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TV를 회의적으로 보는 이유

나는 텍 업계에 있는 사람치곤 꽤 구식 TV를 쓰고 있다. 2003년에 산 소니의 50인치 LCD 프로젝션 TV이다. 이게 지금의 LCD TV처럼 평판이 아니고 뒤가 불룩 튀어나온 TV로, 예전의 DLP TV와 경쟁하던 제품이다. 10년이 되어가지만 HD이고 화질은 아직까지 참 좋아서 큰 불만없이 쓰고 있다. 오히려 요새 나오는 최고급 TV 보다 화질이 부드러운 것 같아 눈이 편하다는 생각까지 든다. 뒤에 꼽는 단자에 HDMI가 없는게 큰 단점이지만, 그냥 RGB 인풋과 DVI만으로도 케이블 박스랑 Wii 연결에는 무리가 없다. 이 TV를 사고 이사도 3번이나 했으니 (장거리 이사 2번 포함) 그동안  TV를 업그레이드 할까 하는 생각도 몇번 했었다. 하지만 딱히 새 TV를 사야할 필요를 못느꼈다. 정말 얇게 나온 슬림 TV, 3D TV, 스마트 TV등 갖가지 상품들이 나왔지만, 어느것 하나 내 호주머니를 열지 못했다. 내가 텍 제품 사는데 그렇게 인색한 사람은 아닌데도 말이다. 이유를 생각해 보니 새 TV를 산다고 해도, 내 TV 보는 경험에 큰 향상이 없을 것을 잘 알기 때문에 그런듯 하다. 이미 TV는 나에겐 그저 집에 있는 커다란 모니터일 뿐이다.

우리집에 있는 10년된 TV
우리집에 있는 10년된 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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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트위터를 통해 이찬진 대표님이 ‘스마트 TV가 안되는 이유, 또  앞으로 될 것 같은 이유’를 수집하여 올리신 글을 보게 되었다. 나는 이분야 전문가는 아니지만, 평범한 소비자 관점에서 보았을때 스마트 TV에 대해 상당히 회의적인 입장이다. 내가 생각하는 구체적인 이유를 아래 3가지만 요약하였다. (이찬진 대표님이 요약하신 항목들과 중복되는 것도 있음)

1) TV 앞에서는 사람들 마인드가 달라진다

거짓말 좀 보태면 TV 사용자의 99%는 리모콘에서 딱 버튼 세개만 쓴다  – 전원, 볼륨, 채널. 그걸로 끝이다. 컴퓨터 앞에 앉아서는 키보드와 마우스로 온갖 복잡한 작업을 즐겨하던 사람도, TV 앞에만 앉으면 갑자기 귀차니즘의 화신으로 변한다. TV에서 뭔가 입력하고, 찾고, 조작한다는 그 자체가 그냥 싫은 것이다. 하루종일 시달렸던 일과에서 벗어나 TV 앞 소파에 반쯤 누워서 군것질도 해가면서 잠시 ‘두뇌휴식’을 하고 싶은데, 이 시간  조차 뭔가 ‘스마트’하게 기계에 대응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부담이다. TV가 정말 스마트해져서 내가 원하는 걸 미리미리 알아서 척척 찾아서 보여주기 전까진 사실 스마트 TV는 말이 스마트이지, 그냥 내가 이런 저런 인풋을 많이 줘야하는 요구사항 많은 TV에 불과하다.  사용자는 말한다 — 나도 좀 쉬자.

2) 얼리 어답터들이 TV를 별로 안본다

스마트 TV 같이 어떤 새로운 제품이 메인 스트림으로 가기 위해선 초기에 얼리 어답터들이 사용하면서 입소문이 나고 퍼져야 되는데, 내 생각에 TV라는 종목은 이 점에서 확실히 불리해 보인다. 얼리 어답터들은 주로 테크에 관심이 많고 소득도 중산층 이상 되는 사람들로 전문직 종사자들이 많은데, 이런 사람들은 점점 TV를 멀리하고 있다. 대부분 바쁜 사람들이니 TV 볼시간이 없는 것도 있지만, 그나마 있는 여가시간도 컴퓨터나 태블릿, 스마트폰 앞에서 보내기 일쑤다. 내 경우만 봐도 10년전과 비교하면 TV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줄었다. 웬만한 콘텐츠가 온라인상에서 온디맨드로 가능하니, 실시간으로 봐야 하는 스포츠 중계와 선거 개표방송등을 제외하면 굳이 TV를 틀어야할 이유가 별로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미국인 하루 평균 TV 시청 시간은 5시간 이상이라 한다)  암튼 스마트 TV는 “결국은 TV”라는 태생적 한계로 인해 초기 사용자를 끌어들이는데 상당히 어려움이 있다고 생각한다.

3) TV를 교체하는 사이클이 너무 길다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컴퓨터와는 달리 TV를 2~3년마다 바꾸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자원의 낭비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도 그렇게 자주 바꾸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유지되면 좋겠다.)  최근 통계를 보니 글로벌 시장에서 TV교체 주기가 현재 대략 7년 정도이다. 아무리 최신식 기능이라고 해도 6개월이면 구식이 되는 세상이니, 5년~10년씩 쓰는 제품에 들어간 ‘스마트’기능은 그저 잠시 즐거운 장난감으로 끝날 가능성이 많다. 뭐 일부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어느정도 커버가 되겠지만, TV 앞에 앉아서 검색조차 하기 귀찮아 하는 사람들이 TV에 들어가는 OS를 업데이트 할까? 스마트폰이야 OS 잘못 건드리면 서비스센터에 가지고 가서 상담이라도 받을 수 있지만, 50인치 TV가 먹통이 되는 날엔 그렇게 하기도 어렵다. (참고로, 미국은 서비스센터 직원을 집으로 부르려먼 무척 비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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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Costco 매장에 가보았더니, 진열해논 TV중 대부분이 스마트 TV였다. 정확히 어떤 기준으로 스마트 TV라 부를 수 있는지는 애매하지만, 간단한 인터넷이나 넷플릭스 정도는 기본적으로 지원이 되는 모델이 많았다.  하지만 그 TV를 사는 사람중에 ‘스마트 기능’을 꾸준히 사용하는 사람이 몇 %나 될까 궁금했다. 그냥 시중에 나와 있는 TV가 죄다 “스마트 TV”이니 어쩔수 없이 그중에 하나 사긴 하겠지만, 실제 사용행태는 평범한 TV로 사용하고 있지는 않을까? 나도 그렇지만 사람들이 큰 웃돈을 얹어주면서까지 스마트 TV를 사고 싶어하지는 않는 것 같다. (스마트폰의 경우, 보통 핸드폰에 비해 훨씬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다.) TV 제조사나 OS 공급자는 매년 상승하는 스마트 TV 판매대수를 자랑하고 싶겠지만, 난 그에 앞서 실제 그 TV들이 진정한 의미의 스마트 TV로 사용되고 있는지, 또 사람들이 그에 대한 프리미엄을 지급할 용의가 있는지에 대한 조사가 보고 싶다.

이글을 읽는 분들 중에는 스마트 TV를 쓰고 계신 분도 많을 것이고, 나와 반대의견을 가진 분도 계실 것이다 (반대 의견 적극 환영). 스마트 TV를 제대로 써보지도 않은 내가 이런 글을 올리는게 좀 이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근시일 내에 스마트 TV를 adopt할 의향이 없는 나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도 많을 것같아 그런 사람들의 목소리를 내는 의미에서 글을 쓰게 되었다.  예전에 한 친한 동료가 농담반 진담반으로 이런 말을 했다. (그 친구도 어디서 들은 말인 듯)

“A product category in consumer electronics doesn’t exist… until Apple creates one (소비자 가전에서 제품군이란건 존재하지 않지. 애플이 만들어내기 전까진)”

스마트 TV가 지금 같은 형태와 사용 모델이면 별 관심이 없다. 하지만, 혹시 아나? 애플이든 누구든 나와서 뭔가 확 시원하게 바꿔줄지. 그렇게 되면 또 블로그를 쓰리라.

회사의 조직 쉽게 이해하기

이글에서 말하려는 회사 조직 이해하기는 순전히 내 개인적인 관점이다. 체계적인 지식은 경영학의 ‘조직관리’나 ‘인사관리’ 같은 과목에서 배울수 있겠지만, 배워도 금방 까먹게 되고 현실과 차이가 있는 경우도 많다. 나도 MBA할때 이런 과목을 이수하긴 하였으나 지금 기억에 남는건 수업이 무척 지루했다는 것 밖에 없다.

나는 한국에서의 직장생활은 잠깐의 인턴사원 시절빼고는 전혀 없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20명짜리 스타트업에도 있어봤고 8만여명 직원의 인텔에도 있어봤다. 물론 그 중간크기의 회사들에도 있어봤다. 내가 직접 경험한 회사들뿐 아니라 투자를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지켜보게된 회사는 훨씬 많다. 나는 이런 직/간접 경험을 통해 나름대로 회사 조직을 아래와 같이 아주 간단하게 3가지로 나누어 생각하게 되었다.

1) 만드는 조직 – 주로 R&D, 개발팀, 프로덕트팀 등으로 불리는 조직이다. 회사가 제조업이든 소프트웨어업이든 당연히 뭔가를 만들어야 한다. 좀 특수한 경우 (예를 들어 투자회사)를 제외하고는 웬만한 회사에는 뭔가 ‘만드는’ 조직이 있다. 인텔에는 수만명에 달하는 직원들이 칩설계를 하고 있고 많은 수의 공장 근로자들이 있다. 구글이나 페이스북같은 인터넷 서비스회사에도 당연히 코딩하고 테스팅하는 조직들이 있다. 치킨집을 한다고 해도 주방에서 누군가가 치킨을 구워야 한다. 대부분의 스타트업에서는 이 조직의 역량이 제일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보통 외주를 주기 어렵다.

2) 파는 조직 – 영업, 세일즈, 마케팅, 필드 엔지니어등이 대부분 여기에 속한다. 자동차 영업사원과 구글의 마케터는 역할이 많이 다르겠지만, 결국은 우리 제품을 사람들이 더 많이 사고, 많이 쓰게하는 게 목적이기 때문에 큰 관점에서는 한 범주에 넣을 수 있다고 내맘대로 생각한다. 이 조직에 있는 사람들은 물건을 만드는 사람에게 이런 저런 input을 줄 순 있지만 직접적으로 물건 만드는데 관여하지는 않는다. (관여할라고 하면 개발자들한데 ‘꺼지라’는 핀잔듣기 십상이다) 스타트업 초기에는 아직 팔 물건이 없는 경우가 많아서 이 조직이 간과되기 쉽지만, 제대로된 물건을 만들려면 잠재적 소비자를 만나서 그들의 의견을 제대로 종합/분석/전달해 줄 수 있는 사람이 꼭 필요하다. 즉 매출이 없거나 적을때도 이런 핵심적인 역할을 해 줄 사람 한두명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3) 서포트 조직 – 법무팀, 인사팀, IT, 재무팀등이 이에 속한다. Back office function이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주로 회사내에서 특정 서비스를 제공하는 임무를 띠게 된다. 대부분의 경우 회사의 핵심 역량과는 거리가 있으므로 외주를 줄려면 줄 수 있다. 예를들어 법률관계일은 대부분의 스타트업들이 초기에는 외부 변호사를 쓰게되고, 상장이 되거나 어느정도 규모가 되면 자체 법무팀을 꾸리게 된다 (일예로 삼성전자의 법무팀은 국내 웬만한 로펌보다도 크다고 함). IT 분야도 클라우드 컴퓨팅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outsourcing할 수 있는 길이 아주 많아졌다. 예를 들어 아마존의 AWS 같은 것을 쓰면 자체 서버관리등의 부담이 덜어지게되어, 인력이나 시설에 들어가는 초기 투자 비용을 아낄 수 있다. 암튼 서포트 조직은 비용과 여러 조건들을 고려하여 그때 그때 상황에 맞게 외주를 줄지 아니면 내부적으로 해결할지 결정하면 되는 경우가 많다.

위 세가지 조직에서 한가지 빠진 것이 있다면 제품을 ‘기획하는 조직’일 것이다. 즉 어떤 제품을 만들어서 어떤 시장을 공략할지를 정하는 일을 하는 부서일텐데, 회사에 따라서 ‘만드는 조직’에 편입되어 있는 경우도 있고, CSO 나 CTO 조직을 따로 두어서 별도로 운영하기도 한다. 회사의 운명을 결정지을 중요한 역할이여서 스타트업에서는 보통 CEO가 좋던 싫던 이 일을 할 수 밖에 없다. 회사가 커져서 전략 구상하는 조직이 따로 있더라도 결국은 CEO 책임이다.

써 놓고 보니 어찌보면 누구나 다 아는 걸 쓴것 같기도 하지만, 커리어 관점에서 한번쯤은 자기가 어떤 조직에 속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장기적으로 그 조직에 계속 남고 싶은지도 되씹어 보아야 한다. 나는 예전에 한번 같은 회사내에서 ‘만드는 조직’에서 ‘파는 조직’으로 이전한 경험이 있다. 누가 시킨건 아니였지만 그냥 그게 하고 싶었다. 처음엔 좀 낯설었지만 이내 적응이 되었다. 그리고 한가지 현실적인 팁을 공유한다면 회사내에서 높은 곳으로 올라가고 싶은 야망이 있는 사람은 되도록 만드는 조직 아니면 파는 조직에 있는게 유리하다. 써포트 조직에서는 한계가 많다. 적어도 미국에선 그렇다.

여담으로 스티브 잡스는 물건 파는데도 달인이였지만 주관심은 늘 ‘만드는 것’에 있었다. 그의 전기에 보면 그가 나름대로 생각해낸 ‘회사가 망해가는 길’에 관한 이론이 소개된다. 회사들이 보통 처음에는 좋은 물건 만들기에 치중하지만, 일단 시장을 장악하게 되면 회사내에서 디자이너나 엔지니어 같은 사람보다 매출을 크게 올릴수 있는 세일즈맨이 더 대우를 받게 되고, 제품에 대해서는 문외한인 세일즈맨들이 최고의 위치에서 회사를 경영하게 되어 결국 나락의 길로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럴듯한 이론이다. IBM, Xerox, 80년대의 애플이 그런 전철을 밟았고, 마이크로소프트도 같은 선상에 있다고 그는 지적하였다. 회사의 CEO라면 자신의 역량, 조직의 역량을 늘 염두해 두어야 한다. 만드는 조직이 강한회사로 키울 것인가 아니면 파는 조직이나 서포트가 강한 조직으로 키울 것인가?

회사의 주인은 누구인가?

6년전 와튼 스쿨에서 파이낸스 기초과목을 수강할때였다. 파이낸스, 경제학에서 유명하신 프랭클린 앨런 교수님 수업이였는데 하루는 학생들이게 이런 질문을 하셨다.

“회사의 주인이 주주들 (shareholders)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손들어 보세요”

대충 30%정도가 손을 들었던것 같다. 이어서 또 이런 질문을 하셨다.

“그럼 회사의 주인이 직원들(employees)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손들어 보세요”

아까와 비슷한 숫자의 학생들이 손을 들었다. 나는 이때 엔지니어 출신으로 비지니스 스쿨에 갓 입학했던 차라 shareholder고 뭐고 이런 개념이 없었다. ‘회사의 주인은 사장 아닌가?’ 이런 생각을 속으로 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주주들과 직원들중 택일하라면 주식시장에서 단기 투자하며 치고 빠지는 주주들보다야 비교적 오랜기간 회사에 머물게 되는 직원들이 ‘주인’에 가깝다고 1초만에 단정짓고 후자에 손을 들어줬다.

이어진 교수님의 설명이 재미있었다. 학생들이 매년 거의 똑같은 반응을 보이는데, 그 즉슨 미국이나 유럽에서 온 학생들은 대부분 주주들이 회사의 주인이라고 답하고, 아시아에서 온 학생들은 직원들이 회사의 주인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러고보니 나도 몸은 미국에 있었지만 사고방식은 ‘정상적인’ 아시아 학생인 셈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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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후 어찌어찌 하다가 VC쪽에 몸을 담게 되어 주로 shareholder의 입장에서 일을 하다보니 회사의 주인은 당연히 주주라는 생각이 굳어졌다. 물론 상식적으로도 회사의 주인은 주주인 것이 맞는 말일 것이다 — 적어도 자본주의 사회에서 (회사가 파산보호가 들어간 상태가 아닌 담에야) 주주들이 회사의 주인이고, 이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이사회가 회사의 경영권을 가지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이사회는 CEO를 선임 혹은 해임할 수 있으며, CEO는 주어진 책무를 위해서 직원을 고용하거나 해고할 수 있게 된다. 교과서적인 이야기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CEO를 비롯한 직원들은 회사의 주인이기는 커녕 주주들의 가치 (shareholders’ value)를 극대화 하기 위한 일종의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좀 슬프게 들릴지 몰라도 자본주의 회사 지배 구조 (corporate governance)가 그렇다. 그래서 미국회사에서는 이사회에서 CEO를 짜르는 일이 빈번한 것이다. CEO는 주주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라고 임명한 자리이니, 그 일을 제대로 못하면 이사회가 짤라버리는 것이다. (한국 회사에서는 대주주가 CEO이자 이사회를 장악한 경우가 많아 경우가 좀 다르다)

회사의 주인이 주주인것은 맞는것 같은데, 요새 좀 회의가 들기 시작했다. CEO를 비롯한 경영진이 주주의 가치 극대화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 정말 맞는 mission인가 하는 문제다. 오늘 BusinessInsider를 보니 이런 기사가 나왔다. 지금 미국 회사들의 GDP대비 이익률은 역대 최고이지만, 임금수준은 역대 최저라고 한다. 이렇게 된 배경에는 ‘주주의 가치 극대화’라는 사명을 각 회사들의 경영진이 투철하게 수행했기 때문이리라. 임금은 어디까지나 ‘비용’의 항목이므로, 이익률을 최대화 하려면 생산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가능한 낮은 임금을 유지해야한다. 이렇게 최소화된 비용으로 이익률이 올라가면 그 수치는 결국 주가로 직결되고, 그 혜택은 주주가 보게 된다. 뭐 꼭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니지만, 결국 누구 좋자고 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드는건 어쩔수 없다.

상장회사도 그렇고 비상장회사도 그렇고 회사의 주주는 대부분 어느정도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회사의 지분투자라는 것이 은행에 예금해두는 것등에 비해 훨씬 위험한 자산이기 때문에 이런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사람들이 고수익을 노리고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펀드를 통한 간접 투자도 마찬가지다. 당장 한달 벌어 먹고살기 빠듯한 노동자가 펀드 투자하는 것 봤나? 회사의 주주가 되는 경로는 이런 저런 길이 있겠지만, 결국 돈있는 사람들의 몫일 확률이 절대적으로 크다. 그리고 회사의 경영진과 직원들이 열심히 일해서 창출한 가치는 결국 그들에게 돌아가게 되어있다. 자본주의가 그렇다. 2007년 통계에 의하면 상위 1%가 미국 국부의 40%를 넘게 차지하고 있고, 하위 80%는 고작 7%를 차지한다고 한다. 아마 2012년 현재는 이 불균형이 더 심해졌을 것이다. 어쩌면 자본주의라는 녀석은 우리가 mission이라고 생각하는 ‘주주의 가치 극대화’를 더 잘 실현하면 할 수록 부익부 빈익빈이 심해질 수 밖에 없는 구조인지도 모른다.

이런 와중에 직원들의 복지와 문화에 큰 신경을 쓰는 회사들은 참 신선하게 다가온다. 무료 음식등을 제공하는 것으로 유명한 구글도 있지만,  항상 “가장 일하고 싶은 회사” 리스트 상위에 랭크되는 SAS Institute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사내 복지로 유명한 회사다. 회사 조경을 관리하는 인력이나 빌딩 경비원도 의료보험등의 혜택이 있고, 회사내에 기본 건강 검진은 물론 응급 수술까지 가능한 의료시설을 갖추고 있다. 성공적인 온라인 신발가게로 지금은 아마존에 인수된 Zappos도 직원들의 행복이 회사의 최우선순위 였다는 후문이다.  실리콘 밸리에서 잘나가는 스타트업인 Evernote는 최근에 직원들 집으로 청소 도우미까지 보내줄 정도로 복지에 신경쓰고 있다. 물론 이런 복지혜택으로 직원들이 부자가 되지는 않겠지만, 만약 회사의 목표가 단기 수익성 향상이라면 이런데 돈을 쓸 필요가 없는 것임을 상기해 보면 신선하긴 신선하다. 이렇게 돈과 재원을 써가며 직원들을 챙겨주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큰 주주의 이익을 창출하기 위한 고도의 전략인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지금의 자본주의 회사구조에서는 회사가 잘 되었을때의 혜택이 대부분 주주에게 돌아가고 직원들에게는 거의 돌아가지 않는다. 스타트업에서는 그나마 직원들에게 나누어주는 스탁 옵션제도가 활성화 되어있어 좀 낫지만, 큰 회사에서는 주주가 이익을 독식하는 경향이 더욱 뚜렷하다. 애플, 삼성이 요새 돈을 그렇게 많이 벌고 있지만 일부 최고위 간부들을 빼고 직원중에 부자되었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없다. 나에게 이런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한 명쾌한 대안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의 이익 배분 불균형은 부익부 빈익빈을 가속화 할 수밖에 없어서 우려스럽다.

그렇다고 공산주의 하자는 건 아니니 빨갱이라고 몰아세우진 마시길 ^^

VC를 만날때 알아두면 좋은 팁

VC 일을 시작한지도 어느덧 4년이 훌쩍 지나고 말았다. 그동한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수많은 회사를 만나면서 배운 것도 많고 느낀 것도 많은데, 오늘은 창업가가 VC를 만날때 미리 알아두면 도움이 될 만한 점들을 몇개 적어보고자 한다

1) 가능한 소개를 통해서 VC를 만날 것 – 콜드 콜, 콜드 이메일이 꼭 나쁘다고는 할 수 없지만, 현실적으로 응답률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이건 비단 VC뿐만이 아니라 비지니스의 모든 관계에서 그렇다. 아니, 비지니스가 아니라 연애도 그렇다. 다들 바쁜 세상을 살아가다 보니 무작정 연락하는 사람보다는 내가 아는 누군가가 소개시켜주는 사람에 먼저 관심이 갈 수 밖에 없다. 소개를 받는 VC 입장에서도 지인을 통해 한번 걸러진 사람/회사를 만나는 것이니, 자연스럽게 좋은 만남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진다. 대부분의 경우 본인이 조금 노력하면 중간에서 다리를 놔 줄 수 있는 사람을 찾을 수 있다. 요새는 더군다나 Linkedin 같은 소셜네트워크가 활성화 되어있어서 누가 누구와 연결되어 있는지에 관한 정보가 인터넷에 많으니 적극 활용할만 하다.

2) 회사 정보는 적당한 레벨에서 천천히 전달할 것 – VC와 미팅을 할때 ‘기회는 이때다’ 라고 생각하고 온갖 자료와 웅변을 늘어 놓는 분들이 가끔 있다. 작은 폰트로 빽빽하게 들어찬 50장짜리 슬라이드를 건네주기도 하고, 요구 하지도 않은 각종 회사 첨부자료까지 보내서 이메일이 수십메가 파일들로 홍수를 이루기도 한다. 별로 효율적이지 못한 접근 방법이다. 내가 권장하는 방법은 아래와 같다. 누군가의 소개로 VC와 연결이 되면, 회사에 대한 관심을 끌어 내기 위해서 처음에는 teaser형식의 executive summary를 보내는게 좋다. 여기에는 회사내 민감한 정보는 제외하고 회사의 개략적인 내용 (뭘 만들고 있고, 왜 이게 말이되고, 누가 하고 있는지 정도)들 위주로 2페이지 정도로 정리해야 한다. 그리고 미팅이 성사되면 미팅에서 사용할 15장 내외의 슬라이드 자료가 있으면 좋다. 슬라이드는 아까 executive summary의 좀 더 구체적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리고 그 이외의 자료는 VC가 관심이 있다면 알아서 요구하게 되어있다 (기술 설명 보충 자료, 향후 계획, 재무제표, 정관, 주주 구성표 등등). 이런 것들은 준비하고 있다가 그때 그때 하나씩 보내주고 설명해 주면 된다. 즉 요는 처음 만날때 data dump를 하지 말라는 것이다. 어차피 읽어보지도 않고, 오히려 핵심 메시지가 희석되는 악영향이 있다.

3) VC 와의 미팅은 일종의 인터뷰 – VC와 미팅을 할때 적당한 자료를 잘 준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이것은 일종의 인터뷰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한번에 당락이 결정되는 면접시험과는 좀 성격이 다르겠지만, 좋든 싫든 VC의 머릿속엔 사업가에 대한 인상이 남게 된다. 그 인상을 좌우하는 것은 그 사람의 말하는 내용뿐만 아니라, 표정, 톤, 몸짓등 세세한 면에서 다 나타나게 된다.  뭔가에 대해 깊은 열정이 있는 사람은 미팅에서 그 열정이 묻어나올 수 밖에 없다. 이런 저런 질문을 해 보면 얼마나 그 문제에 대해 깊이 고민을 했는지 답변 내용과 어조에서 어느정도 감이 오게 마련이다. 이런 내공은 평소에 많이 쌓아두는 수 밖에 없다. 인터뷰라고 해서 마치 딴 사람이 된 양 행동할 필요는 없고, 단지 미팅 전에 어느정도 생각을 정리해 두면 도움이 된다. 그리고 생각한 대로 자신감 있게 전달하면 된다. 자만도 문제지만, 너무 겸손한 나머지 자신감이 없어 보이는 것도 문제다. 자기 사업 내용이라면 언제 누굴 만나든지 아무 자료 없어도 말로 설득할 정도의 준비는 늘 하고 있어야 한다.

4) ‘투자자’보다는 ‘소비자’를 대하는 기분으로 설명 – 많은 분들이 VC를 만날때 너무 ‘투자’쪽에 집중해서 설명하는 경향이 있다. 즉, 이게 엄청나게 큰 기회이고 우리회사에 투자하면 몇년 내로 몇배이상 돈을 벌 수 있다는 식의 설명들이다. 앞으로 매년 2배 이상 성장하는 곡선도 보여준다.  하지만 업계에 웬만큼 있었던 VC들은 이런 말에 별 감흥이 없다. 왜냐하면, 이런 말을 하도 많이 듣기 때문에 식상하기도 하고, 경험에 비추어 볼때 막상 그대로 되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VC들이 주로 궁금해 하는 건 “이 사업이 커스터머들에게 어떻게 큰 가치를 창출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즉 간단히 말해 회사가 만들어내는 서비스나 제품이 소비자 관점에서 큰 가치가 있으면 투자할 만한 사업이고 아니면 아닌 것이다. 그래서 나는 B2B 사업의 경우 “내가 바이어라면 이걸 사겠나?” 라고 자꾸 되묻고, 인터넷 업종같은 경우는 “내가 솔직히 앞으로 이걸 자꾸 쓸 것 같나?” 라고 생각해 본다. 투자자 보다는 소비자가 훌륭하게 생각하는 사업이 진국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VC와 미팅에서도 투자자를 설득한다기 보다는 소비자를 설득한다는 기분으로 하면 훨씬 더 효과적일 것이다.

몇가지 더 있지만 저녁을 먹으러 가야하기 때문에 오늘은 이쯤에서 접기로 한다 ^^

전략은 변한다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는 현존하는 기업가중에 내가 제일 존경하는 인물중 하나이다. 아마존 주식을 재미 삼아 개인적으로 몇년째 소유하고 있는데 (아주 적은 양임), 난 아마존의 수익구조나 대차 대조표를 제대로 분석해 본 적은 한번도 없지만 순전히 제프 베조스에 대한 막연한 믿음(?)으로 그냥 들고 있는 것이다.

아마존하면 그냥 온라인 서점 내지는 온라인 상점정도로만 생각하는 사람이 아마 대부분일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엄청나게 대단한 것이지만, 그걸 뛰어넘어 아마존이 이룬 혁신은 정말 눈부시다. 그 예로 아마존 웹 서비스(AWS)는 클라우드 컴퓨팅이란 용어가 제대로 알려지기도 전인 2006년에 상품화되었고 지금은 명실공히 클라우드의 대표주자로 자리잡았다. 몇달전에 정전사태로 AWS가 다운되어 여기에 의존하던 넷플릭스, 인스타그램등이 줄줄이 다운된것만 봐도 그 중요성을 실감할만 하다. 그리고 또 아마존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요새 화제가 되고 있는 킨들일 것이다. 2007년에 전자책 리더로 출발한 킨들은 진화를 거듭해 지금은 태블릿 마켓의 2인자이다. 아직 아이패드와 격차는 많지만, 이번에 출시된 킨들 파이어 HD는 아이패드의 강력한 경쟁자가 될 것이다. 2007년에 아마존이 킨들을 내놓을때만해도 시장에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참 많았다. 인터넷회사가 전혀 새로운 사업인 하드웨어에 뛰어들어서 제대로 할 수 있겠냐는 의문도 많이 제기되었고, 수천년간 이어온 종이책을 전자책이 대신할 수 있겠냐는 원론적인 논쟁도 많았다. 불과 5년이 지난 지금 그런 질문을 하는 사람은 없다. 제프 베조스, 정말 대단한 인물이다.

그저께 킨들 파이어 HD 발표를 보면서 문득 재미있는 상념이 떠올라 글을 쓰게 되었다.  이번에 발표된 8.9인치 제품 사양을 보면 1920 x 1200 해상도에 254 ppi 를 자랑해서 아이패드 레티나 급에 가까워졌다는 평을 받고 있다. 참고로 아이패드 레티나는 9.7인치 2048 x 1536 해상도에 264 ppi이니, 정말 ppi로만 보면 육안으로 레티나와 구별이 안될 것 같다.  그런데 2010년 제프 베조스의 인터뷰를 보면 지금과는 사뭇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당시는 아이패드가 처음 나왔고, 킨들은 아직 흑백의 전자책 리더만 나와있던 시점이였는데, 찰리 로즈쇼에 나온 제프 베조스는 킨들과 아이패드의 차이점을 부각시키기에 애쓰는 모습을 볼 수있다 (아래 동영상 참조). 그의 인터뷰를 들어보면 킨들은 뭔가 조용하면서도 문학적이기도 하며 고상한 즐거움을 주는 디바이스로 포지셔닝하고 있고, 아이패드는 컬러디스플레이로 화려하지만 실제 사람들은 그걸로 앵그리버드게임이나 하고 있다고 치부하고 있다.  그리고 아마존의 색깔은 아이패드의 화려함, 현란함을 따라가는게 아니라, 언제 어디서나 손쉽게 책을 읽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니즈에 맞추고 있다고 역설한다. 그래서 디스플레이도 컬러 LCD가 아닌 (눈에 부담이 덜 가는) 흑백의 E-ink를 썼다고 하고, 심지어는 “헤밍웨이를 컬러로 읽는다고 더 감동을 받는건 아니다”라고까지 말한다.

물론 킨들은 지금도 흑백의 전자책 리더를 제공하긴 하지만, 주력 제품은 역시 킨들 파이어 태블릿이다. 그리고 이번에 나온 킨들 파이어 HD는 아이패드에 대한 정면 도전이다.  그리고 다들 알다시피 킨들 파이어는 아이패드처럼 컬러이고, LCD이며, 전자책을 읽는 킨들 앱이 당연히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해보진 않았지만 킨들 파이어에서도 앵그리버드 실행 잘 될 것이다.  2년전 TV 인터뷰에 나와 킨들의 아이덴터티는 아이패드와는 완전히 다르다라는 주장을 하며 컬러 디스플레이나 비디오등에는 관심없다고 말한 그였지만, 애플이 열어논 태블릿 시장을 무시할 수 없었다. 전략은 변한다.

2010년 7월에 찰리로즈쇼에 나온 아마존 CEO 제프 베조스

인터뷰 풀 버전 링크는 여기에  (처음부터 5분정도까지 위의 이야기가 나옴. 보너스 – 베조스가 말하는 “sex it up”이란 말의 뜻을 터득하게 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