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는 현존하는 기업가중에 내가 제일 존경하는 인물중 하나이다. 아마존 주식을 재미 삼아 개인적으로 몇년째 소유하고 있는데 (아주 적은 양임), 난 아마존의 수익구조나 대차 대조표를 제대로 분석해 본 적은 한번도 없지만 순전히 제프 베조스에 대한 막연한 믿음(?)으로 그냥 들고 있는 것이다.
아마존하면 그냥 온라인 서점 내지는 온라인 상점정도로만 생각하는 사람이 아마 대부분일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엄청나게 대단한 것이지만, 그걸 뛰어넘어 아마존이 이룬 혁신은 정말 눈부시다. 그 예로 아마존 웹 서비스(AWS)는 클라우드 컴퓨팅이란 용어가 제대로 알려지기도 전인 2006년에 상품화되었고 지금은 명실공히 클라우드의 대표주자로 자리잡았다. 몇달전에 정전사태로 AWS가 다운되어 여기에 의존하던 넷플릭스, 인스타그램등이 줄줄이 다운된것만 봐도 그 중요성을 실감할만 하다. 그리고 또 아마존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요새 화제가 되고 있는 킨들일 것이다. 2007년에 전자책 리더로 출발한 킨들은 진화를 거듭해 지금은 태블릿 마켓의 2인자이다. 아직 아이패드와 격차는 많지만, 이번에 출시된 킨들 파이어 HD는 아이패드의 강력한 경쟁자가 될 것이다. 2007년에 아마존이 킨들을 내놓을때만해도 시장에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참 많았다. 인터넷회사가 전혀 새로운 사업인 하드웨어에 뛰어들어서 제대로 할 수 있겠냐는 의문도 많이 제기되었고, 수천년간 이어온 종이책을 전자책이 대신할 수 있겠냐는 원론적인 논쟁도 많았다. 불과 5년이 지난 지금 그런 질문을 하는 사람은 없다. 제프 베조스, 정말 대단한 인물이다.
그저께 킨들 파이어 HD 발표를 보면서 문득 재미있는 상념이 떠올라 글을 쓰게 되었다. 이번에 발표된 8.9인치 제품 사양을 보면 1920 x 1200 해상도에 254 ppi 를 자랑해서 아이패드 레티나 급에 가까워졌다는 평을 받고 있다. 참고로 아이패드 레티나는 9.7인치 2048 x 1536 해상도에 264 ppi이니, 정말 ppi로만 보면 육안으로 레티나와 구별이 안될 것 같다. 그런데 2010년 제프 베조스의 인터뷰를 보면 지금과는 사뭇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당시는 아이패드가 처음 나왔고, 킨들은 아직 흑백의 전자책 리더만 나와있던 시점이였는데, 찰리 로즈쇼에 나온 제프 베조스는 킨들과 아이패드의 차이점을 부각시키기에 애쓰는 모습을 볼 수있다 (아래 동영상 참조). 그의 인터뷰를 들어보면 킨들은 뭔가 조용하면서도 문학적이기도 하며 고상한 즐거움을 주는 디바이스로 포지셔닝하고 있고, 아이패드는 컬러디스플레이로 화려하지만 실제 사람들은 그걸로 앵그리버드게임이나 하고 있다고 치부하고 있다. 그리고 아마존의 색깔은 아이패드의 화려함, 현란함을 따라가는게 아니라, 언제 어디서나 손쉽게 책을 읽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니즈에 맞추고 있다고 역설한다. 그래서 디스플레이도 컬러 LCD가 아닌 (눈에 부담이 덜 가는) 흑백의 E-ink를 썼다고 하고, 심지어는 “헤밍웨이를 컬러로 읽는다고 더 감동을 받는건 아니다”라고까지 말한다.
물론 킨들은 지금도 흑백의 전자책 리더를 제공하긴 하지만, 주력 제품은 역시 킨들 파이어 태블릿이다. 그리고 이번에 나온 킨들 파이어 HD는 아이패드에 대한 정면 도전이다. 그리고 다들 알다시피 킨들 파이어는 아이패드처럼 컬러이고, LCD이며, 전자책을 읽는 킨들 앱이 당연히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해보진 않았지만 킨들 파이어에서도 앵그리버드 실행 잘 될 것이다. 2년전 TV 인터뷰에 나와 킨들의 아이덴터티는 아이패드와는 완전히 다르다라는 주장을 하며 컬러 디스플레이나 비디오등에는 관심없다고 말한 그였지만, 애플이 열어논 태블릿 시장을 무시할 수 없었다. 전략은 변한다.
2010년 7월에 찰리로즈쇼에 나온 아마존 CEO 제프 베조스
인터뷰 풀 버전 링크는 여기에 (처음부터 5분정도까지 위의 이야기가 나옴. 보너스 – 베조스가 말하는 “sex it up”이란 말의 뜻을 터득하게 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