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Needle을 시작한지 1년후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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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관련 뉴스 요약 블로그인 techNeedle을 시작한지 벌써 1년이 넘었다. techNeedle을 처음 구상하기 시작한 것은 아마 2012년 1월쯤이였다. 한국 투자일을 맡으면서 수년간 한국의 IT 업계에 종사하시는 분들과 접촉할 기회가 많았는데, 많은 분들이 한국 밖의 IT 업계 정황에 관심은 있으나 잘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는 걸 알게 되었다. 많은 분들께 해외 유명 텍 블로그를 틈틈히 읽으시라고 권해드렸으나 ‘시간이 없다’ 내지는 ‘영어로된 내용을 읽기 어렵다’는 푸념이 많았다. 그래서인지 내가 한국에 출장갈때면 실리콘 밸리 동향과 분위기좀 설명해 달라는 부탁이나 질문도 심심찮게 받았다. 대충 아는 한도에서 답은 해주지만, ‘나같은 사람에게 설명 듣는 것보다 텍 블로그를 보면 훨씬 정확하게 알게 될텐데…’라는 생각을 수도 없이 했다.

그래서 해외 중요한 IT 뉴스를 짤막하게 한글로 요약해서 배포하면 사람들에게 좋은 value가 될 것 같아서 뉴스 블로그를 구상하게 되었다. 대강의 아이디어를 적어보고 구상하는 동시에, 이분야의 전문가이신 임정욱님께도 자문을 구하면서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어려움이 있을 것도 어렴풋이 예상하게 되었다. 한 두어달간 할까 말까 망설이다가, 너무 고민만 하지말고 그냥 한 번 부딪혀 보기로 결정하고 웹사이트 구축에 들어갔다. 나는 웹 개발자도 아니고 디자이너는 더더욱 아니며, 설치형 워드프레스는 처음 해보는거라 삽질이 많았지만 일단 몇주간에 걸쳐  작업하여 웹사이트를 만들었고, 이틀간 고민끝에 techNeedle이란 이름으로 정했다. 참고로 needle (바늘)은 옷을 꿰매는 바늘도 있지만, 시계바늘이나 저울바늘처럼 측정치를 정확히 알려주는 역할도 한다. techNeedle은 이런 의미에서 지은 말이다.

그리하여 2012년 5월 7일 열개의 첫 기사를 발행하고 사람들에게 알리기 시작했다. 사실 처음 시작할때는 기사의 길이가 지금 보다도 훨씬 짧았다. 거의 트윗보다 약간 길게 쓴다는 느낌으로 핵심만을 추려 내었고, 자세한 내용은 사람들이 원문링크를 많이 보고 이해하길 내심 바랬다 (하지만, 나중에 통계를 보니 원문링크를 따라가서 보는 사람은 수 % 밖에 안된다는 걸 알았다). 처음 기사를 발행하고 나서 독자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지 않았다 ^^. 혼자서 끙끙대며 시작한지 한달여 만에 이동네 VC로 일하시는 이호찬님과 힘을 합하게 되었고, 중간에 안우성님, 노범준님이 도와주셨으며 최근에는 박정훈님도 집필에 동참하고 있다. 집필방향도 초기에는 간단히 원문 요약을 위주로 하였으나 작년 말쯤 부터는 tN insight 라는 부분을 따로 넣어 집필자의 해석과 의견을 첨가하기 시작했다. 기사 수도 처음에는 무조건 하루에 10개씩 하였으나, 지금은 기사의 수를 줄였고 대신 한 기사의 길이가 다소 늘어나더라도  퀄리티를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다. 현재 1주일기준으로 웹사이트 page view는 한 5만~6만 사이로(RSS나 이메일로 구독은 제외) 초기에 비하면 많이 늘었으나 처음 생각보다는 성장이 더디다. 욕심 같아선 방문자를 많이 늘리고 싶지만, 웹 마케팅에 큰 재주가 없어 그저 사람들이 많이 추천해 주기만을 기다리는 게으른 블로거다.

1년넘게 techNeedle을 운영해오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역시 매일 짬을 내서 글을 써야 한다는 부담이였다. 뉴스의 특성상 일을 미리 해놓을 수가 없다는게 참 안타까왔다. 평상시에는 그럭저럭 괜찮았지만, 출장을 가야한다거나 하루종일 컨퍼런스에 참가해야 한다거나 휴가를 갈때는 참 난감했다. 휴가지에서 노트북을 들고 다니며 글을 쓴적도 있으니 딱하기도 하지만 노력은 참 가상했다 ㅎㅎ. 내가 존경하는 VC인 Fred Wilson은 십년도 넘게 거의 매일 블로그를 올리고 있다. 나보다도 몇배는 바쁜 분일텐데 이런 꾸준한 노력을 하는 걸 보고 많은 도전과 용기를 얻었다. 암튼 이제까지 techNeedle이 이어져 올 수 있었던건 나와 같이 힘을 합쳐 글을 써주신 분들 덕택이다. 늘 감사하다. 글 쓰는 것 이외에도 웹사이트도 관리하다보니 이런저런 일들을 많이 겪었다. 한번은 해킹을 당해 테크니들 홈페이지에 해커가 올린 해골바가지 그림이 뜬적도 있다. 정말 황당했는데 급하게 웹 호스팅 업체를 바꾸고 패스워드를 바꾸는 방법으로 간신히 진화했다. 초보자가 이런 작은 웹사이트 관리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님을 깨닫게 되었다 (그 후로 보안을 강화하기 위해 Cloudflare라는 솔루션을 쓰는데 무료이고 만족하고 있다).

이 일을 하면서 힘든 것만 있느냐? 그건 아니다. 모든 봉사(?)가 그렇듯 보람도 있고 배우는 것도 있고 얻는 것도 많다. 가끔 독자분들이 트윗등으로 “재미있게 잘 보고 있다” “도움이 되고 있다”라는 멘션을 주실땐 참 보람을 느낀다. 그리고 뉴스를 글로 정리하다보니 그 내용이 나도 모르게 머리에 남아서 나중에 업계사람들과 대화할때 큰 도움이 된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쉬운 예로, IT 업계에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 전세계적으로 안드로이드가 아이폰을 앞서고 있다는 정도는 알지만, 지난 3분기 기준으로 안드로이드가 아이폰의 5배나 된다는걸 아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 강연이나 대화할때 이런 데이터가 뒷받침이 되면 말에 힘이 실리게 되고 듣는이의 눈빛도 달라진다.

창간 1년이 지난 지금, techNeedle을 앞으로 어떻게 발전시켜 나가야 하는가라는 문제가 놓여있다. 솔직히 말하면 나도 잘 모른다. 이런 저런 아이디어도 있고 시도해 보려는 것도 있지만 확실한 길이 있는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 일단은 한국에 계신 많은 분들이 기술 관련 이야기들을 쉽게 접하고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고, 왜곡되지 않은 정보를 전해야 한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현재 techNeedle 하루 방문자가 수천명인데,  내가 만약 수천명 앞에서 뭔가 발표를 한다면 상당히 떨리고 조심스러울 것 같다. 그런 기분으로 글을 쓰려한다.

오늘은 좀 일기같은 글을 남겼다. 이곳 내 개인 블로그에선 개인적인 신변잡기 보다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내용으로 채우려 노력하지만, 오늘은 뭔가 그저 내 스스로 기록을 남겨두고 싶었다. techNeedle을 시작할때 사실 얼마나 끈질기게 할 수 있을지 몰라서 시작하는 배경같은 것도 블로그에 남겨두지 않았다. 1년이 지난 지금도 미래는 여전히 불투명하지만, 중요한 이정표를 넘겼으니 내 자신을 토닥여주고 싶기도 하고 생각의 기록을 남겨두고 싶었다.

그리고 이 기회를 빌어 나의 가장 큰 후원자인 아내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 다 쓸 순 없지만, 정말 뒤에서 도와준게 많다. techNeedle로 대박(?)을 터뜨리라고 수시로 용기를 북돋아 주는데, 대박을 위한 일은 아니지만 늘 큰 힘이 된다.

18 thoughts on “techNeedle을 시작한지 1년후 생각

  1. 매일의 몇 번이나, 테크니들 피드를 잘 받아보고 있습니다.
    이 글은, Pocket에다가 넣어두고 저녁에 읽을 예정이지만, 감사하다는 말, 전하고 싶었습니다.

  2. techNeedle 덕분에 정말 편하게 IT 관련 기사를 접하고 있습니다. 이 블로그에서도 소중한 글을 읽고 있으면서 꼭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었는데 오늘 글을 보고 이렇게 댓글 남깁니다. 감사합니다.

  3. 저는 IT와 거의 상관이 없는 직업에 종사하지만, techNeedle덕분에 제가 세상을 보는 시야가 조금 더 넓어졌다고 생각합니다. 그저 쉽게 올리시는 기사와 글들이 아님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항상 고맙습니다.

  4. 축하합니다. 설마 이렇게 꾸준하게 지속할지는 몰랐네요. ㅎㅎ 힘들더라도 정보를 공유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계속 해나가면 나중에는 ‘테크니들’이 훌륭한 테크미디어브랜드로 성장해있을 겁니다. ^^

  5. 항상 잘 읽고 있습니다. 힘내시라고 응원 드리라는 댓글만 남기네요… 감사합니다.

  6. 미니멀한 요약은 물론이고, 인사이트도 덧붙여 주시는게 흥미롭고 많이 도움되는거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7. 전 전혀 다른 업종에 있습니다만, 윤필구 님의 헌신(!) 덕분에 많은 영감을 받고 있습니다.
    멀리서 늘 마음으로 감사드립니다.

  8. 안녕하세요, 이사님. 작년에 미국에서 강의 들었던 KTB 경국현 과장입니다. 매일매일 좋은 정보 잘 보고 있습니다. 메일로 받아보고 있어 페이지뷰에 일조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9. 사실 초반에도 정말 만족하면서 보고 있었는데, 인사이트가 생기면서 훨씬 행복(?)하게 보고 있답니다. ㅎㅎ

  10. 전 매일 아침 스마트폰 어플로만 접하다가 컴퓨터로 보려고 검색을 했더니 이 글을 접하게 됐습니다. 잘 보고 있습니다. 재밌고 공부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11. 널 재미있게 잘 읽고 있습니다.
    성격은 좀 다르지만 회사내에서 비슷한 정보 수집 및 전달을 하는 입장에서 항상 참고하며 테크니들을 잘 보고있습니다(매일 보아야 할 것 들 북마크에 들어있답니다).

    모국어가 영어가 아니다보니 빠르게 영문 블로그등을 훑어보는게 시간이 좀 걸리는 편입니다. 그런면에서 정말 많은 시간을 절약해 주는 좋은 사이트입니다.

    기부라도 받아보시면 어떨까요.
    작게나마 사이트 유지를 위해 소액이라도 기부할 의향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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