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가 원하는게 뭔지 내가 알려주마

오늘 아마존 CEO인 제프 베조스가 킨들 발표를 하면서 한 말이 화제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서비스이지 Gadget이 아니다”라고 천명했다.  태블릿, 스마트폰 같은 기기들은 이제 서로 비슷비슷해질 것이여서 비교나 구분이 큰 의미 없어질테고, 이제 중요한 것은 콘텐츠 제공과 같은 서비스를 어떻게 소비자의 입맛에 맞게 만들어내고 전달하느냐는 것이다. 제프 베조스의 메시지를 가만히 들여다 보면 재미 있는 부분이 있다. 소비자가 뭘 원하는지를 자신이 정의하고 있는 점이다. 즉, “소비자들이 이러이러한 걸 원해서 우리가 이런걸 만들었다” 라는게 아니라, 만들어 놓은 것 (킨들)을 던져주며 “잘 생각해봐. 당신이 진짜 원하는 건 이거야”라는 식이다.  어떻게 보면 다소 당돌하게 들릴수도 있는 말이다. 소비자가 뭘 원하는지는 소비자가 가장 잘 알텐데, 그걸 사업가인 베조스가 짚어주는 격이기 때문이다. 마치 부모가 세살짜리 아이 장난감을 대신 골라주듯이 말이다. 제프 베조스는 좋게 보면 비전이 앞서나가는 사람이고, 나쁘게 보면 소비자를 어린아이 취급하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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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니가 원하는건 내가 알려주마”라는 식의 접근을 좋아했던 사람이 또 있었으니, 다름 아닌 스티브 잡스다. 스티브 잡스 전기 143쪽을 보면 이런 말이 나온다.

Customers don’t know what they want until we’ve shown them

소비자는 우리가 물건을 만들어서 보여주기 전까지는 자신이 뭘 원하는지 모른다

그는 언론 인터뷰등에서 “그렇게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는 비결이 뭔가? 시장 조사를 철저히 하는가?” 와 같은 질문을 수도 없이 많이 받았는데 그때 마다 그는 위와 같은 대답을 반복하며 애플과 자신의 창의적인 능력을 은근 자랑했다. 그는 또 포드 자동차 회사의 창립자인 헨리 포드의 말도 자주 인용하였는데 그 문구는 다음과 같다. “우리가 사람들에게 뭘 원하냐고 물어보고 다녔다면, 아마 그들은 더 빨리 달리는 말을 원한다고 대답했을 것이다.” 즉 세상을 바꿀만한 혁신은 소비자를 인터뷰 하고 시장조사 한다고 나오는게 아니고, 누군가에 머리에서 나와서 세상에 공개되면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따라간다는 말이다. 스티브 잡스의 메시지도 가만히 보면 제프 베조스와 일맥상통하고 있다. “니가 원하는 건 내가 가르쳐주마” 내지는 “내가 만든게 진짜 니가 원하는 거야” 라는 메시지다. 스티즈 잡스는 좋게 보면 비전이 앞서나가는 사람이고, 나쁘게 보면 그럴듯한 말로 소비자를 홀리는(?) 사람이다.

그러면 아마존이나 애플같은 회사들이 소비자 취향에는 별 관심 없고 시장조사도 하지 않는가라는 질문이 있을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의 상상과는 달리, 애플도 시장조사, 소비자 행동 분석등을 열심히 하고 있다 (얼마전 삼성-애플간 법정 공방과정에서 드러남) . Data-driven 문화가 강한 아마존도 아마 소비자에 관한한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정량화하고 분석하고 있을 것이다. CEO가 제품 발표때 나와서 하는 말은 일종의 마케팅 메시지이므로 현실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그래도 한시대를 이끌어가는 사업가들이 나와서 이런 비전있는 말을 던지면 멋있다. 비전있는 CEO라면 “당신이 뭘 원하는지 오늘 내가 확실히 보여 주겠다”라고 말할 배짱도 있어야 하는 것 같다.

파워포인트를 싫어한 텍 업계의 거장들

어제 저녁에 텍 크런치 기사를 읽다가 “마리사 메이어의 첫 30일“이란 기사를 보게 되었다. 내용중에 인상적인게 있었는데, 그녀가 야후에 와서 처음으로 한 일 중의 하나가 VP들이 그녀에게 보고할때 파워포인트 슬라이드를 쓰지 못하게 하였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 내용을 아래와 같이 트윗했더니 삽시간에 50번이상 리트윗 되는등 여러 반응이 있었다.

파워포인트 슬라이드가 미팅에 도움이 되느냐 마느냐는 논란의 여지가 있겠지만, 오랜 직장생활을 뒤돌아보면 슬라이드 때문에 ‘버려지는’ 시간이 참 많았다.  성격상 디테일한 것도 신경 많이 쓰는 편이고 약간 완벽 추구에의 집착을 가졌던 때도 있어서 (지금은 아님 ^^), 이런것 저런것 하나씩 고치다보면 슬라이드 한장에 이틀을 소비한 적도 있었다.  특히 여러명이 하는 공동 프로젝트에 관한 슬라이드는 이사람 저사람이 만든 것을 취합해서 깔끔하게 다듬어야되고, 어느 한명이 리뷰하고 고치고, 그걸 또 다른이가 문제 제기하고 등등 이런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몇주는 금방 소진된다. 물론 슬라이드의 장점도 있다. 만들면서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기회가되고, 미팅 방향의 나침반이 될수도 있으며, 향후 documentation의 역할도 하게되니 말이다.  그래도 지금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미팅에서 슬라이드 사용은 아예 안하거나 minimal로 해야 한다는 생각인데, 슬라이드 제작에 걸리는 시간도 시간이지만 미팅 흐름이 지루해지거나 미팅 본연의 목적이 흐려지는 부작용도 있기 때문이다. (파워포인트를 줄줄이 읽어나가는 지루한 미팅은 아마 누구나 경험한 적이 있을 거다) 미팅의 주 목적은 서로 대화와 토의를 통해서 정보와 의견을 주고 받거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인데, 슬라이드에 전적으로 의존한 미팅은 자칫 이게 어려워질 수 있다 — 슬라이드만 첫장 부터 끝장까지 별탈없이 발표하면 문제가 해결된 것으로 모두 착각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슬라이드의 비효율성을 깨닫고 난뒤, 가끔 어디서 세미나같은 발표 부탁을 받으면 슬라이드는 형식상 5-6장만 아주 간단하게 준비해 간다.  일단 멋있는 슬라이드를 만들 재주와 시간이 별로 없을 뿐더러, 그렇게 만든다고 해서 세미나를 듣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을 얻어간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슬라이드에 긴 텍스트는 넣지 않는데 그 이유는 내가 발표하는 동안 사람들이 그것을 읽느라고 내 말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통 텍스트는 아예 넣지 않거나, 넣더라도 몇초내로 읽을 수 있게 bullet point로 아주 짧게 나열한다.  최근에 Bay Area K Group에서 세미나 발표한 적이 있는데, 링크의 사진에서 보듯 텍스트를 되도록 넣지 않는다. (슬라이드 만드는 시간이 확 준다 ^^)

서론이 너무 길어졌는데, 암튼 내가 슬라이드의 비효율성을 깨닫게 된데는 개인적인 경험도 있었지만, 내가 접한 텍 업계의 거장들의 이야기가 영향이 컸다.  그래서 그들의 이야기와 원문을 여러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어서 이글을 쓰게 되었다.

1)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

Steve Yegge라는 한 구글 직원이 자신의 전 직장 아마존에서 제프 베조스에게 프리젠테이션 했던 기억을 살려 쓴 블로그를 보면 다음과 같다.

내용에서 보듯이 제프 베조스는 이미 오래전에 아마존에서 파워포인트 금지령을 내렸고, 그에게 뭔가 제안을 하려면 산문체의 글을 적어내야 한다.  이 시대를 대표하는 창업가중 한명인 만큼, 그는 스피드와 실용성을 중시했을테고 현란한 그래픽이 있는 슬라이드 보다는 “확실한” 내용이 있는 텍스트를 선호한 것으로 짐작된다.

2) 쉐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COO

샌드버그는 널리 알려져 있듯이 구글에서 오랫동안 일하다가 저커버그의 부름을 받고 페이스북에서 COO로 재직중인 실리콘 밸리에서 몇 안되는 여성 최고위직 임원 중의 한명이다. 얼마전 그녀가 그녀의 모교인 하버드 비지니스 스쿨 졸업식에서 축사를 하면서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So one of the things I tried to do was encourage people not to do formal PowerPoint presentations for meetings with me. I would say things like, “Don’t do PowerPoint presentations for meetings with me. Instead, come in with a list of what you want to discuss.” But everyone ignored me and they kept doing their presentations meeting after meeting, month after month. So about two years in, I said, “OK, I hate rules but I have a rule: no more PowerPoint in my meetings.”

쉐릴 샌드버그의 연설 (12분쯤에 파워포인트에 관한 이야기가 나옴)

(연설을 계속들어보면 샌드버그가 이 일화를 이야기한 배경은 “올바르지 못한 권위나 룰에 대한 도전”등을 설명하려고 이런 예를 들게 되었는데, 암튼 그녀가 파워포인트를 싫어한 것 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3) 스티브 잡스 (소개 생략)

파워포인트를 혐오했던 사람의 선봉장(?)이라면 아마 스티브 잡스일 것이다. 그의 전기를 보면 그가 암투병 중일때 그의 의사가 파워포인트를 이용해서 그의 병세에 관해 설명했다가 잡스에게 혼쭐이 났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이다. 그가 이렇게 파워포인트를 혐오하게 된데는 우선 경쟁사인 마이크로소프트의 제품이 업계를 평정했던 점도 어느정도 작용을 했을테지만, 더 나아가 그는 어떤 아이디어를 전달함에 있어서 슬라이드는 별로 필요없는 존재로 생각했던 것 같다.  (그가 제품 발표등을 할때면 자사제품인 Keynote라는 프리젠테이션 프로그램을 쓰기는 했지만, 복잡한 텍스트는 거의 없고 굉장히 심플한 그림이나 사진을 주로 백그라운드에 깔아놓고 이야기를 풀어가곤 했다) 스티브 잡스 전기 337쪽에 보면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온다.

One of the first things Jobs did during the product review process was ban PowerPoints. “I hate the way people use slide presentations instead of thinking,” Jobs later recalled. “People would confront a problem by creating a presentation. I wanted them to engage, to hash things out at the table, rather than show a bunch of slides. People who know what they’re talking about don’t need PowerPoint.”

그는 문제의 핵심을 ‘생각’으로 맞서야지 파워포인트 만드는 걸로 빗겨가지 말라고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잡스의 전기에서 읽은 이 내용이 사실 나에게도 영향을 미쳐, 나도 이제는 복잡한 슬라이드는 만드는 것도, 보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게 되었다. 직업상 entrepreneur들을 만나 프리젠테이션 듣는일이 아주 많지만, 사실 내가 더 좋아하는 포맷은 그냥 커피숍에서 만나서 슬라이드 없이 그냥 그사람의 사업 스토리를 듣는 것이다.  그리고 점점 느끼는건데 내공이 깊은 사람은 슬라이드 없이도 듣는 사람이 잘 이해가 되게 술술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잡스가 위에서 말한 맨 마지막 문장이 정말 맞다고 느끼는 적이 많다.

영문 이메일 case study: 야후의 새 CEO 마리사 메이어

프롤로그: 올해 초에 영문 이메일 쉽게 쓰는 법이란 블로그를 큰 생각 없이 썼는데, 의외로 많은 분들이 좋은 반응을 보여주셨다. 네이버 검색어에 걸려서 그런지 아직도 하루에 수십번씩 꾸준히 그 글이 조회되고 있다. 그에 용기를 얻어 아래글도 도움이 될까해서 작성했다.

야후의 새 CEO: 마리사 메이어

야후의 새 수장이 된 마리사 메이어 (Marissa Mayer)가 오늘 전 직원들에게 첫 이메일을 보낸게 화제다. 한국 기업 같으면 거창한 취임식이라도 있을 법 하지만, 미국 텍 기업은 그런 형식 절차와는 거리가 멀어서 취임 연설 같은 건 없는게 보통이고 이메일로 대신 하는 경우가 많다.  메이어의 이메일을 보니 깔끔하게 잘 썼고, 하고자 하는 말도 전달이 잘 되었으며, 나름 겸손한 이미지를 위한 흔적도 보이는 등, 배울점이 많다고 느껴 이메일 case study로 한번 정리해 보았다. 우선 이메일 전문을 읽지 않은 사람은 한 페이지 정도의 분량 밖에 안되니 이곳에 가서 먼저 읽고 시작하는 게 좋다.

이메일 맨 상단에 보면 아래와 같은 문구가 보인다.

Privileged and confidential — Do not forward

야후 직원이 약 12,000명 정도 되는데, 전체 이메일을 보내면서 이런 문구를 쓴다고 이게 외부로 새어나가지 않을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실제로 메이어가 보낸 이 이메일은 몇시간 내로 누군가에 의해 AllThingsD에 전송되어 바로 언론에 대문짝 만하게 나왔다. 그럼 메이어는 이렇게 될걸 모르나? 천재적인 머리를 타고난 사람인데 모를리 없다. 그래도 이런 문구를 넣었다. 왜? 속으로는 이 메시지가 언론에 퍼질 것을 알고 있어도, 겉으로는 (원칙상으로는) 회사 내부 communication임을 밝히는 것이다. 그리고 메시지를 받는 사람도 은근 기분 좋다.  내용상에 실제로 큰 비밀은 없어도 ‘나는 야후라는 좋은 직장에 다니는 특권을 가지고 있고 그래서 이 은밀한 메시지를 받는 것이다’ 라는 순간적인 착각(?)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 나에게 비밀이야기를 해주면 그 사람이 나를 특별하게 생각하는 것이니 기분이 괜히 좋아지지 않던가?

이메일 도입부를 보면 아래와 같이 시작한다.

I couldn’t be more excited to be here — thank you for the warm welcome over the past two days!

이메일을 쓸때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한 경우가 있는데, 이전의 블로그에도 말했듯이 상대방에 대한 감사의 말로 시작하면 가장 무난하다.  메이어도 그 방법을 이용하고 있다.  부드럽게 이어가기 위한 기본 예의다.  또 서두인 만큼 상대방과 나의 공통 분모를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녀의 이메일 도입부를 계속 들여다 보면 자신이 94년 스탠포드 시절 야후를 처음 접했을 때의 이야기를 꺼내는등 야후 직원들과 공통 분모 찾기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메일 받는 사람은 자신과 관련된 말이 나오는 이메일을 열심히 읽는 법이다.

서두에 놓치기 쉽지만 중요한 표현이 있다.

I’m incredibly honored to now be a part of the team and work with all of you.

그녀는 언론의 조명을 한 껏 받으며 스타 CEO가 되었지만, 정작 본인은 “팀에 조인하게 되어 믿을 수 없는 영광이다” 라는 말을 하고 있다.  보통 말단 직원이 새 회사에 들어가서 동료들에게 첫 이메일을 보낼 때 봄직한 표현이다. 그녀가 속으로도 겸손한지 겉으로만 그런지는 내가 알수 없지만, 적어도 회사의 수장으로서, 그것도 외부에서 영입된 CEO로서, 최선을 다해 예를 갖추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실리콘 밸리에서 자신의 위치나 권력을 자기 입밖으로 내세우는 리더는 왕따당하기 십상이다. 만약 그녀가 위의 문장 대신 “I’m very happy to be the CEO of our company and manage all of you” 라고 말했으면 어땠을까? 아마 밥맛없다고 다들 한마디씩 했을 것이다. 자신이 CEO가 된 건 이미 전 직원이 다 들어서 아는 것이고 누가 최고 권력자가 된 것도 다 아는 거다. 그걸 자기 입으로 되뇌이는 건 스스로 점수를 깎는 일이다.  그리고 “work with you” 라는 표현은 영문 이메일에서 참 흔히 쓰는 표현인데, 어감이 좋아서 그렇다. 메이어가 CEO니 누가 위에서 일하는 지는 뻔하지만, 그래도 이런 말로 상대를 높여주고 존중해 주는 것이다.

본론에 들어가면 이제 정작 그녀가 하고 싶은 말들이 나온다. 요약하면 하던일 멈추지 말고 계속 열심히 하라는 것이다. 야후가 요새 안팎으로 아주 어수선했고 회사가 존폐위기에 몰리는 분위기여서 많은 인재들이 회사를 떠났고, 아마 남아있는 사람들도 손에 일이 안 잡혔을거다. 이런 분위기를 수습하고자 메이어는 이메일을 보냈을 것이다.

The company has been through a lot of change in the past few months, leaving many open questions around strategy and how to move forward. I am sensitive to this.

문제의 해결은 문제를 인식하는데서 시작하는데, 위의 말로 메이어는 야후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다고 완곡히 말하며 직원들을 안심시키려 하고 있다.  취임한지 며칠 안되었으므로 모든 문제에 대한 대답은 없을지언정, CEO가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직원들은 어느정도 새로운 희망이 생기는 것이다.  야후의 그간의 문제점을 다 말하려면 끝도 없겠지만, 자칫 잘못하면 자기 회사를 비판하는 꼴이 되니 그렇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만약 “그간의 야후는 아주 x판이였고 이제 내가 고치려 한다”라고 말하면 어땠을까? 솔직해서 좋다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런식의 표현은 지금까지 남아있던 야후 직원들에 대한 모욕일 수 있으므로 적절한 말은 아닐 것이다.

이제 핵심 내용인 다음 문구를 보자.

In the meantime, please do not stop. You are doing important work. Please don’t stop.

지금 메이어가 걱정하는 것은 직원들이 어수선한 분위기에 일에 구멍이 생기는 것일터, 멈추지 말고 전진하라고 독려한다. (페이스북의 저커버그가 페이스북 상장 즈음 어수선한 분위기를 추스리고자 자신의 책상위에 Stay Focused & Keep Shipping이라는 푯말을 걸은게 한때 화제였는데, 그와도 일맥상통하는 내용이다) 역시 중요한 내용이므로 강조하기 위해 반복해서 말하고 있다. 나도 처음 읽을때 “don’t stop”이라는 말이 두번 아주 강하게 효과적으로 와닿는 느낌을 받았다.  이메일에서 상대방이 꼭 들어줬으면 하는 말은 이처럼 한번쯤 반복해 주는 것도 고려해 볼 만 하다.

하단부에는 이런말이 보인다.

Ross has done a terrific job for the company.

Ross Levinsohn은 몇 개월간 야후의 임시 CEO로 있다가 이번에 자리를 내주게 된 인물이다. 항간에는 그가 정식 CEO가 될 가능성이 많다는 소문이였으나 야후 이사진은 메이어를 깜짝 영입하면서, 그로서는 아쉽게 되었다. 그가 회사를 나간다고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그한테나 새로 부임한 CEO한테나 여러모로 껄끄러울테니 아마 나갈 것 같다. 암튼, 회사내 최고 권력을 향한 복잡한 배경은 있었을지언정, 메이어는 전임자에 대한 예우를 깎듯이 하고 있다. 이건 아주 기본이다. 이번 경우와는 좀 다르지만, 회사내 탑 레벨에서 치고 박고 싸우다가 한명이 회사 나가는 일은 아주 비일비재한데, 그래도 외부 발표를 할때는 다 좋은 이야기 해주는게 보통이다. “아무개씨는 그간 회사에 혁혁한 공을 세웠고, 개인적인 이유로 회사를 떠나게 됨을 무척 아쉽게 생각하며, 우리는 그를 정말 그리워 할 것이다” 뭐 이런말. 가끔 뒷 사정을 알게되는 나로써는 웃음이 나올때도 있지만, 그래도 예의는 예의다.

그리고 마지막 문단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보인다.

Looking forward, we need to continue…

… I cannot wait to hear your ideas for Yahoo!’s future.

이전 블로그 글에서 이메일의 마지막에는 미래에 대한 관망이나 향후 action item을 제시하는게 좋다는 말을  한적이 있다. 메이어는 센스있는 리더 답게 “Looking forward” 나 “Yahoo!’s future”와 같은 말로 그녀의 시선은 앞을 향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현재 심각한 문제가 있을지언정 ‘앞으로 우리가 힘을 합하면 이겨나갈수 있다’는 식의 긍정적인 톤으로 마무리하는 것은 이와 같은 상황에선 무척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맨 마지막 줄은 간단히 자신의 이름으로 끝마치고 있다.

Marissa

굳이 자신의 이름뒤에 직함이나 현란한 시그너춰를 사용하지 않고 있음을 눈여겨 볼 필요 있다. 앞서도 말했듯이 자기가 누구인지는 사람들이 다 아는것이니 그냥 자신의 first name으로만 조용히 가는 것이다.

여러분들은 메이어의 이메일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댓글로 남겨주시면 감사!

Phil ^^

Corporate Venture Capital에 관한 FAQ

한국에서 SI (Strategic Investor)라고 불리는 Corporate Venture Capital이 실리콘 밸리에서도 요즘 왕성한 활동이 두드러진다. 미국에서 VC industry는 이런저런 이유로 최근 전체적으로 감소 추세이지만, 대기업들이 지원하는 corporate VC는 내가 느끼기에 최근 4-5년간 성장세로 보인다. 많은 창업 하시는 분들이 corporate VC에서 투자 받는것이 어떤 장단점이 있는지 궁금해 하시고 해서 Q&A 형식으로 정리해 보았다. (필자는 현재의 회사에 오기전에 Intel Capital에서 2년 근무한 경험이 있어서 일반 VC와 Corporate VC를 둘 다 직접 경험했다) 아래의 내용은 주로 실리콘밸리에서 듣고 보고 경험한 것으로, 국내의 사정과는 맞지 않은 점도 있음을 미리 밝혀둔다.

대기업들은 왜 돈 들여가면서 Corporate VC를 만드는가?
기업들마다 사정이 다르므로 일반화 하기는 어렵지만, 신사업 발굴, 신기술 발굴, 전략적 위치 확보, Ecosystem 개발 등이 아주 흔한 목적이다. 이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꼭 venture 그룹을 만들어서 투자를 해야 하는 건 아니고, corporate development같은 회사내 조직을 만들어서 할 수도 있는데 “투자”가 곁들여지면 좋은 점이 많은 신생 기업을 비교적 쉽게 만날 수 있다는 점과 전사차원의 partnership이 좀 이르다고 여겨질 경우 비교적 적은 액수의 금액으로 지분투자를 하고 지속적인 monitoring이 가능해지는 등의 장점이 있다. 내가 속해 있던 Intel의 경우 예전에 WiMax Ecosystem만들기 위해서 관련 투자를 많이 하였고, 요새는 Ultrabook 관련 투자를 많이하고 있다. 물론 투자이니만큼 돈도 버는게 중요하겠지만, 많은 대기업의 경우 본사의 전략적 목적이 투자에서 중요한 priority라고 보면 거의 맞다.

Corporate VC는 어디어디가 있는가?
요새 미국 tech쪽에 웬만한 큰 기업들은 많이들 VC조직을 가지고 있어서 일일이 다 tracking 하기 어려울 정도다. 특정 회사가 VC 조직이 있는지 가장 손쉽게 알아보는 방법은 “회사이름 + Capital” 내지는 “회사이름 + Ventures”로 구글에서 검색해 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Intel Capital 이나 Google Ventures등이 그 예에 해당한다. 개인적으로 미국에서 자주 들려오는 이름을 들어보면
Intel Capital
Google Ventures
Siemens Venture Capital
Motorola VC
Nokia Growth Partners
Applied Ventures
Qualcomm Ventures
등등이 있다. (이 밖에도 굉장히 많이 있는데 일일이 나열하기는 좀 그렇고 궁금한 기업은 직접 검색해 보기 바람) 우리나라 몇몇 대기업들도 실리콘밸리에 VC조직이 갖춰져 있다.
Samsung Ventures
SK Telecom Ventures
Hyundai Venture Investment Corp

Corporate VC는 어떻게 fund를 운용하나?

크게 보아 두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번째는 일반 VC처럼 정해진 특정 금액의 fund를 조성해서 그 fund 내에서 투자하는 방식이다. 이 fund에는 모기업이 100% 돈을 댈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 외부에서 추가 자금을 끌어 오기도 한다. 외부 투자자가 들어온다고 해도 모기업의 투자금액이 majority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다른 방식은 특정한 fund없이 회사의 cash를 가지고 그대로 투자하는 방법이다. Balance sheet investment 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경우 펀드 싸이즈에 구애받지 않고 탄력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XYZ corporate venture가 우리같은 스타트업에 투자할까?

본인의 스타트업이 XYZ 기업의 사업분야과 어떻게 보면 연관이 있어 보이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연관이 없을 것 같기도 할 때 이런 고민을 하게 된다. 어떤 회사가 어떤 sector에 투자하는지는 정말 회사마다 천차만별이라서 일반화하기 정말 어렵다. 모기업의 비지니스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곳에만 투자하는데가 있고, 신사업 구상차원에서 광범위하게 투자하는데도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XYZ corporate venture에 있는 사람에게 직접 물어보는 것이지만, 그게 여의치 않을 경우 XYZ가 최근 몇년간 투자한 회사들의 sector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그들의 관심사가 보인다.

Corporate VC는 투자결정이 느린가?
많은 사람들이 corporate VC는 의사결정이 일반 VC에 비해 많이 느리다고 인식하고 있다. 물론 맞는 면도 있고 아닌면도 있다. 회사마다 다르긴 한데 많은 corporate VC가 의사결정에 있어서 business unit과 긴밀히 협조해야 하는 점이 있어서 이게 시간을 좀 잡아 먹을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고 일반 VC는 의사결정이 전광석화와 같이 빠른가 라고 물어보면 그것도 아니다. 일반 VC도 이런저런 이유로 process가 delay되는 경우도 아주 흔하다. 그러나 Corporate VC든 일반 VC든 좋은 투자 건이 있는데 “당신네 process가 늦어지면 그냥 당신빼고 deal을 closing 하겠소”라고 압박하면 다 신속하게 움직이게 되어있다 ^^ (주의: VC들은 이런 transaction에 전문가이므로 과장된 bluffing은 잘 안통함)

Corporate VC에서 투자받으면 그 기업에 종속되는건 아닌가?
대부분의 경우에 이점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Corporate VC가 소유하는 지분이 10% 전후반으로 가정할 경우 현실적으로 회사를 쥐락펴락 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물론 보드미팅등에 참가하면서 회사 의사결정 방향에 영향을 끼칠 수 있겠지만 다른 투자자와의 balance를 잘 맞추면 큰 문제 없다. Corporate VC가 투자할때 내세우는 조건중에 RoFR라는 걸 흔히 보는데 이건 Right of First Refusal의 준말로, 회사가 M&A를 한다거나 할때 먼저 기회를 준다는 뜻이다. 예를들어 어떤 반도체 회사가 Qualcomm Ventures에서 투자를 받으면서 Qualcomm이 RoFR를 가지게 되면, 이 반도체 회사는 누군가로 부터 인수제안이 있을때 Qualcomm에게 먼저 (같은조건에) 인수할 기회를 주어야 하고 Qualcomm이 no할때만 다른 회사에 인수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것도 인수 가격에 따라 조건이 달라지는등 깊이 파고들면 너무 복잡해지지만, 암튼 중요한 것은 이런 조건들은 투자받을때 네고가 가능한 것이고 변호사와 잘 상담해서 지킬것은 지키고 넘겨줄 것은 넘겨주는 전략을 취하면 된다.

Corporate VC에서 투자받고 나면 사업적으로 우리회사에 도움이 될까?

좋은 질문이긴 한데 답하기가 어렵다. 투자하기 전부터 어떻게 이 회사를 도와줄지 밑그림을 그리고 시작하는 데도 있지만, 그냥 돈만 넣어놓고 나몰라라 하는데도 있기 때문이다 (이건 일반 VC도 마찬가지). 투자를 받기전에 투자 담당자와 향후 협력 방안을 충분한 미팅을 통해서 합의하고 가능하면 business unit의 임원진과도 미팅해 두면 좋다. 물론 투자 전에는 이런저런 협업이 가능하다고 하지만 막상 투자후에는 이런저런 이유로 실천되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가능하다면 이 corporate VC에서 이미 투자 받은 다른 스타트업 회사에게 물어보면 좋다. 실제로 어떤 도움이 있었는지. 그리고 Corporate VC는 그 해당 기업이 어느정도의 name value가 있게 마련이므로 투자가 성사되면 어느정도 PR면에서 도움이 되는 점도 있다.

Corporate VC는 정말 valuation을 후하게 쳐주나?

솔직한 질문이긴 한데 시원한 답이 어렵다. Valuation이라는 것이 투자하는 사람이 그 대상에 얼마만큼 매력을 느끼느냐에 따른 아주 주관적인 잣대이므로 뭐 엑셀 한참 돌린다고 나오는게 아니다. Corporate VC도 투자자므로 당연히 수익을 많이 내고 싶어한다. 그런데 투자대상 회사가 모기업의 전략적 차원에서 정말 중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그리고 deal상에 경쟁이 있어서 놓치면 안되는 경우라면 valuation이 높아질수 밖에 없는 것은 시장 경제원리상 당연하다. 즉 경우에 따라 valuation이 높아져서 financial return이 좀 줄어든다 하더라도 신사업기회나 partnership등을 통한 다른 형태의 gain이 있을 수 있으므로 어느정도 보상(?)이 가능할 수 있다. (일반 VC는 이런 다른 gain이 없으니 좀 더 valuation에 민감) 그렇다고 corporate VC는 valuation을 마구 지른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예전에 Intel Capital에 있을때 사내에서 유행했던 말이 “Losing money is not strategic”이다. 즉, strategic 관점도 중요하지만 돈을 자꾸 날리면 그건 결코 회사에 도움이 안된다는 점을 꼬집은 말이다.

Corporate VC도 Series A 같은 초기단계 회사에 투자하는가?
한 5-6년전만 하더라도 스타트업의 일반적인 투자단계를 보면 엔젤들이 seed money를 대고, 일반 VC가 Series A를 진행한 후, 어느정도 product나 시장성이 검증되고 나서 Series B 또는 C 에서 corporate VC가 invite되는게 아주 흔한 형태였다. 그런데 이젠 그 구분이 아주 모호해졌다. 엔젤들도 $100M 규모의 펀드를 만들어서 운용하기도 하고, VC들도 seed money를 대기도 하며, corporate VC도 경우에 따라 Series A 처럼 초기 회사에 투자하기도 한다. 역시 가장 좋은 방법은 해당 corporate VC에 초기단계 회사에 투자하는지 직접 물어보는 것이고, 다른 방법은 여태까지 투자한 회사들의 stage를 통해 짐작하는 것이다. 지난 몇년간 좀 변화가 있었어도 내가 느끼기에 대부분의 corporate VC는 어느정도 product가 customer를 통해서 검증된 회사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만약 corporate VC가 매출이 전혀 없는 스타트업에 투자한다면 모기업의 전략적 관점에서 아주 중요한 제품 또는 기술을 가진 회사일 가능성이 높다.

총평: Corporate VC도 돈을 벌어야 하는 투자자임에 분명하다. 게다가 모기업의 전략적 차원의 value까지 책임져 줘야하니 사실 어떻게 보면 일반 VC보다 더 어려운 job이다. 이 글을 쓰는 이유는 corporate VC가 좋다 나쁘다라고 말하려는건 아니고, corporate VC의 특징을 부각함으로써 투자 받을때 고려해 볼만한 사항을 알려주기 위함이다. 투자를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corporate VC든 일반 VC든 어디서든지 자금만 들어오면 되는거 아니냐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투자를 어디서 누구에게 받느냐는 회사의 앞길에 아주 중요한 결정이니 아주 신중을 기해야 한다.

VC office hour #3

(이제 신청 마감하겠습니다. 많은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신청하신 분께는 메일로 연락드리겠습니다)

VC Office hour 를 이번 금요일 오전에 아래와 같이 진행하려 합니다. 진행방식등은 지난번과 같습니다.

  • 날짜 & 시간: 2월 10일 금요일 오전 9시 부터 12시까지 (한분당 30분씩)
  • 장소: 강남에 소재한 모 호텔의 라운지 (추후 공지)
  • 신청방법: 이메일로 신청 (liveandventure@gmail.com) — 상담하고 싶은 내용을 간단하게 한두줄로 미리 보내주시면 감사.  연락 가능한 전화번호도 남겨주시길.

혼자오셔도 좋고, 팀원과 같이 오셔도 좋습니다.  Office hour의 성격은 예전에 올린글을 참조하시고요, 편한 마음으로 오셔서 사업 아이디어나, 전략, 투자, 해외진출 등 관심있으신 주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으면 합니다.  파워포인트 같은 자료는 없어도 전혀 문제 없습니다.

그럼 좋은 만남을 기대하며 여러분의 신청을 기다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