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상당수 웹싸이트들 (블로그, 까페, 커뮤니티 공간 등)을 보면 이상한 특징이 있다. 어디선가 “퍼온글”이 많다는 것이다. 신문 기사를 퍼오기도 하고, 남의 블로그 글을 퍼오기도 하고, 남이 다른 까페에 올린글을 퍼오기도 하는등, 본인의 창작물이 아닌 글이 굉장히 많다. 여기서 내가 말하는 것은 단순히 한두구절 인용한 것이 아니라, 글을 통째로 긁어서 copy & paste 작업을 한 걸 말하는 거다. 나도 예전에는 이걸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다. 관심 갈만한 신문 기사들이 다 긁어져 와 있으면 한 곳에서 볼 수 있으니 편하다라고 생각할 정도 였다. 그런데 몇달 전부터 블로그를 시작하며 간단한 글이나마 직접 생산하는 사람 입장이 되어보니 “글 퍼가기”는 분명 잘못된 문화라는 생각이 확실해졌다.
나는 전문 블로거도 아니고 글재주도 별로 없는 사람이지만, 그저 내 스스로 생각을 정리하고 사람들과 더 많이 소통을 하고 싶은 생각에 블로그/트위터를 비교적 최근에 시작하게 되었다. 주로 변변찮은 글이지만, 몇몇 글들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부분이 있어서 그런지 리트윗도 좀 되고 조회수도 꽤 올라간 적이 있었다.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사람들이 이런 몇몇 글을 본인의 블로그나 까페에 퍼간다는 사실이였다. 대부분 사전 동의는 없었다. (벤처스퀘어 같은 전문 싸이트에서는 정중히 이메일로 글 퍼감에 대해 사전동의를 구했고, 내가 흔쾌히 허락했다) 글을 퍼갈때 “글 퍼갈께요”라고 양해를 구하는 이는 양반축에 속했다. 어떤이는 내 글을 원저자나 출처에 대한 언급도 전혀 없이, 마치 자기 글인양 블로그에 버젓이 올린 사람도 봤다. (지금은 나의 요청으로 삭제함) 실수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어처구니가 없었다.
혹자는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남이 글 퍼가는게 괜히 배가 아파서 그러냐고. 미리 말해두지만 글을 쓰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대부분의 자기 글이 널리 읽혔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이건 모든 창작물을 만드는 사람들의 공통된 바램일 것이다. 그 객체가 영화든, 소설이든, 음악이든 간에. 헌데 그 유통경로가 만약 창작물의 주인이 동의할수 없는 방법이면 분명 문제가 있는 것이다. 영화, 음반등의 불법 복제는 어제 오늘 문제가 아니고, 요새는 단행본 소설 같은 책들도 ‘텍스트본’으로 인터넷에서 버젓이 유통되고 있다고 한다. (조선일보 기사 참조) 창작을 하는 사람으로선 참 힘빠지는 일이다.
혹자는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긴 소설도 아니고 몇페이지 분량의 블로그 글이 뭐 얼마나 대단한 창작물이기에 그것 좀 퍼 간다고 문제를 삼냐고. 좋은 글은 다 같이 공유하면 좋은 거 아니냐고. 이에대한 나의 생각은 이렇다. 글의 길고 짧음을 떠나 사전동의 없는 글 퍼가기는 분명 저작권 침해다. 어떤 저자가 본인의 글을 특정한 곳에 올린 이유는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쉬운예로, 텍크런치의 기자가 텍크런치에 글을 올리는데는 그글이 거기에 게제되어야 하는 이유가 있다. 이것을 무시한채 아무나 텍크런치의 글을 복사해다가 이런저런 블로그, 까페등에 올린다고 생각해 보면 상식적으로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텍크런치 같은 전문 블로그는 배너광고 수입도 있으니, 자기네 저작물이 여기저기 흩어져서 난립하게 되면 그들의 광고 수익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리고 내가 글퍼가기를 반대하는 중요한 이유중의 하나는 “저자와의 소통 단절”이다. 내가 앞서 말했듯이 블로그를 하는 이유는 사람들과 가능한 많이 댓글등으로 소통하고 싶어서인데, 내가 알수 없는 회원제 까페등에 글이 올려지면 그쪽에서 글을 읽는 사람과 나와는 소통할 길이 없다.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독자들의 반응은 글을 계속 쓰게 만드는 원동력과도 같다. 어떤글이 조회수가 높았다/낮았다 라든지, 어떤글이 사람들의 댓글 반응이 뜨거웠다든지 하는 정보는 원글 저자가 당연히 알아야 하고, 알 자격이 있는 것이다. 나의 글이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곳에 올려진다면 조회수나 댓글등의 feedback이 올 수 가없다. 글을 공유하고 싶다면 본문의 일부를 발췌하거나, 링크를 걸면 된다. 통째로 긁어오기는 해적판 mp3파일 게시하는거나 마찬가지다.
이전에 우리나라의 “베끼기”문화를 비판하는 글을 쓴적이 있다. (글 참조) 누워서 침뱉기 이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선진국에 비해 Intellectual Property에 대한 존중이 많이 부족하다. 남의 저작물을 복사하는데 대한 죄책감이나 거리낌이 참 없다는 거다. 물론 다 그런건 아니겠지만 영미권 사람들은 남의 것을 copy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많다. 그래서인지 영미 웹싸이트에서 퍼온글들로 도배된 싸이트는 본 기억이 없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표절같은 행위는 큰 범죄라는 인식이 깊히 박혀있다. 물론 표절과 글퍼가기는 큰차이가 있지만, 사람들은 문제의 소지가 될만한 것에는 그 근처에도 가지않으려는 습성이 있음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보이는 글퍼가기 문제는 내 생각에 “소프트웨어에 대한 가치인식 결여”에서 기인한 듯 하다. 나도 아주 예전에 아래아한글 불법 복제판을 쓴적이 있으니 죄인이지만, 사회 곳곳에 이런 문제는 널려있다. 두말할 필요 없이 만연한 소프트웨어 불법복제, 90년대 흔히 보이던 길거리 음반테이프, 인터넷에서 쉽게 다운받는 드라마/영화 해적판, 원서를 통째로 복사해주던 학교 복사실 등등. 눈에 보이는 하드웨어에 대한 값은 잘 지불하는 반면, 눈에 보이지 않는 소프트웨어에 대한 값은 잘 지불하려 하지 않는다. (심지어 병원에 가도 엄청난 약값은 지불할 의사가 있지만, 얼굴보고 진찰해준 의사에게 내는 진료비는 웬지 아깝다)
이야기가 점점 더 큰 문제로 넘어가는 것 같아 마치려 한다. 다시 하고 싶은 말은 블로그도 저작물이고 소유권은 블로거에게 있다. 신문기사도 마찬가지다 (소유권은 신문사에). 사전동의 없는 글 퍼가기는 이제 우리나라 인터넷 문화에서 사라졌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