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년 결혼과 동시에 유학와서 마련한 첫 신혼집은 피츠버그 시내 학교 근처의 작은 아파트였다. 방 1개 짜리에 월세는 $605불이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싸게 보이는데, 그때는 내가 대학원생으로서 학교에서 받는 월급이 세금 제하고 약 $1100불 정도여서, 월세가 꽤 부담가는 액수였다. 암튼 그렇게 쪼들리며 살아가던 시절, 우리집 가구는 죄다 IKEA제품이였다. 침대, 책장, 서랍장, 소파 등등 굵직한 가구는 물론, 집안의 소품이나 살림살이들도 IKEA 것들이 참 많았다. 물론 그 이유는 저렴한 가격 때문이였다. 우리가 직접 가서 사온것도 많았고, 다른 유학생에게서 물려 받거나 어디가서 중고품을 사와도 결국은 IKEA 제품이였다. 갓 한국에서 온터라 전동공구도 없이 드라이버 하나 들고 아내와 밤마다 참 열심히 조립했던 기억이 난다. 가구 조립작업을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이게 그렇게 녹록한게 아니다. 한시간 넘게 하다보면 온몸이 땀에 젖을 정도가 된다. 땀에 젖어 헐떡이며 우리 부부는 습관처럼 이런 말을 하며 훗날을 기약했다.
“우리 나중에 돈 벌면 IKEA 가구는 졸업하자”
미국에 살면서 IKEA 가구 조립을 하도 많이 해서, 나중에는 웬만한 제품은 설명서를 보지 않고 조립을 할 수 있을것 같은 느낌이 솟구칠 정도가 되었다. IKEA 가구들은 주로 톱밥을 압축한 나무를 쓰는데, 거기서 나는 독특한 냄새와도 참 친해지게 되었다.
아마 90년대만 해도 IKEA 가구가 (인기는 좋았지만) 내구성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었다. 대부분 학생때 잠시 몇년 쓰다가 버리거나 팔아버리는 ‘임시 가구’ 정도의 브랜드 이미지가 강했다 (지금도 어느정도 그렇다). 조립 가구이다 보니 몇년 쓰다보면 어딘가 헐거워지거나 하는 경우가 많아서였을거다. 그래도 사람들이 별 불만이 없는 것이, 가격이 워낙 싸서 2-3년만 써도 ‘본전 뽑았다’라고 생각 하는 것 같다.
졸업을 하고, 취직을 하고, 몇년 뒤 내집마련을 한 적이 있는데, 그때쯤 부턴 그간의 다짐 때문이였는지 한동안 IKEA 가구를 별로 사지 않았다. 왠지 IKEA를 사지 않아야 학생 때를 벗고 진정한 사회인으로 거듭날 것 같은 착각(?)을 했던 것 같다.
그리고 다소 늦은 나이에 또 공부를 한다고 이사를 간 적이 있는데, 집 크기를 대폭 줄여야 했다. 방 4개 짜리 2층집에서, 2베드 아파트로 가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작은집에 맞는 새로운 가구가 필요했는데, 역시 학생 버짓에선 IKEA만한게 없었다. 그때 아이들 침대를 사주며 아빠가 공부하는 기간인 2년동안만 쓰라고 했다. 헌데 결과적으로 아직도 쓰고 있으니 8년 넘게 쓰고 있는 셈이다. 아직도 너무 튼튼해서 바꿔줄 이유가 별로 없다.
내가 보기에 IKEA의 큰 특징은 해가 다르게 발전한다는 것이다. 마치 테크 회사처럼 말이다. 다른 가구 회사들 보면 10년 지나도 디자인이나 제품들이 그냥 비슷비슷하다. 달라진게 별로 없다. IKEA는 내가 지켜본 15년 정도동안 소소하지만 날 즐겁게 해 준 발전이 많았다. 포장 기술도 발전했고, 조립도 예전보다 확실히 쉬워졌다 (부품을 스텝별로 분류해 놓음). 내구성도 많이 좋아져서, 우리집에 10년넘은 IKEA가구가 꽤 된다. 또, 이제는 톱밥나무만 쓰는게 아니라 solid wood(원목)를 쓰는 제품도 늘었다. 디자인도 확실히 좋아졌는데, 예전에는 딱 보면 IKEA티가 나는 제품이 대부분이였지만, 이제는 그냥 일반 가구점에서 사왔다고 해도 믿을만한 제품이 많아졌다. 그러면서도 가격은 15년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업계 최저가를 자랑한다. 정말 정말 싸다.
얼마나 싼가? 최근에 실생활에서 시장조사를 할 기회가 생겼다. 10년 넘게 써온 침대 프레임(나무)에 쩍하니 금이 가서, 교체하기로 했다. 매트리스는 그대로 쓰면 되니 침대 프레임만 바꾸면 된다. 내가 원하는건 그냥 평범하고 무난한 디자인의 나무 프레임이다. 동네의 가구점 몇군데 (Thomasville, Ethan Allen) 를 방문해서 알아봤더니 대략 퀸싸이즈 프레임이 $2000불 내외였다. 물론 아웃렛같은 곳을 가면 더 싼곳도 있겠지만 멀리 가기는 귀찮았다. 아내의 권유에 IKEA도 가보게 되었다. 사실 처음엔 IKEA에서 살 생각이 별로 없었다. 오래 쓸거니 그냥 비싸더라도 일반 가구를 사는게 낫지 않을까하는 생각이였다. 그런데 가서 보니 안 살 수가 없었다. Solid wood 재료를 쓰고 내가 보기에 디자인도 괜찮은 제품이 단돈 $450불! 내가 운반하고 조립해야 하긴 하지만, 다른 가구점의 1/4 가격이다 . 더이상 망설임이 필요한가? 그자리에서 당장 사버렸다. 이건 2-3년만 써도 본전이야. 물론 가격만 싸다고 산건 아니다. 디자인도 이만하면 훌륭했다. 괜히 기분이 좋아져서 IKEA 간김에 신발장같은 다른 가구며, LED 전구, 램프, 침대 시트등 온갖 집기까지 덤으로 잔뜩 샀다. 그래도 쓴 돈은 $1000불. 아직 다른 가구점에서 침대 프레임을 샀으면 썼을 돈의 반밖에 못 썼다.

주말에 아내와 한바탕 IKEA 가구들을 열심히 조립했다. 이젠 우리는 숙련공에 가깝고, 전동 공구도 있어서 참 편해졌다. 한쪽에는 아이패드로 영화를 틀어놓고 나름 즐기면서 나사를 조인다. 이젠 조립하면서 옛날처럼 ‘우리 나중에 돈벌면 IKEA 졸업하자’ 이런 말 안한다. 대신
“음, 가격대비 만족도는 역시 IKEA가 짱이지”
라고 중얼거리며, 조립이 끝난 우리의 작품을 흐뭇한 눈빛으로 바라본다.
저도 미국에 있으면서 아이키아 가구 70~80개는 조립한거 같습니다. 처음 미국에 갔을때 모든 가구를 다 구입했으며, 후배, 친척들 것 까지 진짜 많이 조립했는데…이제는 더 하기 싫네요…지금은 한국에 돌아와서 조만간 또 하게 될것 같지만요…
ㅎㅎㅎ 왠지 저희 부부의 미래 같군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