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회사 직급 체계 이해하기

벌써 오래전 일이다. 미국 대기업에 다니던 때였는데 나는 미국 본사 소속으로 한국일은 관여하지 않던 시절이였다. 여름에 가족과 한국에 방문한 틈을 타서 한국 지사에서 근무하시는 어떤분을 찾아 뵙기로 했다. 이전에 미국에서 한번 뵙고 인사한적이 있는 분으로, 그 분과 직접 같이 하는 일은 없었지만, 큰 범위에서 같은 조직이고 한국 분이시고 하니 그저 한국에 간김에 찾아뵙고 점심을 같이 하게 되었다.  나보다 연배는 아마 적어도 6-7년 정도는 더 높은 분이고, 영문 타이틀은 Senior Director 였다. 한국 대기업에선 부장쯤 된다고 보면 된다. 시간에 맞춰 그분 오피스를 갔는데, 현관에서 나를 맞아준 직원이 그분한데 가서 “전무님, 손님 오셨는데요” 그러는거다. 겉으로 내색은 안했지만, 나는 순간 속으로는 ‘전무? 이 아저씨가?’ 하는 생각이 강하게 스쳤다. 나는 대기업 전무라는 타이틀은 중견급 간부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그 분이 정확히 어떤 레벨에 있는 분인지 아주 잘 알고 있던 터라 좀 황당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미국 본사에서는 한국 지사에서 한국말 직함을 뭐라고 부르던 거의 신경을 안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차피 직함이라는게 딱 맞게 번역하기도 어렵기도 해서 그런지 보통 현지 직원들이 알아서 하게 놔두는 것 같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한국 지사는 미국에서 보기에 작은 조직이므로, 본사에서 현지 언어의 직급/직함까지 꼼꼼하게 챙기기 어려운 면도 있다. 그런데 안타깝께도 이런 틈을 타서 위와 같은 직급 뻥튀기가 너무 비일비재 한 것 또한 현실이다. 미국 본사 기준으로 ‘Senior Manager’ 급이, 한국 명함으론 ‘상무’로 둔갑하는 경우도 허다하니, 양쪽 문화를 알고 있는 내가 보기엔 좀 어이가 없다.

먼저 미국 회사 직급 체계를 한번 살펴보자. 물론 회사마다 다르므로 일반화의 오류가 많겠지만, 내가 경험하고 본 것을 토대로 보면 아래와 같다.

  • CEO – 대표이사 혹은 사장
  • Executive Vice President 혹은 Senior Vice President – CEO에 바로 리포트 하는 자리로 보통 회사의 큰 조직 하나씩 맡고 있다. 부사장 혹은 전무쯤으로 생각하면 된다. CFO 같이 C로 시작하는 자리도 보통 이급에 속한다. 본인의 실력도 실력이지만, 이정도 레벨이면 리더쉽, 소프트스킬, 인맥, 정치적 능력이 다 수준급인 사람이 대부분이다.
  • Vice President – 보통 EVP나 SVP에 리포트 하며 보통 중규모 조직을 관할한다. 상무쯤으로 이해해도 되고, 이레벨 부터 임원 (executive)이라고 불러도 큰 무리는 없다. 특정 프로덕트 라인에 P&L 책임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아서 General Manager라고 불리는 경우도 있다.  세일즈로 보면 아태지역 총괄하는 사람 정도가 될 수 있다. 내부적인 웬만한 결정은 할 수 있지만, 외부와 맺는 협약같은 결정은 역시 위로 올려야 하는 경우가 많다.
  • Senior Director 혹은 Director – 보통 VP에게 리포트 하며 ‘팀’이라 불릴수 있는 소규모 조직을 맡거나 경우에 따라 조직 없이 혼자인 경우도 있다. 이사나 부장쯤이라고 보면 대충 맞다. 중간레벨 관리자로서 아래 사람도 챙겨야 하고, 밖에 나가서 뛰기도 해야하며, 승진을 바란다면 윗선도 챙겨야 한다. 보통 큰 정치적 능력 없어도 이정도 레벨까지는 꾸준한 노력이면 가능하다.
  • Senior Manager 혹은 Manager – 한국에서 차장, 과장쯤이 이에 해당하지 않나 싶다. 예외적으로 VP레벨에 리포트할수도 있지만, 보통 Director가 관할하는 팀에 소속된다. 팀 내에서는 실무에 대한 경험이 많은 편이므로 신입 사원이나 경력이 몇년 안된 직원들 업무를 교육하거나 도와주는 ‘사수’가 되어 주기도 하지만, 인사적인 책임은 보통 없다. 즉 people manager가 아닌 individual contributor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 Staff, Engineer, 혹은 Analyst 등 – 대학 갓 졸업한 신입 사원이나, 경력이 몇년 안된 사원으로 junior 레벨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하지만 위에서 나열한 계층은 회사의 규모나 문화에 따라 많이 다르다. 대기업의 경우 CEO에서 맨 아래까지 7레벨은 쉽게 된다고 봐도 좋다. 스타트업은 당연히 레벨 수가 적다 (보통 3레벨 정도).

미국 회사에서 온 누군가의 명함만을 보고 어떤 레벨인지 가늠하기 힘들다면 위의 리스트를 참고해도 괜찮을 것이다. 그래도 애매하다면 당사자에게 ‘당신은 누구에게 리포트 하십니까?’ 라고 물어보는 것도 그렇게 큰 실례는 아니다. 그 사람 보스의 타이틀을 보고 대충 상대방이 어떤 직급인지 쉽게 가늠할 수 있다. (단, CEO에게 ‘당신은 누구에게 리포트 하냐?’고 물어보면 이상한 눈으로 바라볼 수 있으니 조심하시길 ^^)

혹자는 이런 주장을 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한국 오피스의 우두머리가 본사에서는 Director 레벨이라고 할때, 지사의 우두머리는 ‘사장’이라 부르니 그 밑의 매니저 급은 ‘전무’ 혹은 ‘상무’가 되는게 당연한것 아니냐고. 뭐 일리가 있는 말이긴 한데, 경우에 따라서 좀 다르다고 생각한다. 야후 재팬을 예로 들어보자. 내 기억에 야후 재팬은 아마 야후와 일본의 소프트뱅크가 합작으로 만든 것이고, 거의 독립적으로 운영된다고 들었다. 이런 경우 “야후 재팬”이라는 조직내에서 사장, 전무, 상무로 쭉 직급이 나가는건 별 문제 없는 것 같다. 야후 본사가 아닌 야후 재팬이니 말이다. 그런데 한국에 진출한 대부분의 미국 회사는 그냥 한국에 세일즈/마케팅 오피스가 있는 것이다. 물론 법/세금 문제등으로 한국 법인은 만들었겠지만, 그렇다고 이게 독립적인 개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많다. 직원 10명을 둔 세일즈 오피스가 있는 것과, 진정한 의미의 “지사”가 있는 것이랑은 좀 차이가 있지 않나 싶다. 10명짜리 세일즈 오피스만 관리하고 있으면 ‘사장’이고 그 아래서 일하는 평직원에 가까운 이들이 ‘전무’ 혹은 ‘상무’ 타이틀을 달고 다니는걸 보게 되면 실소가 나오기도 한다. 물론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그런 관습을 따르게 된 사람도 많겠지만, 보통 있어보이는 타이틀을 마다하는 사람은 없으니 이런 웃지 못할 일이 계속 이어지게 되는것 같다.

회사의 조직 쉽게 이해하기

이글에서 말하려는 회사 조직 이해하기는 순전히 내 개인적인 관점이다. 체계적인 지식은 경영학의 ‘조직관리’나 ‘인사관리’ 같은 과목에서 배울수 있겠지만, 배워도 금방 까먹게 되고 현실과 차이가 있는 경우도 많다. 나도 MBA할때 이런 과목을 이수하긴 하였으나 지금 기억에 남는건 수업이 무척 지루했다는 것 밖에 없다.

나는 한국에서의 직장생활은 잠깐의 인턴사원 시절빼고는 전혀 없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20명짜리 스타트업에도 있어봤고 8만여명 직원의 인텔에도 있어봤다. 물론 그 중간크기의 회사들에도 있어봤다. 내가 직접 경험한 회사들뿐 아니라 투자를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지켜보게된 회사는 훨씬 많다. 나는 이런 직/간접 경험을 통해 나름대로 회사 조직을 아래와 같이 아주 간단하게 3가지로 나누어 생각하게 되었다.

1) 만드는 조직 – 주로 R&D, 개발팀, 프로덕트팀 등으로 불리는 조직이다. 회사가 제조업이든 소프트웨어업이든 당연히 뭔가를 만들어야 한다. 좀 특수한 경우 (예를 들어 투자회사)를 제외하고는 웬만한 회사에는 뭔가 ‘만드는’ 조직이 있다. 인텔에는 수만명에 달하는 직원들이 칩설계를 하고 있고 많은 수의 공장 근로자들이 있다. 구글이나 페이스북같은 인터넷 서비스회사에도 당연히 코딩하고 테스팅하는 조직들이 있다. 치킨집을 한다고 해도 주방에서 누군가가 치킨을 구워야 한다. 대부분의 스타트업에서는 이 조직의 역량이 제일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보통 외주를 주기 어렵다.

2) 파는 조직 – 영업, 세일즈, 마케팅, 필드 엔지니어등이 대부분 여기에 속한다. 자동차 영업사원과 구글의 마케터는 역할이 많이 다르겠지만, 결국은 우리 제품을 사람들이 더 많이 사고, 많이 쓰게하는 게 목적이기 때문에 큰 관점에서는 한 범주에 넣을 수 있다고 내맘대로 생각한다. 이 조직에 있는 사람들은 물건을 만드는 사람에게 이런 저런 input을 줄 순 있지만 직접적으로 물건 만드는데 관여하지는 않는다. (관여할라고 하면 개발자들한데 ‘꺼지라’는 핀잔듣기 십상이다) 스타트업 초기에는 아직 팔 물건이 없는 경우가 많아서 이 조직이 간과되기 쉽지만, 제대로된 물건을 만들려면 잠재적 소비자를 만나서 그들의 의견을 제대로 종합/분석/전달해 줄 수 있는 사람이 꼭 필요하다. 즉 매출이 없거나 적을때도 이런 핵심적인 역할을 해 줄 사람 한두명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3) 서포트 조직 – 법무팀, 인사팀, IT, 재무팀등이 이에 속한다. Back office function이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주로 회사내에서 특정 서비스를 제공하는 임무를 띠게 된다. 대부분의 경우 회사의 핵심 역량과는 거리가 있으므로 외주를 줄려면 줄 수 있다. 예를들어 법률관계일은 대부분의 스타트업들이 초기에는 외부 변호사를 쓰게되고, 상장이 되거나 어느정도 규모가 되면 자체 법무팀을 꾸리게 된다 (일예로 삼성전자의 법무팀은 국내 웬만한 로펌보다도 크다고 함). IT 분야도 클라우드 컴퓨팅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outsourcing할 수 있는 길이 아주 많아졌다. 예를 들어 아마존의 AWS 같은 것을 쓰면 자체 서버관리등의 부담이 덜어지게되어, 인력이나 시설에 들어가는 초기 투자 비용을 아낄 수 있다. 암튼 서포트 조직은 비용과 여러 조건들을 고려하여 그때 그때 상황에 맞게 외주를 줄지 아니면 내부적으로 해결할지 결정하면 되는 경우가 많다.

위 세가지 조직에서 한가지 빠진 것이 있다면 제품을 ‘기획하는 조직’일 것이다. 즉 어떤 제품을 만들어서 어떤 시장을 공략할지를 정하는 일을 하는 부서일텐데, 회사에 따라서 ‘만드는 조직’에 편입되어 있는 경우도 있고, CSO 나 CTO 조직을 따로 두어서 별도로 운영하기도 한다. 회사의 운명을 결정지을 중요한 역할이여서 스타트업에서는 보통 CEO가 좋던 싫던 이 일을 할 수 밖에 없다. 회사가 커져서 전략 구상하는 조직이 따로 있더라도 결국은 CEO 책임이다.

써 놓고 보니 어찌보면 누구나 다 아는 걸 쓴것 같기도 하지만, 커리어 관점에서 한번쯤은 자기가 어떤 조직에 속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장기적으로 그 조직에 계속 남고 싶은지도 되씹어 보아야 한다. 나는 예전에 한번 같은 회사내에서 ‘만드는 조직’에서 ‘파는 조직’으로 이전한 경험이 있다. 누가 시킨건 아니였지만 그냥 그게 하고 싶었다. 처음엔 좀 낯설었지만 이내 적응이 되었다. 그리고 한가지 현실적인 팁을 공유한다면 회사내에서 높은 곳으로 올라가고 싶은 야망이 있는 사람은 되도록 만드는 조직 아니면 파는 조직에 있는게 유리하다. 써포트 조직에서는 한계가 많다. 적어도 미국에선 그렇다.

여담으로 스티브 잡스는 물건 파는데도 달인이였지만 주관심은 늘 ‘만드는 것’에 있었다. 그의 전기에 보면 그가 나름대로 생각해낸 ‘회사가 망해가는 길’에 관한 이론이 소개된다. 회사들이 보통 처음에는 좋은 물건 만들기에 치중하지만, 일단 시장을 장악하게 되면 회사내에서 디자이너나 엔지니어 같은 사람보다 매출을 크게 올릴수 있는 세일즈맨이 더 대우를 받게 되고, 제품에 대해서는 문외한인 세일즈맨들이 최고의 위치에서 회사를 경영하게 되어 결국 나락의 길로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럴듯한 이론이다. IBM, Xerox, 80년대의 애플이 그런 전철을 밟았고, 마이크로소프트도 같은 선상에 있다고 그는 지적하였다. 회사의 CEO라면 자신의 역량, 조직의 역량을 늘 염두해 두어야 한다. 만드는 조직이 강한회사로 키울 것인가 아니면 파는 조직이나 서포트가 강한 조직으로 키울 것인가?

회사의 주인은 누구인가?

6년전 와튼 스쿨에서 파이낸스 기초과목을 수강할때였다. 파이낸스, 경제학에서 유명하신 프랭클린 앨런 교수님 수업이였는데 하루는 학생들이게 이런 질문을 하셨다.

“회사의 주인이 주주들 (shareholders)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손들어 보세요”

대충 30%정도가 손을 들었던것 같다. 이어서 또 이런 질문을 하셨다.

“그럼 회사의 주인이 직원들(employees)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손들어 보세요”

아까와 비슷한 숫자의 학생들이 손을 들었다. 나는 이때 엔지니어 출신으로 비지니스 스쿨에 갓 입학했던 차라 shareholder고 뭐고 이런 개념이 없었다. ‘회사의 주인은 사장 아닌가?’ 이런 생각을 속으로 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주주들과 직원들중 택일하라면 주식시장에서 단기 투자하며 치고 빠지는 주주들보다야 비교적 오랜기간 회사에 머물게 되는 직원들이 ‘주인’에 가깝다고 1초만에 단정짓고 후자에 손을 들어줬다.

이어진 교수님의 설명이 재미있었다. 학생들이 매년 거의 똑같은 반응을 보이는데, 그 즉슨 미국이나 유럽에서 온 학생들은 대부분 주주들이 회사의 주인이라고 답하고, 아시아에서 온 학생들은 직원들이 회사의 주인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러고보니 나도 몸은 미국에 있었지만 사고방식은 ‘정상적인’ 아시아 학생인 셈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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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후 어찌어찌 하다가 VC쪽에 몸을 담게 되어 주로 shareholder의 입장에서 일을 하다보니 회사의 주인은 당연히 주주라는 생각이 굳어졌다. 물론 상식적으로도 회사의 주인은 주주인 것이 맞는 말일 것이다 — 적어도 자본주의 사회에서 (회사가 파산보호가 들어간 상태가 아닌 담에야) 주주들이 회사의 주인이고, 이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이사회가 회사의 경영권을 가지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이사회는 CEO를 선임 혹은 해임할 수 있으며, CEO는 주어진 책무를 위해서 직원을 고용하거나 해고할 수 있게 된다. 교과서적인 이야기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CEO를 비롯한 직원들은 회사의 주인이기는 커녕 주주들의 가치 (shareholders’ value)를 극대화 하기 위한 일종의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좀 슬프게 들릴지 몰라도 자본주의 회사 지배 구조 (corporate governance)가 그렇다. 그래서 미국회사에서는 이사회에서 CEO를 짜르는 일이 빈번한 것이다. CEO는 주주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라고 임명한 자리이니, 그 일을 제대로 못하면 이사회가 짤라버리는 것이다. (한국 회사에서는 대주주가 CEO이자 이사회를 장악한 경우가 많아 경우가 좀 다르다)

회사의 주인이 주주인것은 맞는것 같은데, 요새 좀 회의가 들기 시작했다. CEO를 비롯한 경영진이 주주의 가치 극대화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 정말 맞는 mission인가 하는 문제다. 오늘 BusinessInsider를 보니 이런 기사가 나왔다. 지금 미국 회사들의 GDP대비 이익률은 역대 최고이지만, 임금수준은 역대 최저라고 한다. 이렇게 된 배경에는 ‘주주의 가치 극대화’라는 사명을 각 회사들의 경영진이 투철하게 수행했기 때문이리라. 임금은 어디까지나 ‘비용’의 항목이므로, 이익률을 최대화 하려면 생산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가능한 낮은 임금을 유지해야한다. 이렇게 최소화된 비용으로 이익률이 올라가면 그 수치는 결국 주가로 직결되고, 그 혜택은 주주가 보게 된다. 뭐 꼭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니지만, 결국 누구 좋자고 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드는건 어쩔수 없다.

상장회사도 그렇고 비상장회사도 그렇고 회사의 주주는 대부분 어느정도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회사의 지분투자라는 것이 은행에 예금해두는 것등에 비해 훨씬 위험한 자산이기 때문에 이런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사람들이 고수익을 노리고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펀드를 통한 간접 투자도 마찬가지다. 당장 한달 벌어 먹고살기 빠듯한 노동자가 펀드 투자하는 것 봤나? 회사의 주주가 되는 경로는 이런 저런 길이 있겠지만, 결국 돈있는 사람들의 몫일 확률이 절대적으로 크다. 그리고 회사의 경영진과 직원들이 열심히 일해서 창출한 가치는 결국 그들에게 돌아가게 되어있다. 자본주의가 그렇다. 2007년 통계에 의하면 상위 1%가 미국 국부의 40%를 넘게 차지하고 있고, 하위 80%는 고작 7%를 차지한다고 한다. 아마 2012년 현재는 이 불균형이 더 심해졌을 것이다. 어쩌면 자본주의라는 녀석은 우리가 mission이라고 생각하는 ‘주주의 가치 극대화’를 더 잘 실현하면 할 수록 부익부 빈익빈이 심해질 수 밖에 없는 구조인지도 모른다.

이런 와중에 직원들의 복지와 문화에 큰 신경을 쓰는 회사들은 참 신선하게 다가온다. 무료 음식등을 제공하는 것으로 유명한 구글도 있지만,  항상 “가장 일하고 싶은 회사” 리스트 상위에 랭크되는 SAS Institute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사내 복지로 유명한 회사다. 회사 조경을 관리하는 인력이나 빌딩 경비원도 의료보험등의 혜택이 있고, 회사내에 기본 건강 검진은 물론 응급 수술까지 가능한 의료시설을 갖추고 있다. 성공적인 온라인 신발가게로 지금은 아마존에 인수된 Zappos도 직원들의 행복이 회사의 최우선순위 였다는 후문이다.  실리콘 밸리에서 잘나가는 스타트업인 Evernote는 최근에 직원들 집으로 청소 도우미까지 보내줄 정도로 복지에 신경쓰고 있다. 물론 이런 복지혜택으로 직원들이 부자가 되지는 않겠지만, 만약 회사의 목표가 단기 수익성 향상이라면 이런데 돈을 쓸 필요가 없는 것임을 상기해 보면 신선하긴 신선하다. 이렇게 돈과 재원을 써가며 직원들을 챙겨주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큰 주주의 이익을 창출하기 위한 고도의 전략인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지금의 자본주의 회사구조에서는 회사가 잘 되었을때의 혜택이 대부분 주주에게 돌아가고 직원들에게는 거의 돌아가지 않는다. 스타트업에서는 그나마 직원들에게 나누어주는 스탁 옵션제도가 활성화 되어있어 좀 낫지만, 큰 회사에서는 주주가 이익을 독식하는 경향이 더욱 뚜렷하다. 애플, 삼성이 요새 돈을 그렇게 많이 벌고 있지만 일부 최고위 간부들을 빼고 직원중에 부자되었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없다. 나에게 이런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한 명쾌한 대안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의 이익 배분 불균형은 부익부 빈익빈을 가속화 할 수밖에 없어서 우려스럽다.

그렇다고 공산주의 하자는 건 아니니 빨갱이라고 몰아세우진 마시길 ^^

내가 iCloud를 안쓰는 이유

오늘 아침 BusinessInsider를 보니 전직 한 애플 엔지니어가 쓴 애플이 만드는 온라인 서비스는 대부분 다 엉망”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생각해 보니 애플의 클라우드 서비스였던 MobileMe도 처참한 실패로 끝났고 (담당자는 스티브 잡스에게 엄청 혼나고 짤렸다는 후문) 옛날부터 있었던 .Mac 서비스도 주위에 쓰는 사람을 본적이 없다. 지금 애플의 클라우드 서비스는 iCloud로 다 통합되어 제공되고 있는데 내 짐작으론 큰 성과를 얻지 못하고 있는 듯 하다. 나는 원래 애플빠는 아니였지만 어찌어찌하다 보니 집에 아이맥, 맥북, 아이패드, 아이폰등이 생겨서 이모든 기기들을 iCloud로 동기화를 해볼까 하고 몇번 시도했지만 결국 접었다. iCloud 기능이 필요가 없는 경우도 많고, 다른 훨씬 좋은 서비스들이 이미 인터넷에 널려있기 때문이다. 조목조목 살펴보자.

Mail – 회사메일, 개인적인 메일, 블로그 메일등 5개 정도의 메일 계정을 거의 매일 액세스하고 있다. 어차피 회사메일은 회사 서버에 저장이 되어있으니 iCloud가 필요가 없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쓰는 Yahoo와 Gmail등도 마찬가지로 서비스자체가 클라우드 기반이니 더이상 동기화하고 말고 할게 없다.

Contacts/Calendars/Reminders – 주소록과 일정은 회사에서 쓰는 Outlook을 이용해서 관리하고 있고, 메일처럼 회사 서버에 저장이 된다. 그리고 언제든 아이폰등으로 액세스 할 수 있어서, iCloud 나오기 한참 전부터도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 Outlook상에서 저장한 일정에 따라, 약속시간 15분전에 Reminder가 아이폰에 팍팍 뜨니 이것도 전혀 문제가 없다

Safari – 애플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난 맥북과 아이맥에서 크롬을 쓰고 있다. 윈도우즈 PC도 하나 쓰고 있어서 (지금도 이 글은 윈도우즈에서 쓰는중) 하나의 계정으로 북마크를 통합 관리하고 어느 기기를 쓰던 비슷한 브라우징 환경을 제공하는데는 크롬이 최고다. 따라서 사파리를 iCloud로 동기화하는게 별 의미가 없다.

Notes – 역시 애플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간단한 메모를 위해서는 에버노트를 쓰고 있다. 사용자 환경도 수려하고 무엇보다 윈도우즈, 안드로이드 폰까지 커버가 되는게 큰 장점이다 (미국전화는 아이폰을 쓰지만, 한국전화는 안드로이드를 쓰는중). 내가 어디에 있든 전자기기를 적어도 하나는 내 옆에 두고 있을 확률이 높으니, 에버노트에 저장한 내용을 언제든 쉽게 액세스 할 수 있다.

Passbook – 이건 아직 제대로 테스트 해 볼 기회가 아직 없었다. 내가 아는 Passbook 내용에 비추어 볼때, 여기에 iCloud가 필요한지는 의문스럽다.

Photo Stream – 처음에는 이게 꽤 신기했다. 아이폰으로 찍은 사진이 아이맥에 자동으로 뜨니 말이다. 근데 맥에서 사진 관리하는 프로그램인 iPhoto가 영 맘에 안들었다. 이녀석은 도대체 사진 파일을 어디다가 저장하는지 가르쳐 주질 않는다. 그냥 “나만 믿어라”는 식이다. 나는 사진을 연도별, 이벤트별로 폴더에 나눠 저장하고 외장하드 2개를 써서 백업을 받아 놓는데 iPhoto로 이렇게 하기는 거의 불가능해 보였다 (꼼수가 있는지는 모르겠음). iPhoto를 안쓰게 되니 Photo Stream 기능도 쓸 일이 없다. 그리고 아이폰 사진이 디카로 찍은 사진과 엉키는 것 보단, 차라리 아이폰 사진을 1년에 한번 다운 받아서 따로 저장해 놓는게 낫겠단 생각이 굳었다.

Document & Data – 이건 테스트 해 보진 않았다. 아이폰과 아이패드에서 ‘파일’이란 개념이 없는 걸로 알고 있는데 이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아마 Dropbox 와 비슷한 기능을 제공하려는 것 같은데 자세히 알아보기 귀찮기도 하거니와 이미 Dropbox와 구글 드라이브를 너무 잘 쓰고 있어서 필요가 없다.

Find My iPhone – 유일하게 켜 놓고 있는 iCloud 서비스이다. 다만 쓸 일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

동기화 서비스라는게 정말 잘 만들면 인생을 편하게 해주지만, 이게 한번 잘 못 엉키기 시작하면 이거 푸는 것 만큼 골치아픈 일도 드물기 때문에 서비스 선택에 신경을 안 쓸 수 없다. iCloud는 내가 보기에 아직 이걸 꼭 써야하는 구체적인 필요성이 부족하고, 애플 제품 (맥북, 아이폰등) 위주 서비스라는 태생적 한계도 무시 못할 단점이다. 사람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니 iCloud가 아주 쓸모없는 기능이라고 할 수는 없을테지만, 내가 보기에 아직 매력적으로 보이는 서비스는 아니다. 와이프님은 나보다 컴퓨팅 환경이 비교적 간단한데 (아이폰 1대 + PC 1대), 그분께서도 iCloud 필요성은 못느끼고 계시다. (클라우드 컴퓨팅이 뭐냐고 자꾸 물어보긴 한다 ^^)

노키아 지도 vs 구글 지도

노키아 지도 앱이 iOS에 나왔다고 해서 바로 아이패드에 다운로드 받아서 실행해 보았다. 현재 내 아이패드는 iOS 5를 쓰고 있어서 구글맵이 건재하고 있으니 노키아 지도를 다운 받으면 동일한 조건에서 비교할 수 있다. 비교 대상으로 정한 곳은 양측에 공평하게(!) 애플의 본사 건물이 있는 곳으로 하기로 했다. (구글은 미국 회사이고 노키아는 핀란드회사이니, 장소 선정이 구글에 좀 더 유리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어차피 미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서비스하는 것이면 이런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긴 설명이 필요없이 아래의 스크린 샷을 보면 승자가 누구인지 한눈에 보인다. 지도의 세세함에 있어서 노키아 지도는 한참 멀었다. 구글 지도에는 애플 본사 앞의 유명한 레스토랑인 BJ’s는 물론 애플 사옥들의 건물 번호까지 나오는데, 노키아 지도에는 전혀 찾아 볼 수 없다. 아니, 이동네 와본 사람이 아니면 지도만 보고 여기가 애플 본사가 있는 곳인지 알 방법이 없다. 혹시 노키아 지도의 줌 레벨을 더 높이면 뭔가 나오지 않을까 하고 시도했지만 헛탕이였다.

이로서 iOS 6으로 업그레이드는 무한정 연기다.

구글 지도
노키아 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