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선 대선이 불과 몇 주 앞으로 다가왔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내가 옳네 네가 옳네 갑론을박이 치열하다. 토론을 떠나 지나치다 싶을 정도의 상호비방 공세를 보다보면, 나름 국가대표급 지도자란 사람들이 나와서 벌이는 한탕 진흙탕 싸움 같아서 ‘정치환멸’을 또 느끼게 된다 (그나마 다행인게 이번엔 선거기간이 짧아서, 더러운 싸움을 비교적 적게 보게 된다는게 위안거리).
그러나 어쩌랴. 민주주의에서 선거는 어쩔수 없이 존재해야 하는 것이고 이과정을 통해서 대통령을 선출해야 하는 것이니, 국민 각자가 나름 최선을 다해서 좋은 사람을 뽑아야 한다. 내가 대통령을 뽑는 기준은 딱 두가지다.
(1) 자질
특정 후보가 대통령이라는 직업을 잘 수행할 만한 사람인가라는 질문이다. 여기에는 사실 많은 것이 들어가 있다. 국가 지도자로서 국민들을 따뜻하게 품어줄 수 있는 성품은 물론, 국민들의 힘을 모으는 리더십, 정치성향이 다른 이들까지 안고 나갈수 있는 포용력도 필요하다. 또 현재 심각한 안보위기에 처해있는 만큼, 현명한 외교적 판단으로 나라를 위기에서 벗어나게 해줄수 있는 사람이여야겠고, 실업률이나 저출산, 환경오염 같은 산적한 많은 경제/민생 문제도 지혜롭게 풀 수 있는 사람이여야 한다. 그리고 이런 모든 문제를 혼자 다 도맡아 할수는 없을테니, 주변에 훌륭한 인재를 두고 팀을 꾸릴 수 있는 사람이여야 할테고, 국민과 잘 소통할수 있는 인물이면 좋겠다. 현실적으로 위에서 열거한걸 다 완벽히 해내는 수퍼맨 대통령은 불가능할테니, 내 개인적인 생각으론 이중 서너개에서 A가 예상되고 나머지는 B정도만 해도 대통령의 ‘자질’면에서 합격선은 된다고 본다.
(2) 자격
말 그대로 그 후보가 대통령이 될 만한 자격이 있는 사람인가를 물어봐야 한다. 이 ‘자격’이라는 것이 물론 주관적인 잣대이기는 하다. 대통령 후보가 비리나 큰 도덕적 결함이 없는 청렴한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동의하는 바 일것이다. 내생각엔 그것에서 더 나아가 그 사람의 과거 인생이 과연 남을 위해서, 또 국가를 위해서 헌신한 사람인가를 봐야 한다. 나같은 보통사람들은 대부분 먹고 살기 바쁘므로 자기 자신과 가족, 그리고 자신의 직업이나 사업을 위해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기 마련이다. 이런 사람들을 낮게 평가하는게 절대 아니다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은 늘 아름답다). 하지만, 국가의 지도자가 되려는 사람은 적어도 자신의 삶을 통해 본인보다 더 큰 공동체의 대의를 위해서 봉사하고 헌신한 사람이어야 그 자격이 있다고 믿는다. 어떤이는 지역사회에서 평생 공복으로 일하며 주민을 섬긴분도 있을테고, 약자와 소수의 인권을 위해 법정에서 싸운이도 있을 것이며, 과거 우리나라의 민주화를 위해 앞장서 나간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 방식이야 어찌되었든, 사익추구가 아닌 대의를 위해 헌신하신 분들, 다같이 행복하게 사는 세상을 위해 노력하신 분들이 대통령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각 후보들마다 현란한 공약들을 내세우며 주의를 끌지만, 실제 그 사람이 지난 3-40년간 어떤 길을 걸어왔는가를 잘 살펴보면 대통령의 자격에 대한 질문이 어느정도 해소될 것이다.
한국에도 똑똑하고 훌륭한 인재가 많기 때문에 ‘자질’만 살펴보면 대통령직을 원만하게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이 꽤 여럿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모두 대통령 자격이 있는 것은 아니다. 현행 민주주의 제도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대통령의 자격과 자질을 동시에 갖춘사람을 깊이 고민해 보고 뽑는 것이다. 좋은 대통령을 뽑는다고 우리나라가 갑자기 선진국이 된다거나 국민 모두가 잘먹고 잘살게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최근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지도자를 잘 못 뽑았을때 국민들이 입는 피해는 그야말로 참담하다. 정말 잘 뽑아야 한다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