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베이슨 캐피탈’ 이름의 기원

작년 가을쯤 회사 이름 짓느라고 일주일 동안 낑낑 거렸던 기억이 난다. 그럴싸한 이름을 생각해 내는 것도 고역이였지만, 웬만큼 좋다고 생각한 이름의 웹사이트 도메인은 다 누군가 차지하고 있었다. 아마 모든 스타트업이 비슷한 고충을 겪었을것 같다.

그러다가 누군가 집 근처 길 이름을 생각해 보라고 해서 Big Basin Way 가 생각났다. 내가 살고 있는 Saratoga시의 다운타운에서 시작해 산속으로 들어가는 꼬불꼬불한 길이다.

내가 찍은 Saratoga 다운타운 사진. Big Basin Way 안내 표지판이 보인다

사실 Big Basin은 이동네서 아마 공원이름으로 가장 유명할 것이다. 집에서 자동차로 Big Basin Way 길을 따라 약 50분정도 가면 Big Basin Redwoods State Park라는 주립공원에 다다르는데, 아주 큰 키의 삼나무(redwood) 숲이 울창하고 사람들이 캠핑 장소로도 많이 찾는 곳이다. 그래서 Big Basin 이라는 이름이 한국에서는 생소하게 들리겠지만, 이동네 사람들에게 그렇게 낯선 이름은 아니다.

올해 여름 Big Basin 공원에서 아들과 단둘이 캠핑하던때

Big Basin을 굳이 한국말로 번역하자면 ‘커다란 분지’ 혹은 ‘큰 그릇’ 정도가 된다. 나에게는 집 앞길 이름이라 친숙하기도 했지만, 한국어로도 ‘큰 그릇’이라는 어감이 참 좋았다. ‘큰 그릇에 좋은 사람, 좋은 회사를 많이 담자’는 상상을 막 하기에 이르렀다 ^^. 그리고 결정적으로 bigbasincapital.com 도메인이 아직 남아있다! 회사 이름을 확정짓기도 전에 바로 GoDaddy에서 도메인부터 일단 찜. 다행히 이 이름으로 펀드와 회사를 등록하는데도 아무 문제 없다는 변호사의 의견을 듣고 이것으로 확정했다.

Basin이란 단어에 대해 약간 부연 설명하자면, 세면대야 같이 물 등을 담는 커다란 그릇을 뜻하기도 하고, 지리학적으로는 호수같이 물이 차 있는 분지를 뜻하기도 한다. 발음은 두번째 음절의 i 가 묵음에 가까워 ‘베이슨’ 정도로 들린다. (원어민 발음은 네이버 사전을 참조)

그래서 회사이름의 한글 표기는 ‘빅베이슨’ 혹은 ‘빅베이슨 캐피탈’로 통일하기로 했고, 보도자료 등에도 그렇게 썼다. (이 글을 보시는 분들께도 통일된 표기에 협조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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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사는 인생, 처음하는 벤처

12살난 아들마저 엄마 키를 넘어섰다. (지금 14살인 딸아이는 이미 몇년전에 엄마 키를 살짝 넘었는데 그 이후엔 별로 크지 않았다.) 지난 1년동안 아들은 10cm 폭풍성장을 해서 정말 ‘자고 일어나면 키가 커있더라’는 말이 실감날 정도다. 몇년 후엔 내 키도 넘어설 태세다. 두명의 자식이 엄마 배속에서 나와서 이젠 모두 엄마 보다 육체적으로 커졌다니 내가 보기에도 정말 신기하지만 아내는 더 신기해 하는 눈치다. 아들놈은 키만 큰게 아니라 최근 변성기도 찾아와서 이젠 완전히 걸걸한 목소리를 내는데 나로선 영 적응이 안된다. 코밑에는 ‘솜털’이라고 불리는 콧수염의 징조까지 보이고 있다. 징그러우면서도 귀엽다고 해야할까? 하는 짓은 여전히 게임이나 좋아하고 아빠가 놀아주면 마냥 신나는 어린아이지만, 성인키에 육박하는 남자애가 걸걸한 목소리를 내며 집안을 돌아다니니 가끔 나도 흠칫 놀라는 때가 있다. 육체적, 정신적으로 쑥쑥 크고 있는 아이들이 마치 걸어다니는 커다란 시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시간이 이만큼 흘렀고 난 이만큼 컸어요’ 라고 말해주는 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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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배우 윤여정씨가 아래와 같은 명언을 했다.

“60이 되어도 인생을 몰라요. 이게 내가 처음 살아보는 거잖아. 나 67살이 처음이야”

내 블로그 제목이 “Live and Venture”인데, 주로 벤처 혹은 삶에 관한 이야기를 할 것이라 그렇게 지었지만, 우리네 모두의 인생자체가 벤처라는 의미도 있다. 누구나 다 떨리는 마음으로 처음 해보는 벤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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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라는 직업은 정말 큰 축복이면서도 참 낯선 역할의 연속이라는 생각을 했다. 갓난 아이로 울며 보채던 때, 아장아장 걸으며 온갖 집안 물건을 들쑤시고 다니던 때, 유치원에 다니며 재롱을 피우던 때, 리틀리그 야구에서 안타치고 기뻐하던 때, 학교 회장선거에서 떨어지고 안타까워 하던 때, 이런때마다 모두 부모의 역할은 달라야 했고 진화/발전해야 했다. 내가 마음의 준비가 되었건 안되었건 아이들의 성장은 나를 기다려 주지 않으니 말이다. 회사에서의 역할이야 자기가 마음먹기에 따라 변화의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부분도 많겠지만, 부모의 역할은 그렇지 않다. 계속 ‘낯선 일’ 의 연속이다. 일예로 최근 딸네미의 남자친구를 졸업식에서 마주치는 일은 (대화도 안나눴지만) 정말 어색하고도 마음의 준비가 전혀 안된 일이였다. 앞으로도 이런 준비안된 일이 정말 많겠지. 아이를 기른다는 것은 정말 잘 모르고 준비도 안되었지만 그냥 부딪혀 보는 벤처인것 같다. 누구나 다 떨리는 마음으로 처음 해보는 벤처.

Big Basin Capital 을 시작하며

블로그를 안쓴지 4달이 넘었다. 블로그를 시작한 이래 이렇게 오랫동안 글을 쉬었던 것은 처음인 것 같다.  그간 신상에 변화가 있어서 다음 블로그는 그것에 관해 써야 하지 않을까 하는 부담감이 컸다. 아직 마무리 되지 않은 일도 너무 많고, 생각도 정리되지 않아서 계속 미뤄왔다. 사실 그간 앞만 보고 달리느라 심적, 시간적 여유도 별로 없었다. 연말이라 일을 쉬면서 이제야 한숨 돌리게 된다. 아직 생각을 제대로 정리하지는 못했지만 개인적 기록으로라도 지금 몇자 남겨두지 않으면 영영 못하고 후회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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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g Basin Capital 이란 VC를 창업했다. 내 생에 처음해보는 창업이다. 직업상 늘 창업자들을 만나고 하루에도 ‘창업’에 관한 이야기를 열두번도 더 듣지만, 막상 내가 해보는건 처음이다. 물론 VC같은 투자회사를 세우는 것은 물건이나 서비스를 만들어서 제공하는 회사를 창업하는 것과는 많이 다르고, 관점에 따라 덜(?) 고되다고 할 수도 있지만, 뭔가를 새로 시작하고 구축하는데는 많은 노력과 여러 마찰이 있다는건 공통적일 것이다. 특히 스타트업도 그렇지만 남의 돈을 끌어 온다는 것 (펀드 레이징)은 참 많은 인내와 끈기를 요하고 그에 따른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다. 나도 밀려오는 스트레스에 의식적으로 심호흡하며 마음을 다스리려 애쓴적이 여러번이다.

왜 이런일을 시작했나? 많은 사람이 물어왔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사실 단순하다. 하고 싶었다. 뭔가를 처음 바닥부터 셋업해서 만들어 나간다는 일이 고될 줄은 알지만 정말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그리고 지금도 그 고됨과 매력을 동시에 안고 가고 있다.  또 중요한 이유는 분명 기회가 있다고 생각했고 내가 잘 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너무 나이브한 생각일 수도 있고, 약간 똘아이 같은 교만일 수도 있지만, 이런 약간의 미침(?)이 없으면 창업하기 어려운 것 같다. 잡스도 말하지 않았던가 — 세상을 바꿀수 있다고 생각하는 미친 사람만이 결국 세상을 바꾼다고.

Big Basin Capital을 시작하는데 특별한 계기가 된 사건 같은 것은 없었다. 2010년 Walden에 부임해서 한국 투자 일을 맡게되며 선데이토즈 같은 회사에는 투자해서 좋은 성과를 내는데 성공했지만, 안타깝게도 이런 저런 이유로 좋은 투자 건을 놓친적이 더 많았다. 이미 떠난 회사지만 사실 Walden의 지난 10년간 한국 투자 실적 (Leadis 나스닥 상장, 컴투스 상장, 엔도어스 넥슨에 매각등)은 상당히 좋은 편이여서 좀 더 한국 초기 단계 회사에 공격적인 투자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가졌고, 그러기 위해선 한국에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펀드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그래서 작은 펀드나마 내가 직접 셋업하고 운영하는 일을 구상하게 되었고, 생각만 하고 있다가는 아무 것도 안될 것 같아서 결국 회사를 나오고 이 일에 매진하기로 했다. 펀드레이징이 제대로 될 지 안될지는 아주 불투명한 상황이였지만 말이다.

일반 회사 창업과 VC 창업의 큰 차이점 중의 하나는 펀드레이징일 것이다. 일반 회사도 본격적으로 사업을 하려면 규모 있는 외부 펀딩을 받게되겠지만, 우선 시작 단계에서는 본인의 돈이나 엔젤투자자의 비교적 적은 투자 금액으로 프로토 타입을 만들어가며 시작할 수 있다. 하지만 VC같은 투자회사는 시작부터 규모있는 돈, 즉 펀드가 있어야한다. 그리고 일반 회사가 펀딩을 받을 때는 여러 투자자에게 거절 당해도 한 두 군데서 낙점을 받으면 보통 펀딩에 성공한다. 하지만 투자회사의 펀드는 (특별히 큰 투자자가 확 밀어주지 않는한) 여러 군데서 투자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여러명에게 ‘사랑’을 받아야 한다. 그게 참 어려운 것 같다. 소위 LP (Limited Partner) 투자자라고 불리는 기관이나 개인 투자자들은 다 제각각 보는 관점과 투자 이유가 다르기 때문에 그걸 align 하는게 쉽지 않을 것을 예상했지만, 막상해보니 정말 그렇다. 현재 펀드레이징은 여러 고마운 분들의 도움으로 작은 규모이지만 일부 성공하였고 지금도 계속 분주히 노력하고 있다. 규모나 액수에 상관없이 펀드레이징은 정말 개인적으로 많이 배우고 깨닫게 해 준 소중한 경험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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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에는 분위기상(?) 누구나 고마웠던 분들을 다시 한번 되뇌어 보게 마련이다. 나는 올해 이런 일을 시작하게 되었으니 그 과정에서 정말 여러 사람의 도움과 은혜를 입었는데, 공개된 글에서 일일이 거명하기는 어려운게 좀 아쉽다. 펀드 셋업하는데 여러가지 귀중한 정보를 주신 분, 좋은 사람을 나서서 소개시켜 주신 분 등 여러 길로 도와주신 분들이 많다. 특히 나의 이야기를 경청해주시고, 믿고 투자해주신 분들께는 정말 열번이라도 절하고 싶은 심정이다. 그런 분들을 생각하면 더 힘이나고, 몸이 피곤해도 좀 더 열심을 내어야 겠다는 마음이 솟는다.  그리고 Big Basin Capital의 벤처파트너로 조인해 주신 송승구, 이덕준 대표님께도 큰 감사를 드린다. 마지막으로 안정적인 월급이 나오는 회사를 때려치고 미래가 불투명한 ‘생계형 VC’ 를 차리겠다는 나의 계획을 지지해준 아내에게 깊은 고마움을 표하고 싶다.

Big Basin Capital에서 추구하는 투자 전략이나 내가 투자를 통해서 이루고자 하는 일 등은 추후에 블로그에서 천천히 다루어야 할 것 같다. 오늘 크리스마스 이브를 맞아서 그동안의 소회와 느낌을 정리하니 한결 마음이 가볍다. 한국은 벌써 25일 오후지만,

Merry Christmas!

(Big Basin Capital에 대해 더 알고 싶으신 분은 머니투데이의 유병률기자님이 써주신 기사를 참조해 주세요 — “애니팡 대박 실리콘밸리 투자가, 한국펀드 만든다”)

techNeedle을 시작한지 1년후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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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관련 뉴스 요약 블로그인 techNeedle을 시작한지 벌써 1년이 넘었다. techNeedle을 처음 구상하기 시작한 것은 아마 2012년 1월쯤이였다. 한국 투자일을 맡으면서 수년간 한국의 IT 업계에 종사하시는 분들과 접촉할 기회가 많았는데, 많은 분들이 한국 밖의 IT 업계 정황에 관심은 있으나 잘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는 걸 알게 되었다. 많은 분들께 해외 유명 텍 블로그를 틈틈히 읽으시라고 권해드렸으나 ‘시간이 없다’ 내지는 ‘영어로된 내용을 읽기 어렵다’는 푸념이 많았다. 그래서인지 내가 한국에 출장갈때면 실리콘 밸리 동향과 분위기좀 설명해 달라는 부탁이나 질문도 심심찮게 받았다. 대충 아는 한도에서 답은 해주지만, ‘나같은 사람에게 설명 듣는 것보다 텍 블로그를 보면 훨씬 정확하게 알게 될텐데…’라는 생각을 수도 없이 했다.

그래서 해외 중요한 IT 뉴스를 짤막하게 한글로 요약해서 배포하면 사람들에게 좋은 value가 될 것 같아서 뉴스 블로그를 구상하게 되었다. 대강의 아이디어를 적어보고 구상하는 동시에, 이분야의 전문가이신 임정욱님께도 자문을 구하면서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어려움이 있을 것도 어렴풋이 예상하게 되었다. 한 두어달간 할까 말까 망설이다가, 너무 고민만 하지말고 그냥 한 번 부딪혀 보기로 결정하고 웹사이트 구축에 들어갔다. 나는 웹 개발자도 아니고 디자이너는 더더욱 아니며, 설치형 워드프레스는 처음 해보는거라 삽질이 많았지만 일단 몇주간에 걸쳐  작업하여 웹사이트를 만들었고, 이틀간 고민끝에 techNeedle이란 이름으로 정했다. 참고로 needle (바늘)은 옷을 꿰매는 바늘도 있지만, 시계바늘이나 저울바늘처럼 측정치를 정확히 알려주는 역할도 한다. techNeedle은 이런 의미에서 지은 말이다.

그리하여 2012년 5월 7일 열개의 첫 기사를 발행하고 사람들에게 알리기 시작했다. 사실 처음 시작할때는 기사의 길이가 지금 보다도 훨씬 짧았다. 거의 트윗보다 약간 길게 쓴다는 느낌으로 핵심만을 추려 내었고, 자세한 내용은 사람들이 원문링크를 많이 보고 이해하길 내심 바랬다 (하지만, 나중에 통계를 보니 원문링크를 따라가서 보는 사람은 수 % 밖에 안된다는 걸 알았다). 처음 기사를 발행하고 나서 독자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지 않았다 ^^. 혼자서 끙끙대며 시작한지 한달여 만에 이동네 VC로 일하시는 이호찬님과 힘을 합하게 되었고, 중간에 안우성님, 노범준님이 도와주셨으며 최근에는 박정훈님도 집필에 동참하고 있다. 집필방향도 초기에는 간단히 원문 요약을 위주로 하였으나 작년 말쯤 부터는 tN insight 라는 부분을 따로 넣어 집필자의 해석과 의견을 첨가하기 시작했다. 기사 수도 처음에는 무조건 하루에 10개씩 하였으나, 지금은 기사의 수를 줄였고 대신 한 기사의 길이가 다소 늘어나더라도  퀄리티를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다. 현재 1주일기준으로 웹사이트 page view는 한 5만~6만 사이로(RSS나 이메일로 구독은 제외) 초기에 비하면 많이 늘었으나 처음 생각보다는 성장이 더디다. 욕심 같아선 방문자를 많이 늘리고 싶지만, 웹 마케팅에 큰 재주가 없어 그저 사람들이 많이 추천해 주기만을 기다리는 게으른 블로거다.

1년넘게 techNeedle을 운영해오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역시 매일 짬을 내서 글을 써야 한다는 부담이였다. 뉴스의 특성상 일을 미리 해놓을 수가 없다는게 참 안타까왔다. 평상시에는 그럭저럭 괜찮았지만, 출장을 가야한다거나 하루종일 컨퍼런스에 참가해야 한다거나 휴가를 갈때는 참 난감했다. 휴가지에서 노트북을 들고 다니며 글을 쓴적도 있으니 딱하기도 하지만 노력은 참 가상했다 ㅎㅎ. 내가 존경하는 VC인 Fred Wilson은 십년도 넘게 거의 매일 블로그를 올리고 있다. 나보다도 몇배는 바쁜 분일텐데 이런 꾸준한 노력을 하는 걸 보고 많은 도전과 용기를 얻었다. 암튼 이제까지 techNeedle이 이어져 올 수 있었던건 나와 같이 힘을 합쳐 글을 써주신 분들 덕택이다. 늘 감사하다. 글 쓰는 것 이외에도 웹사이트도 관리하다보니 이런저런 일들을 많이 겪었다. 한번은 해킹을 당해 테크니들 홈페이지에 해커가 올린 해골바가지 그림이 뜬적도 있다. 정말 황당했는데 급하게 웹 호스팅 업체를 바꾸고 패스워드를 바꾸는 방법으로 간신히 진화했다. 초보자가 이런 작은 웹사이트 관리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님을 깨닫게 되었다 (그 후로 보안을 강화하기 위해 Cloudflare라는 솔루션을 쓰는데 무료이고 만족하고 있다).

이 일을 하면서 힘든 것만 있느냐? 그건 아니다. 모든 봉사(?)가 그렇듯 보람도 있고 배우는 것도 있고 얻는 것도 많다. 가끔 독자분들이 트윗등으로 “재미있게 잘 보고 있다” “도움이 되고 있다”라는 멘션을 주실땐 참 보람을 느낀다. 그리고 뉴스를 글로 정리하다보니 그 내용이 나도 모르게 머리에 남아서 나중에 업계사람들과 대화할때 큰 도움이 된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쉬운 예로, IT 업계에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 전세계적으로 안드로이드가 아이폰을 앞서고 있다는 정도는 알지만, 지난 3분기 기준으로 안드로이드가 아이폰의 5배나 된다는걸 아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 강연이나 대화할때 이런 데이터가 뒷받침이 되면 말에 힘이 실리게 되고 듣는이의 눈빛도 달라진다.

창간 1년이 지난 지금, techNeedle을 앞으로 어떻게 발전시켜 나가야 하는가라는 문제가 놓여있다. 솔직히 말하면 나도 잘 모른다. 이런 저런 아이디어도 있고 시도해 보려는 것도 있지만 확실한 길이 있는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 일단은 한국에 계신 많은 분들이 기술 관련 이야기들을 쉽게 접하고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고, 왜곡되지 않은 정보를 전해야 한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현재 techNeedle 하루 방문자가 수천명인데,  내가 만약 수천명 앞에서 뭔가 발표를 한다면 상당히 떨리고 조심스러울 것 같다. 그런 기분으로 글을 쓰려한다.

오늘은 좀 일기같은 글을 남겼다. 이곳 내 개인 블로그에선 개인적인 신변잡기 보다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내용으로 채우려 노력하지만, 오늘은 뭔가 그저 내 스스로 기록을 남겨두고 싶었다. techNeedle을 시작할때 사실 얼마나 끈질기게 할 수 있을지 몰라서 시작하는 배경같은 것도 블로그에 남겨두지 않았다. 1년이 지난 지금도 미래는 여전히 불투명하지만, 중요한 이정표를 넘겼으니 내 자신을 토닥여주고 싶기도 하고 생각의 기록을 남겨두고 싶었다.

그리고 이 기회를 빌어 나의 가장 큰 후원자인 아내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 다 쓸 순 없지만, 정말 뒤에서 도와준게 많다. techNeedle로 대박(?)을 터뜨리라고 수시로 용기를 북돋아 주는데, 대박을 위한 일은 아니지만 늘 큰 힘이 된다.

‘창조경영학과’의 엔젤 펀드가 말이 안되는 이유

오늘 일주일 일과를 마치고 잠시 트윗을 보고 있는데 타임라인에서 아래의 기사를 접했다.

“한국의 저커버그 육성… 서울대, 창조경영학과 만든다”

제목을 보니 ‘또 전시행정 시작이군’하는 생각부터 들었다. 언제 바뀔지 모르는 정부 정책에 맞춰 학과를 만든다는 게 참 우스운 일이지만, 뭐 교육은 내 전문 분야가 아니니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려고 했다. 그런데 기사를 보다가 다음 대목에서는 나도 모르게 실소가 나오고 말았다.

창조경영

이게 왜 말도 안되는 소리인지 짚어보자.

1) 일단 1000억원이 어디서 오는지 모르겠다. 두번째 문장을 봤을 땐, 서울대가 자체 기금등을 써서 이런 돈을 모으는 줄 알았다. 그런데 마지막 문장을 보니 학생들이 돈을 내는 것 같다. 학생들이 무슨 돈이 있어서? 이 학과에 몇명이 정원인지는 모르겠지만, 500명이라고 해도 1명당 2억원씩 내야되네? 정부가 반을 보조해줘도 학생 1인당 1억원은 내야될텐데, 재벌집 자제들만 학생으로 받을려나?

2) 설령 학생들이 여유 자금이 다들 있다고 하더라도 그 돈을 자기가 하는 스타트업에 투자해야지 왜 수십, 수백명의 다른 학생들 회사에 투자하나? 내 사업에 투자했다가 망하면 돈을 다 날릴까봐 위험 분산? 위험 분산 하고 싶으면 여유자금을 부동산에 투자하든지 그냥 은행에 넣어두면 된다. 기사내용으로 보면 별다른 검증 절차도 없어보이는데 동기생들이 창업한 회사 수십~수백개에 ‘묻지마 투자’가 이루어지는 펀드에서 수익률을 기대하라고? 제발 좀.

3) 그리고 결정타는 이거다 — 창업한 학생들이 서로의 회사에 지분을 투자하면 실패 위험이 최소화 된다? 이건 완전히 자다가 봉창 두들기는 소리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런식으로 스타트업의 실패 위험이 최소화 될 수 있으면, 옛날에 창투사들이 ‘학생 연합 엔젤 펀드’ 같은 것 만들었을 것이다. 한번 생각해 보자. 내 사업이 뭔지 정확히 알지도 못하는 동창생 100명이 투자해주면 사업의 실패 위험이 최소화 될 것 같은가? 지금껏 상품 전략이나 시장 전략등 여러가지 risk hedging 방법을 들어봤지만, 동창생 수백명에게 투자 받는 방법은 정말 처음 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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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밸리에서 엔젤 투자는 이전부터 쭉 있어왔고, 특히 요새 더욱 활성화 되었다. 창업 생태계에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존재다. 미국에서도 한 창업자가 다른 회사에 엔젤 투자하는 일은 꽤 흔한 일이다. 그런데 이런 경우는 주로 그 창업자가 이전에 웬만큼 큰 성공을 해서 어느정도의 부를 축적한 사람이 하는 거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엔젤 투자 할때도 나름 골라서 자기가 정말 믿음이 가는 사람이라든지, 사업 내용을 잘 알고 있다든지 하는 경우에 선택적으로 한다. 그리고 보통 투자하고 나서도 여러 조언과 도움을 주는 끈끈한 관계를 유지한다. 물론 가끔 씨뿌리듯이 눈에 보이는 스타트업마다 쫙 뿌리는 투자자도 있지만, 그건 돈이 아주 많은 엔젤이나 몇몇 VC가 하는 특수한 투자 전략이다. 1000억이라는 큰 돈을 ‘창조경영학과’ 학생들이 창업했다는 이유로 쭉 투자하고 나면, 그 펀드는 내가 보기에 수년내로 초전 박살이 날 가능성이 아주 농후하고 그 여파로 학과까지 철폐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을지 걱정이다.

‘엔젤 펀드’는 뭔가? 여기서 일반적인 엔젤 투자와 엔젤 펀드는 좀 다르다는 점을 알 필요가 있다. 일반적인 엔젤 투자는 앞서 말한대로 개인적으로 돈이 좀 되시는 분들이 고수익을 노리고 큰 리스크를 떠안고 하는 ‘개인적’ 투자이다. 이런 엔젤 투자가 유행처럼 번지자 등장한 것이 ‘엔젤 펀드’이다. 별게 아니고 이렇게 초기 회사에 투자하고 싶은 사람들 돈을 여럿 모아서 하나의 펀드로 만들고 이를 전문 투자자가 굴리는 것이다. 아마 SV Angel이 대표적이지 않을까 한다. 이런 엔젤 펀드는 말이 좋아서 엔젤이지 전문성이나 규모나 결국 VC나 마찬가지다 (큰 엔젤 펀드는 규모도 1000억대에 육박하기도 한다). VC도 그렇고 엔젤 펀드도 그렇고 보통 General Partner 라고 불리는 전문 투자자가 운영을 한다. 내로라 하는 경력을 가진 전문 투자가들이 수많은 스타트업중 고르고 골라서 투자해도 수익을 내는게 쉽지 않은 현실을 감안하면, 아무리 서울대라 하더라도 한 학과의 엔젤 펀드가 얼마나 말도 안되는 이야기인지 느낌이 올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정부가 좋아하는 스티브 잡스 이야기를 하겠다. 널리 알려진대로 홈브루 (Homebrew) 컴퓨터 클럽에서 꿈을 키우던 잡스와 워즈니악은 1976년 애플을 창업한다. 창업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워즈니악은 자신이 애지중지 하던 HP65 계산기를 팔아 $500불을 마련했고, 잡스는 전재산에 가까운 폭스바겐 밴을 $1,500불에 팔아 아낌없이 올인했다. 시간을 37년쯤 거슬러 올라가 차를 팔고 온 잡스에게 이렇게 물어보는 상상을 해본다.

“차 판돈의 절반쯤 쓰셔서 홈브루 클럽 멤버들의 회사에 투자하는 엔젤 펀드에 가입하실래요?”

volkswagen bus
잡스가 당시 처분한 폭스바겐 밴과 유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차

(업데이트)

트윗과 댓글등으로 여러분들이 ‘설마 1000억을 학생들에서 모집하는 것이겠냐’라는 지적을 하셨는데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런일이 없어야 겠죠. 기사는 다시 읽어도 정말 모호하군요. 설령 1000억 펀드는 별개의 문제라고 해도, 학생-학생간 투자는 2번 3번에서 지적한 문제가 여전히 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