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을 망치는 밸류에이션

몇년전에 ‘스타트업 밸류에이션은 어떻게 하는가?’ 라는 제목의 글을 올린적이 있다. 워낙 관심들이 많은 주제여서 그런지 반응이 괜찮았다. 오늘은 초기 스타트업에게 도움이되지 않는 밸류에이션에 대해서 짚어보고자 한다. 다음의 두가지 예를 보자.

  • 대기업 직장을 3년여 다니다가 청운의 꿈을 안고 IT 창업의 길로 들어선 A군. 넉넉하지 않은 집안에 태어났고 벌어 놓은 돈도 별로 없어 초기 사업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주변 지인들에게 문의하기 시작한다. 강남에서 성형외과 원장님으로 승승장구 하고 계신 고등학교 B선배를 찾아가니 흔쾌히 1억정도는 투자해 주시겠다고 한다. 지분은 얼만큼 드려야 할지 물어보니, 본인은 후배가 하는일 도와주고 싶어서 그런거지 지분 욕심이 없다고 하신다. 상징적으로 1%면 족하다고 하신다 (밸류에이션=100억). 이게 웬떡인가. 당장 그 다음주에 1% 보통주 계약에 도장 찍는다. 그로부터 6개월후, 직원 5명과 불철주야 제품을 만들고 있는데, 어느새 1억은 다 소진되어 가고있고 제품 론칭까지는 적어도 6개월은 더 남았다. 추가 펀딩을 받으려고 돌아다니는데, 경험많은 엔젤투자자들이나 VC들은 지난번이 100억 밸류에이션이란 말을 듣자마자 난색을 표명하며 다 돌아선다.
  • 학생 시절부터 창업에 관심이 많아 관련 동아리 활동도 열심히 하던 Z양. 대학졸업과 동시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지역서비스 창업을 구상한다. 누가 그러는데 ‘멘토’라는 사람의 도움을 받으면 쉽게 일을 진척시킬수 있다고 해서 Y라는 인물을 소개받는다. Y를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보니 험난해 보이기만 했던 창업의 길을 모두 꿰뚫고 있는 것 같았다. 이바닥에서 유명한 사람들을 다 소개시켜 줄 수 있다고 하며 자기가 먼저 1억 투자도 해준댄다. 이게 웬떡인가. 그런데 본인은 단순 투자자가 아니라 당신과 함께 길을 가는 ‘멘토’이니 40% 지분을 달라고 한다 (밸류에이션=2.5억). 투자금에 비해 좀 많은 지분 같기는 한데 좋은 사람 같고 아직은 내가 60%를 가지고 있으니 제안에 응하기로 한다. 그 후 Y 멘토를 통해 업계 두어명 소개받기는 했는데, 생각보다 경쟁자도 많고 사업 진척이 쉽지 않다. 6개월후 추가 펀딩을 받으려고 돌아다니는데, 경험많은 엔젤투자자들이나 VC들은 회사 외부인이 40% 지분을 가지고 있는 것에 난색을 표명하며 다 돌아선다.

(이 케이스들은 내가 방금 지어낸 것이다. 하지만 비슷한 예를 여러번 봐왔기 때문에 완전히 허구는 아니다)

위의 경우에서 B 원장님이나 Y 멘토 모두 회사를 망치고자 하는 생각은 없었다.  특히 B원장님의 경우 후배를 돕겠다는 좋은 의도가 많았고, Y의 경우도 욕심을 좀 내긴 냈지만 어쨌든 본인 돈을 투자한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회사를 도와주는 꼴이 되지 못했다. 왜냐하면 펀딩은 보통 한번으로 끝나는게 아니라서 그렇다. 초기단계일수록 더더욱 그러하기 때문에 더 주의해야 한다. 씨드투자 한번 받고 IPO가는게 절대 아니다. 경험많은 투자자일수록 현재 market price를 잘 알고 있고, 회사의 현재 stage와 다음번 펀딩라운드까지 고려해서 조언해준다.

지난번 블로그에서도 말했듯이 밸류에이션에 정답은 없고, 결국 투자자와 회사 사이에 네고하기 나름이다. 그리고 밸류에이션이 위의 예처럼 터무니 없는 숫자여도 그걸 막을 수 있는 장치나 사람은 없다 (둘이 좋아서 하겠다는데 무슨 수로 말리나). 그렇다고 그런 딜이 회사에 장기적 도움이 되는건 아니다. 성실하고 패기넘치는 창업자가 이런 잘못된 지분구조나 밸류에이션 때문에 머리싸매고 고생하는걸 보면 참 안타깝다. 도와주고 싶어도 이미 엎어진 물을 되담기는 정말 정말 어렵다.

One thought on “스타트업을 망치는 밸류에이션

  1. 201몃년도에 발간된 엔젤투자 교육자료(교과서) 에는 엔젤투자자로써 권리 를 위해서 3%의 지분확보 이렇게 되어있네요. 저런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는가 봅니다. 인수합병이나 여러방법으로 투자금을 회수하는데 회사의 수치상 이익율상승이 아닌 실제 자신에게 금전으로 들어왔을때 투자수익이 된다고 하네요. 몃년된거라서 바꿔야 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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