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SI (Strategic Investor)라고 불리는 Corporate Venture Capital이 실리콘 밸리에서도 요즘 왕성한 활동이 두드러진다. 미국에서 VC industry는 이런저런 이유로 최근 전체적으로 감소 추세이지만, 대기업들이 지원하는 corporate VC는 내가 느끼기에 최근 4-5년간 성장세로 보인다. 많은 창업 하시는 분들이 corporate VC에서 투자 받는것이 어떤 장단점이 있는지 궁금해 하시고 해서 Q&A 형식으로 정리해 보았다. (필자는 현재의 회사에 오기전에 Intel Capital에서 2년 근무한 경험이 있어서 일반 VC와 Corporate VC를 둘 다 직접 경험했다) 아래의 내용은 주로 실리콘밸리에서 듣고 보고 경험한 것으로, 국내의 사정과는 맞지 않은 점도 있음을 미리 밝혀둔다.
대기업들은 왜 돈 들여가면서 Corporate VC를 만드는가?
기업들마다 사정이 다르므로 일반화 하기는 어렵지만, 신사업 발굴, 신기술 발굴, 전략적 위치 확보, Ecosystem 개발 등이 아주 흔한 목적이다. 이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꼭 venture 그룹을 만들어서 투자를 해야 하는 건 아니고, corporate development같은 회사내 조직을 만들어서 할 수도 있는데 “투자”가 곁들여지면 좋은 점이 많은 신생 기업을 비교적 쉽게 만날 수 있다는 점과 전사차원의 partnership이 좀 이르다고 여겨질 경우 비교적 적은 액수의 금액으로 지분투자를 하고 지속적인 monitoring이 가능해지는 등의 장점이 있다. 내가 속해 있던 Intel의 경우 예전에 WiMax Ecosystem만들기 위해서 관련 투자를 많이 하였고, 요새는 Ultrabook 관련 투자를 많이하고 있다. 물론 투자이니만큼 돈도 버는게 중요하겠지만, 많은 대기업의 경우 본사의 전략적 목적이 투자에서 중요한 priority라고 보면 거의 맞다.
Corporate VC는 어디어디가 있는가?
요새 미국 tech쪽에 웬만한 큰 기업들은 많이들 VC조직을 가지고 있어서 일일이 다 tracking 하기 어려울 정도다. 특정 회사가 VC 조직이 있는지 가장 손쉽게 알아보는 방법은 “회사이름 + Capital” 내지는 “회사이름 + Ventures”로 구글에서 검색해 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Intel Capital 이나 Google Ventures등이 그 예에 해당한다. 개인적으로 미국에서 자주 들려오는 이름을 들어보면
Intel Capital
Google Ventures
Siemens Venture Capital
Motorola VC
Nokia Growth Partners
Applied Ventures
Qualcomm Ventures
등등이 있다. (이 밖에도 굉장히 많이 있는데 일일이 나열하기는 좀 그렇고 궁금한 기업은 직접 검색해 보기 바람) 우리나라 몇몇 대기업들도 실리콘밸리에 VC조직이 갖춰져 있다.
Samsung Ventures
SK Telecom Ventures
Hyundai Venture Investment Corp
Corporate VC는 어떻게 fund를 운용하나?
크게 보아 두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번째는 일반 VC처럼 정해진 특정 금액의 fund를 조성해서 그 fund 내에서 투자하는 방식이다. 이 fund에는 모기업이 100% 돈을 댈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 외부에서 추가 자금을 끌어 오기도 한다. 외부 투자자가 들어온다고 해도 모기업의 투자금액이 majority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다른 방식은 특정한 fund없이 회사의 cash를 가지고 그대로 투자하는 방법이다. Balance sheet investment 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경우 펀드 싸이즈에 구애받지 않고 탄력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XYZ corporate venture가 우리같은 스타트업에 투자할까?
본인의 스타트업이 XYZ 기업의 사업분야과 어떻게 보면 연관이 있어 보이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연관이 없을 것 같기도 할 때 이런 고민을 하게 된다. 어떤 회사가 어떤 sector에 투자하는지는 정말 회사마다 천차만별이라서 일반화하기 정말 어렵다. 모기업의 비지니스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곳에만 투자하는데가 있고, 신사업 구상차원에서 광범위하게 투자하는데도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XYZ corporate venture에 있는 사람에게 직접 물어보는 것이지만, 그게 여의치 않을 경우 XYZ가 최근 몇년간 투자한 회사들의 sector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그들의 관심사가 보인다.
Corporate VC는 투자결정이 느린가?
많은 사람들이 corporate VC는 의사결정이 일반 VC에 비해 많이 느리다고 인식하고 있다. 물론 맞는 면도 있고 아닌면도 있다. 회사마다 다르긴 한데 많은 corporate VC가 의사결정에 있어서 business unit과 긴밀히 협조해야 하는 점이 있어서 이게 시간을 좀 잡아 먹을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고 일반 VC는 의사결정이 전광석화와 같이 빠른가 라고 물어보면 그것도 아니다. 일반 VC도 이런저런 이유로 process가 delay되는 경우도 아주 흔하다. 그러나 Corporate VC든 일반 VC든 좋은 투자 건이 있는데 “당신네 process가 늦어지면 그냥 당신빼고 deal을 closing 하겠소”라고 압박하면 다 신속하게 움직이게 되어있다 ^^ (주의: VC들은 이런 transaction에 전문가이므로 과장된 bluffing은 잘 안통함)
Corporate VC에서 투자받으면 그 기업에 종속되는건 아닌가?
대부분의 경우에 이점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Corporate VC가 소유하는 지분이 10% 전후반으로 가정할 경우 현실적으로 회사를 쥐락펴락 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물론 보드미팅등에 참가하면서 회사 의사결정 방향에 영향을 끼칠 수 있겠지만 다른 투자자와의 balance를 잘 맞추면 큰 문제 없다. Corporate VC가 투자할때 내세우는 조건중에 RoFR라는 걸 흔히 보는데 이건 Right of First Refusal의 준말로, 회사가 M&A를 한다거나 할때 먼저 기회를 준다는 뜻이다. 예를들어 어떤 반도체 회사가 Qualcomm Ventures에서 투자를 받으면서 Qualcomm이 RoFR를 가지게 되면, 이 반도체 회사는 누군가로 부터 인수제안이 있을때 Qualcomm에게 먼저 (같은조건에) 인수할 기회를 주어야 하고 Qualcomm이 no할때만 다른 회사에 인수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것도 인수 가격에 따라 조건이 달라지는등 깊이 파고들면 너무 복잡해지지만, 암튼 중요한 것은 이런 조건들은 투자받을때 네고가 가능한 것이고 변호사와 잘 상담해서 지킬것은 지키고 넘겨줄 것은 넘겨주는 전략을 취하면 된다.
Corporate VC에서 투자받고 나면 사업적으로 우리회사에 도움이 될까?
좋은 질문이긴 한데 답하기가 어렵다. 투자하기 전부터 어떻게 이 회사를 도와줄지 밑그림을 그리고 시작하는 데도 있지만, 그냥 돈만 넣어놓고 나몰라라 하는데도 있기 때문이다 (이건 일반 VC도 마찬가지). 투자를 받기전에 투자 담당자와 향후 협력 방안을 충분한 미팅을 통해서 합의하고 가능하면 business unit의 임원진과도 미팅해 두면 좋다. 물론 투자 전에는 이런저런 협업이 가능하다고 하지만 막상 투자후에는 이런저런 이유로 실천되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가능하다면 이 corporate VC에서 이미 투자 받은 다른 스타트업 회사에게 물어보면 좋다. 실제로 어떤 도움이 있었는지. 그리고 Corporate VC는 그 해당 기업이 어느정도의 name value가 있게 마련이므로 투자가 성사되면 어느정도 PR면에서 도움이 되는 점도 있다.
Corporate VC는 정말 valuation을 후하게 쳐주나?
솔직한 질문이긴 한데 시원한 답이 어렵다. Valuation이라는 것이 투자하는 사람이 그 대상에 얼마만큼 매력을 느끼느냐에 따른 아주 주관적인 잣대이므로 뭐 엑셀 한참 돌린다고 나오는게 아니다. Corporate VC도 투자자므로 당연히 수익을 많이 내고 싶어한다. 그런데 투자대상 회사가 모기업의 전략적 차원에서 정말 중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그리고 deal상에 경쟁이 있어서 놓치면 안되는 경우라면 valuation이 높아질수 밖에 없는 것은 시장 경제원리상 당연하다. 즉 경우에 따라 valuation이 높아져서 financial return이 좀 줄어든다 하더라도 신사업기회나 partnership등을 통한 다른 형태의 gain이 있을 수 있으므로 어느정도 보상(?)이 가능할 수 있다. (일반 VC는 이런 다른 gain이 없으니 좀 더 valuation에 민감) 그렇다고 corporate VC는 valuation을 마구 지른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예전에 Intel Capital에 있을때 사내에서 유행했던 말이 “Losing money is not strategic”이다. 즉, strategic 관점도 중요하지만 돈을 자꾸 날리면 그건 결코 회사에 도움이 안된다는 점을 꼬집은 말이다.
Corporate VC도 Series A 같은 초기단계 회사에 투자하는가?
한 5-6년전만 하더라도 스타트업의 일반적인 투자단계를 보면 엔젤들이 seed money를 대고, 일반 VC가 Series A를 진행한 후, 어느정도 product나 시장성이 검증되고 나서 Series B 또는 C 에서 corporate VC가 invite되는게 아주 흔한 형태였다. 그런데 이젠 그 구분이 아주 모호해졌다. 엔젤들도 $100M 규모의 펀드를 만들어서 운용하기도 하고, VC들도 seed money를 대기도 하며, corporate VC도 경우에 따라 Series A 처럼 초기 회사에 투자하기도 한다. 역시 가장 좋은 방법은 해당 corporate VC에 초기단계 회사에 투자하는지 직접 물어보는 것이고, 다른 방법은 여태까지 투자한 회사들의 stage를 통해 짐작하는 것이다. 지난 몇년간 좀 변화가 있었어도 내가 느끼기에 대부분의 corporate VC는 어느정도 product가 customer를 통해서 검증된 회사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만약 corporate VC가 매출이 전혀 없는 스타트업에 투자한다면 모기업의 전략적 관점에서 아주 중요한 제품 또는 기술을 가진 회사일 가능성이 높다.
총평: Corporate VC도 돈을 벌어야 하는 투자자임에 분명하다. 게다가 모기업의 전략적 차원의 value까지 책임져 줘야하니 사실 어떻게 보면 일반 VC보다 더 어려운 job이다. 이 글을 쓰는 이유는 corporate VC가 좋다 나쁘다라고 말하려는건 아니고, corporate VC의 특징을 부각함으로써 투자 받을때 고려해 볼만한 사항을 알려주기 위함이다. 투자를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corporate VC든 일반 VC든 어디서든지 자금만 들어오면 되는거 아니냐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투자를 어디서 누구에게 받느냐는 회사의 앞길에 아주 중요한 결정이니 아주 신중을 기해야 한다.
잘 읽었습니다.. 좋은 정보 였습니다. 감사합니다..
공부가 많이 되었습니다. 감사 합니다..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한국에서 스타트업을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정도 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불나방 처럼 호롱불로 날아가지만, 한국의 투자구조 및 현실에서는 날아
가는 도중에 대부분이 추락하고 있습니다. 물론, 아이템이나 여러 전략과 경영적인 요인도 있겠지만….. 상황이 허락하신다면 조언을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주실 수 있겠는지요?
생생하고 자세한 정보 감사합니다.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