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 미팅에 몇명을 데리고 갈 것인가?

설레는 마음으로 창업한지 석달째. 지인의 소개로 투자자와의 미팅이 잡혔다. 대표인 나 혼자 가야 하나? 공동창업자 모두 데려가야 하나? 아니면 우리 CTO 한명만 같이 갈까?

위와 같은 고민을 살짝 해본 창업자들도 많을 것 같다. 뭐 정답은 없겠지만, 이런 미팅을 늘상 많이 하게 되는 투자자의 입장에서 말하자면, 대표 1명 혹은 대표가 포함된 2명이 미팅에 참가하는걸 선호한다.

개인적으로 편하고 부드러운 1:1 대화를 좋아하기 때문에 생긴 성향일수도 있지만, 대표 한분만 상대할 경우 이야기의 맥락이 끊기지 않고 깊이 있는 대화를 하게된다. 이런 경우 자연 스런 대화체의 Q&A로 파고들 수 있게되어 몰입도도 높고, 상호 의견 교환도 쉽다. 대표님의 성향이나 기질에 대한 파악도 좀 더 용이하다.

대표가 원할경우, 공동창업자나 CTO같은 핵심인원 1명 정도는 더 미팅에 데리고 와도 괜찮다고 본다.  이경우에도 주요 피칭이나 대화는 대표가 이끌어가고, 대표가 대답하기 힘든 구체적인 부분 (예를 들어, 기술적인 질문)만 같이 동행한 사람이 도와주면 금상첨화다. 말하기의 분배를 대표와 CTO가 각각 8:2, 혹은 9:1 정도로 나누어주면 큰 혼란 없이 대화가 잘 이어진다.

한 회사에서 3명 혹은 4명 이상이 오게 되면 ‘얼굴 도장’ 이외에 큰 의미가 없다. 그 사람들이 다 미팅에서 말하기 시작하면 너무 혼란스럽고, 말없이 조용히 있을 것이면 투자자입장에서는 그분을 첫미팅때 꼭 봐야할 이유가 없다 (그분은 참관하는 것만으로 배우는게 있을테지만).

수많은 피칭 미팅 경험에서 봤을때, 문제스러운 경우는 크게 두가지다.

첫째는 두명이 와서 서로 경쟁적으로 피칭하는 것이다. 한명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다른 한명이 말을 이어간다. 서로 존재감을 내세우려는 것 같다. 방금 끝난 말과는 다소 다른 맥락의 말도 막 튀어 나오기 때문에 듣는 사람은 정신이 없다. 최악의 경우는 투자자 앞에서 자기팀의 발언을 ‘그건 아니고요’ 라고 부정하며 자신의 견해를 주장하는 경우다. 이럴경우 투자자는 깊은 혼돈에 빠지게 된다. 설령 공동대표라고 하더라도 누가 주도적으로 피칭을 하고 누가 보조 역할을 할지 미리 정하는 편이 낫다.

두번째로 문제되는 경우는 3명, 4명이 우르르 몰려와서 산만한 분위기가 연출되는 것이다. 4명이 오면 2명정도는 미팅중에 딴 생각하고 있는게 얼굴에 보이고, 스마트폰 확인 등의 딴 짓을 시작하게 된다. (지루해 하는 그들을 보면 왠지 미팅을 빨리 끝내줘야 할 것 같다 ㅜㅜ) 심지어는 이들 중에는 전화 걸거나 받으러 미팅룸을 들락날락하는 경우도 있는데, 결국 대화의 집중도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VC들도 이런 행태를 보이는 경우 많은것 인정하니 우리도 반성).

그래서 결론은 첫미팅때 1명 혹은 꼭 필요한 2명만 참석하고, 나머지 핵심인력은 추후미팅에서 VC가 요구하면 소개해도 늦지 않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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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받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려요?

벤처 캐피탈을 하다 보니 이런 질문을 참 자주 받는다.

“투자 받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려요?”

처음 투자를 유치하는 사람으로선 참 궁금한 부분이고, 중요한 질문인데 정확한 답은 없다. 아주 짧게 답하자면 ‘2개월에서 6개월’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글을 끝까지 읽기 힘든 분은 여기까지만 읽어도 된다 ^^.

좀 더 길게 답하자면 투자자마다 다르고 상황따라 다르다. 투자에 걸리는 시간을 가늠하려면 먼저 투자 유치 과정을 이해해야 한다*.

일단 CEO가 투자자를 만날 준비가 되어 있다고 가정하자 (즉, 무슨 말을 해야할지 알고 있고, 회사 소개 자료등을 만들어 놓음). CEO가 이런 저런 경로를 통해서 투자자에게 직접 연락하거나 혹은 소개를 받아서 미팅을 잡게 되는데 투자자가 그 당시 다른 바쁜 일이 있거나 출장일정등 따라서 약속을 잡는데만 1주일 이상 걸리는 경우가 흔하다. 그리고 미팅이 잘 진행되고 나서 투자회사가 내부적으로 의논도 하고 후속 미팅이나 추가 자료등을 요구할 수도 있는데, 이런 작업들 팔로업 하다보면 1달은 쉽게 간다. 텀시트를 받게 된다면 이것을 가지고 네고를 하기도 하는데 여기서도 시간이 꽤 소요된다. 또, VC회사들 중에는 ‘투심’ 이라는 약간 공식적인 절차도 거치는 곳이 많은데, 경우에 따라서 이 투심 날짜를 잡는게 몇주씩 걸리기도 한다. 그리고 리드 투자자가 투자를 결정하고 나서도, 공동 투자자를 모집해야 한다면 또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이렇게 투자를 하기로 결정 하고나서, 계약서 (legal document)를 작성하고 수정하는 등의 문서 작업에만 또 1-2주는 쉽게 소진된다. 그렇게 최종문서에 합의하고 무사히 도장찍고 싸인하고 송금하면 클로징이 된다.

그러니까, 정말 아무 돌발변수 없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어도 첫 만남에서 통장에 돈이 들어오기까지는 2개월은 족히 걸린다고 봐야한다. 내가 투자한 건 중 한두번만 만난후 바로 투자 결정하고 프로세스에 들어간 경우가 드물게 있었는데, 그런 경우도 문서작업 등에 걸린시간등 다 합치면 두달은 걸렸던것 같다. (단, equity 투자가 아니라 convertible note 의 경우는 더 빠를 수 있음.) 만약 투자를 할 것 같았던 투자자가 마지막에 발을 빼는 등, 예기치 못한 일이 벌어지면 앞으로 시간이 얼만큼 걸릴지는 아무도 장담 못하게 된다.

첫 만남후 6개월 혹은 1년 이상 지나서야 투자가 이루어 지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경우는 1년 내내 투자자가 이 투자건을 진행하고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고, 첫 만남후 계속 시간을 두고 그 회사나 그 섹터에 관해 공부를 하면서 지켜보는 경우다. 즉, 단박에 결정을 하는게 아니라 그 회사의 성장이나 팀의 실행력을 시간을 두고 띄엄띄엄 관찰하며 결정하는 것이다.

투자 유치하는데 보통 3~6개월이 걸린다고 가정하면, 이게 뜻하는 것은 아무리 늦어도 돈이 바닥나기 3-4개월 전에는 투자 유치를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투자를 유치하러 다닐때는 투자자들에게 어필할만한 마일스톤이 있으면 큰 도움이 된다. 즉, 사용자 수가 얼만큼이라든지, 메이저 계약을 따왔다든지, 프로토타입을 완성했다든지 하는 것들 말이다. 예를 들어 현재의 예측으로 올 12월에 돈이 바닥이 날 것이고 8월부터 펀드레이징에 들어갈 것이면, 그때까지 뭔가 어필할만한 마일스톤을 달성해놔야 한다는 것이다. 간단하고 당연한 것 같지만 이런게 플래닝이고 경영이다.

이런 타임라인에 근거한 철저한 계획이나 목표 없이 그저 ‘하반기에 어떻게 펀드레이징 해보면 되겠지’ 라는 막연한 생각을 가진 CEO가 의외로 많다. 스타트업은 항상 시간과의 싸움인 것을 잊으면 안된다. (오늘은 이상하게 잔소리 모드로 글이 끝나네..)

 

* VC마다 프로세스가 다 다르기 때문에 모두 위의 과정을 거친다는 것은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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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음식 배달앱 DoorDash 사용기

오늘 미국에서 처음으로 배달앱을 통해 음식을 시켜 먹어봤다. 예전부터 해보고 싶었는데 잊어버리고 있다가, 오늘 드디어 테스트. 한국에서 몇번 시도해 봤던 배달앱과 비교도 해보고 싶었고. 배달 인프라가 한국에 비해 낙후된 미국에서 얼만큼 때맞춰 음식이 올지 궁금하기도 하고.

이름은 DoorDash. 번역하자면 ‘문으로 달려’ 쯤 될래나? 이 회사는 세코야 캐피탈이 초기 투자했고, 얼마전엔 KPCB도 대규모 투자를 하면서 양쪽 명가 VC에서 모두 투자 받은 몇 안되는 회사가 되었다 (구글도 그 중 하나). Y-Combinator 출신이기도 하고 게다가 창업자들은 죄다 스탠포드 학생들 (MBA 학생들과 몇몇 학부생들 조합)이니 스펙으로는 최고급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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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orDash 초기화면. 근처 레스토랑들과 각각의 배달예상시간을 보여준다

어디 스펙만큼 제값을 하는지 보자. 앱부터 다운 받고, 싸인업하니, 동네 레스토랑들이 쭉 뜬다. DoorDash는 원래 배달 안해주는 음식점들도 자기네 배달맨이 픽업해서 가져다 주는 모델을 택하고 있다. 일단 배달음식의 기본인 치킨부터 해보기로. 평소 좋아하던 Wingstop이라는 집을 골라 메뉴판을 보니, 가서 주문하는 것과 거의 차이가 없어 보인다. 가격도 똑같다. 빨간색 톤의 UI도 쌈박하고 쓰기 쉽다. 오호~ 잘만들었는데. 저녁시간에 맞춰 배달되도록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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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제화면. 애플페이가 연동되어 있어서 아무런 번호를 입력할 필요가 없고, 이 화면에서 오더버튼 누르고 지문 인증하면 끝!

 

무엇보다 대박은 결제 순간 이였는데, 애플 페이가 연동이 되어 있어서, 카드 번호를 넣을 필요도 없이 엄지손가락 지문만 홈버튼에 갖다대니 결제 끝. 헐. 공인인증서에 피폐된 삶을 살아야 했던 한국인은 이장면에서 눈물을 흘릴지도 모른다.

결제하고 나니 주문이 완료되었고, 향후 진행상황을 푸시알림으로 받겠냐고 해서 OK. 좀 지나니 레스토랑이 오더 받았다는 확인 푸시 노티가 깔끔하게 온다.

 

 

 

 

 

 

 

내가 궁금했던건 이순간에 레스토랑에서 확인 전화가 올까 하는 거였다. “고갱니~임, 치킨 뭐뭐뭐 주문하신것 맞으시죠?” 뭐 이런 전화말이다. 한국에서 배달앱 써 볼때 살짝 거슬렸던게, 주문하고 나면 전화가 오고, 방금 앱으로 다 입력한 내용을 전화통에다가 다시 설명해야 하는 거였다. 어떤 점주는 배달 못한다고 취소하라 그러기도 하고. 우쒸. 암튼 다시 DoorDash로 돌아가서.. 여긴 전화가 안온다. 그러췌.. 전화를 할거면 왜 앱을 쓰니?

좀 더 시간이 지나자 DoorDash 배달맨이 음식을 치킨집에서 픽업했다는 노티가 온다. 음.. 예약한 시간보다 좀 더 빨리 오겠군. 아니나 다를까 이젠 전화가 온다. 예정보다 30분쯤 빨리 도착하는데 그래도 되냐고 묻는다. 그러셔~. 15분정도 지나자 배달맨이 집근처로 approaching 하고 있다고 푸시 노티가 온다 (우버 같이 GPS 연동기능인듯). 왔구나. 집앞에 배달맨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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팁 3불을 건네주며 막간을 이용해서 질문.

“차에 로고 없네? 이거 니 차니?”

“응. 내 개인 차야. DoorDash에서 나한데 주는건 음식담는 보온 가방과 빨간색 티셔츠밖에 없어”

배달된 치킨윙 40조각을 맛있게 나눠 먹으며 별점 5개 주었다 ^^

 

장점 요약:

  • 애플페이 간편 결제. 대박.
  • 확인전화 안와서 좋다
  • 깔끔하고 수려한 UI (앱만드시는 분들 벤치마킹 하셔도 좋을듯)

숙제:

  • 아직 레스토랑이 그닥 많지는 않다
  • 처음이라 그런지 배달비 $6을 면제해줌. 내야한다면 부담일수도?

궁금한점:

  • 배달맨 입장에선 동선이 꽤 길텐데, 수지가 맞을런지?
  • 레스토랑에서는 수수료를 얼만큼 떼어오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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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보루(Plan Z)는 만들어 놓고 창업하자

창업이라는 것은 창업자 개개인의 모든 것 (시간, 열정, 돈 등)을 요구하게 마련이다. 창업이란게 원체 힘든 일이다보니 소위 말해 ‘올인’하지 않고는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내가 스타트업을 평가할때도 창업팀이 이 사업에 얼만큼 commitment를 가지고 있는지 중요하게 본다.

그렇다고 창업을 했다가 실패했을때 팀이 모두 길바닥에 나앉아야 한다는건 절대 아니다. 오늘은 이 이야기를 하려한다. 누구나 성공을 하려고 창업을 하지만, 만약 성공하지 못했을때는 어떻게 길바닥에 나앉지 않고 살아남을지 개인적인 대책이 있어야 한다.

내가 존경하는 창업자이자 VC인 리드 호프만은 이걸 ‘Plan Z’ 라고 했다. 즉, 원래 생각대로 시도하는 창업을 Plan A 라고 하고, 그게 잘 안되었을때 다른 방향으로 피봇하는 걸 Plan B라고 한다면, Plan Z는 이도 저도 안되고 망했을때 살아남기 위한 ‘구명보트 플랜’ 같은 것이다. 그는 젊은 시절 첫 창업때 그의 아버지로부터 ‘창업하다가 망하거나 하면 우리집 빈방에 와서 살아라’ 라는 제의를 받았다고 한다. 미국에서 다 큰 성인이 부모님 집에 얹혀사는 것이 썩 매력적인 일은 아닐테지만, 그는 이걸 Plan Z로 삼았다. 언제든 망하더라도 부모님집에 가서 당분간 공짜로 살 수 있고, 거기서 취직자리는 알아볼 수 있다는 심산이였다.

우리말로 하자면 ‘최후의 보루’쯤으로 번역할 수 있는 Plan Z는 정신 건강 면에서 상당히 중요하다. 마치 실제 구명보트를 쓰게 되는 경우는 드물지만, 구명보트가 있어야 마음이 편한 것처럼 말이다. 창업자의 관점에서도 Plan Z가 있어야 사업을 할때 좋은 기회가 있으면 적정한 risk taking을 할 수 있다. 이 사업을 하다가 망할 경우 정말 길바닥으로 쫓겨날 신세가 된다면 누구나 아주 보수적인 발걸음만 하게 마련이다.

나는 창업의 케이스는 아니였지만, MBA 하던 시절 Plan Z에 해당하는 오퍼를 받고 큰 위안을 받은 적이 있다. 당시 나로서는 잘 다니던 직장을 때려쳤고, 가지고 있던 집을 팔아서 학비와 4인가족 생활비를 대고 있던 시절이였다. 그래서 MBA 하는동안 좋은 직장을 잡아야 한다는 부담감과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니였다. 인턴쉽 인터뷰에서 줄줄이 낙방하며 좌절하고 있던 시절, 옛 보스가 이메일을 하나 보내왔다. 연말 안부를 물으면서, MBA 성공적으로 잘 하기 바라고, 만약 일이 잘 안풀려 다시 오고 싶으면 바로 hire 해준다는 말이였다. 옛 직장으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었지만, 당시 그가 보낸 메시지는 정말 큰 위안이였다. ‘그래… 하는데 까지 함 해보고 정 안되면 되돌아가는 옵션이 있구나’ 이런 생각이 들며 좀 더 취업과 MBA 생활에 대해 공격적인 마인드를 가질 수 있었다.

가끔 보면 창업에 너무 올인한 나머지 개인의 모든 재산을 쏟아붓고, 심지어 거주하는 아파트까지 담보로 걸고 사업하는 분들도 본다. 그 열정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최소한 홈리스가 되거나 신용불량자가 되는 길은 막아야 한다. 각자 처한 상황은 다 다르겠지만 창업자 모두 Plan Z 하나쯤은 마련해 두고 창업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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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네 아버지는 뭐하시니?

 

“너네 아버지는 뭐하시니?”

생각해보니 어렸을때 이 질문을 참 많이 받았다. 그냥 학교 선생님이나 친구 부모님들이 으례 물어보셨던것 같다. 난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고, 그냥 ‘모 대학교 교수님이예요’ 라고 공손히 답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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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중학생이 되니 슬슬 가끔 아빠가 무슨 일을 하는지 관심을 보이기도 한다. 저 나이 또래 미국 아이들에게 지금 내가 하는 벤처캐피탈은 이해하기도 모호하고 썩 매력있는 직종이 아니다. 아마 소방수나 경찰관, 혹은 게임회사 CEO 정도되야 ‘영웅’급에 속할테고, 그 정도는 아니라도 주위 친구들 아버지가 애플이나 구글 같이 쿨한 회사에 다니는 분들이 있는데 살짝 부러워 하는 눈치다. 어쩌랴 이 애비의 길은 다른 것을…

아들과 가끔 내가 하는 투자일에 관해 이야기 하기도 한다. 여러번 설명해서 이제 아빠가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일을 한다는 정도는 이해하는 것 같다. 아들이 관심을 보일때마다 이런 저런 회사에 투자했다고 설명해주기도 하는데, 어떤 투자건은 필요에 의해서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 경우도 있으므로, 아까 대화 말미에 살짝 주의를 주었다.

“아들아, 아빠가 어디에 투자했다고는 친구들에게 말하지 말아라”

“네 아빠. 어차피 내 친구중에 아빠가 뭐하는지 아는 애 없어요”

“$#^%&*”

읔.. 아빠 존재감의 대미지 게이지 상승중. 근데 그보다도 옛날의 내경험과 너무 다르다는게 신기하다.

“너에게 ‘아버지 뭐하시냐’ 라고 물어보는 사람 없니?”

“아무도 안물어 보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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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아이가 있으면 아이를 바라보면 될 것이지 그 아이의 부모 직업을 알아서 뭐하겠나. 한국은 참 이래저래 많이 스펙을 중시한다. 생각해 보니 어렸을때 선생님이나 친구 부모님들이 나에게 아버지 직업을 물어본건 일종의 ‘스펙 체크’ 였으리라. 아이들에게까지 이정도니 어른들이 스펙에서 느끼는 부담과 스트레스는 말해 뭣하랴. 서양이라고 스펙이 완전 무시되는 세상은 아니지만, 정도의 차이는 꽤 커보인다.

내 생각에 어떤 조직이나 간부가 사람을 채용할때 스펙에 매달리는 것은 ‘우리는 사람의 능력이나 태도를 평가할 능력이 없어요’ 라고 대놓고 인정하는 거나 다름없다고 본다. 자신의 판단에 자신이 없으니 학벌과 같은 스펙을 믿고 간다는 생각 아닐까? 좋은 스펙의 인재만 후보로 받는다고 자랑할게 아니라, 자신이 해야하는 판단을 대학 입학 사정관에게 맡긴 꼴인거다.

틀려도 좋으니 나름의 판단기준, 나름의 평가기준을 가졌으면 좋겠다. 그러면 아마 스펙이 좀 덜 중요한 사회가 올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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