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검색 – 이건 좀 아니다

평소 인터넷에서 뭔가 찾아 볼때 주로 구글을 사용하지만, 한글로 뭔가 찾아볼때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네이버에서 찾아볼때도 종종 있다.  그때마다 느끼는 건데 네이버 검색은 차라리 “네이버 블로그 검색”이라고 부르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물론 블로그에 유용한 정보가 있는 경우도 많은데, 대부분 개인적인 이야기들이고 객관성이 떨어지며 왜 이런 블로그가 검색순위 맨 위에 올라와야 하는지 고개를 갸우뚱 할때가 많다.

아주 쉬운예로 내가 쓴 블로그와 관련된 이야기를 해 보겠다.  몇주전쯤 블로그에 한국인의 평등의식과 계급의식이라는 글을 썼다. (내 블로그는 네이버 블로그가 아니고 WordPress에 있는 블로그이다)  별 자랑거리는 아니지만, facebook이나 트위터를 통해 거의 천번 가까이 공유되는 등, 암튼 내가 쓴 보통 다른 글에 비해 여기저기 퍼지게 된 것 같다.  그냥 평소에 생각 했던 상념을 글로 정리한 것인데 어휘선택에 좀 문제가 있었다.  댓글에서도 여러번 지적 되었듯이 내가 글에서 말하고자 했던 현상이 우리가 교과서에서 배운 사전적 의미의 “평등”과는 좀 다른 것이여서 좀 논란이 있었다.  그점은 나도 충분히 인정하는 바이고, 저자로서 약간 변명을 하자면 내가 지적하고자 했던 현상을 콕 집어내는 어휘가 없는 것 같아서 “평등의식”이라는 용어를 쓰게 되었다.  암튼 요지는 이렇다 — 내 블로그글은 사람들이 “평등의식”을 검색할때 상위로 나와야 하는 글이 절대 아니다라는 거다.  일반적인 의미의 평등의식을 설명한 글도 아닐 뿐더러, 객관성 보다는 주관적 견해를 피력한 글이다.

방금 혹시나 하는 마음에 네이버에서 “평등의식”을 검색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내 글을 허락없이 퍼간 네이버 블로그 글이 최상위에 떴다.

글의 출처도 밝히지 않은채 남의 글을 함부로 퍼간 이도 문제지만, 이런 주관적인 내용의 글 (그것도 남의글 퍼온것)이 검색순위 최상위인것도 참 어이가 없다.  네이버의 검색 순위 알고리즘이 참 궁금해지는 밤이다.

(오해방지 사족: 두번째로 rank된 블로그는 주인장님이 제 원글의 링크를 건 것으로 이런 형태의 공유는 제가 항상 적극 권장합니다)

한국인의 평등의식 그리고 계급의식

전세계에서 한국만큼 평등의식이 발달한 나라도 아마 드물 것이다.  사촌이 40평짜리 아파트가 있으면 나도 40평짜리 이상으로 이사가야 속이 시원하고, 동창이 명품 백을들고 동문회에 나타나면 나도 적금을 털어서라도 비슷한 것을 하나 장만해야 맘이 편하다.  ‘너가 하는데 나라고 못하겠냐’ 라는 강한 자신감(?)과 묘한 경쟁심리가 사회 곳곳에 팽배해 있다.  사회면을 종종 장식하는 혼수 문제, 분에 넘치는 사치 문화 등이 이런 경쟁심리와 무관하지 않고,  회사에서도 입사동기가 나보다 먼저 승진하면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어려서부터 획일적인 환경에서 획일적인 교육, 획일적인 대우를 받는데 익숙해서 인지, 나와 내 또래가 아주 쉽게 자로 재듯 비교되고 본인 스스로도 자신을 남과 끊임없이 비교하는 습성이 만연해 있다.  물론 이런 동질성에 기반한 경쟁의식이 주는 좋은 점도 있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의 뜨거운 교육열이라든지 스마트폰 같은 제품의 엄청난 보급률등이다 — 동네 아이들이 다 과외를 받으니 우리아이도 과외/학원을 보내서 어떻게든 좋은 대학에 보내야 하고, 주위 사람들이 다 스마트폰 있으니 나도 하나 장만 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인들을 보면 좀 나태하다 싶을정도로 자족하고 사는 사람이 많다.  회사에서 승진 같은 것에 큰 관심 없이 그저 주어진 일을 하면서 가족생활이나 취미생활에 더 신경쓰는 사람도 많으며, 자녀교육도 다들 중요하게는 생각하지만 집을 팔고 빚을 내서라도 일류대학에 보내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은 드물다. 예를 들어 자녀가 하바드와 동네의 지방 주립대에 합격했는데 지방 주립대에서는 장학금이 있고 하바드에서는 없을 경우, 아마 한국 학부모면 100% 빚을 내서라도 하바드를 보내겠지만, 미국 중산층 학부모는 꼭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어떤 결정이 아이와 학부모의 장래에 좋으냐는 이 글의 논제가 아니므로 접어둔다) 나와 한동네서 자란 친구가 돈을 좀 벌어서 요트를 샀다 한들, 그런걸 가지고 크게 질투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일반화의 오류가 있겠지만, 그네들은 일류, 일등, 경쟁, 비교 이런것 보다는 자기 중심적 행복추구 (본인이 좋아하는 일, 취미생활, 가족, 친구등) 경향이 뚜렷하다.  쉽게 말해 사촌이 땅을 사면 그냥 쿨하게 축하해 주고 금방 잊어버리지, 그런게 무슨 “자극”으로 다가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세계에서 한국만큼 계급의식이 발달한 나라도 아마 드물 것이다.  상대방이 나와는 “급”이 다른 사람임이 암묵적으로 인식되면, 말과 행동 대우 등이 같은 급의 사람을 대할 때와는 정말 천지차이로 달라지게 된다. 연장자를 존대하는 유교적 전통, 존대말이 발달한 언어등의 영향인지, 대부분의 인간 관계에서 또래 친구를 제외하면 상/하 관계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회사에서도 이런 현상은 뚜렷한데 계급의 정점에 있다고 할 수 있는 기업 회장이나 사장들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종종 미국에 법인을 두고 있는 한국 회사 사장들이 미국으로 출장을 나오는데, 그 밑에서 수행 (그들은 ‘의전’이란 말을 쓴다) 하는 사람들 말을 들어보면 참 가관이다.  공항에 나가서 가방들어주고 차로 모셔오는 것은 아주 기본이고, 수행원중 일부가 식사 약속 장소에 가서 미리 자리 맡아 놓기, 건물안 엘레베이터 잡아 놓고 기다리기, 심지어 레스토랑에서 나오는 음식의 온도까지 미리 첵크를 한다고 한다.  이쯤 되면 거의 ‘왕’이라고 해도 될 것 같다.  대조적으로, 미국의 대기업 CEO중에는 손수 운전하는 사람도 많고 화장실이나 엘리베이터도 평직원이랑 같이 쓰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내가 인텔에 근무할때 CEO와 나와 우연히 단둘이만 엘레베이터를 탄 적이 있어서 순간 쓸데없이 난감했던 적도 있었으며, 같은 층 화장실에서 마주친 적은 여러번이다. (한국에서 평직원이 대기업 회장을 화장실에서 마주칠 수 있을까?) 스티브 잡스도 번호판 없는 차를 혼자 몰고 다닌 것으로 알려졌으며, 레스토랑에가서 자리가 없을때는 발걸음을 돌려야 했던 때도 많았다고 한다 (임정욱님의 블로그 참조). 한국에선 참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미국에서도 대기업 CEO정도면 많은 이의 선망과 존경을 받고, 바쁜 사람이니 주위에서 많이 편의를 봐주지만, 그렇다고 그 사람을 왕처럼 모셔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사람도 집에가면 한 가정의 아빠 혹은 엄마일테고, 동네에서는 주말에 아들 축구 경기 구경오는 학부모일 뿐이다. (특히 실리콘 밸리를 비롯한 서부에서는 이런 수수함, 평범함을 자연스럽게 여기는 분위기가 많다) 쉽게 말해 상대가 사장이든 회장이든 그사람도 다 나와 같은 “인간”일 뿐이니 고개 똑바로 들고 first name불러가며 대화해도 이상할게 없다.

평등의식 그리고 계급의식 — 상반되는 개념 같은데 우리나라에서는 두 의식이 사회 전반에 아주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행운 만들기

장거리 노선 비행기를 탈때 좋은 점은 방해 받지 않고 찬찬히 책을 읽을 기회가 된다는 것이다. (물론 몸은 피곤하다 ㅜㅜ) 이번 출장 돌아오는 길에 “행운이 항상 따르는 사람들의 7가지 비밀이라는” 번역서를 읽었다.  코엑스 지하 서점에서 우연히 발견한 책인데, 원서는 How to Make Luck 이라는 제목이고 원저자는 Marc Myers로 1998년에 발간되었으니 꽤 시간이 된 책인데 아마도 최근에 번역되어 국내에 소개된 듯하다.

(원서 Amazon link)

원 제목을 다시 잘 살펴보자. How to make luck을 직역하면 “행운 만드는법”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How to get lucky (운 좋아지는 방법)라고 하지 않은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즉, 행운은 그저 가만히 있으면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저자는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 생활에 일어난 행운을 돌아보면 그 행운이 있기까지 우리 스스로 많은 공헌을 한 걸 알 수 있다. 책에 소개된 예로 어떤 모임에 나가 좋은 사람을 소개 받아 기막힌 기회를 잡게 되었다면, 적어도 그 모임에 나갔다는 노력을 한 것이다. 물론 모임에 나갈때 마다 기막힌 기회를 얻어낼 수는 없지만, 자신에게 좋은 일이 일어날 확률이 많은 환경에 자신을 노출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마치 맹자의 어머니가 서당근처로 이사갔던 이야기 처럼.

책 전반부에 주옥 같은 격언이 많이 있는데, 한가지 현실적이면서도 공감이 많이 갔던 내용을 공유하려 한다.  소제목은 “점심식사 한번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비결”인데 간추린 내용은 다음과 같다.

  • 당신 자신말고 상대에 대해 이야기 하라 — 내 문제에 관해 떠들기 보다는 대화의 초점을 상대로 하고 그러기 위해서 적절한 질문을 많이 하라는 것
  • 까다로운 문제를 어떻게 다룰지 물어보라 — 누구든 조언 부탁을 받으면 전문가가 된 듯한 기분이 들며 당신을 도와주고 싶은 생각이 많아진다
  • 어떻게 지내냐고 물으면 그때 도움을 청하라 — 누군가에게 뭔가를 부탁할때 자칫 구걸이나 애원조로 들리기도 쉬운데, 대화의 주제가 자신으로 옮겨졌을때 자연스럽게 도움을 청하면 좋다

얼마전 네트워킹에 관한 블로그 글을 쓴적이 있는데, 그 글을 쓰며 정리한 생각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많아서 더욱 공감이 갔던 책이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다”라는 말처럼 행운을 만들어내기 까지는 그 과정에서 많은 노력이 들어가기 마련이다.  Job을 얻으려면 도움이 될만한 사람을 많이 만나야 하고, 영업 실적을 올리려면 잠재적 고객이 많은 곳으로 뛰어들어야 하며, 좋은 배우자를 찾고 있다면 소개팅을 게을리할 수 없다. 결정적인 누군가를 만나는 것은 “운”의 영역일지 몰라도 그 확률을 최대한 높일수 있는 일은 찾아보면 많다.  사실 상식적인 이야기인데 많은 사람들이 행운을 만들기 위해 특별히 노력하지 않는 것은, 본인의 노력이나 행위가 주위의 환경이나 행운에 영향을 줄 수 없다고 지레 짐작하고 포기하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지적하고 있다.  참 맞는 말이다.

마지막으로 책에서 소개된 일화중에 재미있는 것이 있어 짧게 소개하려 한다.  뉴욕의 한 지하철 차장은 열차를 타려고 달려오는 승객이 있으면 문을 닫기 전에 언제나 몇 초 기다려 주는 반면, 승객이 걸어오고 있으면 가차 없이 문을 닫아버린다고 한다.  지하철을 잡으려고 애쓰는 사람들을 보면 도와주고 싶지만, 지하철 잡는 일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까지 배려하지는 않는다고 저자에게 말한다.  세상에 이 지하철 차장과 비슷한 사람이 많다는 걸 생각하며 두가지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첫째, 무언가를 원하는게 있으면 내가 노력해야 한다는 것. 둘째, 내가 원하는 것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내게 도움이 될 만한 사람에게 적극 알려야 한다는 것.

우리나라의 이상한 인터넷 문화 – 글퍼가기

우리나라의 상당수 웹싸이트들 (블로그, 까페, 커뮤니티 공간 등)을 보면 이상한 특징이 있다. 어디선가 “퍼온글”이 많다는 것이다.  신문 기사를 퍼오기도 하고, 남의 블로그 글을 퍼오기도 하고, 남이 다른 까페에 올린글을 퍼오기도 하는등, 본인의 창작물이 아닌 글이 굉장히 많다.  여기서 내가 말하는 것은 단순히 한두구절 인용한 것이 아니라, 글을 통째로 긁어서 copy & paste 작업을 한 걸 말하는 거다.  나도 예전에는 이걸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다.  관심 갈만한 신문 기사들이 다 긁어져 와 있으면 한 곳에서 볼 수 있으니 편하다라고 생각할 정도 였다.  그런데 몇달 전부터 블로그를 시작하며 간단한 글이나마 직접 생산하는 사람 입장이 되어보니 “글 퍼가기”는 분명 잘못된 문화라는 생각이 확실해졌다.

나는 전문 블로거도 아니고 글재주도 별로 없는 사람이지만, 그저 내 스스로 생각을 정리하고 사람들과 더 많이 소통을 하고 싶은 생각에 블로그/트위터를 비교적 최근에 시작하게 되었다.  주로 변변찮은 글이지만, 몇몇 글들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부분이 있어서 그런지 리트윗도 좀 되고 조회수도 꽤 올라간 적이 있었다.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사람들이 이런 몇몇 글을 본인의 블로그나 까페에 퍼간다는 사실이였다. 대부분 사전 동의는 없었다.  (벤처스퀘어 같은 전문 싸이트에서는 정중히 이메일로 글 퍼감에 대해 사전동의를 구했고, 내가 흔쾌히 허락했다) 글을 퍼갈때 “글 퍼갈께요”라고 양해를 구하는 이는 양반축에 속했다. 어떤이는 내 글을 원저자나 출처에 대한 언급도 전혀 없이, 마치 자기 글인양 블로그에 버젓이 올린 사람도 봤다.  (지금은 나의 요청으로 삭제함) 실수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어처구니가 없었다.

혹자는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남이 글 퍼가는게 괜히 배가 아파서 그러냐고. 미리 말해두지만 글을 쓰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대부분의 자기 글이 널리 읽혔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이건 모든 창작물을 만드는 사람들의 공통된 바램일 것이다. 그 객체가 영화든, 소설이든, 음악이든 간에.  헌데 그 유통경로가 만약 창작물의 주인이 동의할수 없는 방법이면 분명 문제가 있는 것이다. 영화, 음반등의 불법 복제는 어제 오늘 문제가 아니고, 요새는 단행본 소설 같은 책들도 ‘텍스트본’으로 인터넷에서 버젓이 유통되고 있다고 한다. (조선일보 기사 참조)  창작을 하는 사람으로선 참 힘빠지는 일이다.

혹자는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긴 소설도 아니고 몇페이지 분량의 블로그 글이 뭐 얼마나 대단한 창작물이기에 그것 좀 퍼 간다고 문제를 삼냐고. 좋은 글은 다 같이 공유하면 좋은 거 아니냐고.  이에대한 나의 생각은 이렇다.  글의 길고 짧음을 떠나 사전동의 없는 글 퍼가기는 분명 저작권 침해다.  어떤 저자가 본인의 글을 특정한 곳에 올린 이유는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쉬운예로, 텍크런치의 기자가 텍크런치에 글을 올리는데는 그글이 거기에 게제되어야 하는 이유가 있다.  이것을 무시한채 아무나 텍크런치의 글을 복사해다가 이런저런 블로그, 까페등에 올린다고 생각해 보면 상식적으로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텍크런치 같은 전문 블로그는 배너광고 수입도 있으니, 자기네 저작물이 여기저기 흩어져서 난립하게 되면 그들의 광고 수익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리고 내가 글퍼가기를 반대하는 중요한 이유중의 하나는 “저자와의 소통 단절”이다.  내가 앞서 말했듯이 블로그를 하는 이유는 사람들과 가능한 많이 댓글등으로 소통하고 싶어서인데, 내가 알수 없는 회원제 까페등에 글이 올려지면 그쪽에서 글을 읽는 사람과 나와는 소통할 길이 없다.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독자들의 반응은 글을 계속 쓰게 만드는 원동력과도 같다.  어떤글이 조회수가 높았다/낮았다 라든지, 어떤글이 사람들의 댓글 반응이 뜨거웠다든지 하는 정보는 원글 저자가 당연히 알아야 하고, 알 자격이 있는 것이다.  나의 글이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곳에 올려진다면 조회수나 댓글등의 feedback이 올 수 가없다.  글을 공유하고 싶다면 본문의 일부를 발췌하거나, 링크를 걸면 된다.  통째로 긁어오기는 해적판 mp3파일 게시하는거나  마찬가지다.

이전에 우리나라의 “베끼기”문화를 비판하는 글을 쓴적이 있다. (글 참조) 누워서 침뱉기 이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선진국에 비해 Intellectual Property에 대한 존중이 많이 부족하다.  남의 저작물을 복사하는데 대한 죄책감이나 거리낌이 참 없다는 거다.  물론 다 그런건 아니겠지만 영미권 사람들은 남의 것을 copy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많다.  그래서인지 영미 웹싸이트에서 퍼온글들로 도배된 싸이트는 본 기억이 없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표절같은 행위는 큰 범죄라는 인식이 깊히 박혀있다.  물론 표절과 글퍼가기는 큰차이가 있지만, 사람들은 문제의 소지가 될만한 것에는 그 근처에도 가지않으려는 습성이 있음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보이는 글퍼가기 문제는 내 생각에 “소프트웨어에 대한 가치인식 결여”에서 기인한 듯 하다.  나도 아주 예전에 아래아한글 불법 복제판을 쓴적이 있으니 죄인이지만, 사회 곳곳에 이런 문제는 널려있다.  두말할 필요 없이 만연한 소프트웨어 불법복제, 90년대 흔히 보이던 길거리 음반테이프, 인터넷에서 쉽게 다운받는 드라마/영화 해적판, 원서를 통째로 복사해주던 학교 복사실 등등.  눈에 보이는 하드웨어에 대한 값은 잘 지불하는 반면, 눈에 보이지 않는 소프트웨어에 대한 값은 잘 지불하려 하지 않는다. (심지어 병원에 가도 엄청난 약값은 지불할 의사가 있지만, 얼굴보고 진찰해준 의사에게 내는 진료비는 웬지 아깝다)

이야기가 점점 더 큰 문제로 넘어가는 것 같아 마치려 한다.  다시 하고 싶은 말은 블로그도 저작물이고 소유권은 블로거에게 있다.  신문기사도 마찬가지다 (소유권은 신문사에). 사전동의 없는 글 퍼가기는 이제 우리나라 인터넷 문화에서 사라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네트워킹의 필요성 그리고 방법론

내가 어렸을때는 네트워킹이란 용어도 잘 몰랐고 필요성도 느끼질 못했다.  그저 학교나 모임등에 가면 “친구”가 있을 뿐이지 뭐 누구를 꼭 만나서 알아두어야 겠다던가 하는 생각이 없었다.  성격상 그다지 외향적이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완전 쑥맥도 아니였음) 친구는 그저 생기면 생기는 것이지 뭔가 인간관계에 대해 특별히 노력을 한다거나 하는 목적의식이 없었다.  대학교때 우리 과가 좀 큰 편이여서 한 학년에 270명 정도 있었는데, 인간관계에 눈이 밝았던 친구들은 270명 대부분과 안면을 트고 지내는 이들도 있었으나, 나는 그저 자연히 알게될 수 밖에 없는 우리 B반 친구들만 알고 지냈고 (모두 A,B,C,D 반이 있었음)  다른반 아이들은 얼굴도 몰랐다.  지금도 당연히 모른다.  지금 생각해 보면 좀 더 폭넓게 사귀어 둘걸 하는 생각이 들지만 이미 아득한 이야기다.

사회학에서 “The strength of weak tie” 라는 논문이 있다. 내 전공도 아니니 그 논문을 이해하려고 읽어본적은 없지만 주요 내용은 이러하다. 실제 우리네 인생에서 어떤 새로운 기회를 얻는다던가, 직장을 구한다거나, 중요한 사람을 만나게 된다거나 할때 그 다리를 놔 주는 사람은 우리가 대충 알고 지내는 사람 (weak tie)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아주 가까운 사람들 (strong tie), 예를 들어 가족이나 절친등은 우리를 열심히 도우려고는 하지만 그 수도 적을 뿐더러 역량이 제한적인 경우가 많고, 오히려 그저 안면식이 있는 사람이 우연한 기회에 중요한 정보제공이나 다리를 놔 줌으로써 새로운 기회의 물꼬가 트인다는 것이다.  이런 weak tie의 수가 많으면 많을 수록 그 사람의 포텐셜은 증가할 수 밖에 없다.

외향적인 사람 (extrovert)에게는 네트워킹이란게 아주 생활속에서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나같은 내향적인 사람 (introvert)에게는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더구나 말과 문화가 다른 타향살이 직장생활에서는 더더욱 노력을 해야되는 실정이다.  우리나라도 그렇겠지만, 미국에서도 중요한 비지니스, 중요한 리크루팅, 중요한 투자등은 당사자의 네트워크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내가 속한 벤처 캐피탈 industry는 더더욱 그러해서 네트워킹에 대한 노력없이는 커리어가 성장하기 힘들 정도다.

그럼 네트워킹은 어떻게 하는 것인가? 자신이 속한 인더스트리에서 지인을 많이 만들고 싶은데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명함을 뿌린다고 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Weak tie라고는 하지만 그 관계가 의미가 있으려면, 적어도 상대방이 내가 어디서 무슨일을 하는 사람인지는 알아야 하고, 어느정도 나에 대해 약간이나마 신뢰가 있어야 뭔가 앞으로 좋은 일을 조금이나마 기대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가장 자연스럽게 이런 관계가 형성되는 방법은 상대방과 업무상으로 만나서 같은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든지 하는 것이다.  둘 다 서로 “일”이라는 필요에 의해서 자연스럽게 만나게 되었고, 같이 일하다 보니 서로 알게되고 신뢰도 쌓이게 되는 거다.  이런건 뭐 네트워킹이라고 할 필요도 없다.  학창시절 노력하지 않아도 알게되는 같은 반 친구나 마찬가지다.

그럼 직접적인 일 관계가 없는 그 수많은 사람들은 어떻게 만나고 어떻게 친해지나? 누구나 방법이 다르므로 정답은 없겠지만 그간 나의 경험으로 몇가지 팁을 정리해 보겠다.  주로 미국에서의 경험이지만, 한국에서도 적용될 수 있는 부분들이 꽤 있다고 생각하다.

  • 만나고 싶은 대상을 정하라 — 예전에 내가 job을 구하러 다닐때는 내가 만나서 이야기 나누고 싶은 사람 타겟리스트를 엑셀로 정리하였다.  그리고 각 사람에 대해서 언제 이메일을 보냈는지, 언제 만났는지, 만나서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를 다 기록해 놓았다.  만나고 싶은 대상을 정리하다보면 내가 왜 그 사람을 만나고 싶은지, 어떤 관점에서 이야기가 가능할지, 어떤 도움을 주고 받을 수 있을지 다시한번 생각하는 기회가 된다.
  • 만남을 성사시키기 위한 agenda를 만들어라 — 내가 누구를 만난다는 것은 상대방도 나와 같은 시간을 쓰는 것이므로 그 사람도 뭔가 나를 만날 이유와 명분이 있어야 한다. 종종 한국에서는 “그저 찾아뵙고 인사드리고 싶다”는 명목으로 누군가와의 만남을 요청하기도 하는데, 미국에서는 그런식의 접근은 좀 곤란하다.  그래서 만남을 요구할때는 형식적이나마 agenda가 있어야 한다.  Agenda라고 해서 너무 거창한 것을 생각할 필요는 없고, 어떤 주제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지를 미리 알려주는 것이다.  그 주제는 상대방이 관심있어할 만한 것이면 더욱 좋다.  예를 들어 내가 예전에 Intel에서 asso로 있을때 다른 회사의 파트너급 VC를 만나고자 할때 “최근 귀사에서 xyz 회사 투자/exit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저도 그쪽에 관심이 많은데 시간이 되시면 만나서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으면 합니다. 아울러 요새 저희쪽 투자방향에 관해서도 말씀드리고 자문을 구하고 싶습니다” 라는 식으로 접근하면 상당수 점심식사 시간을 내주었다.  실제 그사람과 처음 만나서 말을 나누다 보면, 원래 agenda와는 동떨어진 이야기를 한참 하게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래도 상관없다. 네트워킹이란게 어차피 만나서 서로를 알아가고 신뢰를 쌓아가는게 중요한 것이지 꼭 agenda를 논의해서 결론을 도출해야하는 미팅은 아니기 때문이다.
  • 만나기 전에 숙제를 하고 가라 — 이메일 등의 연락으로 만날 날짜가 정해지면, 만날 사람의 약력과 최근의 행보등을 숙지해야 된다. 이미 타게팅 단계에서 그 사람에 대해 어느정도 공부 했겠지만, 만나기 전날 다시한번 그 사람의 bio나 Linkedin 프로파일등을 검색해서 잘 알아두면 만나서 대화할때 반드시 도움이 된다.  Web에 생각보다 자료가 많다. 특히 유명한 사람일 수록.  내 지인 중에서 그 사람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전화해서 그사람의 성향이나 관심사등에 관해 물어보는 것도 좋다.  얼마전 내가 졸업한 CMU 학교행사에 참석한 적이 있는데 깜짝 놀란적이 있었다. 수백명이 뒤섞여 자유롭게 네트워킹하는 시간이였는데 어떤 젊은 친구가 찾아와서는 본인이 VC에 관심있는데 조언을 구한다는 거였다. 내 이름, 회사, 경력을 다 알고 있었다. 나는 절대 유명인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경험이 처음이여서 무척 당황했지만, registration list에서 내이름을 찾아서 열심히 뒷조사(?)를 하고 온 그 박사과정 학생이 기특해서 오랜 시간동안 VC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작은 정성이 사람을 감동시킨다.
  • 만나고 나서 follow-up을 하라 — 대화 도중에 뭔가 “이렇게 저렇게 하자”라고 한게 있으면 반드시 follow-up하되 가능하면 그날 당일에 하는게 최고다. 업계에서 명망있는 사람일수록 만나는 사람도 많고 듣는 것도 많으니 오늘 나를 만난게 쉽게 잊혀지기 쉽다.  그렇게 되기전에 바로 follow-up을 하는게 중요하다.  몇년전에 어떤 conference에 갔다가 실리콘밸리에서 제일 유명하다고 할수 있는 VC중 한사람과 우연히 같은 큰 원형 테이블에서 점심을 먹은 적이 있다. 같은 인더스트리에 있어도 이런 유명인과 옆자리에 앉을 기회는 흔치 않다. 이런 저런 이야기 하다가 그 분이 자기네 모 portfolio회사를 나에게 소개해 줄테니 검토해 볼 의향이 있으면 자기에게 이메일을 보내라고 했다.  집에와서 그날 밤 10시에 이메일을 보냈는데 놀랍게도 불과 3시간 후인 새벽 1시에 답장겸 소개 이메일을 받았다.  네트워킹 만남은 딱히 follow-up item이 없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더라도 간단하게 “오늘 시간 내주셔서 감사하다”는 정도의 짧은 이메일이라도 보내는게 좋다.  그리고 Linkedin을 쓴다면 그사람에게 그날 바로 connection request를 보내는 걸 권한다.

그리고 몇가지 사족으로 덧붙이자면

  • 네트워킹이란게 상호작용이므로 나에게 주어지는 benefit만 생각하지 말고 상대방에게 (작은 부분이라도) 어떤 도움이 될 수 있을까를 생각해야 한다. 위에서 말한 agenda를 세우라는 말과도 일맥상통한다. 내가 상대방에게 전혀 도움이 될 것 이 없는 만남은 성사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쉽게 생각해서, 난 송혜교 팬이므로 송혜교를 만날수 있다면 참 기쁘겠지만, 송혜교는 나를 만나도 도움이 될게 전혀 없기 때문에 날 만날 이유가 없는 것이다.
  • 가끔 한국에서 불편한 부탁을 받는다.  “우리회사 모모 사장님이 이번에 미국 출장을 가시니 그쪽 포트폴리오 회사중 어디어디를 방문해서 CEO들과 미팅을 할 수 있게 주선해 달라”는 식의 부탁이다.  아마도 윗사람 스케줄 채우기 때문에 그런것 같은데, 그 심정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특정한 agenda도 없고, 사업분야도 다르고, 연계성도 전혀 안 보이는 상황에서 이런식의 부탁은 정중히 거절할 수 밖에 없다.
  • 하고 싶은 말이 확실하다면, 높은 사람 contact하는걸 두려워 할 필요는 없다.  안그런 사람도 많겠지만, 의외로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중에 쿨하게 cold call을 받아주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스티브 잡스가 고등학생때 HP창업자인 Bill Hewlett에게 전화걸어서 여분의 부품좀 얻을 수 없겠냐고 말한 유명한 일화가 있다.  결국 잡스는 부품을 얻는 것은 물론 HP에서 인턴쉽까지 얻어냈다.  (나도 대학생때 모 대기업의 사장님께 겁도 없이 이메일을 보내서 인턴쉽을 얻어낸 적이 있어서 참 개인적으로 공감하는 이야기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