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평등의식 그리고 계급의식

전세계에서 한국만큼 평등의식이 발달한 나라도 아마 드물 것이다.  사촌이 40평짜리 아파트가 있으면 나도 40평짜리 이상으로 이사가야 속이 시원하고, 동창이 명품 백을들고 동문회에 나타나면 나도 적금을 털어서라도 비슷한 것을 하나 장만해야 맘이 편하다.  ‘너가 하는데 나라고 못하겠냐’ 라는 강한 자신감(?)과 묘한 경쟁심리가 사회 곳곳에 팽배해 있다.  사회면을 종종 장식하는 혼수 문제, 분에 넘치는 사치 문화 등이 이런 경쟁심리와 무관하지 않고,  회사에서도 입사동기가 나보다 먼저 승진하면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어려서부터 획일적인 환경에서 획일적인 교육, 획일적인 대우를 받는데 익숙해서 인지, 나와 내 또래가 아주 쉽게 자로 재듯 비교되고 본인 스스로도 자신을 남과 끊임없이 비교하는 습성이 만연해 있다.  물론 이런 동질성에 기반한 경쟁의식이 주는 좋은 점도 있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의 뜨거운 교육열이라든지 스마트폰 같은 제품의 엄청난 보급률등이다 — 동네 아이들이 다 과외를 받으니 우리아이도 과외/학원을 보내서 어떻게든 좋은 대학에 보내야 하고, 주위 사람들이 다 스마트폰 있으니 나도 하나 장만 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인들을 보면 좀 나태하다 싶을정도로 자족하고 사는 사람이 많다.  회사에서 승진 같은 것에 큰 관심 없이 그저 주어진 일을 하면서 가족생활이나 취미생활에 더 신경쓰는 사람도 많으며, 자녀교육도 다들 중요하게는 생각하지만 집을 팔고 빚을 내서라도 일류대학에 보내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은 드물다. 예를 들어 자녀가 하바드와 동네의 지방 주립대에 합격했는데 지방 주립대에서는 장학금이 있고 하바드에서는 없을 경우, 아마 한국 학부모면 100% 빚을 내서라도 하바드를 보내겠지만, 미국 중산층 학부모는 꼭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어떤 결정이 아이와 학부모의 장래에 좋으냐는 이 글의 논제가 아니므로 접어둔다) 나와 한동네서 자란 친구가 돈을 좀 벌어서 요트를 샀다 한들, 그런걸 가지고 크게 질투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일반화의 오류가 있겠지만, 그네들은 일류, 일등, 경쟁, 비교 이런것 보다는 자기 중심적 행복추구 (본인이 좋아하는 일, 취미생활, 가족, 친구등) 경향이 뚜렷하다.  쉽게 말해 사촌이 땅을 사면 그냥 쿨하게 축하해 주고 금방 잊어버리지, 그런게 무슨 “자극”으로 다가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세계에서 한국만큼 계급의식이 발달한 나라도 아마 드물 것이다.  상대방이 나와는 “급”이 다른 사람임이 암묵적으로 인식되면, 말과 행동 대우 등이 같은 급의 사람을 대할 때와는 정말 천지차이로 달라지게 된다. 연장자를 존대하는 유교적 전통, 존대말이 발달한 언어등의 영향인지, 대부분의 인간 관계에서 또래 친구를 제외하면 상/하 관계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회사에서도 이런 현상은 뚜렷한데 계급의 정점에 있다고 할 수 있는 기업 회장이나 사장들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종종 미국에 법인을 두고 있는 한국 회사 사장들이 미국으로 출장을 나오는데, 그 밑에서 수행 (그들은 ‘의전’이란 말을 쓴다) 하는 사람들 말을 들어보면 참 가관이다.  공항에 나가서 가방들어주고 차로 모셔오는 것은 아주 기본이고, 수행원중 일부가 식사 약속 장소에 가서 미리 자리 맡아 놓기, 건물안 엘레베이터 잡아 놓고 기다리기, 심지어 레스토랑에서 나오는 음식의 온도까지 미리 첵크를 한다고 한다.  이쯤 되면 거의 ‘왕’이라고 해도 될 것 같다.  대조적으로, 미국의 대기업 CEO중에는 손수 운전하는 사람도 많고 화장실이나 엘리베이터도 평직원이랑 같이 쓰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내가 인텔에 근무할때 CEO와 나와 우연히 단둘이만 엘레베이터를 탄 적이 있어서 순간 쓸데없이 난감했던 적도 있었으며, 같은 층 화장실에서 마주친 적은 여러번이다. (한국에서 평직원이 대기업 회장을 화장실에서 마주칠 수 있을까?) 스티브 잡스도 번호판 없는 차를 혼자 몰고 다닌 것으로 알려졌으며, 레스토랑에가서 자리가 없을때는 발걸음을 돌려야 했던 때도 많았다고 한다 (임정욱님의 블로그 참조). 한국에선 참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미국에서도 대기업 CEO정도면 많은 이의 선망과 존경을 받고, 바쁜 사람이니 주위에서 많이 편의를 봐주지만, 그렇다고 그 사람을 왕처럼 모셔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사람도 집에가면 한 가정의 아빠 혹은 엄마일테고, 동네에서는 주말에 아들 축구 경기 구경오는 학부모일 뿐이다. (특히 실리콘 밸리를 비롯한 서부에서는 이런 수수함, 평범함을 자연스럽게 여기는 분위기가 많다) 쉽게 말해 상대가 사장이든 회장이든 그사람도 다 나와 같은 “인간”일 뿐이니 고개 똑바로 들고 first name불러가며 대화해도 이상할게 없다.

평등의식 그리고 계급의식 — 상반되는 개념 같은데 우리나라에서는 두 의식이 사회 전반에 아주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66 thoughts on “한국인의 평등의식 그리고 계급의식

  1. 미국도 그런 것 같은데, 제가 있는 유럽도 그런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문화가 한국에 장점도 될 수 있겠지만, 그 보다는 국가경쟁력을 깎아먹는 요소인 것 같아서 안타깝습니다.

    1. 사실 유럽이야기도 한줄 썼다가 지웠는데, 제가 유럽에 살아본 적은 없지만 그쪽에서 온 사람들 말 들어보면 ‘미국인들은 왜 그렇게 미친듯이 일하고 휴가도 별로 안쓰고 아둥바둥 사나’라고 의아하게 생각하는 사람 많습니다. 그네들 눈에는 미국사람들은 일에 치여 life를 즐기지 못하는 사람들인 거죠.

      1. 한국인의 평등주의에 관해서는 송호근 교수의 ” 한국인의 평등주의- 그 마음의 습관’ 이라는 소책자도 잘 분석한 것 겉습니다

  2. 평등의식과 계급의식. 한국사회에서 모순되는 두가지 의식이 병존하는 것은 참 신기하네요. 계급이 존재하지만 같은 계급 내에서는 평등해야 한다는 의식 아닐까요? “넌 나랑 다른 계급도 아닌데 뭐가 잘났다고 그래..” 뭐 이런..

  3. 미국에서 “자녀가 하바드와 동네의 지방 주립대에 합격했는데 지방 주립대에서는 장학금이 있고 하바드에서는 없을 경우, 아마 한국 학부모면 100% 빚을 내서라도 하바드를 보내겠지만, 미국 중산층 학부모는 꼭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는 그럴 이유가 충분히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 경제학자들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위와 같은 상황에서 자녀가 하버드를 가느냐 지방 주립대에 가느냐에 따라 적어도 자녀가 대학 졸업후 받는 연봉에는 아무런 차이가 없다고 합니다. 실력주의(meritocracy) 사회이기 때문이죠. 아래 논문이 대표적인 연구결과이고, 이 논문이 나왔을 당시 사회적으로도 매우 큰 파장을 일으켰었습니다.

    http://bit.ly/JWMG3Q

    1.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이런 고민은 아주 현실적이 면서도 어려운 것이지요. 저도 아주 오래전에 유학 나올때 아주 비슷한 고민을 한 적이 있습니다. (스탠포드 vs CMU) 두가지 인생을 모두 살아보지 않았기 때문에 어떤게 올바른 선택이였다고 섣불리 말하기가 힘들죠. 가끔 학교 선택 문제로 저에게 상담해 오시는 분들도 있는데 참 어렵습니다. 개개인의 처지가 다른고, 학교에 가서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에 따라 또 운명이 많이 갈리거든요. 이런 이야기 하려면 몇시간은 블로그를 끄적거려야…

  4. 제가 장문의 글을 남겼는데, 주인장께서 의도적으로 안올리신건가요? Dale & Krueger 의 논문 링크 포함한 글..

    1. 앗 죄송합니다. 제 블로그는 제가 일일이 approve하지 않아도 모든 댓글들이 자동으로 올라가도록 설정이 되있는데, 가끔 wordpress가 스팸으로 처리하는 경우에만 임시 보관함에 담겨지게 됩니다. 올렸습니다.

  5. 다른 관점에서 보면 우리나라는 동물의 세계였다는 거죠. 만인과 만인이 제대로 된 룰도 없이 싸우고 승자독식하는 약육강식의 사회. 요즘에는 계급사회로 조금씩 이행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만… 그냥 엇듯 든 생각이에요.

  6. 평등의식과 계급의식을 한국판으로 놓고 보면 충돌한다고 볼 수도 있겠네요.
    그런데 언급하신 한국의 평등의식(?)을 사실 계급을 완전히 내면화 한 이후에 자기기만하는 형태로 이해하면 순차적인 흐름처럼 보이기도 하네요.
    오히려 진정한 의미의 계급의식은 만인의 평등의식에 기초해서 계급을 대상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또 모순없이 이해할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그나저나 말씀하신 평등의식은 ‘평등’에 대한 모욕 같군요… ㅎㅎㅎ
    평등의식을 모든 것이 평등하다는 주장, 계급의식을 계급이 존재하는 것을 받아들이자는 주장으로 이해하면 안될 것 같습니다. 말 그대로 한국판 평등의식이라면 맞겠네요. ㅠㅠ

    1. 저도 글쓰면서 그부분이 약간 마음에 걸렸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보이는 현상은 사실 교과서적인 평등의 의미와는 다르지요. 그렇다고 마땅한 말도 생각 안나서요. 획일적 경쟁의식?

  7. 자신에게 솔직하지 못한 것이 원인이 아닐까 싶습니다.
    살기 위해서 윗사람을 극진하게 의전(?)하고,,,
    또 사회 평균만큼은 해야 어디가서 무시당하지 않을 것 같고 말이죠.

    제 출퇴근 차량은 모닝 수동인데, 집에서 온가족이 움직일 때는 오피러스를 탑니다.
    모닝 때문에 얕보던(?) 회사후배가 오피러스 타고 오니 꽤 놀라더군요.
    이런 분위기라면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기도 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은 옅어지겠죠.

    1. 지적하신대로 우리나라 사회에서 남을 평가하는 잣대가 주로 ‘간판’에 의존하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직업세계에서도 ‘어떤 일을 해서 어떤성과를 내었나’ 보다는 ‘어디에 속해 있었나’를 보고 ‘뭐를 얼만큼 알고 있나’ 보다 ‘어느 학교를 나왔냐’를 많이 따지죠. 겉으로 드러나는 명품백이나 고급차도 이런 ‘간판’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8. “어려서부터 획일적인 환경에서 획일적인 교육, 획일적인 대우를 받는데 익숙해서 인지, 나와 내 또래가 아주 쉽게 자로 재듯 비교되고 본인 스스로도 자신을 남과 끊임없이 비교하는 습성이 만연해 있다. 물론 이런 동질성에 기반한 경쟁의식이 주는 좋은 점도 있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의 뜨거운 교육열이라든지 스마트폰 같은 제품의 엄청난 보급률등이다 — 동네 아이들이 다 과외를 받으니 우리아이도 과외/학원을 보내서 어떻게든 좋은 대학에 보내야 하고, 주위 사람들이 다 스마트폰 있으니 나도 하나 장만 하지 않을 수 없다.”

    글 중에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있는데요. 한국 사람들이 어릴적부터 획일적인 환경/교육/대우를 받고 자라고 있는지 의문입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중앙 정부가 독점 공급하는 초중고교 과정을 누구나 똑같이 이수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가정 환경도 차이 나고 사교육(이걸 교육이라고 할 수 있는지는 별론) 이용면에서는 천양지차이며 초등학생들도 자기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라 자신과 또래 아이가 어른들에 의해 차별 대우를 받는다는걸 몸소 깨우치며 자라고 있지 않나요?

    동질성(?)에 기반한 경쟁의식이 주는 좋은 점으로 뜨거운 교육열과 첨단 기기의 빠른 보급률을 드는데 이게 과연 누구를 위해 좋은 것인지 모르겠네요. 삼성 같이 돈 많이 주는 일류(?)회사에 들어 가려면 일류(?) 대학을 가야 하고 그러려면 남보다 더 많이 사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게 한국 부모의 일반적인 인식 아닙니까? 이런걸 가리켜 교육열이 높다라고 말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뇌물을 떡값으로 미화해서 표현하는 것이랑 비슷하다고 봅니다.

    최신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으면 그걸로 돈 버는 휴대폰 제조사나 통신회사는 좋을지 모르지만 아직 충분히 쓸만한 피처폰을 버려두는건 소비자 개인적으로는 낭비 아닐까요? 국가나 사회 전체적으로 자원낭비와 환경 오염이 유발되구요. gdp가 상승하면 나라가 발전하는 것이라고 설명하는 것이랑 비슷하게 일면만을 본 결론이 아닌가 싶네요.

    1.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획일성’에 대해서 님처럼 생각할 수도 있을것 같습니다. 아이들에 따라 부모, 가정환경 등은 차이가 많지요. 제가 말한 학교에서의 획일성은 학교의 환경, 분위기, 인종구성, 커리큘럼, diversity에 대한 인식부족등을 지적한 것입니다. 우리나라 학교에는 다분히 군사문화가 자리잡고 있어서 (아침조회, 일렬정대 줄서기, 선생님께 거수경례, 교복, 예전의 교련시간등) 개성이라든가 다양성이 짓밟히는 환경입니다. 뭔가 튀는게 용납 안되는 사회죠. 하찮은 점퍼 같은 것도 노스페이스가 ‘주류’로 자리잡으면 그걸 안입는게 이상하게 여겨질 정도의 병적 획일주의라고나 할까요? 이런 현상이 사회로 나와서도 그대로 옮겨지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제가 지금 나가야 되서 교육열과 스마트폰 이야기는 다음에..

    2. 우리나라의 뜨거운 교육열이 가져오는 부작용도 있고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었던 배경이 지적하신 것처럼 일류병에서 기인한 것등 좀 우울한 면이 있지만, 그래도 저는 뜨거운 교육열 자체를 나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좀 naive한 생각일진 몰라도 전쟁이후 아무것도 없는 황무지 같은 나라에서 이만큼 살게 된 데는 그 교육열을 바탕으로한 우수한 인재가 많이 길러졌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거든요. 그리고 우리나라가 이렇게 교육열이 높은 것은 현대의 일류병이 도지기 이전부터, 배움이 강조되는 유교 문화권의 영향아래 그 토대가 형성 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지적하신 스마트폰 문제는.. 물론 낭비적인 면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렇게 따지면 세상의 거의 모든 제조업이 사라져야 합니다. (자동차, 옷, 컴퓨터, 가구 등등) 요즘 세상에 물건이 완전이 닳아 떨어질때가지 쓰는 경우는 드무니까요. 생산과 소비에 따르는 부작용은 항상 있게 마련이지만 (오염, 낭비, 고갈등) 인류는 그런 문제들을 계속 control하거나 완화하면서 발전해 나가지 않았나 싶습니다. 점점 제 전문 분야와는 동떨어진 쪽으로 나가는 것 같아서 이만 접어야 하겠네요.

    3. 이럴때에는 다른나라와 어느정도를 비교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 논리라면 모든 사람이 다 각기 다르고 획일이라는 개념자체가 사라집니다.
      뭐가 획일이고 어느정도가 획일이 아닌건지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고 이는 매우 주관적이고 모호합니다.
      다른나라에 비해 우리나라는 단일민족이고 외모도 다 비슷합니다.
      그 와중에 동양문화권은 개인이 사회에 적응하여 잘 섞이는 가치를 추구하고요.
      같은 초중고교 과정을 똑같이 이수하는 것과 별개로 학교에서는 아침조회나 권위자가 결정하는 대로 따라야 하는 등 학교전반에서 이루어 지는 사업이 매우 획일적인 성격을 지니며, 한국의 다른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공교육도 매우 획일적이고 보수적인 성향을 지니고 있습니다.
      왜 해야하나요? 라는 질문이 초등학교에서 부터 통하지 않습니다.
      선생님들조차, 위에서 시키니까 따라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또다른 시련이 옵니다.
      아이들에게도 강요할 수 밖에 없는 현장입니다.
      학교에서 일하는 사람으로 글을 남겨봅니다.

  9. 이거 무척 실례되는 일이지만 제 블로그에 출처를 포함해서 내용을 담아가도 되겠습니까?
    제가 아는 사람들에게도 보여주고 싶은 글이네요.

    1. 블로그 링크를 게제하는 것은 얼마든지 환영하지만, 글 전체를 복사해 가는 것은 삼가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그 이유는 제 블로그글 “우리나라의 이상한 인터넷 문화 – 글퍼가기” 를 참조해 주세요

  10. 좋은 글이네요. 공감도 많이 되구요. 사실 한국은 아주 오래전부터 평등의식이 크게 발달한 나라라고 합니다. 혹자는 “돈 좋아하는 중국이 공산주의를 채택하고 평등좋아하는 한국이 자본주의를 채택한 것은 참 아이러니한 상황”이라고 하더라구요.

    근데 잡스가 번호판 없는 차를 몰고 다녔다는 말은 오히려 특권의식의 발로처럼 보여서 글의 흐름을 살짝 건드리지 않나 싶습니다. 그냥 혼자 차를 몰고 다녔다고 하시는 편이 낫지 않나 생각하구요. 특히 웹에서 보면 “번호판 없는 차”가 빨간으로 밑줄 쫙 가서 강조되어보이네요.

  11. 지식이 부족해 단어의 뜻을 제대로 모르면 기발하고 창조적인 글이 나오는 경우가 있는데, 조선 말기에 노터치에서 노다지라는 단어가 나온 이후로는 이 글이 그에 견줄만한 글인듯.

    평등이라는 것은 동등한 권리와 혜택을 가진다는 의미인데, 타인과 비교하며 경쟁한다는 것과 혼동하여 우리나라가 평등의식이 발달했다고 비꼬고 있고, 게다가 서구의 개인주의와 섞어서 그럴듯하게 엮어낸다. 평등의식은 그런 것이 아니다.

    그게 평등의식이라면 많은 화교들과 인도출신 사람들도 평등의식이 강한 것일듯. 그들도 무슨 차를 몰고 몇겹 화장지로 뒤를 닦는지에 관심이 많다. 평등의식은 그런 뜻이 아니다.

    계급의식 또한 사장님이 의전을 챙긴다는 뜻이 아니다. 서구도 자본주의 초창기에 사장은 노동자를 자기 종 부리듯 했다. 이게 자본주의 노동운동 여러번의 홍역을 치루고 나서 고용주와 피고용자 간에 계약관계로 문화가 정립이 되었다. 더 이상 종 부리듯이 못부리게 되었다.

    동남아나 남미 일부 그리고 일본 등은 고용관계가 주종 경향이 강하다. 일본은 특히 군대문화를 기업에 접목시켜서 더 엄격하다. 일본 기업문화가 한국에 이식되어서 군대의 주종, 서열관계가 한국 문화에는 깊이 남아있다.

    계급의식은 자신이 노동계층인지 자본가 계층인지 등에 대한 의식을 말하는 것인데, 한국의 군대 직장문화와 혼동해서 이야기한다. 계급의식이 강한것은 영국이나 프랑스이지 일본이 아닌것처럼 우리나라는 계급의식이 강한것이 아니다.

    평등의식란 단어의 뜻을 잘 모르고, 직장내 주종관계를 잘 못 이해하니 재밋는 글이 나오는데, 재밋긴 한데 뭔가 70년대에 성냥 하나 켜기 위해 독일에서는 세집이 모인다는 이야기와 비슷하다.

    개소리란 이야기다.

    1. semantics 갖고 꼬투리를 잡는 글이네요. 그럼 댓글을 다신 분은 여기서 논의되는 “평등의식”과 “계급의식”을 대체할 용어로 어떤 용어를 사용하면 좋겠는지 말씀 좀 해보시죠.

      주인장께서 사용하신 “평등의식”과 “계급의식”이 정치학에서 말하는 그것과 다른지는 모르겠지만, 아뭏든 popular discourse 에서 사용되는 의미에 충실하게 사용하셨고, 그렇기 때문에 댓글 다는 다른 분들도 별 문제를 안 삼은 것 같은데, 혼자만 잘난척 하는 사람은 어디든지 꼭 있군요.

  12. 저도 우리나라가 ‘평등의식’ 유달리 높은 것 맞다고 생각합니다. ‘경쟁의식’ 보다는 저도 ‘평등의식’ 이란 용어 표현이 더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많이 바쁘실텐데 댓글에 일일히 성의있게 답해주시는 매너가 참 좋습니다. 댓글 중 거슬리는 내용도 있을텐데도 답해주시는 내공도 상당한 수준이시네요. 어느 나라나 개개인은 다르지만 전체를 놓고보면 색깔이라는 게 있습니다. 이른바 ‘문화’ 라는 것이지요. 가령 미국문화와 영국문화가 같을 수 없지요. 프랑스 문화와 독일문화가 분명히 다르지요. 이탈리아 문화와 독일 문화가 또 다르지요. 한국 일본 중국 문화 역시 다릅니다. 뭐든지 한 단어로 이야기할 수 있지요. 한국 문화를 한 단어로 얘기한다치면 저도 바로 ‘평등의식’ 이라고 말하고 싶네요. 들은 얘기지만 영국은 ‘계급’ 독일은 ‘질서’ 프랑스는 ‘개성’ 노르웨이는 ‘합의’ 라고 합니다. 경쟁도 결국은 평등의식으로부터 출발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문화인류학자도 아니고 역사학자도 아니어서 왜 우리나라 민족성이 유난히 평등의식이 발달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제가 알고있는 부분적인 예는 열거할 수 있겠으나 부분을 가지고 전체라고 호도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가장 위험하기때문에 일일히 예를 들지않겠습니다. liveandventure님 같은 분들이 있어서 이렇게 한 사람의 좋은 생각과 지식과 경험이 확산되고 공유되어서 더 좋은 세상이 만들어진다고 믿습니다.

    1.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제가 답글을 다는 것은 원래 블로그를 시작한 이유가 사람들과 많이 소통하기 위해서 였기 때문입니다. 생각을 나누다 보면 서로 더 발전할수 있을것이라고 생각해서지요. 그런점에서 제 생각에 동의하지 않거나 비판적인 의견도 전 얼마든지 환영하는데, 단지 서로간의 예의는 지켰으면 하는게 제 개인적인 바램이지요. 가끔 그게 좀 부족한 분들도 있는데, 뭐 온라인 토의가 뭐 전쟁도 아닌데 피튀기게 싸운들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오히려 그런 거친 어투가 본인이 말하려는 논지를 해치는 경우가 많지요.

      저 위의 댓글에서도 말했듯이 지금 한국에서 보이는 현상들은 교과서적인 의미의 ‘평등’과는 다르다는 걸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단지 그 말을 대체할 다른 마땅한 말이 잘 떠오르지 않아서요. “저 친구가 받는것과 내가 받는 것이 같을수 있는 건 모두 같아야 한다”는 생각이 정말 강합니다. 거기서 조금만 벗어나면 굉장히 민감해집니다. 어렸을때부터 ‘이세상 사람들은 모두 다르다’라는 diversity에 대한 가르침보다는 획일적 문화에서 교육을 받은 영향때문이라는게 제 생각입니다만, 저 역시 전문가가 아니라서 정확한 근거를 대기는 힘듭니다.

  13. 글 잘 읽었습니다. 우리나라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 보게 되는 글이네요. 그나저나 악플이 달리는거 보니 인기많은 블로거 반열에 오르신거 같습니다. 축하드려요. 찌질한 악플러들 무시하시고 앞으로도 좋은 글 부탁드려요. 당연하겠지만 외국에 사시는 분들이 훨씬 더 우리나라를 객관적으로 보시더라고요.

  14.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첫단락의 ‘평등’이란 말보다는 ‘공평’이란 단어가 맞겠네요. 현상에 대한 부분은 대부분 공감합니다만, 댓글에 어느분이 지적해 주신것 처럼 현상에 대한 사회적 배경까지 고찰해 주셨으면 좋지 않았을까요? 서열문화 역시 한국이란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여러 문화중의 하나이지만 지나친 서열문화의 비효율적인 부분의 예시를 드셨기에 그에 따른 대안이나 제도적 보완점까지 나아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1. 맞습니다. ‘공평’이 좀 더 가깝겠네요. ‘평등’하면 사회시간에 배운 기회의 균등과 같은 평등을 생각하게 되니. 다만 그 공평의식에다가 묘한 경쟁심리가 가해져 있는데 그걸 콕 집어내는 말은 아직 없는 것 같습니다.

      역사적 배경 고찰과 대안제시까지 하려면 박사논문 나와야 할 것 같습니다. 제 능력 밖이죠 ^^ 요새 학부생 리포트 베껴서 박사논문 내는게 유행이던데 이런 주제면 충분하지 않을까요? ㅋㅋ

  15. 우리나라의 아름답지 못한 현실이라고 생각되지만..시간이 지나면 바뀌겠죠..
    우리나라는 현재도 짧은 시간에 많은것 들이 바뀌고 있다고 생각하니까요.
    너무 조급하게 당장 바뀌어야 된다는 것 보다 이렇게 의식적으로 이야기가 나오다보면
    서서히 바뀔 듯 해 보이는게 희망이라고 해야될까요.

    PS. 제 생각엔 평등의식이라기보단 경쟁심리에 가까운것 같네요. 원하는 방향은 더 상류(자신들 생각에)쪽으로 나도 남들만큼(‘더 좋게’ 또는 ‘더 많이’). 아래방향으로 맞추진 않으니까요. 그런데 댓글을 쭉보니 대부분 다들 내용은 공감하는데 단어 선택에 대한 의견이 많군요. 대표성이 있는 단어라서 그런지..(나도 그렇군..)

    1. 네, 공감합니다. 한번에 바뀔수는 없는 노릇이지요. 이렇게 읽고 논의하고 그러는 가운데 서서히 의식이 발전되 나가기를 바라는 수 밖에요. 단어선택은 논란의 소지가 분명히 있음을 시인합니다. 그렇다고 그걸 담아내는 딱 좋은 말이 있는 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웬만한 남과는 똑 같거나 잘 나가야 한다’ 라는 생각과 ‘누구누구에게는 알아서 기어야 한다’라는 생각이 많이 공존하는 실정이지요.

  16. 글 잘 읽었습니다. 우리나라에 계급의식이 심한 것은 사실이지요 ㅠㅠ 학군에도 계급이 있고 대학에도 계급이 있고 성적에도 계급이 있고 직업에도 계급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계급을 성취해 가면서 얻는 성취감을 생각하면 긍정적인 면도 있는 것 같아요^^

    1. 그쵸. 긍정정인 면도 있습니다. 이런 계급과 관련하여 한국에서 보이는 현상중에 좀 아니다 싶은 것은 윗사람에게 너무 “알아서 기는” 것과 아랫사람을 종 부리듯이 하는 문화입니다.

  17. 미쿡은 주위사람들 중에서 비교할 사람이 많지 않아서 일반적으로 비교할 수가 없는 것 아닐까요. 인종, 배경, 언어, 국적, 지역이 너무 다르니까. 반대로 한쿡은 주위사람의 대부분과 비교가능하지요. 지역, 학교, 배경, 언어 등등.. 그러니까 비교하고 비교가 되니까 경쟁하죠. 그리고 그 경쟁에서 이기면 누구라도 윗사람이 되는 거고.. 반대로 미쿡은 아예 비교가 될 대상이 별로 없으니 그냥 스트레스받지 않고 자기 역할만 하고 가족들과 함께 살 수도 있고.. 반면 경쟁을 할 이유도 없어지겠지요. 한쿡은 오히려 그런 뜻에서의 평등의식이 현재의 역동적이고 민주적인 한국을 만든 원동력이 아닐까도 생각합니다. 물론 짜증나기도 하지만서두

    1. 님이 지적하신 부분도 상당이 연관이 있는 것 같습니다. 헌데 또 유럽의 몇몇 나라를 보면 그들도 단일민족에 같은 언어 같은 지역이거든요. 근데 그사람들 삶의 태도는 또 미국 저리가라 할만큼 여유가 있고 개성을 추구하거든요. 여러 복합요인이 있는 것 같습니다.

  18. 사용하신 용어들인 “평등의식”과 “계급의식”이라는 용어는 이미 사회과학적으로 그 의미가 정착되어 있기 때문에 부적절한 용어선택으로 보입니다.
    말씀하신 바를 곰곰히 생각해보고 각각 “권력욕구”와 “권위주의”로 대체하는 편이 적절하지 않나 싶네요.
    위계질서 상의 우위를 점했다는 상징을 쟁취하기 위한 욕구가 행동과 의식을 빈번히 지배한다는 점에서 권력욕구라는 말이 말씀하신 현상들을 설명하는 데 적절한 것으로 판단되며 그 위계질서에서 우위를 점한 자가 사회구조적 합의와 상관없이 위계질서 상의 열위에 놓인 자를 조종하려는 의식을 권위주의라 표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래는 (지루한) 부연설명입니다.
    남이 무엇인가를 하면 나도 따라서 하는 현상을 흔히 ‘유행’이라고 합니다. 어떤 대상이 많은 사람들에게 확산되는 속도가 특출나다면 이것은 확산diffusion이라는 개념으로 설명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말씀하신 바에서 확산되는 대상, 즉 좋은 집, 큰 차, 비싼 옷 등은 다른 대상들과 달리 어떤 의식의 투영을 의도하는 대상물들이죠. 간략히 말하면 ‘(남보다) 성공한 사람’임을 보이고 싶은 욕구의 투영이라 할 수 있겠죠.
    여기서 ‘남보다’ 라는 상대적 관점이 중요합니다. 우열을 가르는 경쟁구도에서 내가 승리(성공)하여 우위를 차지하려는 욕구라 할 수 있고 급속히 확산되는 대상은 그 승리를 증명하는 표상symbol이 되는 것이죠.
    따라서 어떤 위계질서hierarchy 상에서 우위를 점하는 것, 이것은 곧 ‘권력욕구’라 할 수 있습니다. 이때의 권력이란 많은 이들에게 미치는 영향력, 즉 사회과학적 의미 중에서도 넓은 의미의 권력이라 할 수 있겠네요.
    반대로 말씀하신 미국사람들의 사례처럼 어떤 사람이 크고 비싼 차를 갖고 있어도 사람들이 그에 대해 별로 영향을 받지 않는다면 그 차는 권력의 상징으로 쓰일 수 없는 것이지요. 반면 어느 재벌가 회장이 넥타이를 하지 않고 공식석상에 등장했고 그것이 여러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쳤다면 넥타이를 하지 않는 사람이 권력에 보다 가까이 있는 것일테고 넥타이를 한 사람은 권력을 갖지 못한 사람이라 할 수 있겠죠.
    이렇듯 권력이란 어떤 사람이 차지하는 영향력을 실제로 정당화시켜주는 힘입니다. 그런데 그 권력이란 늘 사회적, 구조적으로 정당화됨으로써 존재하게 되는 것인데 그것이 정당한지 아닌지 합의조차 되지 않고 권력을 발휘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과장manager’ 정도의 직급은 중간관리자이긴 하지만 많은 권한을 가진 직위는 아닙니다. 하지만 어떤 과장이 평사원 한 명과 함께 둘이서 출장을 가서 외부에서 그 평사원에게 시시콜콜한 것까지 명령하고 따르도록 했다면 그 평사원으로서는 거부하기 힘든 일이며 둘 사이의 위계관계로 봤을 때 정도가 지나치더라도 전적으로 금지되어야 할 일은 아닐 것입니다.
    이렇듯 위계서열을 이유로 합의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는 권력행사를 정당화하려는 사고방식이나 행동을 권위주의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1.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그런데 권력욕구라고 꼭 명명하기도 힘든게 “내가 못해도 쟤만큼은 가져야 한다”는 의식이 다분해서요. 이런건 권력과도 좀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권위주의도 윗사람 입장에서는 맞는데, 아랫사람이 “알아서 기는” 현상은 또 권의주의라고 하기도 좀 그러네요.

      1. 먼저 “권위주의” 부터 말씀드리자면, 이는 넓은 의미의 문화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자본가만 자본주의를 내면화하고 있지 않듯이 권위주의란 그렇게 작동하는 힘의 문화를 행사하는 쪽이나 그에 따르는 쪽 모두가 내면화한 것입니다.

        “회장님이신데 의당 그렇게 해야지”라고 생각하는 것도 바로 권위주의라는 말이지요. 따라서 이는 개개인이 내면화하고 있더라도 행동으로 드러나는 방식은 각자의 위치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것이 당연합니다. 또 이러한 현상에 대해서도 권위주의를 내면화하고 있는 이들이라면 당연하게 여길테고 그렇지 않은 이들에겐 이상하게 보이겠지요.

        권력욕구라 할 때의 권력은 말씀드렸다시피 넓은 의미의 권력, 즉 위계서열상의 위아래 사이에 존재하는 거리감, 또 그 사이에서 발생하는 영향력의 차이로 볼 수 있습니다. 그렇게 본다면 “내가 못해도 쟤만큼은…”이라는 생각은 그와 나 사이에 동일한 영향력이나 지위가 성립되어야 한다는, 즉 그 사람이 나보다 위계서열상 더 높은 위치에 있는 것을 정당하게 받아들일 수 없다는 심리가 작동하는 것이겠지요. 다듬어지지 않는 용어로 표현하자면 – 이쪽이 더 적절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 소위 “기싸움”이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여기까지는 덧붙이는 말이었구요, 다음은 이 글을 읽으면서 든 제 생각입니다.

        말씀하신 현상에 대해 많은 사회과학자들이 관심있게 봐왔고 이에 대해 여러 원인들이 있겠지만 대체로 부의 급격한 변화가 이러한 현상들을 유도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해석입니다. 최근 중국에서 부자들끼리 서로 고급 외제차들로 결혼행렬을 만든다든지 부를 과시하는 사치행각들을 경쟁적으로 만들어내는 것도 우리보다 규모가 커서 그렇지 한국에서도 똑같이 벌어지던 일이니까요.

        멀리 보면 유럽에서도 이런 일은 있었습니다. 영국이나 프랑스 등지의 귀족들이 경쟁적이고 소모적인 지위과시를 벌이면서, “옆동네 영주가 무도회를 이렇게 열었으니 나도 이만큼은 해야지” 하다가 가산을 탕진하던 일도 빈번했죠. 또 해상무역이 활발하던 시기 이탈리아 부자들이 경쟁적으로 사치행각을 벌이던 덕분에 오늘날 미술, 음악, 요리, 의상 등 많은 분야에서 럭셔리Luxury의 기준이 만들어지기도 했구요.

        그러니 꼭 특정 국가나 특정 민족의 문제가 아닌 부의 급증과 그로 인한 사회급변이 만들어내는 하나의 현상이 아닌가 하는 것이 대체적인 결론입니다. 당연히 부의 급격한 변동이 벌어지지 않는 오늘날의 유럽이나 미국, 일본 등에서는 이제 찾아보기 어려운 문화가 되었구요. 앞으로도 어떤 개발도상국에서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라 생각됩니다.

        이에 반대되는 관점이 흔히 사용되는 ‘민족성’ 혹은 ‘국민성’이겠지요. 아시다시피 이런 접근은 비과학적일 뿐더러 정치적으로 악용되기도 쉽기 때문이지요. 널리 알려진 사례로는 서구의 제국주의, 그리고 일본의 동아시아 침략을 정당화하던 방편으로 사용되기도 했으니까요.

        “한국에서는 왜 미국의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처럼 벤처기업이 성장하지 못할까?” 하는 기사에서 본 어느 댓글은 “한국인은 남 잘 되는 꼴을 못보기 때문에 조금 성장하려고 하면 서로 시기하고 견제해서 클 수가 없다.”고 써놨던데 이런 것이 바로 민족성 혹은 국민성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사례겠지요.

      2. Desac 님의 설명이 설득력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현상이 “부의 급격한 변화”에 있다는 것과 관련하여, 한국이 아직도 “부의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나요? 실질소득을 감안한다면 부의 절대적 수준이 선진국에 근접하고 있고, 그런 개개인의 부의 변화가 “급격”하게 이루어지는 phase 는 지나지 않았나 하는 것이 개인적인 관찰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위 “기싸움”은 더 심해지면 심해졌지 완화되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 또 제 개인적인 관찰인데요… 부의 급격한 변화만으로는 설명이 안되는 부분이 많은 것 같습니다.

      3. 정치학도로서 Desac님의 설명에 적극 동감합니다. 그리고 위의 익명님의 말씀에 한마디 달자면, 한국은 아직 부의 급격한 변화를 겪고있는 단계에 있다고 말씀드리고싶습니다. 물른 미시적으로 보면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거시적으로 생각해보면 우리나라는 어느 정도 변화에서 정착으로 나아가고있는 일종의 전환기를 맞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Desac님이 든 예가 이미 몇 백년 전의 이야기임을 생각하면 알 수 있죠. 우리나라는 6.25 이후 산업화가 시작된지 이제 50년도 채 되지 않은 나라입니다. 이 글의 주제라고도 할 수 있는 한국인의 의식은 고작 50년만에 바뀔만한 것이 아니죠. 일제강점기, 6.25 등 산업화 이전의 역사를 겪은 세대들이 살아있는 한, 아마 liveandadventure님이 글에서 지적하신 문제점은 해결되기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19. 저 또한 캐나다에 있는 사람으로써 많이 느끼게 해주는 글입니다. 따라쟁이들이 많은게 한국임에 틀림이없지만 많이 변했긴 하지요. 서울 같은곳은. 하지만 제가 살앗던 지방”포항”은 꽤나 아직도 보수적이라 남들과 다른부분에 시선을 보내고 있는게 사실이랍니다. 남들껄 가져야해! 하는것보다 지방에선 남들이 치마를 입을때 바지를 입는것에대한 시선을 받기가 싫은것도 한몫 역할을 하는것 같습니다. 하지만 캐나다는 미국과같이 남들의 시선, 남이 가진것에대한 부러움, 등이 상대적으로 한국에 비해 적은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드는데… 여러인종이 모여사는 국가로서 다름을 인정하고 모든걸 시작해서 그렇지 않을까요!?
    이런글은 체험을 해봐야 100퍼센트 이해가 될것으로 생각됩니다^^좋은글 감사합니다

    1. 네, 위에서도 말했지만, 우리나라의 특성 (단일민족, 단일 문화권)이 이런 경향에 많이 작용한 것 같습니다. 초등학교때 우리나라의 장점은 단일 민족이다라고 귀가 따갑게 배웠는데, 요새는 그게 꼭 장점인지 잘 모르겠어요. (물론 여러 민족이 한나라 안에서 총칼들고 싸우는 것보다야 낫습니다만)

  20. 미국만살아보시고 말씀하시는 글이네요
    사실 미국도 한국만큼 심한사람 마니 심합니다
    단지 한국에 소수가 똘아이가 있어서 그렇죠
    미국은 아니다싶음 똘끼를부리는대신 바로 잘라버리죠
    어쨌든 중국 영국 호주 태국등을 경험해본입장에서 말씀드리면 어느지역이나 질투심이있고 시기가있으며 상하관계가 확실합니다
    언듯 잠시 머문사람이 보기엔 매우 자유로운 분위기로 보여지나, 사실 그 자유속에는 책임이 뒷따른다는것.. 그리고 그래서 자유롭지만 한국보다 더 무겁다는것을 말씀드리고싶군요
    그러나 한국이 상하관계가 문화적으로 강한것은 부정하지않습니다
    그게 또 한국의 스타일이죠😊

  21. 평등보단 시기와 질투죠
    저도 한국사람이지만 주위에 한국분들을 보면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저는 배운사람이 아니라 고급스런 단어나 어휘를 모릅니다
    그리고 사회학을 공부한것도 아니구요
    제가 살아오며서 많이 생각햇던 부분을 말해보겠습니다

    첫째
    남 잘되는 꼴을 못보더군요
    남이 잘되며 나도 열심히 해서 저렇게 되야지 보단
    나는 밑바닥인데 너만 성공하면 안되지
    그래서 그 사람을 시기와 질투심에
    음해하고 모함하고 저주를 내려서
    자기와 같은 밑바닥으로 끌어 내립니다
    유달리 이런 강한 심뽀를 가지신분들이 많더군요
    시간이 많이 지나고 국민 전부다 이런부분에 뭔가 충격을 받아야 변하지 그냥변하지 않을거라 봅니다
    선진적인 나라도 이런 과정을 몇백년전에 겪었겠지요
    이런 뉘앙스를 글쓴분께서는 평등이라고 생각하신듯합니다

    둘째 내가 낸데 니가 뭔데…
    계급의식보단 특권의식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서민이고 약자고 노동자고 누굴 막론하고
    우리나라 국민 전부 이런 유전적 종특을 가지고 있는거 같습니다
    단지 사대주의도 강하게 있다보니 자기가 힘이 없고 돈이 없을때
    누구보다 더 강자에게 더 아부와 과잉친절을 알아서 하더군요
    스스로 을질을 해서 갑이 갑질을 더 하게끔 유도하는것도 같습니다
    반전은
    자기가 그 모진 갑질을 자기가 유도했을수도 있는데
    자기가 그 위치에 가면 더한 갑질을 하더군요
    갑질의 업그레이드가 계속 되는거죠
    을질의 업그레이드도 계속되고
    글쓴분께서는 이런 부분늘 계급의식이라 말씀하시는거 같습니다

    끝으로 전한국인이고 자랑스럽다는 아니지만 부끄럽지도 않습니다
    일제 시대면 조선시대입니다
    남들 자동차 타고 다닐때 우리는 짚신 신고 다닐때죠
    6.25 거치고 70년대 부터 근대화 및 현대화 되기 시작했는데
    다름 나라같음 1800년대 시작했던 시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근데 우리는 위에 말한 종특 때문에 이렇게 60년 만에 현대화와 아직 서툰 민주주의를 이루어 낸거 같습니다
    물질문명을 짧음시간에 따라한것도 대단하지만
    우리 문화가 좋은지 나쁜지 모르겟지만
    선진국과 비교하면 좀 뒤쳐지고 모자란거 맞을듯합니다
    개네들는 약 300년정도의 민주주의 과정을
    거쳐왔지만 우리는 이제 겨우 60년이죠

    하지만 위에 두가지 종특은 없애도 될듯합니다
    보기도 불편하고요
    평소의 제 생각과 상통해서 적어봅니다

    1. 글 쓰고 나서 답글을 보니 저혼자만의 생각이 아닌듯하네요
      비슷하거나 상통하는 생각을 가지신분들이
      많은듯합니다
      글을 둘러서 쓴다고 해야하나
      제가 이해력이 부족한지 직관적으로 와닿는 글이 많이 없어
      좀 힘드네요

    2. 많은 사람이 이미 동감합니다. ^^ 글솜씨와 상관없이 생각은 전달되는 것같습니다.

  22. 일종의 자격지심인 것 같은 생각이 드는군요. 나쁜 건 아니고요. 우리 민족의 문제는 무었인가 생각하면 오히려 헬조선의 현실을 더 좋은 방향으로 바꾸고 싶은 생각도 드니까요. 정자왈이 난 개구리다 생각하면 그 게 괴물이지 개구리는 아니거든요. 그렇지만 미국을 척도로 한국의 현실을 가늠하는 것도 일종의 사대주의라면 사대주의일 수도 있고요. 미국도 미국인 나름입니다. 예를 들어서 중산층 유태인 엄마들 자기 애들이 하바드 들어가면 집팔아서 하바드 보내지 NYC 안 보내지요. 하기야 요즘엔 일 년에 한국 돈으로 따져서 1 억 원 이하로 버는 빈민층 (하바드 대학 의사회를 장악하고 있는 보스톤 브라만 계급의 기준에 의하면) 자녀들은 하버드 학비 + 생활비 면제라고 하니 의사*변호사 같은 서민들을 부모로 둔 중산층 학생들은 장학금 받고 별 볼일 없는 대학 갈 걱정은 안 해도 되지요. 미국도 계급이 엄연히 존재하지만 높으신 분들이 워낙 구름위에서 생활하시니깐 우리 같은 사람들 시야에는 아예 들어오지도 않습니다. 하버드 건물에 가족 이름 달린 보스톤 브라만 가문들, 미국이 아직 영국 식민지였을 시기에 이미 세계가 종말할 때까지 대대손손 먹고 살 부를 축적한 루즈벨트나 위더스푼 같은 네델란드 이름 달린 뉴욕 상류 사회 가문들, 세금 폭탄 안 먹으려고 재산을 가족 일 인당 1 조 달러씩 소액(?) 분산 배치 시킨 (한 가족당 30 인 잡으면 30 조 달러, 한국 삼성가를 초라하게 보이게 하는 금액) 텍사스 졸부 가문 등등. 같은 나라에 살면서 서로 다른 세계에서 생활하는 미국 계급들에 비하면 오히려 한국 사회가 매력적이에요. 한국 모 기업 (재계 5 위 안에 드나?) 회장님께서 항공기 일등석으로 여행하시는 걸 보고 저 분은 참 겸소하신 분이구나 고개가 숙여졌는데, 최근에 읽은 기사에서 한국 공항에는 아직 개인용 제트기 전용 터미날이 없다는 내용을 접하고 얼~~~~했습니다. 자가용 727이나 747 점보 제트기가 없어서 다른 사람 비행기 빌려 타고 다니면서도 갑질하는 멘탈 갑님들이나 그들을 우러보는 미생 을님들이나 결국 같은 계급이고, 그렇게 보면 대한민국에선 계급의식이 존재 안 한다고 보는 것도 사물을 보는 하나의 시각인 것 같습니다. 사실 저는 왜 한국에는 계급의식이 없나 궁금해서 웹서치를 하다가 선생님의 고견을 경청하고 돌아갑니다. 클라스 컨시어스니스와 계급의식은 변역기로는 호환이 되는 단어들이지만 문화적으로는 두 단어 사이에 넘어 뛸 수 없는 겝이 존재하는 것 같군요. 실리콘 발리도 요즘엔 많이 죽었지요? 20년 전에는 지역 경제가 활발 했는데, 요즘 보니까 이제 서서히 경제 주도권이 컴에서 생명 공학으로 넘어 가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집 아직 안 구입하셨으면 써니베일쪽으로 구입하지 마시고 센디에고쪽으로 구입 하셔서 입주자에게 세 주시고 그냥 아파트 사세요. 대박나세요.

  23.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많이 바쁘실텐데 일일이 답글도 다 달아주시고..
    조금 이상한 댓글도 있는데 화내지 않고 좋게 풀어주신 모습이 참 보기 아름답고 제가 배울점인거 같네요.
    무슨일을 하시든지 좋은일만 가득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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