 페이스북 페이지를 따로 만들어 트위터처럼 쓸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이것까지 관리할 엄두가 나지 않아 못하고 있다. 요새 페북을 어떻게 써먹어야 할지 약간 고민이긴 하다. 포스트를 한글로 쓸지 영어로 쓸지부터 고민하다가 보통 안올리고 마는 경우가 많다 ^^

3) 링크드인(www.linkedin.com/in/philyoon/) – 프로페셔널 용도로 쓰고 있다. 사적인 친구들과도 많이 연결 되어있지만, 비지니스중 한번이라도 직접 만나뵌 분은 내가 연결 신청을 하거나, 연결 신청을 받는다. 예전엔 하루 일과 정리하면서 그날 처음 만난 사람을 다 링크드인에서 찾아 연결한 적도 있다. 지금은 그렇게까진 못하지만, 적어도 한번은 만나서 인사하고 짧은 이야기라도 나눈 사람이 생각나거나 하면 연결하고 있다. 잘 알지는 못해도 ‘만난적은 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나의 링크드인 연결 미니멈 기준이다. 여기도 생전 처음 보는 사람들의 연결신청이 심심찮게 들어오는데 (미국이 많고, 한국도 가끔), 전혀 모르는 사람은 연결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의미가 없는 것 같아서다. 링크드인은 개인적으로 아주 유용하게 쓰고 있다. 다른 사람의 이력을 조회해볼때도 참 편하고, 모르는 사람 컨택할때 그 사람과 내가 어떻게 연결되었는지 알아보는데도 유용하다 (그래서 나의 일촌을 깨끗하게 유지하는게 좋다).

나의 Airbnb 사용기

에어비앤비(Airbnb)라는 회사를 오래전부터 익히 들어 알고는 있었지만, 막상 처음 사용하기 시작한건 작년 가을 Big Basin Capital을 창업할 즈음이였다. 이전 회사에 재직중에야 출장 갈 때마다 오성급 호텔로 예약해주니 다른 솔루션을 찾을 필요가 없었는데, 창업을 하고나니 비용절감에 대한 의지가 아주 강력해졌다 ^^. 하루에 30만원씩 하는 강남의 호텔들은 용납할 수 없었다. 그래서 에어비앤비를 몇번 사용해 봤고 그 이후 완전히 팬이 되어버렸다. 한국에 매달 출장 갈때마다 강남의 에어비앤비 방을 사용했고, 가족과 즐기는 여가여행에도 적극 사용하게 되었다. 사용하기 시작한지 1년도 지나지 않은 시점인 현재까지 열번도 더 썼고, 특히 최근 가족과 떠난 유럽여행에서는 3개도시 14박을 모두 에어비앤비로 해결했다. (이정도면 에어비앤비가 나에게 우수고객 포인트라도 줘야하는게 아닐까? ^^)

에어비앤비의 장점은 단순히 호텔보다 가격이 저렴하다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물론 내가 뻔질나게 가는 서울 출장이야 가격과 접근성이 가장 큰 요소이지만, 낯선 곳에 ‘여행’으로 떠나는 때 에어비앤비를 쓰면 그곳 사람들의 생활을 좀 더 가까이서 체험할 수 있다. 아무래도 호텔보다 현지인이 사는 아파트에 숙소를 정하면 그 동네 사람의 생활 양식을 쉽게 엿 볼 수 있고, 주위의 시장이나 음식점을 산책삼아 둘러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특히 이번 유럽 여행에서 그런걸 많이 느꼈다).  또 대부분 에어비앤비 방은 취사가 가능하기 때문에 원하면 동네 식품점에서 재료를 사다가 요리를 해 먹을 수도 있다. 즉, 며칠간 ‘현지인 코스프레’를 해보는거다.

또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장점의 하나는 가격 대비 넓은 공간을 쓸 수 있다는 것이다. 하루 이틀 혼자 출장가는 경우야 보통 숙소에서 잠만 자기 때문에 넓은 방이 큰 의미가 없지만, 1주일 이상 출장가는 경우나, 가족과 같이 여행가는 경우에는 넓은 방이 확실히 쾌적하다. 우리는 아이들이 벌써 청소년기에 돌입해서 이 아이들을 데리고 4명이 좁은 호텔방에 갇혀 있으려면 썩 좋은 경험이 아닐 뿐더러, 경우에 따라 어떤 호텔은 방 2개를 예약할 것을 강요(?)하기도 한다. 최근 여행에서 호텔 방 하나보다 저렴한 가격에 2 bed 아파트를 에어비앤비에서 빌릴 수 있었다. 아이들도 좁은 호텔보다 이게 훨씬 낫다고 입을 모은다 (다음엔 각방을 쓸 수 있게 3 bed 아파트를 빌려달란다 ^^)

에어비앤비를 처음 쓸 때는 예약이 쉽지 않았다. 나에 대한 기록이나 리뷰가 전혀 없어서인지 예약 신청을 했는데 두번이나 리젝트를 먹었다. 그리고 나서 프로필 사진을 바꾸고 (이전 것은 선그라스를 쓴 것이였음), 신분증을 스캔해서 올리고 등등의 작업을 거치고 나서야 간신히 어떤이가 예약을 받아주었다. 호텔같은 데서는 내가 누구건간에 거절당하는 적이 없으니 좀 황당했지만, 에어비앤비는 그만큼 상호 작용, 상호 신뢰가 중요하다는걸 체험한 셈이다. 나에 대한 긍정적 리뷰가 몇개 생긴 후부터는 예약신청이 리젝트 되는 경우는 없었다.

에어비앤비의 단점이 있다면 방의 퀄리티를 미리 알기 어려워 일종의 ‘복불복’이라는 것일테다 (물론 그게 스릴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도착해서 보니 위치가 생각보다 안좋거나 방이 너저분 하다면 낭패인 셈이다. 나도 한번은 강남의 한 원룸을 빌린적이 있는데 반 지하여서 생각보다 방이 너무 침침했고 침대옆에서 엄지손가락만한 벌레가 나와서 황당했던 적도 있다.  그래서 이런 ‘복불복’ 리스크를 줄여줄 수 있는 것이 다른 고객들의 리뷰이고, 호스트 입장에서는 긍정적인 리뷰를 얻는 것이 성패를 좌우한다. 그런데 에어비앤비의 리뷰 시스템에도 맹점은 있다. 나같은 경우 긍정적인 경험은 충분히 리뷰로 남겨주지만, 유쾌하지 못했던 경험 (침대가 불편했다든지, 벌레가 나왔다든지 등)을 한 때는 주인하고 싸우자는 것처럼 보일까봐 아예 리뷰를 남기지 않았다. 아마 다른 사람도 나같은 생각을 한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방을 고를때 별점도 중요하게 보지만 리뷰가 총 몇개 달렸는지를 더 중요하게 본다)

그동안 사용하면서 몇가지 에피소드들도 생각난다. 난 주로 한국에 갈때는 원룸 독채를 빌리는데 한번은 한 노부부가 사는 아파트의 빈방을 빌린적이 있다. 워낙 친절하게 잘 대해 주셔서 감사했는데, 주인 아저씨가 저녁마다 와인한잔 하자고 하셔서 난감했던 기억이 난다. 한국에 있는 동안은 보통 일정이 아주 빡빡하고 밤에 들어오면 씻고 자는 것 외에는 아무 생각이 안드는게 보통이라 와인 한잔 제의는 꽤 부담이였다. 호의를 베푸시는 것이니 뭐라고 할 수도 없고… 또, 아침 식사 준비 안 해주셔도 된다고 거듭 말씀드렸지만 일주일 내내 똑같은 쏘세지 볶음과 계란 후라이를 해주셔서 어쩔수 없이(?) 먹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나오지만 당시에는 ‘내가 돈내고 묵으면서 왜 이걸 억지로 먹어야 하는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 그래서 다음부터는 호스트의 간섭이 없는 독채만 빌리고 있다.

얼마전에는 이런일도 있었다. 파리의 한 아파트에서 일주일 묵고 난뒤 며칠 있다가 주인에게서 이메일이 왔는데 다짜고짜 “왜 옷장 문을 망가뜨려 놓고 나에게 말을 하지 않았냐?”는 황당한 내용이였다. 난 그 옷장을 별로 쓰지도 않았고 망가뜨린 적 없기 때문에 정말 황당했다. 더군다나 사실관계를 확인도 하지 않은채 아예 나를 범인으로 단정짓고 말하는 어투에 화가났다. 최대한 화를 가라앉히고 나는 망가뜨린 적 없고 아이들을 데리고 여행중인 내가 이런 일로 거짓말 하는 사람은 아니라고 답변했다. 호스트가 “바로 전 손님이 그런것 같다”라며 얼버무리며 일단락 되었지만, 그녀는 사과도 안했고 내 마음속에 불쾌한 기분은 여전히 남았다. 그렇다고 나의 결백을 증명할 뚜렷한 방법도 없었다. 문득 에어비앤비에 이런 사소한 시비가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대부분의 호스트들은 꽤 서비스가 좋은 편이였다. 이메일이나 문자등을 보내면 바로바로 답이 왔고, 질문이나 요구사항등에 세심하게 답변을 해줬다. 공항버스 정류소에 친절히 자가용을 가지고 마중나온 한국 청년도 있었고, 마당에서 기르는 닭이 낳은 계란으로 아침을 해준 친절한 미국 시골 부부도 기억난다.

암튼 아직 에어비앤비를 써 보지 않은 분들은 적어도 한번은 경험해 보는 걸 추천한다. 이 회사는 이미 기업가치가 10조원에 달하는 ‘공룡 스타트업’이 되었다. 아직 규제문제 등으로 일부지역에서 논란이 있지만, 사람들이 여행하는 방식을 크게 바꾸고 있는 회사임에는 틀림없다.

 

 

팔로업(follow-up)의 중요성

“야~ 반갑다 친구. 우리 언제 한번 저녁이나 술한잔 하자”

아마 누구나 한번쯤 이런말을 들은적도 있고 뱉은적도 있을거다. 이런 말이 오고간 회수에 비해 실제 그친구와 저녁이나 술한잔 약속이 생기는 비율은 얼마나 될까? 측정해보진 않았지만 아마 절반도 안되지 않을까? 그만큼 무슨 이유에서인지 팔로업 (follow-up)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단순히 친구관계를 떠나 비지니스 관계에서도 상황은 그다지 다르지 않다. 난 직업상 외부 사람들과 접촉이 많다보니, 여기저기서 이런 저런 요청과 부탁을 많이 듣게 된다. 언제 따로 한번 만나고 싶다든가, 누구를 좀 소개시켜 달라든가, 어떤 모임에 참석해달라 같은 것들 말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전화나 대면으로 이런 요청을 하신 분들 중에 실제 이메일등으로 팔로업 하시는 분은 절반이 좀 넘을까 말까 한 정도 같다. 오히려 며칠 후에 내가 기억이 나서 ‘그 분 xyz 건으로 연락하신다고 했는데 왜 소식이 없지?’ 라고 궁금해 하는 적이 많다. 내가 부탁을 받는 입장이니 내가 나서기도 뻘쭘해서 보통 그냥 놔두게 되고 시간이 지나면 나도 잊고 만다.

만났을때는 뭔가 정말 일을 낼 것 처럼 말을 하다가도 막상 팔로업이 없으면 의아하게 되고, 그런 일이 몇번 반복되면 미안한 말이지만 사실 실없는 사람으로 보인다. 어차피 행동으로 옮기지 않을 일을 말로만 떠드는 것 같은 인상을 주니 그렇다. 대표적인 예가 우리 동네 사는 어떤 미국 분 이웃인데, 내가 VC라는 걸 알게 되고 나서 나랑 동네에서 마주칠때마다 자기 사업 구상이랑 진전 상황을 마구 늘어놓는다. 투자자를 소개해 달라든가 피칭 자료 검토좀 해달라는 부탁을 여러번 했고, 번번히 자료를 곧 보낸다고 말했지만 막상 나에게 도착한 건 없다. 이런 예를 나는 사실 매주 경험하고 있다.

가만히 생각을 해보니 팔로업이 없다는 건 결국 그사람도 별로 이 건에 대해 serious 하지 않다는 반증이나 마찬가지다. 별로 serious 하지 않으면 말을 꺼내지도 말던가… 암튼 그래서 이런 요청이나 부탁을 받으면 요새 내 반응은 “아, 그럼 그 사항을 짧게 요약해서 저에게 이메일로 보내주세요. 그러시면 제가 이렇게 저렇게 해보겠습니다”라고 말한다 (나는 이메일 처리는 완벽하진 않지만 꽤 열심히 하는 편이다). 그럼 바로 그날 저녁 이메일 보내는 사람이 있고, 며칠을 기다려도 소식이 없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이 이 건에 대해 얼만큼 serious 한지를 보여주는 결정적인 잣대다.

예전에 VC투자와 연애 라는 블로그 글도 썼지만, 팔로업도 연애에서 나타나는 현상과 비슷한 점이 있다. 소개팅에서 정말 맘에 드는 상대를 만났다고 하자. 여자의 경우는 좀 다르겠지만, 보통 남자라면 바로 그날 문자 보내고 다음 데이트 약속 잡지 않을까? 일주일씩 연락 없다면 (고도의 밀땅 전략이 아닌담에야) 별 관심 없다는 뜻이다.

암튼 누군가와 협력해 뭔가를 이루어 내려면 팔로업은 사실 기본중의 기본인 work ethic인데, 우리 모두 바쁘다는 핑계로 혹은 깜박했다는 이유로 흘려버리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기억해 두자 – 누군가 만난후 자신의 seriousness를 보여줄 수 있는 제한 시간은 24시간이다. 이건 내 자신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