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가 원하는게 뭔지 내가 알려주마

오늘 아마존 CEO인 제프 베조스가 킨들 발표를 하면서 한 말이 화제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서비스이지 Gadget이 아니다”라고 천명했다.  태블릿, 스마트폰 같은 기기들은 이제 서로 비슷비슷해질 것이여서 비교나 구분이 큰 의미 없어질테고, 이제 중요한 것은 콘텐츠 제공과 같은 서비스를 어떻게 소비자의 입맛에 맞게 만들어내고 전달하느냐는 것이다. 제프 베조스의 메시지를 가만히 들여다 보면 재미 있는 부분이 있다. 소비자가 뭘 원하는지를 자신이 정의하고 있는 점이다. 즉, “소비자들이 이러이러한 걸 원해서 우리가 이런걸 만들었다” 라는게 아니라, 만들어 놓은 것 (킨들)을 던져주며 “잘 생각해봐. 당신이 진짜 원하는 건 이거야”라는 식이다.  어떻게 보면 다소 당돌하게 들릴수도 있는 말이다. 소비자가 뭘 원하는지는 소비자가 가장 잘 알텐데, 그걸 사업가인 베조스가 짚어주는 격이기 때문이다. 마치 부모가 세살짜리 아이 장난감을 대신 골라주듯이 말이다. 제프 베조스는 좋게 보면 비전이 앞서나가는 사람이고, 나쁘게 보면 소비자를 어린아이 취급하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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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니가 원하는건 내가 알려주마”라는 식의 접근을 좋아했던 사람이 또 있었으니, 다름 아닌 스티브 잡스다. 스티브 잡스 전기 143쪽을 보면 이런 말이 나온다.

Customers don’t know what they want until we’ve shown them

소비자는 우리가 물건을 만들어서 보여주기 전까지는 자신이 뭘 원하는지 모른다

그는 언론 인터뷰등에서 “그렇게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는 비결이 뭔가? 시장 조사를 철저히 하는가?” 와 같은 질문을 수도 없이 많이 받았는데 그때 마다 그는 위와 같은 대답을 반복하며 애플과 자신의 창의적인 능력을 은근 자랑했다. 그는 또 포드 자동차 회사의 창립자인 헨리 포드의 말도 자주 인용하였는데 그 문구는 다음과 같다. “우리가 사람들에게 뭘 원하냐고 물어보고 다녔다면, 아마 그들은 더 빨리 달리는 말을 원한다고 대답했을 것이다.” 즉 세상을 바꿀만한 혁신은 소비자를 인터뷰 하고 시장조사 한다고 나오는게 아니고, 누군가에 머리에서 나와서 세상에 공개되면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따라간다는 말이다. 스티브 잡스의 메시지도 가만히 보면 제프 베조스와 일맥상통하고 있다. “니가 원하는 건 내가 가르쳐주마” 내지는 “내가 만든게 진짜 니가 원하는 거야” 라는 메시지다. 스티즈 잡스는 좋게 보면 비전이 앞서나가는 사람이고, 나쁘게 보면 그럴듯한 말로 소비자를 홀리는(?) 사람이다.

그러면 아마존이나 애플같은 회사들이 소비자 취향에는 별 관심 없고 시장조사도 하지 않는가라는 질문이 있을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의 상상과는 달리, 애플도 시장조사, 소비자 행동 분석등을 열심히 하고 있다 (얼마전 삼성-애플간 법정 공방과정에서 드러남) . Data-driven 문화가 강한 아마존도 아마 소비자에 관한한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정량화하고 분석하고 있을 것이다. CEO가 제품 발표때 나와서 하는 말은 일종의 마케팅 메시지이므로 현실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그래도 한시대를 이끌어가는 사업가들이 나와서 이런 비전있는 말을 던지면 멋있다. 비전있는 CEO라면 “당신이 뭘 원하는지 오늘 내가 확실히 보여 주겠다”라고 말할 배짱도 있어야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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