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모르는 영어 단어들

어제 저녁에도 그랬다. 간만에 네식구가 모여서 DVD로 영화를 보는데, 식구들은 다 알고 나만 모르는 영어 단어가 나와서 또 좌절했다.

어제 본 영화는 2016년 개봉작 <매그니피센트 7> 이라는 일종의 리메이크 서부 영화였는데, 초 호화급 캐스팅으로 화제가 된 영화이기도 했다. (덴젤 와싱턴, 크리스 프랫, 이썬 호크, 이병헌 등)

주인공인 덴젤 와싱턴이 나쁜놈에게 ‘여기서 빨리 썩 꺼져!’ 라는 의미로 “Git!” 이라는 말을 내뱉었다. 전후 사정상 대충 그런뜻인것 같았지만, 아무래도 단어는 처음보는 것 같았다. 내가 git라는 단어를 볼때 머리속에 떠오르는 건 영화분위기와 전혀 상관없는 Github 웹사이트 밖에 없다.  같이 영화 보던  아이들(미 고등학생)은 물론이고 미국서 초등생 시절만 보낸 와이프도 단어뜻을 알고 있었다.  아이들은 ‘아빠는 이런 것도 모르냐~’는 핀잔도 함께 날려준다. 날 쳐다보며 피식 웃는 아들놈의 썩소 속에는 우월감과 쾌감이 그득하다.  (그 나이때는 왜 아빠를 이기는데서 즐거움을 느낄까?). 그래 이것들아… 무식한 아빠를 용서해 다오 우쒸 ㅠㅠ

GIT. 흠…스펠링도 딸랑 알파벳 3글자 밖에 안되고 누구나 다 아는 말 같은데, 영어 공부를 그렇게 오래 했음에도 난 왜 이 단어를 몰랐을까? 들어봤는데 스치고 지나간걸까? 아이들의 핀잔까지 들으면 나는 또 으례 나 나름대로의 항변을 한다.

“아빠 고등학교때 영어공부 진짜 욜씸히 했거든? 근데 이런 단어는 한국에서 절대 안가르쳐 줬다고!”

미국으로 건너온지가 만 19년이 되어가기 때문에 ‘고등학교때 어쩌구’ 운운하는 것은 아주 빈약한 변명밖에 안된다는 것은 내가 더 잘 안다.

실은 쉬워보이는 영어 단어 몰라서 당황스러웠던 것은 예전부터 자주 겪은 일이다.  아이들이 훨씬 어렸을때 봤던 그림동화책에도 제대로 모르거나 처음보는 단어는 즐비했다. 다시말하지만 이 책들은 아마 만 2-3세용 ‘그림책’이였다. 나비도 날아서 놀러오고, 기어다니는 벌레가 말도하고, 상상속의 캐릭터들이 움직이는 그런 책들말이다. 한페이지에 문장은 한두개 씩 밖에 없었지만, 갑자기 flutter (나비같은 것들이 날개를 펄럭일때 쓰는 동사), mutter (낮은 목소리로 궁시렁댈때 쓰는 동사) 같이 평소에 못보던 단어들이 튀어나오면 책 읽어주다말고 잔뜩 긴장했다. 그림책이나 동화책으로 영어공부를 다시 시작하면 원어민에 좀 더 가까운 영어를 구사하게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현지에선 유치원생도 아는 말이지만 나만 몰랐던 단어들은 꽤 많았는데, 그 중 몇가지 생각나는 것만 적어보면,

  • puddle (퍼들) – 비오고 나면 길거리 곳곳에 물이 고여있을수 있는데 그런걸 말하는 명사
  • scrumptious (스크럼셔스) – 엄청 맛있다는 뜻의 형용사로 delicious보다 좀 뜻이 강함
  • skip (스킵) – 어른들은 뭔가 빼먹고 지나가다는 뜻으로 많이들 쓰지만, 아이들 입장에선 한발로 뛰는 ‘깽깽이’나 깡총깡총 뛰는 걸 뜻할 경우가 많음
  • rickety (리케티) – 뭔가 허접하고 곧 무너질것 같은 조형물 같은걸 표현할때 쓰는 형용사
  • purr (펄) – 고양이가 만족감을 표할때 낮게 내는 소리를 본뜬 의성어 (동사)

원래 이것 말고도 상당히 많았는데, 막상 기억해내려고 하니 쉽지 않다. 예전엔 공대 책들은 원서로 많이 봤고, 지금도 종종 영어로 쓰인 경영관련 책들을 읽지만, 해리포터 같은 책은 원서로 재미있게 볼 자신이 없다. 모르는 단어가 너무 많이 나올걸 알기 때문이다.

참 언어라는 것만큼 쉽고도 어려운게 없는것 같다. 언어를 생활로 접하고 배운 사람에게는 말처럼 쉬운게 없지만, 이걸 ‘외국어’입장에서 공부로 접근하는 사람에게는 참 어렵다. 영어를 배우기 시작한지 30년이 되어가고 나름 시간과 노력을 많이 들였지만, 아직 아이들 동화책만 봐도 모르는 단어가 나올 정도로 허점이 많다.

그래도 어쩌랴. 결론은 꾸준히 하는 수 밖에 없다. 한가지 방법은 원어민과의 접촉을 늘리는 일인데 한국과 같은 나라에서는 기회가 제한적일수 밖에 없다. 원어민과의 소통 기회를 틈틈히 가지고자 하는 분께는 튜터링 이라는 모바일 앱을 추천한다. 이걸 쓰면 아무때나 원하는 주제로 원어민 선생님과 실시간 대화를 나눌수 있으니 말이다 (깨알광고 ^^).

사족 – git는 나중에 찾아보니 영국쪽에서는 ‘얼간이’ 를 뜻하는 명사로 쓰이는 것 같고, 미국에서는 주로 남부등지에서 ‘빨리 떠나라’는 명령등을 할때 쓰는 속어 (동사)로 쓰이는 것 같다.

2 thoughts on “나만 모르는 영어 단어들

  1. 비슷한 경험이 생각납니다.
    동생 영어책에 Hey Mr. Caterpiilar, would you like~~ 이렇게 시작하는 노래가 나오는 거에요. 캐터필러라니.. 제가 아는 것은 트랙터나 탱크, 불도저에 달린 무한궤도 바퀴밖에 없었는데 말이죠. 깜짝 놀랐어요.
    사전을 뒤적이고서야 나비 애벌레라는 것을 알았답니다. ㅎㅎ

  2. ㅎㅎ 저도 비슷한 생각 한적있네요. 다 커서 해외나와 산지 15년 넘었지만 살아남는데 필요한 단어말고는 그닥.. 해리포터랑 반지의 제왕 읽을 생각도 안하고요. 셰익스피어 연극은 대사를 정말 못알아듣겠더라구요. 애들 책부터 아님 중학교 과정책부터 다시 읽는게 좋을까 고민하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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