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C의 눈으로 다시 보는 허생전

며칠전 조선시대 관련 책을 하나 읽다가 연암 박지원의 <허생전>을 몇페이지 인용한걸 보게 되었다. 20여년전 고등학교 다닐 때 교과서에서 보던 그 허생전 말이다. 지금도 교과서에 있는지 모르지만, 아마 나랑 비슷한 시기에 학교를 다닌 사람들은 다들 잘 알고 있는 작품이리라. 참 반가왔다. 오랜시간이 지났지만, 그때 시험공부 때문에 마르고 닳도록 봤던 작품이라 문장들이 너무 낯이 익어서 마치 오랫동안 못봤던 고등학교 친구를 길에서 마주친 느낌이였다.

근데 차근차근 읽다보니 고등학교 때와는 사뭇 다른 눈으로 보게 되었다. 예전에 배우기론 형식과 겉치레에 물든 조선 사대부를 풍자하는 문학작품이라고 들은것 같은데, 이건 내가 지금 보기에 완전한 ‘벤처’ 소설이다. 허생이란 선비가 사업가로 뛰어들게 된 과정, 펀드레이징, 사업전략과 그 전개 과정, 글로벌 진출, 엑시트및 투자자금 회수까지의 과정이 상세히 담겨 있다. 벤처라는 말이 생기기도 수백년 전에 연암 박지원은 벤처를 이해하고 있었다. 엄청난 혜안이 아닌가!

각설하고 내가 왜 그렇게 느꼈는지 아래 내 빨간색 코멘트를 보면 이해가 갈 것이다.

Slide1 Slide2 Slide3 Slide4(중략)

Slide5 Slide6 Slide7 Slide8(후략)

후략된 부분엔 성공한 사업가 허생을 정치권에서 영입하려는 움직임도 나온다. 내가 직업병이 있는지 몰라도, 이 정도면 현대인의 눈으로 봐도 정말 reality 넘치는 벤처 소설 아닌가?

—-

(허생전 전문은 여기서 캡춰)

14 thoughts on “VC의 눈으로 다시 보는 허생전

  1. 잘 읽었습니다.
    허생전도 허생전이지만, 맥을 짚어내는 사람의 눈도 예사는 아니군요.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2. 허생이 벤처 사업가 맞네요 ㅎㅎ 자본과 독점에 의해 시장과 국민의 안정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통찰과 그것을 몸소 실천하여 피해를 입히고 돈을 크게 버는 모습을 직접 보여준 것도 인상적입니다.

  3. 스타트업을 준비하는 예비창업자로서 블로그에 글을 순서대로 읽던중에 허생전을 코멘트와 함께 보니 스타트업과 비슷하다고 느껴지네요 :)
    좋은글들 읽으며 배우고 얻어가고 있습니다. 언젠가 기회가 되서 얘기 나눌수 있다면 즐거울 거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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