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반갑다 친구. 우리 언제 한번 저녁이나 술한잔 하자”
아마 누구나 한번쯤 이런말을 들은적도 있고 뱉은적도 있을거다. 이런 말이 오고간 회수에 비해 실제 그친구와 저녁이나 술한잔 약속이 생기는 비율은 얼마나 될까? 측정해보진 않았지만 아마 절반도 안되지 않을까? 그만큼 무슨 이유에서인지 팔로업 (follow-up)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단순히 친구관계를 떠나 비지니스 관계에서도 상황은 그다지 다르지 않다. 난 직업상 외부 사람들과 접촉이 많다보니, 여기저기서 이런 저런 요청과 부탁을 많이 듣게 된다. 언제 따로 한번 만나고 싶다든가, 누구를 좀 소개시켜 달라든가, 어떤 모임에 참석해달라 같은 것들 말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전화나 대면으로 이런 요청을 하신 분들 중에 실제 이메일등으로 팔로업 하시는 분은 절반이 좀 넘을까 말까 한 정도 같다. 오히려 며칠 후에 내가 기억이 나서 ‘그 분 xyz 건으로 연락하신다고 했는데 왜 소식이 없지?’ 라고 궁금해 하는 적이 많다. 내가 부탁을 받는 입장이니 내가 나서기도 뻘쭘해서 보통 그냥 놔두게 되고 시간이 지나면 나도 잊고 만다.
만났을때는 뭔가 정말 일을 낼 것 처럼 말을 하다가도 막상 팔로업이 없으면 의아하게 되고, 그런 일이 몇번 반복되면 미안한 말이지만 사실 실없는 사람으로 보인다. 어차피 행동으로 옮기지 않을 일을 말로만 떠드는 것 같은 인상을 주니 그렇다. 대표적인 예가 우리 동네 사는 어떤 미국 분 이웃인데, 내가 VC라는 걸 알게 되고 나서 나랑 동네에서 마주칠때마다 자기 사업 구상이랑 진전 상황을 마구 늘어놓는다. 투자자를 소개해 달라든가 피칭 자료 검토좀 해달라는 부탁을 여러번 했고, 번번히 자료를 곧 보낸다고 말했지만 막상 나에게 도착한 건 없다. 이런 예를 나는 사실 매주 경험하고 있다.
가만히 생각을 해보니 팔로업이 없다는 건 결국 그사람도 별로 이 건에 대해 serious 하지 않다는 반증이나 마찬가지다. 별로 serious 하지 않으면 말을 꺼내지도 말던가… 암튼 그래서 이런 요청이나 부탁을 받으면 요새 내 반응은 “아, 그럼 그 사항을 짧게 요약해서 저에게 이메일로 보내주세요. 그러시면 제가 이렇게 저렇게 해보겠습니다”라고 말한다 (나는 이메일 처리는 완벽하진 않지만 꽤 열심히 하는 편이다). 그럼 바로 그날 저녁 이메일 보내는 사람이 있고, 며칠을 기다려도 소식이 없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이 이 건에 대해 얼만큼 serious 한지를 보여주는 결정적인 잣대다.
예전에 VC투자와 연애 라는 블로그 글도 썼지만, 팔로업도 연애에서 나타나는 현상과 비슷한 점이 있다. 소개팅에서 정말 맘에 드는 상대를 만났다고 하자. 여자의 경우는 좀 다르겠지만, 보통 남자라면 바로 그날 문자 보내고 다음 데이트 약속 잡지 않을까? 일주일씩 연락 없다면 (고도의 밀땅 전략이 아닌담에야) 별 관심 없다는 뜻이다.
암튼 누군가와 협력해 뭔가를 이루어 내려면 팔로업은 사실 기본중의 기본인 work ethic인데, 우리 모두 바쁘다는 핑계로 혹은 깜박했다는 이유로 흘려버리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기억해 두자 – 누군가 만난후 자신의 seriousness를 보여줄 수 있는 제한 시간은 24시간이다. 이건 내 자신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다.
8 thoughts on “팔로업(follow-up)의 중요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