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TV를 회의적으로 보는 이유

나는 텍 업계에 있는 사람치곤 꽤 구식 TV를 쓰고 있다. 2003년에 산 소니의 50인치 LCD 프로젝션 TV이다. 이게 지금의 LCD TV처럼 평판이 아니고 뒤가 불룩 튀어나온 TV로, 예전의 DLP TV와 경쟁하던 제품이다. 10년이 되어가지만 HD이고 화질은 아직까지 참 좋아서 큰 불만없이 쓰고 있다. 오히려 요새 나오는 최고급 TV 보다 화질이 부드러운 것 같아 눈이 편하다는 생각까지 든다. 뒤에 꼽는 단자에 HDMI가 없는게 큰 단점이지만, 그냥 RGB 인풋과 DVI만으로도 케이블 박스랑 Wii 연결에는 무리가 없다. 이 TV를 사고 이사도 3번이나 했으니 (장거리 이사 2번 포함) 그동안  TV를 업그레이드 할까 하는 생각도 몇번 했었다. 하지만 딱히 새 TV를 사야할 필요를 못느꼈다. 정말 얇게 나온 슬림 TV, 3D TV, 스마트 TV등 갖가지 상품들이 나왔지만, 어느것 하나 내 호주머니를 열지 못했다. 내가 텍 제품 사는데 그렇게 인색한 사람은 아닌데도 말이다. 이유를 생각해 보니 새 TV를 산다고 해도, 내 TV 보는 경험에 큰 향상이 없을 것을 잘 알기 때문에 그런듯 하다. 이미 TV는 나에겐 그저 집에 있는 커다란 모니터일 뿐이다.

우리집에 있는 10년된 TV

우리집에 있는 10년된 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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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트위터를 통해 이찬진 대표님이 ‘스마트 TV가 안되는 이유, 또  앞으로 될 것 같은 이유’를 수집하여 올리신 글을 보게 되었다. 나는 이분야 전문가는 아니지만, 평범한 소비자 관점에서 보았을때 스마트 TV에 대해 상당히 회의적인 입장이다. 내가 생각하는 구체적인 이유를 아래 3가지만 요약하였다. (이찬진 대표님이 요약하신 항목들과 중복되는 것도 있음)

1) TV 앞에서는 사람들 마인드가 달라진다

거짓말 좀 보태면 TV 사용자의 99%는 리모콘에서 딱 버튼 세개만 쓴다  – 전원, 볼륨, 채널. 그걸로 끝이다. 컴퓨터 앞에 앉아서는 키보드와 마우스로 온갖 복잡한 작업을 즐겨하던 사람도, TV 앞에만 앉으면 갑자기 귀차니즘의 화신으로 변한다. TV에서 뭔가 입력하고, 찾고, 조작한다는 그 자체가 그냥 싫은 것이다. 하루종일 시달렸던 일과에서 벗어나 TV 앞 소파에 반쯤 누워서 군것질도 해가면서 잠시 ‘두뇌휴식’을 하고 싶은데, 이 시간  조차 뭔가 ‘스마트’하게 기계에 대응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부담이다. TV가 정말 스마트해져서 내가 원하는 걸 미리미리 알아서 척척 찾아서 보여주기 전까진 사실 스마트 TV는 말이 스마트이지, 그냥 내가 이런 저런 인풋을 많이 줘야하는 요구사항 많은 TV에 불과하다.  사용자는 말한다 — 나도 좀 쉬자.

2) 얼리 어답터들이 TV를 별로 안본다

스마트 TV 같이 어떤 새로운 제품이 메인 스트림으로 가기 위해선 초기에 얼리 어답터들이 사용하면서 입소문이 나고 퍼져야 되는데, 내 생각에 TV라는 종목은 이 점에서 확실히 불리해 보인다. 얼리 어답터들은 주로 테크에 관심이 많고 소득도 중산층 이상 되는 사람들로 전문직 종사자들이 많은데, 이런 사람들은 점점 TV를 멀리하고 있다. 대부분 바쁜 사람들이니 TV 볼시간이 없는 것도 있지만, 그나마 있는 여가시간도 컴퓨터나 태블릿, 스마트폰 앞에서 보내기 일쑤다. 내 경우만 봐도 10년전과 비교하면 TV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줄었다. 웬만한 콘텐츠가 온라인상에서 온디맨드로 가능하니, 실시간으로 봐야 하는 스포츠 중계와 선거 개표방송등을 제외하면 굳이 TV를 틀어야할 이유가 별로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미국인 하루 평균 TV 시청 시간은 5시간 이상이라 한다)  암튼 스마트 TV는 “결국은 TV”라는 태생적 한계로 인해 초기 사용자를 끌어들이는데 상당히 어려움이 있다고 생각한다.

3) TV를 교체하는 사이클이 너무 길다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컴퓨터와는 달리 TV를 2~3년마다 바꾸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자원의 낭비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도 그렇게 자주 바꾸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유지되면 좋겠다.)  최근 통계를 보니 글로벌 시장에서 TV교체 주기가 현재 대략 7년 정도이다. 아무리 최신식 기능이라고 해도 6개월이면 구식이 되는 세상이니, 5년~10년씩 쓰는 제품에 들어간 ‘스마트’기능은 그저 잠시 즐거운 장난감으로 끝날 가능성이 많다. 뭐 일부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어느정도 커버가 되겠지만, TV 앞에 앉아서 검색조차 하기 귀찮아 하는 사람들이 TV에 들어가는 OS를 업데이트 할까? 스마트폰이야 OS 잘못 건드리면 서비스센터에 가지고 가서 상담이라도 받을 수 있지만, 50인치 TV가 먹통이 되는 날엔 그렇게 하기도 어렵다. (참고로, 미국은 서비스센터 직원을 집으로 부르려먼 무척 비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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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Costco 매장에 가보았더니, 진열해논 TV중 대부분이 스마트 TV였다. 정확히 어떤 기준으로 스마트 TV라 부를 수 있는지는 애매하지만, 간단한 인터넷이나 넷플릭스 정도는 기본적으로 지원이 되는 모델이 많았다.  하지만 그 TV를 사는 사람중에 ‘스마트 기능’을 꾸준히 사용하는 사람이 몇 %나 될까 궁금했다. 그냥 시중에 나와 있는 TV가 죄다 “스마트 TV”이니 어쩔수 없이 그중에 하나 사긴 하겠지만, 실제 사용행태는 평범한 TV로 사용하고 있지는 않을까? 나도 그렇지만 사람들이 큰 웃돈을 얹어주면서까지 스마트 TV를 사고 싶어하지는 않는 것 같다. (스마트폰의 경우, 보통 핸드폰에 비해 훨씬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다.) TV 제조사나 OS 공급자는 매년 상승하는 스마트 TV 판매대수를 자랑하고 싶겠지만, 난 그에 앞서 실제 그 TV들이 진정한 의미의 스마트 TV로 사용되고 있는지, 또 사람들이 그에 대한 프리미엄을 지급할 용의가 있는지에 대한 조사가 보고 싶다.

이글을 읽는 분들 중에는 스마트 TV를 쓰고 계신 분도 많을 것이고, 나와 반대의견을 가진 분도 계실 것이다 (반대 의견 적극 환영). 스마트 TV를 제대로 써보지도 않은 내가 이런 글을 올리는게 좀 이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근시일 내에 스마트 TV를 adopt할 의향이 없는 나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도 많을 것같아 그런 사람들의 목소리를 내는 의미에서 글을 쓰게 되었다.  예전에 한 친한 동료가 농담반 진담반으로 이런 말을 했다. (그 친구도 어디서 들은 말인 듯)

“A product category in consumer electronics doesn’t exist… until Apple creates one (소비자 가전에서 제품군이란건 존재하지 않지. 애플이 만들어내기 전까진)”

스마트 TV가 지금 같은 형태와 사용 모델이면 별 관심이 없다. 하지만, 혹시 아나? 애플이든 누구든 나와서 뭔가 확 시원하게 바꿔줄지. 그렇게 되면 또 블로그를 쓰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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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Phil Yoon

Founding Partner at Big Basin Capit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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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Responses to 스마트 TV를 회의적으로 보는 이유

  1. easymis says:

    Smart TV를 사고 소위 Smart 기능이라고 쓰는 것은 YouTube를 보는 것인데 HD화질로 된 YouTube 컨텐츠를 보는 것은 쓸만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검색을 위해 검색어를 입력해야 하는데 리모컨 방향키와 확인키로 한글자 한글자씩 입력하는게 보통 귀찮은 것이 아닙니다. 따라서 인터페이스 수단이 좀 더 강화될 필요가 있고 또 하나는 Smart TV를 사용하려면 소위 앱을 구동해야하는데 어떤 AP를 쓰는지는 모르겠으나 상당히 느립니다. 스마트폰 같은 속도를 기대하면 안되지요. 게다가 플랫폼도 제각각이라.. 제품의 카테고리 정의가 좀 더 ‘스마트’해 지지 않으면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기엔 역부족인 것 같습니다.

    • 맞습니다. 지금 리모콘으로 하는 인터페이스는 고통 그자체죠. 빠른 프로세서를 쓰면 가격이 올라갈텐데 사람들이 스마트 TV에 큰 프리미엄 내고 살 생각은 없고 그런것같습니다.

  2. duii says:

    저희 부모님이 스마트TV로 바꾸신 후 좋은건 큰 화면으로 스카이프를 이용한 화상통화가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TV를 켜면 자동로그인이 되니 처음에 세팅만 해놓으면 따로 실행시키거나 하는 조작이 필요없어서 어르신들도 간단히 이용이 가능합니다. 손주가 태어나니 활용도가 있더라구요.

    하지만.. 보통의 가정(아기가 없는..)에선 화상통화를 즐겨하진 않을 것이고 또 화상통화를 하기위해 티비를 켜는 것은 번거로운 것 같습니다.
    마찬가지로 저 역시 부모님이 티비를 항상 켜두시는게 아니므로 화상통화를 하려고 하니 티비를 켜시라고 따로 연락을 드려야 하는게 좀 번거롭습니다.

    • 화상통화를 하려면 카메라를 설치해야 하지 않나요? 아님 요새 TV는 노트북처럼 화상통화용 카메라가 주로 달려서 나오나요?

      • duii says:

        요즘엔 모르겠지만 1년 전쯤엔 따로 구입했어야 했습니다 가격은 10만원 정도.. 어르신들과 아기가 있는 특수한 상황에선 유용한 기능입니다^^;

  3. zxzl says:

    “TV가 정말 스마트해져서 내가 원하는 걸 미리미리 알아서 척척 찾아서 보여주기 전까진 사실 스마트 TV는 말이 스마트이지, ” 말씀하신 이 부분에 스마트tv의 미래가 있다고 봅니다.
    아무리 볼 게 없고 심심하다고 해도 재미있게 보는 동영상은 항상 있기 마련입니다.
    요새 유튜브에서 추천해주는 동영상들을 보다보면
    ‘키기만 하면 심심할 틈이 없는’ 정도의 스마트tv도 곧 나올 수 있을거 같습니다.

    • 그러면 재미있어지긴 하겠네요. 근데 그렇게 된다고 했을때 그런 smartness 가 유투브 같은 서비스단에 존재하는가 아니면 tv 수상기에 존재하는가의 문제가 남겠죠.

    • zxzl says:

      음..이쪽에서는 아무래도 서비스쪽에서 smartness를 찾아야겠죠.
      (개인적으로) tv라는 플랫폼만의 경쟁력은
      ‘아무 생각없이 편하게 없이 소파에 앉아 리모콘을 움직이는것’
      이라고 보고있는터라 그 추천쪽에 많이 기대를 하는 편입니다.

      p.s)연말이라 바쁘실텐데 꼬박꼬박 댓글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4. brian says:

    말씀하신대로 tv는 lean back 성향이 강해서 뭔가 기능이 많고 복잡한 것이 별로 도움은 안되는 것 같습니다. 제조사 입장에서도 스마트티비는 소비자들의 티비 재구매를 촉진하기 위한 새로운 theme 제시 정도에 그치고 있지않나 하는 생각도 드네요. 일전에 스마트 티비 시장을 보다 정리한 자료가 있어 링크합니다. 참조하세요. http://www.eksperto.com/tc/63

  5. Pingback: 애플TV의 놀라움 |

  6. 박영기 says:

    멘붕 탈출은 어느정도 되셨습니까?
    저는 멘붕까지는 아니었지만 분노 좌절 허탈에서 많이 해소가 된 상태 입니다. ㅎㅎ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로 부터의 혁신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새삼 알게 되었습니다.

    IT 제품은 이렇다 저렇다 쉽게 논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너무나 변수가 많기 때문에 자칫 잘못 말 했다간 나중에 낭패 보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아이폰이 그랬었고 아이패드도 그랬었듯이 혁신적인 제품 일 수록 처음에 제대로 된 평가가 내려진 적이 없었습니다.
    이제 스마트 티비 차례인것 같습니다.

    저는 스마트 티비를 상당히 긍정적으로 생각 하는 한 사람으로서 티비에서 방송 시청이외에 다른 일을 할 수 있다면 너무 좋을 것으로 생각 합니다.

    거실 정 중앙의 크고 아름다운 티비 화면을 제대로 활용 할 수만 있으면 그 용도는 피씨나
    스마트 폰 보다도 훨씬 클 수 있습니다.
    티비의 대 화면은 널널한 광고 space를 제공 하고, 피씨나 스마트 폰에 중복 되지 않은
    다양한 계층의 유져들로 인하여 모바일과 비교 할 수 없는 큰 광고 효과 등으로
    비지니스 측면에서 보면 완전 새로운 시장이 형성 될 수 있는 우유와 꿀이 좔좔 흘러 넘치는 노다지 신천지와 같습니다.

    문제는 인터페이스 입니다.
    현재의 인터페이스들은 스마트 티비의 모든것들을 그림의 떡으로 만들고, 이는 유져들의
    기대만큼의 실망으로 이어져 과연 스마트 티비가 필요한가하는 의문이 되어가고 있는 실정 입니다.
    그러나 만약…
    개발자의 관심을 끌 수 있는 DX(developer experience)의 인터페이스 개발이 선행 된다면.
    모바일 쪽에 떼거지로 몰려 있으면서 호시탐탐 티비를 엿보고 있는 떨파리(3rd party) 개발자들이 목숨을 걸고 물을 찿는 셀렝게티의 소떼들 마냥 티비로의 자진 이동을 유도 할 수 있고..
    이는 느려터진 하드웨어 스팩을 경쟁적으로 올릴 수 있는 모티브가 되고..
    소위 말하는 킬러 컨텐츠를 만들 수 있는 환경으로 이어지고..
    드디어 호순환의 물꼬가 트이면서 거실 생태계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이 시작 될 것 입니다.

    소파 환경에 최적화 된 사용 편의의 합리적인 유져 인터페이스만 해결 되면 totally different story로 바뀌며 또한번 세상을 재미의 도가니로 빠뜨릴 수 있는 대박 potential이 티비에 있음을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윤 선생님 같은 투자자들이 티비 쪽에도 관심을 좀 가져 주시길 부탁 드리는 의미에서 제가 만든 동영상을 하나 올립니다.

    [video src="https://www.dropbox.com/s/1yipd45law3q8hy/Introduction.m4v" /]

    • 자세한 의견 감사합니다. 동영상도요. 말씀하신대로 IT는 변화가 많아서 이렇다 저렇다 이야기 했다가 2년 후에 낭패 보기 십상이지요 ^^
      TV라는 캐티고리의 포텐셜 마저 완전 부정하기는 어렵겠지요. 제가 마지막에 밝힌 것처럼 누가 나와서 현재의 인터페이스와 use model을 확 개선해 주는 일 없이는 진정한 의미의 스마트 TV는 어렵다는게 제 견해 입니다.

  7. Pingback: 12년 12월 3주~1월 1주차(12/17~01/06) IT 분야 읽을 꺼리 모음 | 케이웨더 모바일 서비스 블로그

  8. energykim says:

    Reblogged this on energykim's Blog and commented:
    Reblog?

  9. jp says:

    저도 그렇게 굳건히 생각하고 있었는데 안드로이드 미니 PC를 TV에 연결하고서는 조금 달라졌습니다. 키보드와 마우스를 구매해야 하지만 이건 게임기 저리가라더군요. 조금 과장해서 액박 연결한 기분이었습니다. 그리고 키보드에 마우스 인터페이스까지! 익숙한 안드로이드 인터페이스라서 너무 편했구요. 이걸로 가끔 게임하고 가족들 모였을때 인터넷 검색하고 동영상 찾아 보고 하니까 좀 다르더라고요.

  10. Pingback: 12년 12월 3주~1월 1주차(12/17~01/06) IT 분야 읽을 꺼리 모음 | 사는 것, 그 자체가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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