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한국과 미국을 들락날락하며 초기단계 회사를 이전보다 더 많이 만나고 더 많이 투자하게 되다보니, 아직 법인 설립이 안되어 있거나 지금 막 법인 설립을 한 회사들도 많이 접하게 된다. 막상 투자를 하려고 회사 정관이나 주주구성표 등을 보다보면 창업자 분들이 회사 설립과정에서 어이없는 실수를 한걸 종종 발견하게 된다. 한국도 그렇고 미국도 그렇다. 회사마다 각기 사정도 있고 변명도 있을 수 있지만, 실수 방지 차원에서 흔히 문제가 되는 몇가지를 나열하려 한다.
- 너무 적은 총 주식 숫자
대표적으로 아주 흔히 나타나는 실수다. 회사를 처음 설립할때 주식 수를 아주 적게 발행한 경우다. 예를 들어 회사 설립시 보통주 100주만 발행하고 창업자 2명이 60주, 40주로 나누어 갖는다고 하자. 처음엔 이게 아무 문제 없을 것 같지만, 외부 투자를 받으려면 문제가 많다. 돈은 원단위, 센트단위로 잘게 쪼갤수 있지만, 주식은 1주를 쪼갤수가 없어서 100주만 있다면 투자금액에 딱 맞게 신주 배정을 하기 어려워진다. 그리고 나중에 직원들에게 옵션을 나누어 줘야 할텐데 옵션 1장만 줘도 회사 1%를 내주게 되는 꼴이고, 반대로 옵션을 받는 사람 입장에선 1장만 받으면 (지분율을 모를경우) 장난하는 줄 알고 기분이 상할 수 있다. 암튼 주식수는 넉넉하게 있는 것이 좋다. 대략 몇백만주 정도 있으면 큰 문제 없다. 미국에서는 액면가 제한이 없으므로 몇백만주든 몇천만주든 맘대로 만들 수가 있는데, 한국에서는 아마 최소 액면가가 100원으로 정해져 있어서 자본금 여력에 따라 발행 주식 수 제한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암튼 담당 변호사와 상담하고 자본금이 허락하는 내에서 초기 발행 주식수를 최대로 하기를 권한다.
- 말하기 거북한 회사이름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회사 이름을 거의 장난처럼 짓는 팀이 있다. 투자자인 내가 회사이름을 누군가에게 말하려면 손발이 오그라드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다 (여기서 그런 예를 올리지는 않겠다). 가끔 서비스/제품 이름이 따로 있으니 회사 이름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는데, 내 생각은 다르다. 아무리 친구끼리 장난처럼 설립한 회사라 하더라도 6개월 하다가 접을게 아닌 담에야 좋은 이름을 택해야 한다. 회사가 성장하다보면 회사이름은 좋든 싫든 결국 브랜드가 된다. 어떤 이름이 좋은 이름인지는 나에게 묻지 마시라. 회사이름을 부모님께 큰 소리로 말해도 본인의 손발이 오그라들지 않을 자신이 있다면 일단은 후보가 된다. 이미 이상한 이름으로 회사를 설립했으면? 등기절차를 거쳐 바꿀수는 있지만 법률비용이 들고, 각종 서류상 혼란의 우려도 있고, 웹/이메일 주소 바꿔야 하는등 쓸데없이 골치아픈 일들이 생긴다. 스타트업은 이런것 말고도 신경쓸일이 태산같이 많은데 말이다.
- 외부자에게 주는 권리
회사 설립 초기 부터 공동 창업자가 아닌 외부자가 끼이게 되는 경우가 있다. 대기업에서 스핀오프 되어서 나오는 회사일 경우도 그렇고, 어딘가와 퍼블리싱 계약을 맺고 시작하는 게임회사도 그럴 수 있고, 엔젤 투자자가 초기부터 상당 지분을 가지고 있는 경우 등등 그 종류는 많다. 이럴 경우 그 외부자가 지분과 함께 이런 저런 권한을 가지는 경우도 흔한데, 스탠다드한 조건이면 별 문제 없지만 가끔 객관적으로 봤을때 ‘이건 아닌데’ 싶은 권한이나 조건을 가진 경우도 있다. 즉, 창업자가 초기에 너무 다급했거나 아니면 제반 사항을 잘 몰라서 내어주지 말아야 할 권리를 다 내어준 경우다. 문제가 되는 경우가 워낙 다양하니 다 나열하기는 어렵지만, 현실적인 조언을 하자면 창업 초기에 외부자와 거래시 주위의 도움을 많이 받으라는 것이다. 경험이 많은 엔젤 투자자나 VC, 스타트업과 많은 경험이 있는 변호사/법무사, 주위의 창업가 등등이 그 대상이 될 수 있다. 비슷한 거래 예를 가능한 많이 참조해서 일반적인 조건이 어떻게 되는지를 숙지해야 이런 실수를 막을 수 있다.
- 대충 나누는 공동창업자들의 지분
이건 위에서 나열한 것 보다는 약간 고차원적인 문제이다. 공동 창업자들끼리 어떻게 지분을 나눠야 하는지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많이들 물어보시는데, 나도 정답이 없다. 팀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가끔 오랫동안 알고 지내온 친구들과 창업하는 경우 서로에 대한 믿음이 너무 강해서인지 지분을 나누는 것에 대해서 너무 안일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세명의 창업자가 대충 1/3씩 지분을 나눠 갖고 ‘나중에 필요하면 다시 조정하면 된다’라고 생각하는 경우다. 서로가 서로를 믿는 분위기는 좋지만, 현실적으로 볼 때 지분 양도는 케익 잘라주듯이 뚝 떼어서 줄 수 있는 게 아니다. 일단 양도 가격을 책정해야 하는데 너무 높아도 문제요 너무 낮아도 문제다. 양도세도 물리게 된다. 그리고 외부 투자자가 있을 경우, 투자자가 그 주식을 먼저 살 권리가 있는 경우도 있다. 회사가 성장할 수록 지분 양도는 서로에게 더욱 민감하면서도 부담되는 일이 된다. 또 약간 다른 문제이긴 하지만, 더이상 이 회사에서 일하지 않는 공동창업자가 초기 지분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되면 형평성등 골치아픈 일들이 많이 생기므로, 이런일을 방지하기 위해서 창업자끼리 서로 vesting schedule을 처음부터 만들어 놓는게 좋다.
여기 나열한 것 말고도 여러가지 이슈가 있을텐데 생각나는 대로 일단 적었다. 위에 나열한 문제들은 회사의 성장이나 성공과 직결되는 것들은 아니고, 원하면 대부분 (돈, 시간, 노력을 들여) 고칠 수 있는 것들이긴 하다. 그래도 이런 이슈가 없어야 보기도 좋고 나중에 있을지 모를 투자 진행도 원활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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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회사법에서 vesting share 구조로 회사 설립이 가능한지 궁금하네요
메일 주소를 남겨주시기 바랍니다
안녕하세요, 회사를 곧 설립하려고 하는 이공계 박사과정 학생입니다.
혹시 저도 Vesting Share 구조로 회사를 어떻게 설립해야되는지 알 수 있을까요?
그리고 혹시 각 멤버별로 법인설립 시점으로부터 조인 시점이 같은 경우(수개월 정도 차이가 날 것 같습니다)에는, 어떤 식으로 하면 좋을지 혹시 모범답안이 있을지요?
아 저도 이메일은 남기지 않았네요. jminoh@kaist.ac.kr 입니다!
안녕하세요, 4년 정도의 시간이 지난 댓글이지만 확인 하시면 이메일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shhwangx@gmail.com
입니다.
감사합니다.
Phil Yoon 님, 위 제 댓글 삭제 좀 부탁드릴게요. ^^
제가 삭제할 수가 없는 것 같아서..
앞으로 연락드릴 일 있으면 이메일로 드리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반려동물 IoT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이동욱입니다. 글 정말로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저희도 현재 사업의 전반적인 진행을 고려해서 개인사업자에서 법인으로 전환을 준비중인데, 위에 글처럼 유의해야할 부분에 대해서 여쭤보고 싶습니다. 괜찮으시다면 조언을 구하는 메일을 드리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위에 메일주소를 남겨달라는 댓글보고 제 메일주소 남겨드립니다, dulee@wepetfit.com 입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IT쪽(웹/앱)에서 16년간 일한 UI/UX디자이너이고,
어플리케이션/웹쪽에서 서비스를 만들어 사용자에게 제공하는 업체에서 9년간 일해왔습니다.
(기존에는 웹에이전시/프리랜서로 웹사이트 디자인 및 개설을 하였습니다.)
몇번의 아이템으로 사업도 진행했지만 실패까진 아니지만 만들어서 운영하다가 매각을 했었습니다.
최근 이슈가 되는 산업혁명쪽으로 아이템을 가지고 있고 사업계획서를 작성중입니다.
될만한 사업이라고 생각이 들어 진행하고 있지만
초기 설립/운영 자금이 없어 처음부터 시드머니 투자유치를 통해 회사설립을 하고
운영해 나가려 하고 있습니다.
최적의 방법이 무엇일지 조언 좀 해주실 수 있을까요?
메일 주소 남기라는 글을 보고 주소 남겨드립니다.
zoekim07@gmail.com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