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구야, 나 이제 버스 못탄다”
허리가 많이 굽으신 어머니가 교회문을 나서며 나지막히 말하셨다. 난 내 귀를 의심하면서 자세를 낮춰 다시 잘 들었다. 이제 버스를 못 타시니 택시를 부르자고 하신다.
‘헐…엄마가 택시를 타자고 하시다니.’
어머니는 평생 택시와는 거리를 두고 살아오신 분이다. 30분, 1시간 거리도 늘 걸어다니셨고, 그보다 먼길은 반드시 버스나 지하철만 이용하셨다. 지하철이 무료가 된 나이부터는 지하철을 더욱 애용하셨던것 같다.
어렸을때 어머니와 외출이 썩 즐겁지 않았던 이유는 어딜 가더라도 많이 걸어야 했기 때문이다. 웬만한 거리는 다 걸어야 했다. 어쩌다가 외식 한번 해도 집까지 한참 걸어가야 했다. 버스비도 아까워하시기 때문에 택시는 언감생심이였다. 아주 드물게 택시가 ‘허용’되는 때는 4명정도 일행이 있어서 예상 택시비가 4명의 버스비보다 쌀 때 였다. 반항심인지 몰라도 어렸을땐 이런 어머니의 행보에 불만이 많았다. 괜히 궁상 맞아 보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성인이 된 후 어머니와 어디갈때면 묵묵히 어머니의 뜻을 받들어 버스나 지하철을 탔다. 어머니 마음 편하게 가는데 조금이나마 효도이려니 생각해서다. 뭐 나도 버스나 지하철이 크게 불편한건 아니다. 단, 파킨슨 병으로 조금씩 몸 상태가 안좋아 지시는 어머님을 편하게 모시고 싶은 마음은 있는데 말이다.
요새 내가 한국에서 출장중에는 외부 일정들이 많아 하루에도 여러번 택시를 탄다. 지하철이 빠를땐 지하철을 타지만, 지하철 연결이 애매한 목적지까지는 시간이 아까워 그냥 택시를 탄다. 하지만 아직도 택시타고 1만원 이상 거리를 갈때면 ‘내가 좀 사치를 하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일종의 죄책감이 스친다. 아마 어렸을때부터 택시는 사치라는 걸 세뇌(?) 당해서 그랬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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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교회에서 나와 여느때처럼 당연히 버스 정류장 쪽으로 걸어가려 했는데, 한달만에 뵌 어머니가 택시를 타자고 하신다. 더이상 버스를 올라탈 기력이 안되신다고. 급하게 택시를 불러 거동이 많이 불편하신 어머니를 뒷자리에 앉혀드리고, 나는 운전사 옆 앞자리에 앉아서 갔다. 집으로 가는 15분동안 나는 앞에서 눈물만 줄줄 흘렸다. 내가 우는걸 아실까봐 소리도 낼 수 없었다. 이런날은 꼭 택시 기사 아저씨가 라디오도 안틀더라. 그나마 어머니가 날 볼 수 없는 앞자리인게 얼마나 다행인지 몰랐다.
집에 도착해 차에서 내리면서 어머니는 다소 심기가 불편하신 표정으로 뭐라고 중얼거리신다. 아침에 똑같은 거리를 타고 가셨을때는 요금이 4천원이였는데, 지금은 4천8백원이 나왔다고.
이따가 난 강남까지 2만원 정도 거리를 타고 갈 예정인데 벌써부터 죄책감이 밀려온다.
감동적인 글에 이런 댓글 달아 죄송하지만 한국은 미터기 조작하는 택시가 많습니다. 그래서 800원 정도가 더 나온듯 하네요. 저도 한때 몸이 않좋아서 매일 같은시간대, 똑같은 거리를 한동안 택시 탄적이 있는데 가격이 어떤때 는 1,500원 이상 차이가 나더군요. 그래서 좀 알아봤더니 한국은 기사들이 그렇게 조작한다고 하더군요. 약 50% 정도는 조작하는거 같았습니다.
저널리즘과 벤처캐피탈이라는 제목의 글을 우연히 검색하다 발견하게되서 들어오게 되었는데 빅베이슨 캐피탈의 파운더 분이 운영하시는 블로그군요!
가장 최근 어머니와 택시 관련 기사도 저번에 우연히 로켓뉴스에서 봤었던거 같네요.
앞으로도 좋은글 기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