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가가 느끼는 두가지 감정

어제 비행기에서 그동안 읽고 싶었던책 “The hard thing about hard things” 의 앞부분을 읽었다. 유명 창업가이자 벤처캐피탈리스트인 벤 호로위츠가 쓴 책이다.

그는 마크 앤드리신과 Loudcloud라는 스타트업을 꾸려가고 있었고, 회사가 거의 파산직전까지 몰린 상황이 왔는데, 마크가 기분좀 풀라고 이런 농담을 했다고 한다.

마크: Do you know the best thing about startups? (스타트업하면 뭐가 젤 좋은지 알아?)

벤: What? (뭔데?)

마크: You only ever experience two emotions: euphoria and terror. And I find that lack of sleep enhances them both. (스타트업을 하면 말야 딱 두가지 감정만 느끼게 돼. 과도한 희열감과 공포심이지. 근데 잠이 부족하면 이 두 감정이 증폭되더라구.)

난 이걸 보면서 너무 웃겨서 혼자 비행기에서 키득키득 거렸는데, 막상 벤 호로위츠는 당시엔 (하도 상황이 암울해서) 별로 웃기지도 않았다고 증언한다.

VC의 눈으로 다시 보는 허생전

며칠전 조선시대 관련 책을 하나 읽다가 연암 박지원의 <허생전>을 몇페이지 인용한걸 보게 되었다. 20여년전 고등학교 다닐 때 교과서에서 보던 그 허생전 말이다. 지금도 교과서에 있는지 모르지만, 아마 나랑 비슷한 시기에 학교를 다닌 사람들은 다들 잘 알고 있는 작품이리라. 참 반가왔다. 오랜시간이 지났지만, 그때 시험공부 때문에 마르고 닳도록 봤던 작품이라 문장들이 너무 낯이 익어서 마치 오랫동안 못봤던 고등학교 친구를 길에서 마주친 느낌이였다.

근데 차근차근 읽다보니 고등학교 때와는 사뭇 다른 눈으로 보게 되었다. 예전에 배우기론 형식과 겉치레에 물든 조선 사대부를 풍자하는 문학작품이라고 들은것 같은데, 이건 내가 지금 보기에 완전한 ‘벤처’ 소설이다. 허생이란 선비가 사업가로 뛰어들게 된 과정, 펀드레이징, 사업전략과 그 전개 과정, 글로벌 진출, 엑시트및 투자자금 회수까지의 과정이 상세히 담겨 있다. 벤처라는 말이 생기기도 수백년 전에 연암 박지원은 벤처를 이해하고 있었다. 엄청난 혜안이 아닌가!

각설하고 내가 왜 그렇게 느꼈는지 아래 내 빨간색 코멘트를 보면 이해가 갈 것이다.

Slide1 Slide2 Slide3 Slide4(중략)

Slide5 Slide6 Slide7 Slide8(후략)

후략된 부분엔 성공한 사업가 허생을 정치권에서 영입하려는 움직임도 나온다. 내가 직업병이 있는지 몰라도, 이 정도면 현대인의 눈으로 봐도 정말 reality 넘치는 벤처 소설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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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생전 전문은 여기서 캡춰)

저널리즘과 벤처캐피탈

저널리즘과 벤처캐피탈은 언듯보면 별로 상관없는 두 단어처럼 들린다. 한쪽은 ‘글’을 다루는 업이고 다른 한쪽은 ‘돈’을 다루는 업이니 그러하리라. 하지만 내가 실리콘 밸리에서 보는 두 업종은 점차 밀접한 연관을 맺으며 성장하고 있고, 상호간에 긴밀한 네트워크가 형성되어 있으며, 저널리스트 (혹은 블로거)에서 벤처캐피탈로 이동하는 사람들도 심심찮게 나타나고 있다. 전혀 다른 업종 같은데 어떻게 이런일이 가능할까? 아직 국내에서는 그런 예가 없어서 믿기 어려울 수 있지만, 실리콘 밸리에서는 실예가 많다.

우선 저널리스트나 블로거 출신으로 벤처캐피탈리스트가 된 사람들의 예를 보자.

  • 마이클 모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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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VC중 한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사람이다. 야후, 페이팔, 구글, 유튜브등의 회사에 투자해 초대박 엑시트를 여러번 일군 전설적인 인물이다. 오늘날 Sequoia Capital의 이름이 있게 한 장본인이라고 할 수 있다. 재미있는 것은 그의 특이한 경력이다. 그는 옥스포드에서 역사학을 전공하고 미국으로 건너와 와튼스쿨에서 MBA를 한뒤 타임지의 기자로 일했다. 그는 타임지에서 실리콘 밸리소식이나 테크놀로지 분야를 많이 다루었는데, 스티브 잡스를 취재한 기사가 잡스의 심기를 건드려 두 사람의 사이가 영영 틀어졌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아무튼 그는 Sequoia의 창시자인 돈 발렌타인의 눈에 띄어 발탁되었고, 벤처캐피탈에 입문하여서는 많은 성공적인 투자를 이끌어내며 승승장구 하였다. 최근에는 건강상의 이유로 회사 운영에서는 한발짝 물러났지만, 투자 활동은 계속하고 있다.

  • 마이클 애링턴

michael arrington

이 사람은 유명한 테크 블로그인 테크크런치 (TechCrunch)의 창시자이다. 테크크런치는 2005년에 애링턴이 설립한 이후 꾸준히 성장하여 이제는 실리콘 밸리의 여러 테크 블로그 가운데서도 가장 유명한 축에 속하며 특히 스타트업의 소식을 전문적으로 전하는 매체의 시초격이라고 할 수 있다. 테크크런치는 2010년 AOL에 매각되었고, 지금도 AOL 산하의 독립적인(?) 매체로 이어오고 있다. 애링턴은 2011년 테크크런치를 떠나 ‘크런치 펀드’라는 벤처캐피탈 펀드를 만들어서 투자 활동을 하고 있다. 아직도 테크크런치 행사에 나오기도 하고 개인 블로그인 Uncrunched에서 저술활동도 하고 있으니 블로그와 벤처캐피탈 일을 병행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 MG 씨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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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은 현재 구글 벤처스의 파트너 이지만 본래 테크크런치와 벤처비트의 기자(칼럼니스트)였다. 그는 구글 벤처스로 옮긴 뒤에도 테크크런치에 종종 기고하고 있다. 1년전 그가 삼성을 자세히 분석한 기사 “5번째 기수 (The Fifth Horseman): 삼성”는 국내 언론에서도 많이 인용보도되며 화제가 되기도 하였다.

이제는 반대로 본래 벤처캐피탈리스트이지만 저널리스트 혹은 칼럼니스트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의 식견을 가지고 있고 활발한 저술 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의 예를 보자

  • 프레드 윌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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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온 스퀘어 벤처스를 이끌고 있으며, 트위터, 텀블러등에 초기 투자한 윌슨은 A VC라는 블로그를 오랫동안 써오고 있다. 아마도 스타트업이나 VC업계에서 가장 유명한 블로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것이다. 길지 않지만 핵심을 찌르는 내용이나, 10여년째 거의 매일 글을 올리고 있는 꾸준함도 많은 이의 감탄을 자아낸다. 좋은 내용인 만큼 올라오는 글마다 수백개의 댓글이 달리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나도 개인적으로 A VC 블로그를 읽으며 배운게 많고, 이것이 inspiration이 되어 2년전쯤 Live & Venture 블로그를 시작하게 되었다)

  • 폴 그램

paul graham

Y Combinator의 창시자인 폴 그램은 이제 실리콘 밸리에서 흔히 ‘스타트업의 대부’라 불리게 되었다. 그만큼 이 곳 대표적인 인큐베이터인 Y Combinator의 위치나 폴 그램의 영향력은 실로 막강하다. 이 분은 자신의 블로그에 에세이 형식으로 스타트업 경영에 관한 글을 올리고 있다. 한번 올라오는 에세이는 보통 다른 블로그보다 양이 꽤 길어서 정독하려면 시간과 노력이 들지만, 충분히 시간을 들일만한 가치가 있다. 글의 깊이와 양이 상당한 만큼 자주 글이 올라오진 않지만, 한번 올라오면 소셜 미디어등을 통해 삽시간에 퍼진다. 이제까지 올라온 에세이를 합치면 아마 책 몇권의 분량은 충분히 되지 않을까 한다. 에세이 몇개만 읽어봐도 이분의 내공을 충분히 짐작하게 된다.

  • 크리스 딕슨

Chris-Dixon

그는 예전에 몇개 회사를 창업해 엑시트한 사업가였지만, 온라인 상에선 블로거로 더 유명했던 인물이다. cdixon.org 는 오래전부터 스타트업/VC 업계의 손꼽히는 블로그중 하나였다. 그는 약 1년전 유명 벤처캐피탈 회사인 앤드리신-호로위츠의 파트너가 되어 현재 활발한 투자 활동을 하고 있다. 블로그 활동도 꾸준히 하고 있어서, 최근 비트코인의 유용성을 쉽게 풀어쓴 “내가 비트코인에 관심 있는 이유“라는 글로 많은 이의 호응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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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보듯이 저널리스트 혹은 블로거이다가 벤처캐피탈 하는 사람도 꽤 있고, 벤처캐피탈리스트로서 활발한 블로깅 활동하는 사람도 많다. 두 직업군간의 공통점을 굳이 꼽자면 아마 ‘인사이트’가 중요하다는 점을 꼽을 수 있지 않을까? 미국에서 IT 산업 소식을 전하는 각종 뉴스나 블로그를 접하면 글쓰는 이들의 식견이 정말 뛰어나다는 생각을 할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단순히 보도자료를 가공해서 전달하는 수준이 아니고, 예리한 분석과 더불어 문제점 지적, 향후 전망등을 콕콕 짚어내는 기자들을 보면 그 산업에 종사하고 있진 않지만 가히 전문가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벤처캐피탈리스트도 자기가 투자하는 분야의 동향등을 잘 파악하고 나름대로의 인사이트에 기반해서 투자하기 때문에 어찌보면 비슷한 면이 있지 않을까 한다. 그리고 두 직업 모두 남에게 질문하고 남의 이야기를 듣는데 시간을 많이 보내게 되는 공통점도 있는 것 같다. 또, 인적 네트워크가 두 직업군에 무척 중요하다는 것도 공통점일 것이다. 기자들이 특종을 캐내는 것이나, 투자자가 좋은 투자건을 발굴해 내는 것이나 모두 결국 사람과 사람간의 연결을 통해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최근 AllThingsD를 나와서 Re/Code를 창립한 유명 블로거인 왈트 모스버그는 1991년부터 20여년째 소비자 기술제품만을 다루고 있다. 스티브 잡스도 생전에 모스버그의 애플 제품 리뷰를 주의 깊게 챙겨 볼 정도로, 그의 목소리가 업계나 매출에 미치는 영향력은 엄청나다. 개인적인 바램은 우리나라 언론에도 이렇게 ‘전문가’라고 불려도 손색이 없을 기자, 저널리스트, 블로거가 많이 탄생했으면 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기 위해선 한 사람이 해당 분야 (예를 들어 IT 혹은 경제)를 깊이있게 5년 이상 꾸준히 파야 할텐데, 어디서 들은바에 의하면 한국 언론사의 현실이 이를 뒷받침해주지 못한다고 한다 (잦은 부서간 이동). 한국에서도 특정 분야에 전문가적인 식견을 갖춘 기자나 블로거가 실제 전문가 집단으로 이직하는 경우가 나오지 말란 법 없으니 여건만 갖추어지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본다 (단, 정치 전문가는 충분히 많은 것 같으니 그건 논외로).

스타트업 밸류에이션은 어떻게 하는가?

VC에서 일하다보니 스타트업 밸류에이션 (valuation)을 어떻게 하냐고 물어보는 분들이 종종 있다 . 물어보시는 분들은 잔뜩 호기심 어린 눈으로 뭔가 멋진 대답을 기대하시는데 사실 속시원한 대답이 없어서 은근 미안할 때가 많다. 밸류에이션이라는게 무슨 수학 공식처럼 딱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정답도 없으며, 경우에 따라 천차 만별이니 뭐라 말하기 어렵다. 내가 산정한 밸류에이션이 맞는다는 보장도 없고, 경험있는 사람이 한게 꼭 더 정확하다는 보장도 없다. 하나의 상품 가치를 매기고 적정 가격을 정하는 것도 어려운데 하물며 여러 상품, 서비스, 사람이 엮여 있는 하나의 기업은 어떻겠는가. 큰 기업을 밸류에이션 하는 것은 MBA에 한 과목으로 있을 정도다. 스타트업 밸류에이션은 그보다는 좀 더 간단하겠지만, 이것도 꽤 여러가지 요소가 있어서 일일이 나열할려면 블로그를 몇번 정도는 써야 할지 모른다. 그렇지만 한가지 먼저 말하고 싶은 것은 결국 최종 밸류에이션은 사람들간의 네고라는 점이다. 즉, 주식을 팔고 사는 사람이 특정 밸류에이션에 만족하고 거래가 이루어지면 그게 그 회사의 현재 가치다. 예를 들어, 펀드 레이징을 하는 사람이 다급해서 낮은 가격에 주식을 팔면 회사 매출이 지금 얼마이건 간에 그 낮은 가격이 현재 밸류에이션이다.  사람들간의 네고이니 전혀 정량적이지 않은 ‘감정’이라는 놈도 종종 작용하게 된다. 그러니 얼마나 ‘과학적’이겠는가?

위 제목에는 “밸류에이션은 어떻게 하는가?”로 썼지만, 실제로는 “밸류에이션은 어떻게 결정되는가?” 가 좀 더 현실성 있는 질문이다. 밸류에이션은 혼자 책상에 앉아 엑셀돌려서 값을 산출해 내는 것이 아니고 투자를 하는 사람과 투자를 받는 사람의 상호 작용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밸류에이션이 결정되는 방법은 좀 경우마다 다른데 업계에서 흔히 쓰이는 방법 몇개를 소개하고자 한다.  헌데 명심하시라 – 이런 저런 방법이 있지만 결국은 네고하기 나름이라는 것을.

[돈주고 지분 먹기]

마땅한 용어가 없어 이렇게 불러봤다. 회사의 아주 초창기에는 사람과 아이디어만 있고 아직 상품도 매출도 없다. 그러니 뭔가 밸류에이션의 근거로 삼을 만한 껀덕지가 없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런 경우를 한번 보자. 3명으로 구성된 창업자 팀이 있는데 그들이 가진 아이디어와 기술을 가지고 첫 상품을 만들어내는데까지 필요한 돈이 20억이다. 여기에 관심을 보이며 투자하려는 한 VC가 찾아와서는 “우리가 20억을 투자해 줄 수 있고 그 댓가로 지분 40%를 원한다”며 제안을 해왔다. 주식을 파는 입장인 창업자들이 이 제안을 받아들이면 여기서 바로 밸류에이션이 결정이 난다 (이경우, 포스트 머니 기준으로 20억 나누기 0.4 해서 50억 밸류에이션). 이렇게 초기 (Series A) 투자를 할때 실리콘밸리 VC들은 보통 요구하는 지분율이 대충 있다. 이 회사가 잘 되었을 때 의미있는 exit을 하려면 보통 20% 안팎으로 지분을 가졌으면 하는 바램들이 있어서, 나중에 희석될 것을 감안, 초기에 30~40% 정도 요구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감이 오는가? 전혀 과학적인 방법이 아니라는 것이. 물론 창업자가 과거에 성공 경험이 있다거나, 업계에서 아주 잘나가는 사람이거나 하면 당연히 밸류에이션이 높아지겠지만, 많은 경우에는 초창기에 필요한 자금과, 투자자가 요구하는 지분율 이 두가지로 거의 대충 결정나버린다. 그럼 혹자는 밸류에이션을 높이기 위해서 “우리 팀은 초기 자금이 1000억이 필요합니다”라고 하면 되지 않냐고 물어볼지도 모른다. 그런데 VC들은 어떤 산업/사업이 돈이 얼만큼 들어가는지를 뻔히 알고 있기 때문에 이런 뻥은 잘 통하지도 않을 뿐더러 VC들이 초기에 그렇게 큰 돈을 투자하지도 않는다. 모바일 앱만드는 신생 회사가 처음부터 1000억을 펀드레이징 한다고 하면 VC들은 아마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며 대부분 도망갈 것이다.

[사용자 수 기준]

인터넷 기업들이 많이 생기면서 사용자 수를 기준으로 삼는 밸류에이션 방법도 흔히 본다. 즉, 펀딩을 받으려는 회사가 이미 제품을 출시하여서 사용자가 어느정도 있을 경우, 이를 기준으로 가치를 산정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월간 사용자가 50만명이고, 1인당 가치를 2만원으로 친다면, 50만 곱하기 2만원 = 100억원으로 계산 할 수 있다. 내가 2만원으로 예를 든 숫자는 ‘user multiple’이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이 숫자는 업종에 따라 다르고 같은 업종이라도 시대 상황에 따라 다르며, 또 회사가 성장 중이면 더 쳐 줄 수 밖에 없는 변동이 심한 숫자다. User multiple을 가늠할 수 있는 쉬운 방법은 동종 업계 상장 회사의 시가 총액과 그 회사의 사용자 수를 조사하면 된다. 예를 들어, 현재 페이스북의 시총이 $64B 이고 월간 사용자가 대략 1B (10억) 정도이니, 페이스북의 user multiple은 $64불이다.  상당히 과학적인 것 같지만 실제는 초등학교  수준의 산수 밖에 안된다 (실토하자면 VC 생활 5년 하는 동안 엑셀 돌려서 복잡한 모델로 밸류에이션을 도출해 낸 적이 한번도 없다). User multiple이 도입된 계기는 인터넷 기업들이 초기에 하도 돈을 못벌어서 였다. 돈을 벌고 있다면 수익에 근거해서 기업 가치 산정을 할텐데, 사용자는 많아도 비지니스 모델이 없어서 돈을 못벌고 있으니 수익이나 매출 대신 사용자 수를 그 대안으로 쓰기 시작한 것이다. 한 예로 인스타그램이 페이스북에 인수 발표가 나던 시점에 월 사용자가 약 3천만 정도로 알려져 있었고, 매출은 하나도 없었다. 인수 가격을 $1B 이라고 가정하면 (나중에 페이스북 주식이 떨어져서 실제는 이보다 낮음) 대략 인스타그램 사용자 1명의 가치를 33불로 보는 것이다. 매출이 하나도 없는데 말이다.

[매출액 기준]

스타트업이 만약 어느정도의 안정적인 매출이 있다면, 이걸 밸류에이션 기준으로 삼을 수 있다. 소위 revenue multiple로 불리는 게 있는데 현 연간 매출액에 몇배를 쳐주는 가 하는 것이다. Revenue multiple도 인더스트리마다 다르고, 경기 상황따라 변동을 타는 등 늘상 변하는 숫자다. 아주 쉬운 예를 들어 보자. 현재 애플의 매출은 연간 약 $165B 이다. 그리고 글을 쓰고 있는 현재의 시가 총액은 $391B 인데 이중 현금 보유액 $137B을 빼고 나면 순수 enterprise value는 $254B이다. 이것을 매출액으로 나누면 애플의 revenue multiple은 1.54 정도의 숫자가 나온다 (현금 보유액을 빼는게 맞냐는 논외에서 일단 제외한다). 애플의 주식이 저평가네 고평가네 말이 많지만, 1.5 정도의 revenue multiple은 다른 인더스트리에 비해서 낮은 편이다. 그렇다고 애플 주식이 지금 싸니 많이들 사두시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니 오해 마시길. 암튼 매출액이 있는 스타트업은 일단 revenue multiple로 한번 대충 밸류에이션을 가늠해 볼 수 있다. 그런데 이것도 매출이 생긴지 얼마 안되어서 고정적이지 않다든지 하면 별 의미 없는 게 되고 만다.

[이익 기준]

스타트업이 운좋게도(!) 이익을 내고 있다면 밸류에이션에 좀 더 객관적인 자료가 생기는 셈이다. 주식 시장에서 P/E Ratio 라는 말을 들어본 사람이 많을 것이다. 이게 별게 아니고 현재 회사의 가치를 순익으로 나눈 값이다. 그러니까 일종의 profit multiple 같은 것이다. 이 녀석도 위와 마찬가지로 나라마다 다르고, 경제 상황마다 다르며, 당연히 인더스트리마다 다르다. 하지만 주식시장등을 통해서 P/E ratio 들에 대한 자료는 많아서 참고할 만한게 많다. 지금 찾아보니 구글은 약 24, 인텔은 11.7 정도이다. 이익을 기준으로 밸류에이션을 하는 방법이 그나마 좀 객관적이긴 한데, 실용성이 떨어진다는게 문제다. 왜냐하면 스타트업중에 이익을 내는 회사가 별로 없고, 이익을 내는 스타트업은 펀드레이징을 할 필요가 별로 없으니 밸류에이션을 할 일이 없다 (상장되거나 M&A가 아닌한).

[저번 밸류에이션으로 퉁치기]

우리 속담중에 ‘첫단추를 잘 꿰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스타트업도 첫투자가 그만큼 중요하다. 스타트업이 재투자 (Series B)를 받게 될 경우, 항상 저번 1차 투자 (Series A) 밸류에이션이 커다란 기준으로 작용한다. 예를 들어, Series A에서 50억원의 밸류에이션으로 투자를 받은지 2년 후에 소기의 목표를 달성하고 제품을 출시해서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보이기 시작할 경우, Series B에서는 당연히 50억원 이상의 밸류에이션으로 투자 받을 가능성이 크다 (‘up round’라 불림). 반대로 상황이 악화되었다면 이전보다 더 낮은 밸류에이션에 투자를 받는 소위 ‘down round’ 라는 것을 해야할지도 모른다. 혹은 그 중간쯤이여서 그럭저럭 버텨온 경우에는 지난 번과 같은 밸류에이션으로 퉁치는 ‘flat round’를 하기도 한다. 보시다시피 모든게 저번 밸류에이션 기준이다. 저번에 투자 받은 돈으로 소기의 목표를 달성했느냐, 그만한 가치를 창출해 냈느냐가 주요 관건이다. 그럼 첫 밸류에이션이 높으면 사업가에게 무조건 유리한 것이냐? 그것도 아니다. Series A 밸류에이션이 너무 높으면 Series B 투자를 검토하는 VC는 굉장히 부담된다. ‘저 회사 처음부터 저렇게 높은 가격이였는데 지금은 얼마나 높게 부를까?’ 하며 지레 짐작하고 꺼리기 때문이다. 가격을 낮추는 down round를 하면 되지 않느냐고 질문할 수 있지만, 업계의 관례상 기존 투자자들이 down round는 대부분 꺼려한다. 그러니까 첫단추가 중요한데, 요는 너무 낮게 꿰지도 말고, 높게 꿰지도 말고, 적당한 위치에 꿰는게 최고다.

[기타]

이밖에도 몇가지 더 언급할 수 있는게 있다. 나의 계산이나 의지와 상관없이 어떤 제 3의 투자자가 나타나서 높은 밸류에이션을 부르며 물을 흐려 버리면 경우에 따라 울며 겨자먹기로 거기에 따라가야 하는 경우도 있다. 소위 ‘핫 딜’일 경우 투자자들끼리 이렇게 bidding이 붙어버리면 밸류에이션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간다. 전혀 과학적이지 않고, 그냥 부르는게 값이다. 또 한가지 방법은 최근에 펀딩을 받았던 동종 업계 스타트업의 밸류에이션을 참고하는 것이다. ‘내친구가 창업한 모 게임회사가 저정도 가격에 펀딩 받았으니, 우리 회사도 그쯤은 되겠지’하는 아주 단순한(?) 생각도 그 한 예이다. 뭐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니고, 회사마다 속사정은 다 다르니 단순비교는 항상 위험하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글이 너무 길어져서 마쳐야 겠다. 요는 밸류에이션을 대충 가늠해 보기 위해서 참조할만한 방법은 이런 저런 것들이 있지만, 정확한 방법은 아무것도 없으며 결국은 쌍방간에 네고 하기 나름이라는 거다. 그리고 펀딩 받을때 밸류에이션이 높다고 지금 부자가 되는 것도 아니다. 되려 높은 밸류에이션이 위에선 말한대로 나중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사업가 입장에서 밸류에이션이 크면 클수록 무조건 좋은 때는 회사가 상장되거나 M&A 될 때이다. 그 전에는 현금화가 안되는 그저 장부상의 가치일 뿐이다.

[심화학습]

칸 아카데미에 Pre-money, Post-money 같은 개념을 예를 들어서 아주 쉽게 설명한 비디오가 있다. 밸류에이션의 기본을 10분만에 터득할 수 있는 아주 훌륭한 강의이다.

썬 마피아

아마 많은 사람이 “페이팔 (Paypal) 마피아”라는 말은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페이팔 창업자들과 직원들이 후에 그들의 인맥과 경험을 바탕으로 Tesla, Linkedin, YouTube, Yelp와 같이 훌륭한 스타트업을 세우고 큰 성공을 거두면서 이런 말이 생긴 것이다 (페이팔 마피아에 관해서는 조성문님이 잘 정리해 놓은 글이 있으니 참조).  페이팔보다 한세대 앞서 실리콘밸리에서 영향력 있는 인재를 많이 배출한 회사가 있었으니, 그 이름은 썬 마이크로시스템즈 (Sun Microsystems)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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썬은 2009년 경영난끝에 오라클에 인수되어 지금은 사라진 회사지만, 한때는 워크스테이션 업계를 주름잡던 정말 잘나가는 회사였다. 내가 개발자로 일할 무렵인 2000년대 초반만해도 썬 워크스테이션을 책상에 두고 솔라리스 OS 환경에서 작업하는게 보통이였다. 그당시 공학도나 엔지니어였던 사람은 썬 제품을 이런 저런 경로로 다 써봤을 거다. 꽤 안정적인 OS로 기억되는 솔라리스뿐 아니라, Java 언어도 가지고 있었고, 심지어 SPARC라는 자체 프로세서까지 만들던 회사였다. 암튼 내 기억에 2000년대 전반부까지만 해도 썬은 정말 잘나가는 회사였다. 스티브 잡스가 애플에서 쫓겨나고 NeXT를 창업하며 자신의 비전을 설명하는 동영상이 있는데, 거기에서 잡스는 NeXT가 어떻게 썬과 차별화되는지, 어떻게 썬을 뛰어넘을 수 있을지 전략을 설명하는 장면이 나온다 (비디오 링크 – 추천). 그만큼 업계의 벤치마킹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썬은 확실하고 훌륭한 회사였다. 훌륭한 회사뒤에는 항상 훌륭한 사람이 있게 마련인데 지금 텍 업계에서 큰 영향력을 가진 사람들의 과거 경력을 보다보니 유난히 썬에서 일했던 사람이 많고, 그들간의 인연도 재미있는 부분이 많아서 좀 더 깊이 들여다보게 되었다. 그럼 각설하고 어떤 사람들이 있었는지 한번 살펴보자.

앤디 벡톨샤임 (Andy Bechtolsheim): 썬의 첫 창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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썬의 공동 창업자는 모두 4명이지만, 이사람이 1호 창업멤버라고 할 수 있다. 독일태생인 Bechtolsheim은 풀브라이트 장학금을 받고 미국으로 건너와 카네기 멜론 대학교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실리콘 밸리로 건너와 인텔에서 일하다가, 스탠포드 대학교의 박사과정에 들어가게 된다. 그는 스탠포드에서 SUN (Stanford University Network – 알고 보면 약간 촌스런 이름)이라는 워크스테이션 컴퓨터를 디자인하고 이것을 발판으로 창업을 하기로 결심, 곧 학교를 떠난다. 이렇게 해서 1982년 썬의 역사는 시작되었고, 그는 직원번호 1번을 차지하게 된다. 그는 95년 썬을 떠날때까지 하드웨어 디자인을 총괄하는 일을 하였고 썬의 성공으로 많은 돈도 벌게 되었다. 그 후로 투자 활동도 많이 하였는데 가장 유명한 투자는 98년 두명의 스탠포드 대학원생이 찾아와 검색엔진회사를 창업하겠다고 해서 십만불짜리 수표를 써 준 것이였다 (수표를 끊어주고 이 셋은 자축하러 버거킹에 가서 아침을 먹었다는 일화가 있다). 이 회사는 다름아닌 구글이고, 그가 투자한 십만불은 나중에 몇십억불의 가치로 늘어났으니 아마 벤처 투자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투자중 하나일 것이다. Bechtolsheim은 지금도 엔젤 투자, 강연 활동등을 활발히 하고 있다.

비노드 코슬라 (Vinod Khosla): 썬의 창업자 & 벤처투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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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hosla는 지금은 벤처캐피탈리스트로 더 알려져 있지만, 그 이전에 그는 썬의 창업멤버였고 CEO였다. 그는 인도의 IIT에서 전자공학을 공부하고, 카네기 멜론 대학교에서 Biomedical 공학 석사를 한후, 실리콘 밸리로 건너와 스탠포드에서 MBA를 마쳤다. 그리고 나서 Daisy Systems라는 반도체 디자인 소프트웨어 회사에 다니던중 스탠포드 박사과정 학생인 Bechtolsheim을 만나 썬 창업에 동참하게 된다. 그는 썬 초창기인 82년부터 CEO로 일하다가 비교적 짧은 기간인 2년만에 회사를 떠나 벤처캐피탈리스트의 길을 걷게 된다. 86년 그는 실리콘 밸리 최고의 명성의 Kleiner Perkins VC에 합류하고, 여기서 Juniper Networks 같은 곳에 투자하여 큰 성공도 거두고 명성도 쌓게 된다. 2004년 Kleiner Perkins에서 나와서 자신의 이름을 딴 Khosla Ventures라는 VC를 만들어 독립하였고, 지금도 클린텍, IT 분야등에 투자를 하고 있다. 그가 이전에 어디선가 강연하던 내용중 인상적인 말이 있었는데, 그는 자신이 썬에서 CEO로 일할때의 경험을 회고하면서 자신은 CEO라기 보다는 “glorified recruiter (허울좋은 리크루터)” 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즉, 타이틀은 CEO 였지만 시간의 반이상은  좋은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발벗고 뛰어다니는데 썼다는 말이다. 스타트업 초기에 좋은 인재 영입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걸 그는 잘 알고 있었던거다.

스캇 맥닐리 (Scott McNealy): 썬의 창업자 이자 오랜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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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Nealy는 Vinod Khosla의 스탠포드 MBA 클래스메이트이자 룸메이트였다. 스탠포드 졸업후 다른 회사에서 일하다가, Khosla와의 인연으로 Bechtolsheim과 의기투합하여 썬을 창업하게 된다. 그는 84년 Khosla로부터 CEO자리를 물려받은 후 2006년까지 무려 22년 동안 썬을 이끌며 키워온 인물이다. 썬이 정말 잘나가던 시기에 CEO였으니 그만큼 주목받는 인물이였고 실리콘 밸리의 대표적인 사업가 였다고 할 수 있다. 썬 이후의 행보는 잘 모르겠다.

빌 조이(Bill Joy): 썬의 창업자이자 천재 프로그래머

사진만 봐도 보통사람이 아니다는 느낌이 강하게 오는 Bill Joy는, 말콤 글래드웰의 베스트셀러 “아웃라이어”에 등장해서 더 유명해지기도 하였다. 한 분야에 1만 시간을 제대로 투자하면 전문가가 될 수있다는 이론의 예로 등장하는 사람인데, 천재 프로그래머라고 할 수 있다. 그는 버클리 박사과정에 있는동안 모든 유닉스 시스템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BSD Unix의 주 개발자였다 (여러분이 쓰고 있을 iOS나 Android의 밑바탕은 모두 리눅스이고, 리눅스의 시초는 유닉스다). 유닉스 환경에서 대표적인 텍스트 에디터인 vi를 주말만에 썼다는 전설도 있고, 대학원 시절 인터넷 프로토콜인 TCP/IP를 혼자 만들기도 하였다. 암튼 Bill Joy는 다른 세명의 창업자보다는 6개월 정도 늦었지만 버클리를 떠나  썬에 공동창업자 자격으로 합류하게 된다. 그는 구글 CEO였던 에릭 슈미트와 버클리 대학원 동기이자 친한 친구였는데, 이런 인연으로 에릭 슈미트를 후에 썬으로 데리고 왔고, 에릭 슈미트는 훗날 CTO 자리까지 오르게 된다. 빌 조이는 2003년 썬을 떠난후 Vinod Khosla처럼 Kleiner Perkins에 합류하여 벤처캐피탈리스트의 길을 걷고 있다.

에릭 슈미트 (Eric Schmidt): 썬의 CTO, 그리고 구글 CEO

eric schmidt

몇년전에 Bill Joy가 대담자로 나온 한 행사에 간적이 있다. 그때 나는 아웃라이어를 막 읽었던 차라, Bill Joy에 대한 존경심과 호기심이 가득해서 거의 맨 앞줄에서 눈을 부릅뜨고 경청하였다. 행사가 끝날무렵 행사장 맨 뒤켠에서 연신 싱글벙글 웃고 있는 낯익은 사람을 봤다. 다름아닌 구글 CEO인 에릭 슈미트였다. ‘아니 이런 거물 아저씨가 연사도 아닌데 여기는 왜 왔으며, 그것도 그냥 뒤에 서서 구경만 하고 있다니!’ 라고 생각하며 고개를 갸우뚱 거렸던 기억이 있다. 그때는 빌 조이와 에릭 슈미트간의 인연을 몰랐었는데, 나중에 두사람이 대학원 친구였던 사실을 알고나니 고개가 끄덕여졌다. 옛친구 얼굴도 볼 겸 잠깐 들른 것이리라. 에릭 슈미트는 작년 한국 연세대에서 강연할때 자신의 학창시절을 되돌아보며 빌 조이와의 인연을 소개하기도 하였다. 암튼 그는 친구따라 썬에 가서 승진을 거듭하여 CTO자리에 까지 오르고, 후에 회사를 옮겨 Novell의 CEO로 일하다가, 구글의 CEO가 되어 초대박을 터뜨린 인물이다. 아마 에릭 슈미트가 Larry Page와 Sergey Brin과 연결된 것도, 썬의 창업자이자 구글의 투자자였던 Bechtolsheim이 중간에서 다리 역할을 했을 수도 있을것 같다는 추측을 해본다.

캐롤 바츠 (Carol Bartz): 썬의 부사장, 그리고 야후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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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rtz는 실리콘 밸리의 흔치 않은 여성 CEO로, 공개 석상에서 f- word 같은 폭탄도 서슴없이 날릴 정도의 거친 입담으로도 유명한 사람이다. 그녀는 썬에서 초창기부터 10년간 일했고 나중에는 Worldwide Field Operation (주로 영업, 기술지원 조직)을 총괄하는 부사장의 자리에까지 올랐다. 그리고 92년에 AutoDesk의 CEO로 옮겨가며 커리어 전성기를 맞게 된다. AutoDesk의 CEO로 재직한 14년 동안 회사 매출을 $300M에서 $1.5B 까지 끌어올리는 업적을 세웠다. Bartz는 AutoDesk의 CEO로 부임하기 며칠전 유방암 진단을 받았는데, 암수술후 7개월간 그 험난한 화학약물치료(chemotherapy)를 받으면서도 풀타임으로 일하며 암을 이겨낸 이야기는 실리콘 밸리에서 유명하다. 2009년, 난관에 봉착한 야후의 CEO로 부임하지만 회사를 되돌리는데 성공하지 못하고 2011년 물러나게 된다.

존 도어 (John Doerr): 썬의 투자자이자 전설적인 VC

john doerr

존 도어는 썬에서 직접 일하지는 않았지만, 썬의 초기 투자자이다. 그는 VC업계에 있는 사람은 누구나 다 아는 전설적인 인물로, 그가 속한 Kleiner Perkins VC가 오늘날 최고 명성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든 장본인이다. 그가 성공한 벤처투자를 다 열거하려면 글이 좀 길어지겠지만, 초대박에 속하는 회사만 몇개 꼽으라면 썬, 넷스케이프, 아마존, 구글 등이 있다.  존 도어는 82년 썬에 초기 투자를 하게 되어 크게 성공하게 되고, 이 인연으로 맺어진 썬의 창업자였던 Vinod Khosla와 Bill Joy를 후에 자기 회사로 영입하기도 한다. 그리고 나중에 구글에 투자하게 되어 어마어마한 수익을 내는데, 여기에도 썬에서 맺어진 인연이 위력을 발휘했을 것으로 짐작한다 (앞서 말한대로 썬의 창업자 Bechtolsheim가 구글의 첫 엔젤 투자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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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썬 마피아”라는 말은 내가 그냥 지어낸 말이다. 위에 열거한 인물들은 지금 대부분 50대 후반 ~ 60대로, 30대~40대 초반이 주류를 이루는 페이팔 마피아보다는 한세대 윗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아직 왕성한 활동을 하는 사람도 있고, 반쯤 은퇴한 사람도 있다. 실리콘밸리에서 역사속으로 사라진 썬이라는 하나의 훌륭한 회사만 봐도, 회사의 성장과 성공을 통해 많은 인재와 부자가 나오고, 그들간의 끈끈한 네크워크도 만들어지며, 그들이 후대 창업가들에게 투자 및 이런 저런 영향과 도움을 주는걸 보면, 실리콘밸리의 선순환 구조는 아주 오래전부터 자연스럽게 이어져 온 것을 또 한번 확인하게 된다.

sun founders
썬 창업초기의 창업자 4인방 – (왼편부터) 비노드 코슬라, 빌 조이, 앤디 벡톨샤임, 스캇 맥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