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국 회사의 주차장에서 느끼는 문화차이

십여년전쯤에 미국의 작은 소프트웨어 회사를 다니던 시절이였다. 한국의 모 대기업이 커스터머였기 때문에, 일년에 이곳을 몇번씩 방문하곤 했었다. 서울을 좀 벗어난 경기도에 위치해 있었고, 주로 한국의 협력사 (distributor) 직원의 차를 얻어타고 그곳을 다녔다. 문제는 주차였다. 워낙 큰 사업장에 직원수도 무척 많아서 끝없는 주차장이 펼쳐져 있었고, 우리 같은 vendor나 visitor를 위한 주차장은 따로 없었다. 우리가 도착하는 시간은 보통 출근 시간 훨씬 후 였기 때문에 일반 주차장에는 이미 직원들 차가 2중으로 주차되어 있었고 (주차된 차 뒤에 중립기어로 풀어놓고 주차하는 것), 보통은 한참을 내려가서 비포장 주차장 (흙바닥) 자리에 대고 거의 하이킹하는 기분으로 건물까지 걸어가야 했다. 과장이 아니라 족히 15분이상 걸어야 했고, 그것도 살짝 오르막이였으니 한여름에는 미팅하기 전부터 땀으로 흥건히 젖기 일쑤였다. 협력사 직원들 사이에는 여기로 외근이 잦은 때는 운동이 많이 되어서 살이 빠진다는 농담이 나올 정도였다. 미국에서 온 내가 땀을 뻘뻘 흘리며 하이킹 하는게 좀 안스러웠던지, 나중에는 협력사 직원이 나 먼저 사업장 입구쪽에 내려주고 차를 대고 오겠다고 했지만, 특별대우는 좀 아닌것 같아서 고사하고 계속 같이 걸어다녔다. 미국 회사들은 보통 건물입구에서 제일 가까운 자리에 장애인용 주차자리가 있고, 그 다음 가까운곳에 visitor parking이 있는 것과 너무 대조적이라 처음에 문화 충격이 좀 있었다. 20대였고 젊었으니 걷는게 육체적으로 그리 힘든건 아니였지만, 약간 섭섭한 마음이 들었다.

‘아, 이 회사는 아쉬울게 없는 곳이구나. 나같은 사람은 그냥 vendor일 뿐이고, 오기 싫으면 오지 말라는 거겠지…’

이 곳을 최근에는 방문한 적이 없어서 모르겠는데 지금은 좀 나아졌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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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전쯤 회사를 다닐때 있었던 일인데, 내 상사를 모시고 한국의 모 대기업 회장님을 만나러 가는 일이 있었다. 그냥 우리가 택시타고 건물로 가도 될텐데 그쪽에서 친절하게도 차를 보내주었다. 기사를 포함 2명의 직원이 와서 우리를 호텔에서 픽업해 주었는데, 차로 이동하는 동안 조수석에 앉은 직원은 건물안에서 대기하고 있는 직원과 언제 도착 예정인지 (마치 무슨 작전 수행하듯이) 수시로 전화를 주고 받았다. 또 건물에 도착해서는 현관에서 기다리고 있던 여러명의 직원들이 90도 인사와 함께 ‘안쪽으로 납시라’는 손동작을 연신 취하였다. 직원들이 차문을 열어주는 것은 물론, 로비에 도착하니 또 다른 직원들이 엘리베이터를 잡아놓고 대기하고 있었다. 갑자기 극진한 대접에 고맙기도 하고 어리둥절 했지만, 솔직히 인력낭비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미팅장소에 도착하기까지 아마 한 8명 정도의 직원이 투입된 것 같다. 그냥 누군가 한명 로비에서 우리를 맞아주는 정도면 충분할텐데. 다른 회사였지만, 문득 7-8년전 15분거리에 주차하고 하이킹해서 올라가던 기억이 스치며 머리를 복잡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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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달전 애플 본사에서 근무하시는 한 박사님을 뵈러 찾아 간적이 있다. 인사도 드리고 애플 구내 식당에서 점심을 하기로 했는데, 그 유명한 주소인 “1 Infinite Loop” 앞에 도착하니 차도 많고 상당히 복잡했다. 점심시간 직전이니 나처럼 방문하러 오는 사람, 나가서 식사하려는 사람이 많은 것 같았다. 세계 최대의 시가총액을 자랑하는 회사의 headquarter 정중앙 건물 앞이니 오죽하겠나 싶었다. ‘아… visitor parking 꽉 찼을거고 주차 자리 찾다보면 약속시간에 늦을 수 있겠는데’ 라는 생각이 스쳤다. 그러던 찰라, 앗 저기 보이는 것은 발레파킹! 한국에서야 발레파킹이 아주 흔해도 미국에서는 좀 고급 식당아니면 그리 흔하지는 않다. 더군다나 회사에서 방문객을 위해 발레파킹 해주는 건 첨봤다! 나는 애플의 협력사도 아니고 애플에 도움이 될 일도 없으며, 단지 애플의 직원분과 밥 한끼 먹으러 온건데. 생각지도 못했던 무료 발레파킹 서비스를 받으니 애플에 대한 호감도가 급상승했다. 애플도 어찌보면 ‘아쉬울게 없는’ 회사축에 속할텐데 그래도 찾아오는 사람들에 대해 기본적으로 ‘손님’ 대접은 해주는 구나… 발레파킹 없었으면 주차자리 찾다가 10분은 늦었을텐데, 바로 지체없이 12시까지 들어갈 수 있었다. 넓은 주차장에 직원 3-4명이 열심히 방문객들을 위해 파킹 해주고 있었는데, 효율적인 resource 투입이자 애플같이 큰회사로선 충분히 가치있는 투자라고 생각했다.

나의 몇 안되는 단편적인 예로 일반화 해서는 안될테고 그러고 싶은 마음도 없다. 단, 별것 아닌것 같지만 파킹같이 사소한 것 하나에도 기업 문화는 묻어나오기 마련인 것 같다. 대외 협력을 중시하는 기업은 손님에 대한 배려에 신경쓰지 않을 수 없을테니 말이다.

(부탁) 위에서 언급한 기업들이 어디인것 같다라는 추측성 댓글은 지양해 주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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