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로 이해해보는 스타트업

골프와 스타트업 — 별로 연관이 없어 보이는 두 topic인데 두가지를 다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그 공통점과 평행선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고자 한다.

골프는 한국에선 아직 “부자 스포츠”로 각인되어 있는 면이 많아서 공무원등이나 사업하는 사람들이 어디서 골프치고 왔다고 하면 “접대”내지는 “뒷거래”가 있었다고 짐작하는등 사회적으로 안좋게 보는 시선이 강하지만, 미국에서는 아주 대중적이고 친근한 취미활동/스포츠로 누구나 쉽게 저렴한 가격에 골프를 즐길수 있다.  예를들어, 실리콘 밸리지역에서 public course중에 제일 괜찮은 곳중 하나인  Cinnabar라는 골프장의 주말 오후 twilight session은 카트포함 60불이니 큰 부담없이 즐겁게 반나절을 친구들과 보낼수 있다.  예약도 1주일전에만 전화걸어서 하면 충분하고, public이니 수억원대의 membership fee도 전혀 없을 뿐더러 캐디도 없으니 캐디 fee도 없다. 캘리포니아는 미국에서도 골프를 치기 가장 좋은 곳중에 하나인데, Pebble beach등 좋은 골프장이 많은 것도 있지만 1년내내 골프를 칠수 있는 기후가 형성되어 있어서이다. 얼마전 12월달 중순 이후에 좀 한가한 틈을 타서 골프를 많이 쳤는데 크리스마스 전전날도 영상 13도 정도의 쾌적한(!) 날씨에서 골프를 쳤다. ㅎㅎㅎ

이야기가 좀 딴데로 새고 있는데, 암튼 오늘 하려고 하는 이야기는 골프의 비유로 이해해보는 스타트업의 성공 전략이다. 골프를 접해 보지 않은 분들을 위해 잠시 설명하면 골프에서의 shot은 아주 간단하게 보면 (대부분의 Par 4 홀 기준) 처음 tee box에서 치는 driver shot, 페어웨이에서 그린을 공략하는 iron shot, 그린위에서 홀 컵을 노리는 putting으로 나누어서 생각할 수 있다. 물론 fairway wood shot, approach shot, chip shot, hazard shot, bunker shot, 등등 다 나열하면 끝도 없겠지만, 일단 논외로 하겠다.

1. Driver shot = 스타트업의 기반 technology 또는 idea

골프를 치는 사람은 다 알지만 드라이버를 잘 치면 기분이 되게 좋다. 같이 치는 친구들 앞에서 내가 친 드라이버가 짱~ 소리를 내며 페어웨이를 향해 직진하면 입가에는 미소가, 어깨에는 은근 힘도 들어간다. ㅋㅋ 하지만 드라이버가 점수로 직접 연결되지는 않는다. 드라이버는 다음 second shot을 유리하게 칠 수 있는 곳에 공을 안착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임무로서, 다음 샷을 위한 포석 (positioning)이라고 생각하면 맞다.  드라이버를 잘 친다고 바로 파, 버디 같은 좋은 점수로 이어지는게 아니고 파, 버디를 할 가능성이 높은 지점에 가는 것이다.  이걸 혼동하면 안 된다.  간혹 스타트업을 시작하시는 분 중에 “우린 정말 쥑여주는 technology를 가지고 있습니다” 라고 말하면서 그 기술력 만으로 사업이 대박 날 것처럼 생각하는 분도 있는데, technology는 앞으로 좋은 사업을 펼쳐나갈 토대가 되는 것이지, 좋은 기술 자체가 사업 성공은 아니라는 말이다. 아이디어도 마찬가지다. 남이 생각하지 못한 멋진 아이디어가 있다면 분명 좋은 것이고, 뭔가를 시작해볼 만한 기반이 되는 것이지 아이디어만으로 사업이 성공하지는 않는다.  물론 드라이버를 똑바로 멀리치면 그만큼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듯, 좋은 기술,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분명 경쟁력 면에서 우위에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실제 좋은 점수를 내려면 뒤따르는 아이언샷과 퍼팅이 받쳐줘야 된다.  사실 골프에서 대부분의 경우 아이언샷과 퍼팅이 점수에 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2. Iron shot = 스타트업의 제품 개발

드라이버로 친공이 괜찮은 거리를 내고 페어웨이에 안착되면 이젠 그린을 공략해야 된다.  아이언 샷은 남아있는 거리, 바람의 방향, 주위의 지형/장애물에 따라 여러 클럽중에 선택할수 있는 묘미가 있다. 내가 가지고 있는 각 아이언 클럽에 대한 평균거리를 알고 있어야 하고, 바람이 심하게 분다든지 오르막/내리막 경사가 있다던지 하는 상황에 따라 한두 클럽씩 높게 잡거나 낮게 잡기도 하는등 여러가지 전략이 가능하다.  스윙도 풀스윙도 있지만 경우에 따라서 3/4 스윙을 하기도 하고 왼쪽으로 휘어치기(draw) 오른쪽으로 휘어치기(fade)등 고난이도의 shot들도 있다.  아무튼 중요한건 무슨 수를 써서라도 공을 그린에 올려 놓는게, 그것도 최대한 깃대에 가깝게 올려 놓는 것이 아이언 샷의 지상과제다.  스타트업의 제품이나 써비스 개발도 비슷하다. 기본 기술이나 아이디어에서 출발해서 실제로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성패에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어떤 방법으로 어떤 형태의 제품으로 시장을 공략할지에 대해서는 보통 choice가 많다.  자신이 꾸려가고 있는 팀의 기본 능력을 잘 알고 있어야 하고, 주변의 시장상황에 따라 적절히 제품 전략을 수정해야하는 유연함도 필요하다.  암튼 성공적인 사업을 위해선 스타트업으로서 가능한 수단과 resource를 총동원해 어떻게 해서든 사람들이 좋아하고 가치를 느낄만한 제품을 내놓아야 하는데, 이런 과정에서 CEO의 판단력이 정말 critical 하다.  개인적으로 사업에서 product가 전부는 아니지만, 거의 제일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그럼, 좋은 product만 내놓으면 사업이 성공이냐? 그건 또 아니다.  좋은 제품이 나오면 성공적인 사업에 근접하게 되나, 어디 그린에 공만 올려 놓는다고 버디가 되던가? ㅎㅎ

3. Putting = 스타트업의 세일즈 & 마케팅

PGA 중계를 보다보면 프로 골퍼들도 종종 퍼팅에서 많은 실수를 범하는걸 알수 있다. 그림같은 아이언 샷을 날려 놓고도 퍼팅에서 망해 보기를 적어내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이럴때 보통 골프 중계하는 사람들이 “cashing in”을 못했다고 안타까워 한다.  즉, 300야드 드라이버 샷, 그림같은 궤적의 아이언 샷을 쳐놓고도 마지막 마무리를 못해서 돈으로 연결시키지 못했다는 말이다.  PGA 선수들은 어마어마한 상금이 걸려 있으니 정말 cashing in이라는 표현이 문자그대로 맞는 것 같다.  언젠가 친구가 그러는데 “드라이버는 show고, 퍼팅은 돈이다”라고 하더라 — 이 말이 퍼팅의 중요성을 한마디로 압축한다고 볼 수 있다.  ㅎㅎ 암튼 사업에서도 좋은제품으로 돈을 벌려면 세일즈 마케팅 능력이 뒤따라 줘야 한다.  CEO가 직접하든 VP Sales 가 하든 누군가 나가서 홀컵에 공이 떨어질때까지, 은행 구좌에 돈이 입금될때까지 sales execution을 해야 한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날개돗힌듯 팔리는 제품이면 얼마나 좋겠냐만, 그런 제품은 애플밖에 없다 :) 심지어 “great product”를 그렇게 강조하는 스티브 잡스도 제품설명회 같은데 나와서 말하는것 들어보면 엄청난 salesman인걸 알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골프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초기 기업으로서 앞으로 같이 갈 VC를 선택할때, 갓 입문 프로 골프선수가 자신의 스폰서를 고른다는 생각보담은 캐디를 고르는 생각으로 하면 좀 더 올바른 선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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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Phil Yoon

Founding Partner at Big Basin Capit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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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Response to 골프로 이해해보는 스타트업

  1. Anonymous says:

    흥미로운 비유네요. 글 잘 읽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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