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을쯤 회사 이름 짓느라고 일주일 동안 낑낑 거렸던 기억이 난다. 그럴싸한 이름을 생각해 내는 것도 고역이였지만, 웬만큼 좋다고 생각한 이름의 웹사이트 도메인은 다 누군가 차지하고 있었다. 아마 모든 스타트업이 비슷한 고충을 겪었을것 같다.
그러다가 누군가 집 근처 길 이름을 생각해 보라고 해서 Big Basin Way 가 생각났다. 내가 살고 있는 Saratoga시의 다운타운에서 시작해 산속으로 들어가는 꼬불꼬불한 길이다.

사실 Big Basin은 이동네서 아마 공원이름으로 가장 유명할 것이다. 집에서 자동차로 Big Basin Way 길을 따라 약 50분정도 가면 Big Basin Redwoods State Park라는 주립공원에 다다르는데, 아주 큰 키의 삼나무(redwood) 숲이 울창하고 사람들이 캠핑 장소로도 많이 찾는 곳이다. 그래서 Big Basin 이라는 이름이 한국에서는 생소하게 들리겠지만, 이동네 사람들에게 그렇게 낯선 이름은 아니다.

Big Basin을 굳이 한국말로 번역하자면 ‘커다란 분지’ 혹은 ‘큰 그릇’ 정도가 된다. 나에게는 집 앞길 이름이라 친숙하기도 했지만, 한국어로도 ‘큰 그릇’이라는 어감이 참 좋았다. ‘큰 그릇에 좋은 사람, 좋은 회사를 많이 담자’는 상상을 막 하기에 이르렀다 ^^. 그리고 결정적으로 bigbasincapital.com 도메인이 아직 남아있다! 회사 이름을 확정짓기도 전에 바로 GoDaddy에서 도메인부터 일단 찜. 다행히 이 이름으로 펀드와 회사를 등록하는데도 아무 문제 없다는 변호사의 의견을 듣고 이것으로 확정했다.
Basin이란 단어에 대해 약간 부연 설명하자면, 세면대야 같이 물 등을 담는 커다란 그릇을 뜻하기도 하고, 지리학적으로는 호수같이 물이 차 있는 분지를 뜻하기도 한다. 발음은 두번째 음절의 i 가 묵음에 가까워 ‘베이슨’ 정도로 들린다. (원어민 발음은 네이버 사전을 참조)
그래서 회사이름의 한글 표기는 ‘빅베이슨’ 혹은 ‘빅베이슨 캐피탈’로 통일하기로 했고, 보도자료 등에도 그렇게 썼다. (이 글을 보시는 분들께도 통일된 표기에 협조를 부탁드립니다^^)
근처에 장기출장 나가 있을 때 매주 일요일 아침은 가던 빅베이슨파크여서 회사가 더 친근하게 느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