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과 영어

지난번 블로그 제목이 “VC투자와 연애”였는데 제목에 연애라는 단어가 들어가서 그런지 조회수가 월등히 높았다. (그래봐야 1000명도 안되지만) 이런 사실을 들은 와이프가 추천하길 다음 블로그는 “VC투자와 섹스”로 해보라고 한다. 하지만 그 제목으론 마땅한 글 내용이 생각나질 않는다. ㅋㅋㅋ

각설하고, 오늘은 영어에 관해서 짧은 생각을 공유하려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영어때문에 스트레스 받는건 어제 오늘 문제가 아니고 스타트업을 하시는 entrepreneur분들도 예외는 아닌것 같다.  난 개인적으로 사업하는 분들이 꼭 영어를 잘해야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우리회사가 예전에 투자한 회사중에도 CEO분이 영어를 어려워 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셨지만 탁월한 performance로 투자자를 즐겁게 했다.  물론 CEO가 영어를 잘 하면 우리 회사 같은 외국계 투자회사와 여러모로  communication에 편한 점이 있겠지만, 사업내용이 한국 마켓에 포커스라면 뭐 유창한 영어가 꼭 필수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냥 email로 간단한 내용 쓸수 있고, 만났을때 천천히 기본적인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면 큰 문제 없다.   정확한 의미가 전달되어야 하는 중요한 미팅에는 회사에서 영어 잘하시는 분이 와서 통역으로 도와줘도 된다.  이미 우리나라에도 영어 잘 하는 사람은 많다.  사업이 중요하지 CEO의 영어 실력이 중요한게 아니다.  이건 내가 미국에서 스타트업과 미팅을 할때도 항상 염두해 두는 점이다.  가끔 미국에서 말빨이 화려한 CEO를 만나면 모든게 화려해 보인다.  말빨도 sales skill이니 나쁠건 없지만, 난 엔지니어 출신이여서 그런지 verifiable data에 더 집중하는 편이다. (어떤 커스터머가 어떤 샘플을 언제 받았고, 테스트 결과가 어땠다, 등등)

암튼 CEO의 영어 실력이 사업성공이나 투자유치에 critical factor는 아니라는 생각인데, 그럼에도 아래의 두가지 경우는 예외라고 생각한다.

1) 한국 회사가 특정 아이템을 들고 미국으로 진출하려는 경우:   한국 CEO분들 중에 한국에서 어느정도 성공한 아이템을 들고 공격적으로 미국 시장에 진출 하려는 분들을 종종 본다.  그런 취지에서 외국계 회사에서 투자를 유치하겠다는 말도 같이 듣고.  이런 경우에 현지 직원을 채용하는 등의 전략을 취할 수 있지만, 미국 진출 초창기에는 CEO가 미국에 직접 가서 해야 할 일이 많다. Customer도 만나야 되고 사람도 뽑아야 하고 오피스 자리도 마련해야 하고 등등.  이런 경우 CEO가 영어를 거의 못하거나 외국에 살아본 경험이 없다면 현실적으로 성공 가능성이 낮다고 볼 수 밖에 없다.  실리콘 밸리 같은 곳에서는 전세계 사람이 온갖 accent를 가지고 의사소통 하는 곳이므로 많은 사람들이 발음이나 문법등 이런것에는 관대한 편인데, 말하는 사람이 영어 땜에 자리를 너무 불편해 하거나 하면 듣는 사람도 불편해 질 수 밖에 없으므로 오랜 대화가 지속되기 힘들다.  오히려 엉터리 문법이지만 웃으면서 이런말 저런말 쫘~악 뱉어내는 외국사람들을 가끔 보는데 미국 사람들은 오히려 이런 사람한테 호감을 갖는 것 같다. (이런 형태가 좋은 의사소통 형태라는 생각은 아니다) 암튼 미국 진출 할려는 경우는 CEO의 영어실력이 고려대상이 될 수 밖에 없다.

2) 영어 교육 contents 회사:  이 경우는 좀 특수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아무리 한국에서 한국 사람을 상대로 하는 사업이라도, 사업 내용이 영어 교육인데 CEO가 영어를 한마디도 못하면 의구심이 들 수 밖에 없다.  그냥 먼저 드는 생각이 “지금 저에게 자랑하시는 자사의 상품을 본인은 안 쓰시는지?”  물론 나랑 미팅을 할때는 한국말로 하게 되니 영어가 필요 없지만, 가끔 우리 회사 임원분들과 미팅을 하게 되면 영어를 할 수 밖에 없다.   우연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이쪽 관련 회사를 몇개 만났었는데 공교롭게도 CEO 분들이 영어를 거의 한마디도(!) 못하셨다.  통역을 데리고 나오셔서, 한마디 한마디씩 통역을 부탁해야 했다.   다른 사업이면 몰라도 사업 아이템이 영어 교육이였으니 정말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었는데, 마치 게임을 한번도 안해본 사람이 게임 회사 CEO를 하는 것과 같다고나 할까? 나중에 알고 보니 미팅에 참가한 우리 회사의 다른 분들도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결론: 영어는 어렵다. 하지만 사업은 더 어렵다. 사업을 잘 하시는 분이 영어까지 잘 하셔야 할 필요는 없는데 (물론 다 잘하시면 좋지만) 위에서 말한 몇가지 특수한 경우는 영어가 사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므로 좀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3 thoughts on “스타트업과 영어

  1. 영어는 역시 도구로서 사용할 수 있으면 안하는 것보다 좋지만 영어를 배움에 시간을 많이 소비하게되면 다른 곳에 포커스를 맞추지 못하기 때문에 조절해야 겠군요.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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