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적 편견과 싸우기

실리콘 밸리에는 당연히 엔지니어가 많다.  그중에서도 특히 아시아계 엔지니어가 많다. 그러다 보니 이동네 사는 아시안 남자는 다 엔지니어인줄 착각하는 사람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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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전에 친구와 동네 골프장에서 골프를 치는데 모르는 미국사람 두명과 같은 조를 이루게 되었다.  다른때 처럼 서로 통성명도 하고 악수도 하고 몇홀 돌다 보니 서로 어디서 무슨일 하는지 물어보게 되었다. 그때는 나는 인텔 캐피탈에서 associate 으로 투자업무를 하던 시절이였다. 모르는 사람에게 주저리 주저리 말하기도 거시기 하고 해서 그냥 인텔에 다닌다고 했다. 그랬더니 나한데 대뜸 하는 말이

“Are you a hardware engineer or a software engineer?” (하드웨어 엔지니어세요 아니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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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지인의 소개로 인도계 컨설턴트이자 변호사를 하는 사람을 만나게되었다. 듣자하니 아주 예전에 애플에서 스티브 잡스 아래서 일한적도 있고 나름 꽤 잘나갔던 사람인것 같다.  역시 일하는 곳을 물어 보길래 월든 인터내셔널 벤처 캐피탈에 다닌다고 답해줬다. 그랬더니 우리 회사를 예전에 들어 본것 같다며 물어보는 말이

“Are you on the technical side?” (여러가지로 해석할수 있으나 내가 듣기론 회사의 IT 지원 같은데서일하냐고 묻는 것 같았음)

내가 “No. I’m an investor” 라고 하니 “Oh” 라고 하며 살짝 놀라는 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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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것은 이동네 사는 한국사람들 조차 한국아저씨는 다 엔지니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얼마전 어떤 한국인 부동산 중개업자를 만났는데, 그 아줌마가 자신이 의뢰인들을 위해 자료정리를 얼마나 잘해주는지 자랑을 하면서

“제가 엔지니어 분들 좋아하는 스타일로 엑셀에 쫙 정리해 드려요”

“저 엔지니어 아닌데요”

그리고 나서 괜히 미안하셨는지 직업이 뭔지 묻지도 않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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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 같이 훌륭한 직업으로 오해되는 것은 즐거운 일일수도 있으나, 그저 사람들이 내 인종만 보고 직업을 판단하는데는 분명 문제가 있다. 그러면서 나도 반성하는 것이 나도 비슷한 실수나 잘못을 얼마나 저질렀을까 하는거다. 이동네 멕시칸을 보면 맥도날드 같은데서 허드렛일 하는 사람이겠거니 지레짐작하는 것 말이다. 마찬가지로 한국에있는 동남아 분들이라고 다 공장 노동자는 아니고, 미국 시골에 사는 백인이라고 다 카우보이는 아니다.

5 thoughts on “인종적 편견과 싸우기

  1. 제 경험과 거의 99% 같습니다. 심지어는 라이코스의 리셉션을 담당하는 아주머니의 아들이 회사에 놀러왔다가 제 사무실을 지나가면서 우리 아들이라고 인사시켜 준 일이 있어요. 그런데 그 친구가 저보고 “당신 엔지니어냐”라고 해서 그 백인아주머니가 민망해 한 일이 있습니다. ^^ 처음 소개했을때 누구도 제가 CEO일 것이라고는 상상을 못하더군요. (제 몰골이나 차림새가 영 그렇지 못해서 그렇기도 할테니 반성…) 필구님이야 그래도 투자자나 VC라고 하면 믿어줄수도(?) 있을 것 같은데 전 영…

    말씀하신대로 한국분들도 다 그러십니다. 제가 몇년 갔던 치과의 한국의사분도 “회사를 그만뒀다”고 하니 “엔지니어는 금방 일자리를 찾을 수 있을테니 너무 걱정마세요”라고 답을 하시더군요. ㅎㅎ

    다만 그것을 “인종적 편견”이라고까지 할 것은 없을 것 같고요. 그냥 Stereotyping이 그렇게 되서 그런 것이고 더 많은 한국인이 다양한 분야에 진출하면서 바뀌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전 사실 별로 신경 안썼어요. 그러려니 했죠.ㅎㅎ

    1. ㅋㅋ 저야 뭐 예전에 엔지니어 였기도 했고, 누가 저보고 엔지니어냐고 물어봐도 이젠 그냥 무덤덤한데 이런 stereotype을 저뿐 아니라 많은 사람이 겪고 있을 것 같애서 한번 끄적여 봤습니다. 이제 보니 제목이 너무 전투적이였나 하는 생각도. ㅎㅎ

  2. 직업에 대한 편견은 별로 신경 안쓰시나보네요. 엔지니어는 훌륭한 직업이고, 맥노날드 직원은 허드렛일 하는 사람인가요?

    1. 오해하신 것 같은데 ‘맥도날드 직원이 모두 허드렛일 하는 사람’이라는 말이 아니고 “맥도날드 같은데서 허드렛일 하는 사람”이라고 말했습니다. 즉, 어느 회사나 (심지어 로펌도) 허드렛일 하는 사람은 있게 마련인데, 주위에 쉽게 보이는 패스트푸드 점의 예를 들어 말한 것 뿐입니다. 또 더 나가서, 허드렛일 하는 사람이 열등하다거나 하다는 말도 절대 아닙니다. 단지 허드렛일 하는 사람중 많은 수가 (적어도 이동네에선) 멕시코에서 건너온 사람이라는 사실때문에 저를 포함 많은 사람이 “멕시코인 = 허드렛일 노동자”와 같은 인종적 stereotype을 쉽게 갖게 되니, 이를 경계해야 한다는 취지의 말이였습니다.

  3. 이 글은 시험삼아 아이패드에서 작성했습니다. 열손가락으로 치려니 오타가 너무 많아 그냥 두개의 손가락으로 했는데 그래도 평소보다 오타가 꽤 있어 많이 지웠습니다. 그리고 링크를 건다든지 그림을 넣는 다는지 하는 복잡한 작업은 마우스 없이는 너무 불편할것 같아 엄두가 안나네요. 위처럼 간단한 글을 편집할순있겠지만 아직 아이패드는 주로 읽기용, 보기용인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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